제5장 전진후예(全眞後裔)가 되다 하늘은 컴컴했으며 바람이 불고 있었다. 비록 날씨는 무더웠으나 먹장 구름이 뒤덮인 하늘은 몹시도 음산했다. 번쩍---! 간간이 시퍼런 섬광(閃光)이 천공을 갈랐다. 꽈르--- 릉--- 우릉! 벽력음 또한 먼 곳으로부터 불안하게 들려왔으며 그 간헐적인 소 음은 마치 지하세계의 아비객들이 외치는 처절한 울부짖음 같았다. 백수범은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참담한 모습으로 황량한 산기슭을 걸으며 그는 입 가에 고소를 머금고 있었다. '후후후.... 한두 번 겪은 일도 아니지만 모든 곳이 다 똑같구나. 인간 세상은 그 얼마나 추잡한 곳인가?' 백수범은 입가의 피를 쓰윽 닦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매국령과 강남사공자의 무공은 강하다. 설사 지금의 내 실력을 전부 다 펼친다 해도 그들을 완전히 이기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 다.' 그의 눈에서 한 가닥 기광이 흘러나왔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참는 것, 즉 인(忍)이다. 이 정도 굴욕을 못참고 속을 드러낸다면 어찌 대장부(大丈夫)라 할 수 있겠는가?' 백수범은 굳은 심정으로 한 발 한 발 대지(大地)를 밟고 앞으로 나아갔다. '후후! 하지만 이번 일이야말로 나로 하여금 확실히 방향을 잡게 해 준 셈이지. 반드시 천마성(天魔城)을 손에 넣고야 말리라. 천 마성은 중원에서 가장 거대한 집단이 아닌가? 천마성의 주인이 된 다는 것은 곧 천하(天下)의 주인이자 천하제일의 거부(巨富), 천 하제일고수(天下第一高手), 천하제일의 명예(名譽), 그 모든 것의 총체라고 하지 않던가?' 그의 두 눈은 어둠이 짙은 공간에서 더욱 빛나는 광채를 발했다. '하지만 야망 때문은 아니다. 천마성을 얻은 후에는 어리석은 인 간들에게 참다운 도(道)를 전하리라. 그로 인해 인세(人世)의 올 바른 삶을 구현해 내고야 말리라.' 번쩍! 꾸르르릉--- 콰--- 앙! 낙뢰(落雷)가 대지에 떨어졌다. 천지는 온통 시퍼런 뇌광에 몸서 리치고 벽력음은 땅을 진동시켰다. 쏴--- 쏴--- 아아! 폭우(暴雨)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늘은 구멍이라도 뚫린 양 장대같은 빗줄기를 퍼붓고 있었다. 아 까부터 하늘을 꽉 메웠던 먹구름은 더욱 낮게 깔리고 있었다. 폭우 세례를 받으며 백수범은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채찍에 맞 아 갈라진 상처로 빗물이 스며드니 통증이 새삼 그를 괴롭힌 것이 었다. '우선 비를 피하고 상처부터 치료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백수범은 번뜩 신형을 날렸다. 세류혈영표(細柳血影飄). 그것은 바로 마도혈수(魔刀血手) 공손령의 독문 경공신법이었다. 촤아---! 백수범은 폭우를 가르며 치달렸다. 약 반각 후, 그는 깊은 산중(山中)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러나 얼 마 가지 못하고 그는 신형을 멈춰야만 했다. 깎아지른 단애(斷涯) 가 그의 앞을 가로 막은 것이었다. 발 아래는 협곡(峽谷)을 이루고 있었고 지면이 마치 도끼로 찍은 것처럼 벌어져 있었다. 게다가 건너편까지의 거리는 적어도 십장 은 넘어 보였다. 쏴--- 아! 폭우로 인해 절벽 아래는 짙은 물보라와 자욱히 피어오르는 우막 으로 뒤덮혀 있었다. 백수범은 끊어진 절벽 아래를 내려다 보았으 나 도저히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난경에 봉착한 그는 검미(劍眉)를 모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야단이군.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는 건너편 단애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결심했다. '좋다! 한 번 건너가 보자.' 그는 서서히 내력을 끌어올렸다. 현재 그의 경공 수준이라면 십 장(十丈) 정도의 거리를 넘을 수 있을 지도 몰랐다. 그러나 한 번 도 시도해 보지 않은 터라 약간은 불안했다. 믿는 것이라고는 마도혈수 공손령의 아들 공손기가 경공술의 고수 라는 점이었다. 그의 경공술을 익혔으니 한 번 시도해볼 만도 했다. 휙---! 백수범은 전력으로 신형을 띄웠다. 이어 세류혈영표를 극성으로 끌어올려 쏘아진 화살처럼 절벽 공간을 날아갔다. 세차게 때리는 폭우가 그의 몸에서 튕겨 나갔다. 