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취임식 당시 캐딜락 드빌 세단(DTS)을 타고 있다. 차량 문짝 하나의 두께의 무게가 제트기인 보잉747과 맞먹을 정도의 방어력을 자랑했다. /USSS
1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참석한 야당(野黨)의 한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 도중 고함을 지르며 돌발 행동을 보였어요. 대통령 경호원은 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현장에서 끌어 내렸는데요. 대통령 경호에 있어 '철통 보안'은 기본이에요.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나라가 동맹국인 미국인데요. 미국에서는 비밀경호국(USSS)이라는 국토안보부 산하 기관이 대통령의 경호 임무를 관할해요. 오늘은 철통 보안을 자랑하는 미국 대통령 경호에 대해 알아봐요.
링컨·가필드·케네디 등 저격당해…
미 대통령 경호가 철통 보안인 이유는 대통령을 향한 수많은 위협 때문이에요. 역대 미 대통령 중 4명이 암살로 사망했거든요. 16대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은 1865년 연극을 보던 중 저격범에 의해 사망, 20대 대통령 제임스 A. 가필드는 1881년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어요. 이후에도 25대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까지 암살당하자, 1901년부터 USSS는 미 대통령을 비롯한 직계 가족을 '평생' 경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어요. 40년 넘게 이 관행은 이어져 왔죠.
시간이 지나면서 경호 수준은 점점 높아졌어요. 1981년,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워싱턴 D.C.에서 총상을 입었는데요. 당시 경호원들이 열려 있던 차 문을 향해 몸을 360도로 감싼 후 레이건 대통령을 문 안으로 밀어 넣은 덕분에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죠. 이를 계기로 미국은 대통령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 차 문을 열어 놓는 게 관습이 됐어요. 1963년에는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재선을 위한 선거 유세 카퍼레이드 중 총탄에 맞아 사망한 일이 있었는데요. 이후 미 대통령 전용 방탄 차량이 도입됐고, 선거 유세나 취임식 등 행사에서 카퍼레이드는 금지됐답니다.
USSS 소속 경호원 중에선 일급 저격수들이 있어요. 이들은 반경 내 암살자를 사살하기 위해 저격용 소총을 들고 경호를 서기도 해요. 예컨대 2020년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이 각종 교외 행사에 참석할 때 저격수들은 근접 경호원과 나란히 도보를 활보하며 대통령을 경호했죠.
▲ 1905년 3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취임식 당시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주변을 애워싸 경호하고 있다. /USSS
취임식에만 경호원 2만5000명 동원, 차량 열 대 이상 배치… 대통령 코드 네임까지 부여
2021년 1월, 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는 역대급 경호 시스템이 발동됐어요. 경호 인력만 2만5000명이 투입됐거든요. 미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설 땐 200명이 넘는 경호원이 따라붙어요. 미 대통령이 타는 전용 차량 '캐딜락 원'에는 특별한 기능까지 있죠. 차체를 포함한 바닥에는 강철·티타늄·알루미늄·세라믹 등이 섞인 합금 소재가 쓰여 로켓포를 막을 만큼 튼튼해요. 차 아래 폭탄이 터질 경우를 대비한 스프링클러 등 진화 장치가 있고요. 긴급 상황을 위해 수혈용 혈액과 산소통까지 비치됐죠. 문틈을 노린 저격을 방지하고자 운전석 창문은 3인치 밖에 열리지 않고요. 이 외에도 미 대통령 차량 양옆에는 디코이(Decoy)라고 불리는 두 대의 캐딜락 원 차량이 함께 이동해요. 외관부터 번호판까지 대통령 전용 차량과 판박이죠. 이는 대통령이 어디에 탑승했는지를 감추기 위한 위장용 차량이랍니다.
미 대통령 보호를 위한 '코드 네임' 제도도 있어요. 코드 네임은 대통령을 지칭하는 일종의 암호명이에요. 전화나 무전으로 연락할 때 제3자가 엿들을 것을 대비해 대통령 이름을 암호명으로 부르는 거죠. 원칙 상 발음하기가 편하고, 쉽게 기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과 그의 가족은 같은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암호명을 받아요. 예컨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암호명은 '이단자(Renegade)', 부인 미셸 전 영부인은 '르네상스(Renaissance)', 두 딸은 '장미 봉우리(Rosebud)' '광채(Radiance)'였답니다.
시력 1.0 이상, 대학 평균 학점 3.0 넘어야 美 경호원 된다
USSS 소속 경호원이 되려면 21~37세 미국 시민권자여야 하며, 운전면허증은 필수예요. 양쪽 시력은 1.0 이상, 3년제 이상 대학 졸업장과 평균 학점 3.0 이상을 보유해야 하고요. 경호원이 되면 워싱턴 D.C. 인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교육을 받으며 몇 달에 걸친 테스트를 거치게 되는데요. 거짓말 탐지기 등을 통한 신원 조회를 거쳐 범죄 수사 훈련, 혹독한 신체 훈련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해야 합니다. 대통령 전용 차량을 담당하는 경호원도 선발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해요. 예컨대 방어 운전법으로 알려진 'J-턴 운전법'을 마스터해야 하는데, 이는 전속력으로 달린 직후 180도 방향으로 차량을 돌려 달리는 운전 기술입니다. 회피 기동은 물론, 세계 각지의 도로 특성을 모두 꿰뚫는 운전 기술도 수련해야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