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 입구인 광교역 또는 그곳과 조금 떨어져 있는 반딧불 화장실이라는 곳을 출발하여 청계산 아래 화물터미널까지 걷다 보면 5개의 산을 지나고 또 여러 봉우리들을 지납니다. 이름하여 광청종주 또는 청광종주라고 합니다. 그런데 디지털 지도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트랭글 뱃지를 주며 봉우리임을 알리는 곳이 한 군데 있는데 영신봉이라는 곳입니다. 이름이 조금 촌스럽기는 한데, 어쨌든 그곳에 가면 봉우리 이름을 적은 코팅된 종이가 붙어 있습니다. 청계산에서 하오고개 다리를 건너서 안테나까지 치고 올라가면 길이 좌우로 갈리는데 길이 왼쪽으로 가면 성남 누비길 태봉산 방향이고, 오른쪽은 광교산과 연결되는 우담산으로 가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우담산 방향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영신봉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모르겠지만 이곳에는 광고문이 하나 붙어 있었는데 아주 눈길을 끄는 광고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광청종주 (또는 청광종주) 왕복 trekking을 하는 동호회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그것을 보면 저절로 나오는 말이 있었습니다. 아니~ 광청종주도 힘든데 그것을 왕복하는 것이 가능해? 그 광고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왜냐면 청광종주가 대략 23~24킬로이기 때문에, 왕복이면 48킬로로 거의 50킬로에 육박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화대종주를 걷다 보니 광청종주 왕복 trekking 하는 의문이 풀렸습니다. 화대종주 거리가 광청종주의 왕복 거리와 유사하기 때문이었습니다. Trekking 앱마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화대종주 거리가 대략 46~47 킬로 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서울 근교에서 화대종주를 경험하려면 광청종주 왕복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운무에 쌓인 전왕봉을 하산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갑니다. 겹겹이 펼쳐져 있는 산을 보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것은 온전히 하늘의 뜻. 오늘 내내 산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눈 앞에 있는 나무라도 제대로 보고 가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구름이 빠르게 흘러갑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카메라의 노즐을 장시간 열어 놓고 구름이나 별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짧은 시간에 보여주곤 한데, 거의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매 초마다 풍경이 바뀌었습니다. 구름이 매우 빠르게 흘러갑니다. 얼마나 높이 올라와 있는지 실감도 나도, 또한 다이내믹한 풍경의 변화가 멋집니다. 물론 습기를 머금은 운무 때문에 풀섶은 푹 젖어 있습니다.
앞에 있는 제석봉도 가려졌다 열렸다하는 시퀀스가 반복됩니다. 잠시 눈을 떼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지리산 봉우리는 천왕봉과 토끼봉, 그리고 반야봉을 빼면 대부분 지나가다 만나게 됩니다. 탐방로만 열려져 있기 때문에 실제 봉우리 정상까지는 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저 트랭글이 울릴 때, 아하~ 또 다른 봉우리를 지나는구나 하고 알 수 있습니다.
장터목 대피소로 부지런히 걸어 갑니다. 바로 코 앞에 있는 안내목도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 먼 산을 보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요?
머리 위를 바라보면 분명 맑은 날씨입니다. 하지만 야트막하고 시꺼먼 운무는 산에 내려 앉아 있습니다. 푸른 하늘을 보니 그나마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고 위안이 됩니다. 새벽에 출발하여 푸른 하늘을 본 것이 처음입니다.
고사목 지대입니다. 이곳을 지나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왜 고사목 지대가 생겼는지 사연을 알기 때문입니다. 처음 이곳에 온 산객들이라도 안내판을 읽으면 비슷한 감정이 생길 것 같습니다. 5월 초에 보았을 때와 달리 초록 빛이 많이 짙어졌습니다.