그런데 절벽 중간지점에 이르렀을 때였다. "윽!" 그는 비명을 발했다. 갑자기 단전(丹田)에 극심한 통증이 유발되 었다. 그와 동시에 그는 끌어 올렸던 내력이 흩어지는 것을 감지 할 수 있었다. '큰일이다!' 미면나찰 매국령에게 그는 수십 편(鞭)의 채찍을 맞았다. 그러나 당시 그는 신분을 감추기 위해 내력을 끌어올리지 않았다. 반면 매국령은 일 편(一鞭), 일 편에 막강한 내공을 실어 채찍을 휘둘렀다. 때문에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맥을 크게 다쳤던 것이다. 위기였다. 그러나 백수범의 초인적인 자질과 집념이 또 한 번 발 휘되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허공에서 십여 차례 신형을 회전시켰다. 그러자 흩어졌던 내력이 조금씩 모아지며 그의 몸은 다시 앞으로 날아갔다. 간신히 사오 장을 더 날자 그는 마침내 맞은 편 절벽 가장자리에 당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절벽 모서리에 발이 닿는 순간이었다. 와르르....... 빗물에 젖어 금이 가 있던 암벽이 그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앗!" 짤막한 경악성을 터뜨리며 그의 신형은 그만 운무 속으로 추락하 고 말았다. "으아--- 악!" 참담한 비명이 어두운 공간을 길게 찢으며 울려 퍼졌다. 이어 백 수범은 절벽 아래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암흑계(暗黑界)에서 제일 먼저 느낀 것은 격렬한 통증이었다. 뼈마디 마디가 산산조각으로 흩어지고 전신이 부서져 나가는 듯한 고통이었다. 그는 사지를 벌린 채 하늘을 바라보며 반듯이 누워 있었다. 그가 누워 있는 곳은 단애 밑이었다. 그곳은 수백 년 간 낙엽(落葉)이 두텁게 쌓여 부토(腐土)를 이룬 곳으로 뜻밖에도 푹신한 느낌을 주었다. 천우신조(天佑神助)였다. 만일 단애 아래가 단단한 땅이거나 암석이 있는 곳이었다면 그의 몸은 형체도 없이 사방으로 분시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는 누운 채 눈을 깜빡이며 내심 중얼거렸다. '천행(天行)이다. 아직 내 명이 다하지 않았나 보구나.......' 그가 떨어져 내린 충격으로 바닥에는 하나의 깊은 구덩이가 생겨 그는 실상 구덩이에 처박혀 있는 셈이었다. 비록 생명을 건지기는 했어도 시시각각 전신에 닥쳐드는 격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윽!" 몸을 움직이려 시도하는 순간 그의 입에서 비명에 가까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 어떻게 된 셈인지 손가락 하나 움직일 기력도 없었 다. 무리해서 억지로 움직이면 그 즉시 전신이 산산조각 날 것만 같았다. 지금 그는 전신 삼백육십 군데의 뼈마디가 전부 탈골(脫骨)되어 있었다. 잘못 움직였다간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불구(不具)의 몸이 될 처지였다. 백수범은 조급해 하지 않았다. 그는 누운 채 일단 서서히 흩어진 내력을 끌어모아 운공하기 시작했다. 한참 후, 그는 드디어 간신히 내력을 일주천(一周天)하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전신의 뼈마디가 맞춰지며 고통이 약간 감소되었다. 그 때 에야 비로소 그는 움직임을 개시했다. '일어나자.' 그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겨우 부토의 구덩이를 벗어날 수 있었다. 뒤이어 캄캄한 절곡(絶 谷)의 바닥에서 그의 의지는 활로(活路)를 찾아 주위를 살피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어느 한 곳을 바라보던 그는 짤막한 외침을 발했다. "엇?" 그의 시선이 멈춘 곳. 그곳은 바로 하나의 암벽(岩壁)이었는데 놀랍게도 암벽은 검푸른 귀화(鬼火)에 휩싸여 있었 다. 이름하여 도깨비불(鬼燐). 그러나 백수범이 놀란 것은 단지 이 귀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귀 린이 뒤덮고 있는 암벽은 전체가 하나의 무시무시한 귀면상(鬼面像)을 이루고 있었다. 찢어질듯 귀밑까지 벌어진 입과 섬뜩한 빛을 뿜는 날카로운 이빨, 어디 그뿐인가? 지옥의 마왕인 양 머리에는 커다란 뿔(角)을 달고 있었다. 게다가 두 눈에서는 끊임없이 귀화가 흘러나와 춤을 추며 공중을 빙빙 맴돌고 있었다. 간장이 작은 사람이라면 필시 까무러쳐도 열 번은 더 까무러쳤을 것이다. 