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기고 맛도 으뜸인 도미
초봄이 제철인 생선으로는 도미, 조기, 준치, 가자미, 밴댕이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첫째로 꼽는 생선이 도미이다.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겨울잠을 자다가 얼음이 녹고 물이 따뜻해지면 깨어나 알을 낳는다. 알을 낳기 위해 새우, 문어, 낙지, 섭조개, 해모충, 성게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기 때문에 삼사월에 잡히는 도미가 살도 많고 지방질이 올라 가장 맛이 좋다. 아귀가 못생긴 생선의 대명사라면, 도미는 잘생긴 생선을 대표하는데 생김새 못지않게 맛도 으뜸이다.
홍선표는 『조선요리학』에서 “도미는 원래 사람에게 길들이기 쉬운 고기이며 유연한 것이면 무엇이든 잘 먹는다. 물이 너무 차면 힘을 못 쓰고 먹는 것도 싫어하고 만사를 귀찮아한다. 그래서 겨울잠에서 깨어나 무엇이든 탐식하므로 가장 맛있고 영양이 많은 시기는 봄철에서 알을 낳는 여름철 사이”라고 하였다.
도미는 예부터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나 사돈집에 보내는 이바지 음식으로 많이 썼는데, 이때는 도미의 모양을 그대로 살려서 구이나 찜을 한다. 살이 희고 단단하며 담백해서 어떻게 조리하든 맛이 좋으며, 싱싱한 것으로 회를 뜨면 쫄깃쫄깃하여 광어회와 더불어 별미로 꼽는다. 소금구이나 전골, 탕도 맛있다. 얼큰한 매운탕보다는 미나리나 쑥갓 등 향기로운 채소를 넣어 맑게 끓여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
도미로 찜을 하려면 통째로 2~3cm 간격으로 어슷하게 칼집을 내어 절였다가 다진 고기를 채워서 쪄내어 지단이나 버섯 고명으로 장식한다. 『술 만드는 법』에서는 “도미를 깨끗이 다루어 파와 미나리를 넣어 쓴다”고 하였고, 『이씨음식법』에서는 “도미를 잘게 칼집을 내어 초고추장을 개서 바르고 석쇠에 기름을 발라 구운 후 달걀을 끼얹어 다시 구워 큰 냄비에 담아 끓인다. 장국에 국수를 토렴하고 채소를 섞어 갖은 양념을 한다”고 하였다. 특이하게 고추장 간을 하여 국수를 말았다.
도미로 만든 우리 음식 중에 가장 공이 많이 드는 것이 도미국수(도미면)이다. 살을 떠내어 크게 토막을 내서 전을 부치고 전골틀에 고기, 버섯과 함께 담아 신선로처럼 고명을 얹어서 끓이고 나중에 국수를 넣어 끓여 먹는다.
『조선요리학』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성종 때 오랑캐가 함경도 일원을 때때로 침입하여 무고한 양민을 못 살게 굴어 그곳 백성은 물론 조정에서도 큰 근심이었다. 여러 궁리 끝에 허종(許琮)에게 의주에 진영을 두고 국경을 수비하게 하였다. 허종이 군사를 거느리고 의주에 도착하자 그곳 백성들이 환영하며 그를 위해 특별히 음식을 만들었는데 도미에 갖은 양념을 한 음식이었다. 허종이 먹어 보니 서울에서도 맛보지 못한 희한한 맛이어서 음식 이름을 물으니 백성들이 말하기를 “이 음식은 장군을 위해 처음 만들었으므로 아직 이름이 없습니다.” 하였다. 허종은 술과 기녀를 좋아하기로 이름이 난 사람이다. 그 말을 듣더니 “이 도미 음식의 맛이 과연 훌륭하니 술과 기녀보다 몇 배 낫다.” 하였다. 여기서 기생보다 더한 즐거움을 준다 하여 ‘승기악탕(勝妓樂湯)’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런데 『규합총서』에 소개된 ‘승기악탕’은 닭찜을 말하고, 고종 때 잔칫상에 올라간 ‘승기아탕’은 숭어와 여러 가지 고기로 만든 탕이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과 『조선요리제법』의 ‘선기야탕’은 도미가 아니라 숭어로 만들었는데 재료는 다르지만 만드는 법은 도미국수와 거의 같다.
일본의 『요리물어(料理物語)』(1647년)나 『조선의 국명에 따른 물명고(物明考)』에 보면 우리의 도미찜이 도쿠가와 시대에 조선 통신사가 데리고 간 조선의 요리사가 일본에 전해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도미는 참돔, 황돔, 흑돔(먹돔), 옥돔, 자리돔, 감성돔 등 종류가 다양한데, 봄철 붉은빛을 띠는 참돔을 제일로 친다. 황돔은 참돔보다 맛은 덜하지만 값이 싸다.