장터목 산장으로 가는 돌길을 걸어 내려갑니다. 이 길을 내려 걷는 것이 참 편합니다. 늘 올라오던 길이었는데요. 장터목 산장에서부터 바로 급경사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길이든 정뱡항과 역방향으로 걸어봐야 조금은 더 그 길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운무에 갇힌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대원사부터 10킬로 조금 넘은 거리를 걸은 것이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반 정도는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앞으로는 계속 대피소만 바라보고 갈 것이고, 그 대피소간 크게 어려운 구간은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군데 조금 힘들 것 같다는 지점은 토끼봉입니다. 그곳만 잘 지나면 8부 능선은 넘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비로소 빈 패트병에 물을 채워 넣습니다. 그 다음 샘터는 세석 또는 선비샘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하나를 채울까 둘을 채울까 고민하다고 일단 두 병 모두 채우기로 했습니다. 일단 패트병 하나 가득히 물을 채워 뱃속에 부어 넣고, 그리고 다시 물을 채워 넣었습니다. 그리고 툇마루 같은 쉼터에서 빵도 먹었습니다. 장터목 대피소의 툇마루는 나름 애용하는 장소입니다. 이곳에 오면 늘 한번은 엉덩이를 붙이고 가게 됩니다. 설악산 중청 대피소의 툇마루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피소에서 아래쪽으로 한 10미터 내려가면 이런 멋진 수도가 있습니다. 물맛이 좋은데,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은 중산리 방향에 있는 벽계사의 샘터 물입니다. 그곳은 콸콸 수준. 지리산 종주를 물맛 비교를 해보면서 걸어보는 것도 나름 테마성 trekking으로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러려면 노고단부터 열심히 물맛을 보고 걸어야겠지요.
걸어온 제석봉 천왕봉 방향을 바라 봅니다. 바로 코 앞인데도 짙은 운무에 쌓여 있습니다. 다시 걸어 올라가라면 못 갈 것 같습니다.
대피소 위로 보이는 푸른 하늘이 조금은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저 위는 저렇게 푸른데 왜 이 곳은 이럴까? 싶은 생각입니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음을 다시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빵을 맛있게 먹고 이제 다시 일어나서 걸어야 할 시간입니다. 정비는 그 다음을 걷기 위한 준비이죠. 늘 그렇지만…
대피소 현판을 다시 한번 눈에 넣어 둡니다.
언제 다시 오게 될지 모르니, 뒤를 돌아보고 두 번째 대피소를 지납니다. 치밭목 대피소, 장터목 대피소를 지났습니다. 이제 세석 대피소를 향해 갑니다. 장터목 대피소와 세석 대피소는 별로 멀지 않습니다. 대략 3 킬로 조금 넘습니다. 멀지 않음을 아니 힘차게 걸어갑니다.
정방향으로 걸을 때와 달리 역방향으로 걸으니 바위 풍경도 새롭습니다. 이런 구경이라도 열심히 하고 가야죠.
기암괴석도 보고 야생화도 보면서….
빠르게 지나가는 운무, 그리고 세찬 바람 때문에 나무들이 안쓰러워 보입니다. 바람 때문에 균형을 잡지 못하고 한쪽으로 가지들이 기울어진 모습입니다. 지리산 같은 기후의 변화가 심한 곳에 있는 나무들이 행복한 것일까 아닐까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집 뒤 자그마한 동산에 있는 나무들이 더 행복한 것인지도… 사람이 살기 어려우면 자연도 그럴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고사목도 한번 눈에 넣고. 하지만 이미 죽은 나무이기 때문인지 살아 있는 나무보다는 덜 안스럽습니다.
비는 오지 않으나 물을 잔뜩 머금은 운무 때문에 바위 위가 미끄럽습니다. 이번 trekking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이런 미끄러운 바위였습니다. 한번 미끈덩 해서 다치면 만사 허사입니다. 안전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비오는 날에 북한산을 가지 않은 이유는 벼락과 바로 미끄러운 바위 때문입니다. 습기 때문에 등산화 바닥과 바위 사이의 마찰 계수가 줄어들면 미끄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제가 경사진 바위에서 많이 미끄러진 경험이 많아서, 신경이 몹시 쓰입니다.