백수범 역시 어 둠 속에서 홀로 직면한 이런 광경에 공포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으음!" 백수범은 등골이 오싹했다. 등 뒤로 식은 땀이 축축히 배어나오고 있었으며 가슴 밑바닥으로 뭉클 한기가 솟아 오르는 듯 했다. '희한한 일이다! 이런 곳에 저렇게 괴기스러운 것이 있다니.' 그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나서 귀면상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자세히 보니 높이가 약 일 장 정도인 그 귀면상은 누군가에 의해 정교하게 조각된 것임을 알 수가 있었다. 단지 이해되지 않는 것은 귀면의 두 눈구멍에서 흘러나오는 귀화 였다. 백수범은 눈을 크게 뜨고 허공을 날아다니는 귀화를 주시했다. 잠시 후 그의 얼굴에는 기이한 미소가 떠올랐다. 휙! 갑자기 그는 손을 허공으로 날려 한 개의 귀화를 거머쥐었다. 그는 전혀 뜨겁지 않은 듯 멀쩡한 표정으로 손을 폈다. 그의 손바닥 안에서 빛을 뿌려내고 있는 것은 한 마리의 괴충 (怪蟲)이었다. 엄지손톱 만한 크기의 괴충. 바로 그것이 귀화의 정체였다. 백수범은 고소를 금치 못했다. '역시 그랬었군.' 그는 시선을 돌려 귀면상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 귀면상은 누가 조각한 것일까? 여기에는 필시 내력이 있을 것이다.' 백수범은 다시 귀면상을 면밀히 관찰했다. 이윽고 그는 귀면상의 쩍 벌린 입 속에 하나의 쇠고리가 있는 것 을 발견하고 만면에 희색을 띄었다. '이것이다.' 그는 곧 쇠고리를 잡았다. 섬뜩한 감촉이 전해져 왔으나 그는 망 설이지 않고 쇠고리를 힘껏 당겼다. 쿠르르르--- 릉---! 광음이 울리며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귀면상의 입이 세로로 크 게 쩍 벌어지는 것이었다. 백수범은 직감적으로 그것이 하나의 기관장치인 것을 느꼈다. 결국 귀면상이 갈라지며 하나의 문(門)이 나타났다. 그는 서슴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쿠르르--- 릉--- 쾅! 그가 들어가자 귀면상의 입은 자동적으로 다시 닫혔다. 귀면상이 만들어낸 입구 안 쪽은 하나의 석동(石洞)이었다. 석동 은 잘 다듬어져 있었으며 그다지 캄캄하지도 않았다. 석동은 타원 형으로 구부러져 있었는데 세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여 지날 정도의 폭이었다. 백수범은 호기심이 크게 일었다. '대체 이곳은 어떤 곳일까?' 그는 내심 이렇게 중얼거리며 석동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차 한 잔 마실 시간 동안 계속 안으로 들어갔으나 아무런 일도 일 어나지 않았다. 다만 석동은 일정한 거리마다 회전을 하거나 꺾여들 뿐이었다. 그로부터 다시 한 식경 후쯤에 그는 한 작은 광장에 다다랐다. 아니 광장이라기보다는 하 나의 큰 석실이었다. 그러나 석실 안에 들어선 순간 백수범은 경악성을 발하며 굳어버렸다. "아니!" 석실 중앙의 천장. 그곳에는 놀랍게도 한 구의 시체가 매달려 있었다. 게다가 시체의 발은 천장에 깊숙히 박혀 있었다. 백수범은 놀라면서도 의혹을 금치 못하였다. '괴이하구나. 어찌 저런 모습으로 죽었단 말인가? 더우기 단단한 돌 천장에 어떻게 발 을?' 시체는 전신에 흑포(黑袍)를 걸치고 있었는데 겉으로 드러난 손과 얼굴은 앙상히 뼈만 남아 마치 해골을 연상케 했다. 백수범은 그 시체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시체 바로 아래에는 하나의 석탁(石卓)이 있었고 그 위에 한 개의 푸른 옥갑(玉匣)이 놓여 있었다. 백수범은 그 옥갑에 마음이 끌리는 것을 느끼며 석탁으로 다가갔 다. 그는 옥갑을 잠시 살펴보다가 손을 뻗어 만져 보았다. "음!" 차가왔다. 뼛골이 쑤실 정도로 찬 느낌이 삽시에 그의 손 끝에서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그는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이것은 전설에 나오는 만년한취옥(萬年寒醉玉)으로 된 옥갑이구나.' 옥갑은 바로 천지간의 한정(寒精)을 흡수해 이루어진 만년한취옥으로 된 것이었다. 만년한 취옥은 단단하기가 금강석보다 더했으며 항상 한기를 잃지 않는 희귀한 보옥이었다. 만년한취옥으로 용기를 만들어 물을 부으면 물이 금세 얼음이 된다는 신비한 효능 외에도 이 보옥을 몸에 지니면 정신이 맑아지는 불가사의한 효능까지 가지고 있었다. 