옥돔은 큰 것은 40cm 이상 되는데 클수록 맛있다. 흰색, 붉은색, 노란색이 있으며 맛은 흰색이 가장 좋다. 남해와 제주도 연안에서 잡히며 바다 속 모래 바닥에 구덩이를 파고 생식한다고 한다. 살에 수분이 많아 부드럽고 달며 지방이 적어 담백하다. 대개는 소금에 절였다가 말려 구이를 하지만 현지에서는 싱싱한 것으로 미역이나 호박을 넣고 국을 끓이며 별미이다.
자리돔은 다 커도 길이가 15cm밖에 되지 않는 작은 생선이며 타원형으로 납작하게 생겼다. 제주도에서는 물에 된장을 풀고 살을 잘게 저며서 풋고추, 미나리, 부추, 깻잎 등을 썰어 한데 섞어서 말아먹는다. 이를 ‘자리물회’라 하는데 원래는 먹을 것이 마땅치 않은 무더운 여름에 자리 썬 것을 푸성귀와 함께 된장물에 말아서 먹던 구황식인데 지금은 별미 향토 음식으로 꼽힌다. 가시가 많아서 잘 긁어서 회를 해야 하고, 소금에 절여 젓을 만들기도 한다.
조리법
도미면
도미로 만드는 음식 가운데 가장 공들여 만드는 음식이 바로 이 도미국수이다.
도미면
재료(4인분)
쇠고기(사태, 양지머리) 300g, 도미 1마리, 쇠고기 50g, 두부 50g, 달걀 5개, 석이 5장, 마른 표고 3개, 다홍고추 1개, 당면 30g, 호두 3개, 잣 1작은술, 밀가루·지짐가루·소금·후춧가루·청장(재래식 간장(국간장)) 적량, 쑥갓 40g
(가) 소금 1작은술, 다진 파 2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사태나 양지머리는 덩어리째 물에 씻어서 물 10컵을 끓이다가 넣어 연해질 때까지 삶아서 납작납작하게 썰어 양념하고 육수는 소금과 청장(재래식 간장(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2. 곱게 다진 쇠고기와 으깬 두부를 합하고 (가)의 양념으로 고루 주물러서 지름 1.2cm의 완자를 빚는다.
3. 도미는 비늘을 긁고 내장을 빼서 머리와 꼬리는 남긴 채로 살을 크게 포를 뜬다.
포는 폭을 4cm 정도로 어슷하게 썰어 소금, 후춧가루를 뿌린다.
4. 석이는 더운물에 불려 손으로 비벼 안쪽의 이끼를 깨끗이 손질하여 곱게 다진다.
달걀 3개를 흰자와 노른자로 나누어 소금을 조금 넣어 잘 푼다. 흰자는 반으로 나누어 흰색 지단과 다진 석이를 넣은 석이 지단으로 하고, 황색 지단도 부친다.
5. 미나리는 잎을 떼고 다듬어서 길이를 맞추어 가는 대꼬치를 꿰어 네모지게 한 장으로 만들어 밀가루를 묻히고 푼 달걀에 담가서 번철에 양면을 지져 낸다. 생선살도 전유어로 지지고 고기 완자도 옷을 입혀서 번철에 굴리면서 지진다.
6. 표고는 큰 것으로 물에 불려 기둥을 떼고, 다홍고추는 갈라서 씨를 뺀다.
7. 호두는 더운물에 불려서 속껍질을 벗기고, 잣은 고깔을 떼어 놓고 지단, 미나리 초대, 표고, 다홍고추는 2.5×4cm 정도의 골패형으로 썬다.
8. 운두가 낮고 넓은 냄비나 전골틀에 삶은 고기를 담고, 위에 도미를 원래의 모양대로 모아 담는다. 주위에 지단과 완자 등을 돌려 담고 육수를 부어 끓인다.
9. 당면은 더운물에 불렸다가 짧게 끊어 ⑧이 끓으면 쑥갓과 함께 넣어 잠깐 익힌다.
도미찜
잘생기고 맛도 으뜸인 도미는 예부터 귀한 손님 대접이나 사돈집에 보내는 이바지 음식으로 많이 썼다.
이때는 도미의 자태를 그대로 살려 구이나 찜을 해 보냈다.