꼭 복돼지처럼 생겼습니다. 저금통 모양이죠. 북한산 비봉의 코뿔소 바위도 비슷한 것 같고, 또한 북한산 둘레길 옛성길의 초입에서 만나는 바위와도 비슷합니다. 기울어진 돼지 모습 같아서 앙증맞습니다. 이번 여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바위였습니다. 천왕봉보다 더~
돌길을 걸을 때마다 늘 그런 생각을 합니다. 힘들다고 하지 말자. 이 길을 놓은 사람을 얼마나 힘들었을까? 뭐~ 그런 생각입니다. 북한산성 16성(또는 12~13성)을 걸을 때도 산성을 놓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힘이 좀 덜 듭니다. 결국 trekking은 멘탈이라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촛대봉을 지납니다. 세석평전 좀 구경해볼까 싶은 마음은 싹 없어집니다. 바로 앞에 있는 촛대봉도 저런 지경인데요. 암튼 생각보다 빨리 세석평전과 세석 대피소에 도착을 했습니다. 지리산 종주, 물론 힘들지만 어떻게 재미있게 걸을까 하는 시나리오를 갖고 가면 재미있게도 걸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맛 찾아서 가도 좋고, 대피소 구경도 좋고. 대피소 간 거리도 적당히 떨어져 있어서 대피소를 목표로 해서 걷기 좋은 것 같습니다.
조릿대 잎사귀가 푹 젖었습니다. 긴 팔 긴바지를 입고 오길 잘 했습니다. 아니 산행이라면 무조건 긴팔 긴바지를 입어야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반팔 반바지를 입고 다닌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무조건 긴 것을 입습니다. 자연이라는 것이 마냥 “순하지는” 않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차가운 이슬과 물을 쓸고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반바지를 입고 온 사람들은 조금 고생을 할 것 같습니다. 안내 산악회에 같이 동승한 사람들 중 반바지가 많았습니다. 물론 전문가이겠지만…
세석 대피소는 그냥 패스합니다. 밥을 먹은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또한 물도 아직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풍경이나 좋으면 앉아 있다가 갈터인데, 풍경도 운무 때문에 보이지 않으니 앉았다가 갈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통과합니다.
전형적인 지리산 등로의 모습입니다. 돌길, 조릿대, 그리고 젖어 있는 잎사귀들… 걷기 마냥 편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운치가 넘치는 길입니다. 이런 길을 좋아합니다. 가뜩이나 좋아하는 조릿대가 길 양쪽으로 풍성하게 있기 때문입니다.
단풍 모양의 잎사귀도 물에 푹 젖어 있습니다.
이제 다음 대피소인 벽소령 대피소로 향합니다. 세석 대피소와 벽소령 대피소는 대략 6킬로 조금 넘게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둘 사이가 조금 멉니다. 그런데 물 걱정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면 선비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래서 지리산은 참 좋습니다. 대한민국의 어느 산도 이렇게 딱딱 맞추어서 샘이 있는 곳이 있을까 싶습니다.
철 계단을 내려서 운무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대둔산의 철계단도 언젠가 한번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거기 철계단은 지린다고 하던데요.
벌써 낙엽이 있었습니다. 정상 부근의 체감 온도가 영상 8~10도. 그러니 기온상으로는 이미 가을이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리산의 단풍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내장산만큼 화려하지는 않겠지만 기본빵 이상은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정말 내리막 계단이라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깁니다. 이런 길을 늘 올라 왔다고 생각하니 어질어질 합니다. 사람이란 목표가 원대해도 적당히 보이는 곳에 있어야 주눅 들지 않고 목표를 향해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멀리 있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 시도도 해보지 않고 포기를 할 것 같습니다. 모르니까 지르지~ 알면 안지르지~ 하는 이야기가 참 와닫습니다. 이렇게 길 길임을 알았으니, 다음에 순방향으로 걸을 때 제대로 걸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칠선봉에 도착했습니다. 바위 모습이 워낙 특이해서 영선, 영신~ 연하~ 등 연, 영 시리즈의 지리산 봉우리 이름보다 확실히 각인이 잘 되어 있는 봉우리입니다. 지리산 종주로에서 만나는 15~16개 봉우리를 처음에는 나름 외었었는데 나중에는 다 잊어버리고 했습니다. 걸으면서 봉우리가 지나면 지나는가보다~ 하고 허허로운 마음으로 걷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름이란 단지 사람들이 붙여 놓은 상징에 불과한것이겠지요? 서로들 소통을 하려고… 마치 사람 이름처럼. 하지만 이름이 무엇으로 불리던, 존재 자체는 그대로 하나이니까. 특히 산은 더욱 그렇겠지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돌길, 그리고 고개 등. 무슨 stargate를 통과하는 것 같은 영광스러운 모습도 보았습니다. 저 위는 마치 다른 세계. 도솔천을 지난 딴 세상 등.