백수범은 한동안 옥갑을 바라보다 뚜껑을 열었다. 그 속에는 한 권의 두툼한 낡은 양피지 책자와 용안(龍眼)만한 유백색 단약(丹藥), 푸른 색 옥병이 한 개, 그리고 금빛의 작은 삼각형의 깃발이 들어 있었다. 백수범은 먼저 양피책자를 집어 들었다. <전진천화경(全眞天華經)> 양피책자의 표지에는 전자체로 그같이 쓰여 있었다. '전진천화경?' 백수범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책자를 넘겼다. 첫 장에는 전진천화경에 대한 내력(來歷)이 적혀 있었다. 빽빽히 적혀 있는 서체는 역시 전자체였다. <......노부는 전진파(全眞派)의 제 십오 대 문주(十五代門主)인 구양뇌평(毆陽雷平)이다. 춘추(春秋) 원당(元堂) 팔 년(八年)에 개파(開派)한 전진문(全眞門)은 천하제일문으로 아무도 이에 대적하지 못했다.> 백수범은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춘추 원당 팔 년이라고?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근 천 년 이전이 아닌가? 전진파란 그리 알려진 문파도 아닌 것 같은데 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니.......' 그는 다음 글을 계속해 읽었다. <......노부가 육십 세에 이르러서도 전진의 일맥(一脈)은 강호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 다. 그러던 어느 날 노부는 한 명의 괴노인을 만나 우연히 비무(比武)를 하게 되었다. 그런 데 천하무적이라고 자부하던 노부는 그에게 어이없이 백 초(百招) 만에 패하고 말았다. 실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책자의 글은 당년(當年)의 실정을 기록하고 있었다. 백수범은 빨 려들 듯 읽어 내려갔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구양뇌평이 괴노인과의 비무에서 불과 백 초만에 패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에 잠겨 있자 상대방은 일진광소를 터뜨렸다. "핫핫핫핫! 노부는 천마괴로(天魔魁老)라 하며 천마교(天魔敎)의 제 사대(四代) 교주다. 앞으로 천마교는 중원천하의 주인이 될 것 이며 전진파는 이후로도 영원히 천마교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구양뇌평은 분노에 몸을 떨었으나 그에게 패했으므로 아무런 반박 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천마괴로는 한 술 더 떠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흐흐흐흐! 하지만 천마교의 성세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는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 사백 년 후가 될 것이다. 그때 무림사상 최고의 기재가 등장할 것이다. 그가 천마교를 명실공히 천하제일문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이 천마괴로는 단지 그를 기다리는 사람일 뿐이다. 알겠 느냐?" 말을 마치자 천마괴로는 즉시 사라져 버렸다. 구양뇌평은 그 말에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천마괴로조차 이기지 못했는데 사백 년 후에 그보다 더욱 강한 자가 천마교의 인물로 나온다니....... 만일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전진파는 희망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닌 가? 구양뇌평은 그만 실의에 잠겨 그 길로 무림을 떠나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후 그는 뼈 를 깎는 무공수련에 심력을 다 바쳤다. 기실 구양뇌평은 역대 전진파의 전인 중 가장 뛰어난 기재였다. 마침내 그는 각고 백 년 (百年) 만에 무공이 신화지경(神化之鏡)에 이르렀다. 실로 엄청난 증진을 이룩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도 혈육을 가진 인간이었기에 천수(天壽)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비록 전진의 무 공을 발전시켜 대성(大成)했지만 생명의 불꽃이 사그라듦에 따라 기력이 쇠진해가는 것을 어쩌겠는가? 