도미찜
재료(4인분)
도미 1마리(600g), 쇠고기(우둔) 100g, 마른 표고 3개, 석이 4장, 달걀 2개, 쑥갓 40g, 당근 60g, 실고추 약간, 식용유·소금 각 적량
(가) 소금 1큰술, 흰 후춧가루 약간, 청주 2큰술
(나) 간장(진간장) 1큰술, 설탕 ½큰술, 다진 파 2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깨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도미는 비늘을 긁고 내장을 깨끗이 꺼내어 손질한 다음 양면에 칼집을 2cm 정도의 간격으로 어슷하게 넣고 (가)의 소금, 후춧가루, 술을 고루 뿌려 놓는다.
2. 쇠고기는 곱게 다져서 반 분량을 (나)의 양념장을 만들어 고루 주물러서 도미의 칼집 사이에 고루 채워 넣는다.
3. 달걀은 황백을 나누어 지단을 부쳐서 폭 1.5×3cm 정도의 골패형으로 썬다.
4. 표고는 불려서 기둥을 떼고 석이는 더운물에 불려서 안쪽의 이끼를 깨끗이 문질러 씻고 골패형으로 썰어 소금, 후춧가루, 참기름으로 고루 무친다.
5. 쑥갓은 다듬어서 4cm 길이로 자르고, 당근은 골패형으로 썰어 소금물에 데친다.
6. 접시에 머리가 왼쪽, 배가 앞쪽으로 오게 담고 실고추를 얹어 쇠고기로 완자를 만들어서 김이 오르는 찜통에 넣어 속이 익을 때까지 찐다.
7. 한김 식힌 후에 새 접시에 도미찜과 준비한 고명을 색색이 얹는다.
은어에서 강등된 도루묵
도루묵은 급한 강 물결을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는다. 그런데 그렇게 날쌔고 힘찬 물고기의 살이 맛없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함경도에서 도루묵을 은어라고 부르게 된 유래를 보면 흥미롭다. 옛날에 ‘묵’이라는 물고기가 있었는데 비린내가 별로 없어 먹을 만하였으나 감칠맛이 적어 별 인기가 없었다. 조선 때 선조가 함경도로 피난을 가서 이 묵을 먹게 되었는데 천하일미라 하면서 묵이라는 이름은 당치 않으니 앞으로는 은어라 부르라고 명하였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궁중에 돌아와 이 고기를 먹어 보니 옛 맛이 아닌지라 도로 ‘묵’이라 하라고 하여 ‘도로묵’ 또는 ‘도루묵’이 되었다는 것이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이야기다. 그러나 정사(正史)에는 선조가 함경도로 피난 간 적이 없으니, 근거는 없는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함경도 사람 가운데는 도루묵을 은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도루묵은 길이가 15~25cm 정도이며, 등쪽이 황갈색에 흑갈색의 반점이 있고 배쪽은 은백색이다. 입이 크며 비늘이 없고 알은 담황색이나 녹색으로 난막이 유난히 두꺼워서 씹으면 뽀득뽀득 소리가 난다. 동해에서 주로 잡히며, 감칠맛은 없지만 절였다가 기름에 바싹 지지거나 조림을 하면 맛있다. 구워서 따끈할 때 머리를 떼면 뼈도 함께 빠져 먹기도 좋다.
도루묵조림을 하려면 신선한 도루묵을 내장과 머리를 떼고 무를 나박나박 썰어 냄비에 깔고 도루묵을 한 켜 펴고 다진 풋고추와 파, 마늘, 생강을 넣은 양념장을 고루 끼얹어서 물을 약간 붓고 조린다.
조리법
도루묵이라는 이름은, 조선 시대 선조가 전쟁 중에 ‘묵’이라는 생선 맛이 너무도 좋아 ‘은어’라 불렀는데 나중에 환궁하여 다시 먹어 보니 옛날의 그 맛이 아니어서 도로 ‘묵’이라 했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도루묵백숙
도루묵
재료(4인분)
도루묵 8마리, 소금 1½큰술, 물 2컵, 참기름 1작은술
(가) 간장(진간장) 4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½큰술, 깨소금 ½큰술, 고춧가루 ½작은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싱싱한 도루묵을 내장을 빼고 소금을 뿌려서 2시간쯤 두어 충분히 절여지면 건져서 물기를 뺀다.
2. 냄비에 물을 붓고 끓으면 참기름을 넣어 팔팔 끓이다가 도루묵을 차곡차곡 넣어 끓인다.
3. 도루묵이 뽀얗게 익으면 큰 그릇에 국물째 담는다.
4. 덜어 먹는 접시를 각각 준비하여 한 마리씩 덜어서 (가)의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