선비샘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선비샘까지는 조금 더 가야 하는데 이곳의 전망이 참 좋은데 아쉽습니다. 이곳에서 앞에 펼쳐진 겹겹의 산 풍경을 보면 지리산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으니 이곳도 스킵을 합니다. 운무 때문에 쉼이 줄어드니 걷는 시간이 줄어드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앞에 2 사람이 물을 마시고 있어서 잠시 기다리고 있다가 물을 마십니다. 그리고 다음 사람을 위해서 바가지를 잘 기대어 놓았습니다. 물이 잘 채워지도록. 여기에는 고난도(!) 테크닉이 필요했습니다. 그냥 하니까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옆에 수질 검사표가 있는데 보지 않았습니다. 좋든 나쁘던 어차피 마실 물이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원추리가 피어 있었습니다. 덕유산의 원추리도 다 졌을 것 같은데요.
몇 십 미터 앞은 완전 구름 속입니다.
이 돌길을 만나면 벽소령 대피소에 거의 다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세석 대피소와 벽소령 대피소대 먼 것 같지만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금세 옵니다. 그리고 벽소령 대피소 근처의 1~2킬로는 길도 좋습니다. 크게 업다운도 없습니다.
낙석 주의하라고 늘 방송을 합니다. 인감지 센서가 있어서 사람이 지날 때면 자동 방송이 나옵니다. 동물이 지나갈때도 그렇겠지요? 그럼 동물들이 놀랄 것 같습니다.
벽소령 대피소의 이 반듯한 길을 걸을 때면 늘 기분이 좋습니다. 지리산 종주로 중에서 이렇게 반듯한 정비된 길은 이곳이 거의 유일무의하기 때문입니다. 거의 명동과 강남 수준입니다.
벽소령 대피소야 빨리 나와라~ 그렇게 외치지 않아도 이 길만 통과하면 벽소령 대피소가 금새 나타날 것 입니다.
드디어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을 했습니다. 제가 애용하고 있는 대피소입니다. 이곳에서 밥도 먹고 제대로 휴식도 하고. 물도 있는데, 물을 뜨려면 한참 내려가야 해서 그것은 꼭 필요 할 때만 합니다. 그런데 선비샘이 얼마 멀지 않아서 이제는 벽소령 대피소의 샘터를 거의 이용하지 않습니다.
벽소령 대피소에는 오직 1사람의 산객만이 있었습니다. 밖도 그렇고 안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조용하게 두 번째 빵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산 모양 같기도 하고 벽소령 대피소의 지붕 모양 같기도 한 이 모습이 참 근사합니다.
식사를 할 수 있는 안쪽도 둘러 보았는데 아무도 없네요.
바깥의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서 빵을 먹습니다. 그리고 걸어온 방향의 풍경을 감상합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 때문에 앞의 봉우리가 보였다 보이지 않았다를 반복합니다. 거의 초 단위로 풍경이 바뀝니다.
조용한 풍경입니다. 성중종주를 할 때면 대략 8시쯤 벽소령에 도착하곤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대피소 중 하나입니다.
이제 연하천 대피소를 향해 걸어갑니다. 벽소령과 연하천 대피소는 대략 3.5킬로 조금 더 떨어져 있습니다. 이곳도 길이 좋아서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업다운은 해야겠지만요.
형제봉에 왔습니다. 바위 아래 살짝 보이는 안내목을 보니 반갑습니다.
앞 산이 살짝 보일락 말락 합니다. 구름 장막이라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계속되는 조릿대 길….
단풍인지 아니면 벌레 때문인지 이파리가 벌써 노랗습니다.
익숙한 고사목에게도 인사를 하고….
또 바위를 지나가고 절벽 사이를 통과합니다.