그는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되었다. "좋다! 천마교에서 사백 년 후에 희세의 기재가 나타난다면 노부 역시 그 세월을 기약하겠다. 이곳에서 백 년을 보냈으니 앞으로 삼백 년, 그 삼백 년 후에 전진의 후예로 하여금 천마의 기재를 꺾도록 하겠다." 그 후 구양뇌평은 심력(心力)을 총동원하여 자신이 은거하던 동부 (洞府)를 다듬기 시작했다. 그것은 오직 후세에 나타날 전진의 후예를 위한 안배였다. ....... 백수범은 책자에 적힌 고사(古事)를 읽고 온통 신비한 느낌이었다. 그는 다시 책자를 읽어 내려갔다. 〈......인연이 있는 자여, 지금 그대의 시대에는 분명 천마의 전 인이 천하(天下)를 웅패하고 있을 것이다.> 백수범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천마의 전인이라면.... 혹시?' 그의 안색이 변했다.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 것이었다. '천마성(天魔城)이 바로 천마교의 후신이 아닐까? 그렇다! 틀림없다.' 그는 가슴이 크게 진동하는 것을 금치 못했다. <......결국 그대는 삼백 년의 시공을 초월하여 노부와 인연을 맺어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이 순간부터 그대는 전진파의 제 십육 대(十六代) 장문인이다. 노부의 염원은 오직 한 가지 뿐이다. 그것은 천마의 전인을 꺾어 전진(全眞)의 한(恨)을 푸는 것이다. 이 동부 안에는 노 부가 모든 안배를 이미 마쳐 놓았다. 노부가 남긴 전진천화경(全眞天華經)에는 전진파 전래 의 비전(秘傳) 무공과 백 년의 고련 끝에 창안한 노부의 비학이 기재되어 있느니라. 아울러 세 가지 물건도 남긴다. 그 중 하나는 노부 필생 모든 공력(功力)의 정화를 형성한 원정내단 (元精內丹)이며, 또 한 가지는 음식을 먹지 않고도 한 알로 능히 백 일(百日)을 견딜 수 있 는 천곡단(天穀丹) 삼십 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진천화령기를 남기노니 그것은 전진파의 장문인을 상징하는 물건이노라. 이 세 가지 물건은 그대에게 무궁한 효용이 있을 것이다. 특 히 노부가 남긴 원정내단은 그대로 하여금 불세출(不世出)의 기인(奇人)으로 만들어줄 것이 니 그대는 이 자리에서 원정내단을 복용한 후 십 년 간 무공을 수련하기 바란다. 그러나 한 가지를 꼭 명심할 것이 있느니라. 원정내단에는 노부의 모든 것이 들어가 있지만 그대의 내 공이 백 년(百年)이 안 된다거나 전진천화경의 무공을 팔성(八成) 이상 터득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만약 그대의 본원진기로 언제든 원정내단을 녹일 수 있다면 그대는 무림사상 최강의 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 읽고난 백수범은 가슴이 마구 뛰었다. 기연(奇緣)! 그것은 분명 하늘 아래 다시 없을 엄청난 기연이었 다. 말로만 듣던 기연을 그는 만난 것이었다. 백수범은 한동안 흥분을 감추지 못했으나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계속 글을 읽어 내려갔다. <......그밖에 노부는 그대가 뜻을 펼 수 있도록 중원천하의 반(半)을 살 수 있는 전진의 재 산(財産)을 남기노라. 전진의 재산은 전진동부의 어딘가에 비장해 놓았으니 그것을 잘 활용 하여 천하경영(天下經營)에 사용하기 바란다.> "중원천하의 절반을 살 수 있는 재산이라고?" 백수범은 그만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그는 고아 출신으로 평생 을 궁핍하게만 살아왔다. 그런데 천하의 반을 살 수 있는 재화가 이곳에 있다니....... 게다가 그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라니, 그는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는 계속 책장을 넘겨 보았다. <......만일 그대가 천마의 전인만 꺾는다면 노부는 구태여 전진의 율법(律法)을 그대에게 강 요하지 않겠노라. 그것은 노부가 만년에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니라. 그대가 전진의 힘으로 천하를 제패하여 어떤 일을 행하든 오직 그대의 뜻대로 하라. 모든 것은 하늘(天)의 뜻대로 될 것이라 믿느니라. 그대 전진(全眞)의 후예여! 천하의 모든 복(福) 이 그대의 한 몸에 거(居)하기를 축원하며 이만 붓을 놓느니라.> 글은 그렇게 끝을 맺고 있었다. "아아!." 백수범은 넋을 잃은 듯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이른바 광세기연(曠世奇緣)이라 불리울 만한 기연이 그에게 닿은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돌아온 엄청난 복록에 한동안 가슴이 울렁 거릴 정도였다. 그러나 일면으로는 눈시울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아아! 평생을 불우했던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전진천화경을 들고 있는 그의 손이 가늘게 경련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마음이 안정되자 마침내 전진천화경을 넘기기 시작했다. 전진천화경(全眞天火經). 그 한 권의 책자에는 실로 상상도 못할 천고(千古)의 기학(奇學) 이 수록되어 있었다. 그 기학들은 하나같이 고심막측했으며 천지 간의 조화(造化)에서 파생한 무학의 요결이 집결되어 있었다. 또한 그 절학들은 중원무림의 일반무학과는 그 흐름이 판이하게 달랐다. 백수범은 경악을 거듭하며 전진천화경을 한 장씩 살펴 보았다. 그것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상편(上篇)은 무학편(武學篇)이요, 하편(下篇)은 기환편(奇幻篇)이었다. 그 중 무학편(武學篇)을 살펴보면, 무학편에는 가히 일천 년 역사를 지닌 전진(全眞)의 모든 무학이 기재되어 있었다. 전진무학은 실상 원조(元祖)인 전진도자(全眞道子)가 남긴 이래 십오대를 내려오며 팔 성 (八成) 이상 터득한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현오막측한 비학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십오대의 구양뇌평이 대성(大成)하면서 전진무학은 더욱 발전되었다. 특히 그가 남긴 몇 가지 무학은 정심박대하기 그지없는 절학 중의 절학이었다. 기환편(奇幻篇). 엄밀히 말하면 기환편에 수록된 것은 무학이 아니었다. 기환편의 내용은 전진의 제 오대(五代) 장문인이었던 기환신로(奇幻神老)가 창안한 것으로 인간의 두뇌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온갖 기이막측한 것들이 담겨 있었다. 언뜻 보면 그것은 일종의 사술(邪術)이라고까지 생각할 수도 있는 기괴막측한 술법들이었 다. 그렇다면 기환(奇幻)이란 대체 무엇인가? 기환의 유래는 천오백 년 전 천축(天竺) 밀교(密敎)의 일맥인 아 비랍교(阿非拉敎)에서 출발했다. 이는 환상(幻像)을 이용하여 인 간의 눈과 두뇌에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환술(幻術)이었다. 그것은 천 년 전 아비랍교의 마지막 교주인 비가랍(非伽拉)이 집대성시킨 바 있었으나 아 쉽게도 그가 죽은 후에는 실전되고 말았다. 다만 그 일맥이 팔백 년 전 황하(黃河) 유역의 배교(拜敎)로 전해졌다고 하나 그 배교 또한 멸망하여 모든 것이 유실되었다. 기환신로(奇幻神老). 그는 칠백 년 전 천축을 유랑하다 우연히 한 낡은 사찰에서 비가랍이 남긴 기환다니경(奇 幻多尼經)을 얻었다. 그후 그는 기환술에 심취하여 기환다니경을 완벽히 익힌 다음 오히려 더욱 발전시켜 최고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실상 배교에서 쓰던 기환술은 허(虛)에 속하여 단지 눈속임이나 환상일 뿐이었다. 그러나 전진(全眞)으로 이어져 발전된 기환술은 그것과는 크게 틀렸다. 전진의 기환술은 허 가 아닌 실(實)이며 지고한 내공(內功)과 가혹한 수련을 통해서만 터득되는 심오한 기학이 었다. 전진기환술에는 갖가지 기기묘묘한 술법들이 있었다. - 환상전물법(幻像轉物法). 이는 인간의 육신이 나무나 바위, 흙 등의 자연적인 물체로 변신하는 환법이었다. - 천령이체술(天靈離體術). 인간의 몸을 그대로 두고 오직 영만이 빠져나가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신비한 영술이었다. - 분심환영술(分心幻影術). 마음을 둘로 나누며, 육신 또한 둘 혹은 그 이상의 분신(分身)으로 나눌 수 있는 오묘한 환 영술이었다. 이는 보법(步法)에서 출발하나 보법에 역리(易理)와 환술을 응용한 것이다. - 독심투영술(讀心偸靈術). 상대의 마음(心)을 읽으며 또한 상대의 심중을 훔치는 괴이한 술 법으로 이는 선법(仙法)을 이용한 것이다. 이밖에도 기환편에는 갖가지 기환술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 불가 사의함에 백수범은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아니, 도무지 믿기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기환편에 실린 구결은 참으로 난해했다. 