연하천 대피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자주 다녀서 그런지 길이 그리 멀어 보이지 않습니다. 반가운 대피소 이름들입니다.
거의 다 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연하천 대피소보다는 그 뒤쪽에 있는 토끼봉에 눈이 가네요. 역시 조금은 컬러가 다른 탐방로 정보가 나와 있습니다. 오늘 토끼봉만 잘 넘으면 어렵지 않게 종주를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하천 대피소 부근도 정비가 잘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조금은 다듬어진 길이 나오면 대피소에 가까이 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려줍니다. 평평한 길을 만나면 저절로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튀어 나옵니다.
야생화 밭을 지납니다. 작지만 알록달록 참 예쁩니다.
첫댓글 낯익은 이름들 정말 지리산 종주 성취감이 남다르지요. 대화 종주까지 끝냈으니 다음 길이 기대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화 종주가 거의 최종 목적지 같아서 다음에 어떤 길을 갈까? 아니 갈 수 있을까? 조금 헤깔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계속 길을 이어 가야 하기에 조금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곰탕을 찐하게 끓이셨군요.
그래도 비가 오지 않아 다행입니다.
천왕봉에서 벽소령 까지만 와도 안심이 되지요.
몇전에 벽소령 대피소에서 1박을 하는데 대피소 안은 넘 더워서 밖에 나와 간이 식탁 위에서
모포 한 장 덮고 자는데 밤에 이슬이 너무 많이 내려 비 맞은 듯 하여 안으로 들어와서
잠을 잔 기억이 떠오르네요.
연하천에도 물이 많은 곳이지요.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은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일상이 지루하고 나름 심적으로
삶이 힘든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그래서 연하천 대피소 벽에 붙어있는"행여 견딜만 하면 오지 마시라"
한 귀절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고된 산행으로 얻어지는 큰 도움과 위안을 받으려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언제 또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종주 산행은 점점 자신이 없어 지는데 슬퍼 집니다.
멋지게 성공하신 대화 종주 대리 만족하며 눈이 선한 곳곳의 모습들 즐감하며
다시한번 축하 드립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가끔 지리산을 찾아 나서는 것을 보니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 연하천 대피소에 갈 때 마다 가곡 선생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보통 북적이던 연하천이 텅 비어 있으니 이런 경험도 처음이라서 너무 좋았습니다.
탐방로를 오가면서 대피소에서 밤을 보낸 사람들을 여럿 만났습니다. 아이와 같이 올라오신 분도 계시고, 또한 산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처자를 데리고 올라오신 분도 계셨습니다. 코로나가 해제 되어서 이제는 대피소에 숙박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천천히 걸으시더라도 지리산을 다녀오실 수 있는 기력이 충분하십니다. 언제 견딜 수 없을 때가 아니더라도 다녀오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 뒷모습 멋지십니다. 저 길을 저도 걸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소그미님!
지리산 종주의 훈련장이라는 청광종주 코스가 회상됩니다~
언젠가 천왕봉에 올랐는데 사방이 운무에 감싸있어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운무가 사라지고, 멋진 풍광을 잠시나마 열어주었던 추억이 있는데 고산지대에서 늘 이런 현상들이 반복되어 은근히 기대도 하게됩니다~
미끄러운 물먹은 바위길을 오르내리는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세석과 벽소령대피소를 거쳐 연하천대피소도 많은 산객들이 즐겨 머물고 가는 곳이지요~
반갑게 산객을 맞아주는 주황색 동자꽃에 눈길이 갑니다~
네 그런 경험들이 많으시더라구요. 그래서 은근히 기대했는데 이건 바랄 수준이 아니라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천왕봉 아래에 몸을 기대고 계신 사람들이 모두 그런 미라클을 기대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가장 고생한 포인트는 바로 미끄러운 바위였습니다. 가뜩이나 바닥이 닯은 등산화라서요. 아마 젖은 환경을 미리 알았더라면 좋은 등산화를 신었을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잘 다녀왔지만 사실 낡은 등산화로 산행은 별로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도 지리산에 많은 추억을 갖고 계시네요. 다녀오신 분들만이 나눌 수 있는 경험이라서 즐겁고 행복합니다.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