또한 수련 방법 또한 이해되지 않는 것이 태반이었다. 백수범은 고개를 흔들며 전진천화경을 덮었다. '차츰 익히도록 하자. 우선은 이곳부터 돌아 보자.' 그는 전진동부 내의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동부에는 도합 다섯 개의 석실이 있었다. 그는 석실마다 가득 쌓 여 있는 기진이보와 무수한 재화(財貨)에 그만 입을 벌리고 말았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온갖 보옥과 황금, 보화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채 헤아리지도 못할 엄청난 양으로 과연 중원천지의 반을 살 수 있을 만한 값어치였다. '저...... 정말 대단하구나!' 백수범은 원래가 빈한한 출신이었다. 그러나 애초부터 재물에 대한 욕심이 없었던 그는 대충 전진동부 를 살펴본 다음 구조를 파악했다. 원래 구양뇌평은 근 십 년에 걸쳐 전진 동부를 만들었다. 그리고 전진천화경에 동부를 움직이는 기관(機關)을 상세히 적어 놓았다. 전진천화경에 의하면 구양뇌평은 전진동부에 총 삼십육 가지의 기관을 설치해 놓았다. 그 기관은 일단 작동시키기만 하면 삼십육 개의 죽음의 기관이 발 동하여 아무도 들어오거나 나갈 수 없었다. 백수범은 생각에 잠겼다. '이곳에는 내가 무공을 익힐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구나.' 그는 만년한취옥갑 속에 든 유백색 단약이 원정내단임을 알았다. 그러나 그의 눈에 얼핏 아쉬움이 스쳤다. 그는 심중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억누르며 전진천화경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모든 것을 익히려면 최소한 십 년(十年)이 소요된다. 그러나 중추절까지는 천마성으로 가야 한다. 그렇다면.......' 백수범은 눈에 이채를 번쩍이며 전진천화경을 집어들었다. 그는 결정을 내렸다. 그의 결정은 비상한 것이었다. 그것은 또한 천하에서 그가 아니면 도저히 실행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는 전진천화경의 모든 것을 암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불과 삼 일(三日). 그는 삼 일이라는 시한을 스스로 정했다. 그리고 정말 삼 일만에 전진천화경에 수록되어 있는 방대한 내용의 기학을 모두 머리 속에 집어 넣어 버렸다. 그런 연후 그는 책자를 태워버리고 떠날 채비를 갖추었다. '언젠가 다시 이곳에 돌아오자. 내가 진정한 전진의 후예라면 나 아닌 그 누구도 이곳에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설사 들어온다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백수범은 전진천화령기를 집어들며 고소를 지었다. '어쨌거나 이제는 전진의 십육대 장문인이다. 후후! 그러나 이 신 분이 요구하는 의무 또한 막중하다. 그런데 나의 내공은 현재 고작 이십 년이니.......'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정했다. '우선 원정내단을 복용하자. 연후 천마성에 들어가 틈나는 대로 전진천화경을 익히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내공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원정내단을 입 속에 넣었다. 입 안으로 들어가자 따뜻한 느낌이 들었으나 그것은 딱딱하기만 할 뿐 역시 전혀 녹지 않았다. 백수범은 그냥 꿀꺽 삼켜 버렸다. '이 천곡단은.......' 그는 옥병에 든 삼십 개의 천곡단을 전진천화령기와 함께 품 속에 갈무리했다. '훗날 쓸모가 있겠지.' 백수범은 몸을 일으켰다. '천마성으로 가자. 언젠가 다시 이곳에 오리라.' 백수범은 동부 안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이어 그는 전진천화경의 끝 부분에 기재된 대로 삼십육 개 기관을 일시에 작동시키는 중심기관을 눌렀다. 우르르--- 르르릉---! 동부 전체가 굉음과 함께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급히 통로를 따라 빠져 나갔다. 그 순간 그의 마음 속에는 오직 한 가지 일념(一念)만이 지배하고 있었다. '천마성(天魔城)! 기다려라!' 중추(仲秋)가 가까워졌다. 전 중원은 중추절의 분위기에 한껏 들뜨기 시작했다. 어느 마을이나 현성을 가도 아이들이 뛰노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상점과 객잔, 주루는 성시(盛市)를 이루고 있었다. 달은 점점 만월(滿月)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강서성(江西省) 천원평(天原平). 이곳은 무이산(武夷山)의 웅자가 눈에 보이는 곳이며 육로의 교통 이 발달하여 늘상 번화한 시진이기도 했다. 나그네들과 상인(商人)들은 모두 집으로,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두르고 있었다. 백수범은 천원평에 나타났다. 그는 객점에 들러 식사를 한 후 무이산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의 옷차림은 마의(痲衣)로 바뀌어져 있었으나 얼굴은 여전히 추악한 용모 그대로였다. 백수범은 천마성이 있는 무이산에 가까워지자 점점 야릇한 흥분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는 가슴까지 심하게 뛰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두려움과는 무관한 것으로 피가 끓고 전신이 팽창 되는 느낌, 즉 천하가 곧 자신의 손 안에 들 것 같은 포부이자 야망의 발현이었다. 관도(官道). 넓게 닦여진 대로는 무이산을 향해 뻗어 있었고 백수범은 한 발 한 발 천마성이 있는 무이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문득 그는 등줄기가 뻣뻣해짐을 느꼈다. 등 뒤로 무섭게 일어나는 찬 바람이 느껴졌다. 그것은 예리한 살기였다.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때 그의 곁을 쾌속무비한 속도로 스쳐가는 인영들이 있었다. 휘익! 휘휙! 두 명의 괴인(怪人)들이 그를 젖히고 앞으로 걸어갔다. 아니, 말이 걷는 것이지 놀랍게 빠른 속보였다. 백수범은 그들이 자신을 앞지르는 짧은 찰나 그들을 살폈다. 한 명은 깡마르고 키가 구 척이나 되었다. 그는 왼쪽 허리에 장도(長刀)를 찼으며 오른쪽 허리춤에는 한 자 정도의 단도(短刀)를 꽂고 있었다. 모두 폭이 좁은 기형도였는데 괴인은 턱이 뾰족하고 눈이 가늘게 찢어져 냉혹한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또 한 명은 그와는 대조적이었다. 뚱보인데다 단신으로 겨우 오 척밖에 안 되는 키였다. 그런데 짧은 바지를 입고는 발목에 회색천을 칭칭 감았는가 하면 팔뚝도 드러나 있었다. 어깨에는 바람막이를 걸쳤다. 그러나 이들 두 인물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이마에 머리 칼이 없다는 것이었다. 대신 뒷머리는 틀어 묶고 있어 괴이해 보였다. 그들의 의복 또한 중원에서 볼 수 없는 차림새로 다소 야만적인 기질을 풍기고 있었다. 스스스스....... 그들의 발걸음에는 소리가 없었다. 단지 옷자락 나부끼는 소리만 들렸으며 전신에서 냉막 하고 긴장된 살기를 뿜어낼 뿐이었다. 더구나 그들은 전신이 마치 한 자루의 칼날과 같 은 인상을 풍기고 있어 몹시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백수범은 내심 중얼거렸다. '저들은 중원인(中原人)이 아니구나.......' 그는 미간을 좁혔다. '혹시 저들이 말로만 듣던 왜국(倭國)의 무사들이 아닐까?'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그를 앞질러 가던 두 괴인이 우뚝 멈추어 서더니 동시에 그를 홱 돌아다 보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백수범은 그들의 눈빛이 마치 네 개의 칼날이 되어 자신 을 꿰뚫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무서운 눈빛이구나.' 그러나 두 괴인은 다시 고개를 돌리더니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백수범은 내심 생각했다. '멀고 먼 오랑캐 왜국에서 이곳까지 웬일로 왔을까? 더구나 저 자 들은 보통 무사들이 아닌 것 같은데.......' 그는 생각에 잠긴 채 계속 걸었다. 일로 일로 무이산으로....... |
첫댓글 잼 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 ㄳ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