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궁인,사마달] 천마성 天魔城(2권) 20. 책략(策略)·정략(政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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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장 책략(策略)·정략(政略)


                               ①

 제왕각(制王閣).

 천마성에서 무상의 지위를 상징하는 오각(五閣) 중 천마성주의 첫
 째 제자 금천성(金天成)이 머무는 곳. 

 제왕각은 다른 사각에 비해 특히 웅장한 규모였다. 

 주위에는 질서있게 배열된  화원이 가꾸어져 있었다. 이곳은 천마
 성의 절정고수들인 백 명의 금의수호무사대가 주야로 물 샐 틈없는 경비를 하고 있었다. 

 금천성은 제왕각 내의 커다란 대전 안에서 태사의에 앉은 채 홀로 
 깊은 명상에  잠겨 있었다. 미간이 가볍게  찌푸려져 있는 것으로 
 미루어 그는 무엇인가 심각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대전 밖에서 가벼운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한 명의 중년인(中年人)이 들어왔다. 

 그는 전신에  흑의(黑衣)를 입고 있었는데  기이하게도 얼굴, 목, 
 손 등 밖으로 노출된  피부도 완전히 검은 색이었다. 체격도 우람
 하여 마치 흑철신(黑鐵神)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묵룡철심(墨龍鐵心) 흑강(黑剛). 

 이것이 그의 명호로 그는 금의수호무사대의 통령(統領)이었다. 그
 의 허리에 감긴 금색의 띠가 바로 그러한 신분의 표식이었다. 

 그는 무공이 가히 신화경으로  알려져 있는 최절정 고수이자 금천
 성의 심복이었다. 

 "대공자님."

 묵룡철심 흑강은 대전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태사의에 앉아 있던  금천성의 표정이 갑자기 부드러워졌다. 그것
 은 그에 대한 두터운 신임도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냐? 흑강."

 흑강은 공손히 아뢰었다.

 "성주님께서 부르십니다."

 "사부님께서?"

 금천성의 안면에 의혹이 드리워졌다.

 "무슨 일인 것 같으냐?"

 흑강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모르겠습니다."

 금천성의 눈썹이 가볍게 찌푸려졌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그는 가
 슴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웬일일까? 요즘 들어 매우 심기가 불편하니.......'

 그는 태사의에서 일어섰다. 그는 일체의 기우(杞憂)를 털어버리기
 라도 하듯 신색을 바로  잡았다. 그러나 그는 미처 파악하지 못하
 고 있었다. 자신과 똑같이 나머지 세 제자들도 천마성주의 부름을 받았다는 사실을.


 천마각(天魔閣) 오층의 천마성주 탁무영의 처소.

 탁무영은 태사의에 높이  앉아 있었으며 그 앞에  네 명이 나란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금천성, 비무강, 남궁신풍,  그리고 공손기로 변장하고 있는 백수범이 그들이었다.

 백수범을 제외한 세 명은 한결같이 의아한 표정이었다.

 '대체 사부님께서 왜 우리 전부를 불렀단 말인가?'

 그들은 모두 이런 의문에 휩싸여 있었다. 천마대제 탁무영이 입을 열었다. 

 "기아(奇兒), 네가 갑자기 노부를  청하여 세 사형과 한 자리에서 
 의논하고 싶다고 한 것이 무엇이냐?"

 '넷째가?'

 금천성, 비무강, 남궁신풍은  한결같이 놀랐다. 백수범은 짐짓 엄숙하게 말문을 텄다.

 "사부님과 세 분 사형께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 입니다."

 "음, 그게 무엇이냐?"

 백수범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사부님, 무림에서 천마영부가  무시당했을 때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옵니까?"

 탁무영의 안색이 대뜸 굳어졌다.

 "그게 무슨 말이냐?"

 백수범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지난 반 년 간 제가 강호에 머무는 동안 무림에서는 심상치 않은 기운이 일어났습니다."

 "계속 말하라."

 "수많은 집단의 고수들이 저를 죽이려 몰려 들었습니다."

 "흐음?"

 "그들은 제가 천마성의  사공자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감히 죽이려 덤벼 들었습니다."

 "음...."

 탁무영은 낮게 신음을 발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진 
 채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백수범은 어조를 높였다.

 "이는 곧 천마영부를 무시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천마성과 사
 부님까지도 무시하는 행위입니다."

 탁무영은 그를 향해 담담히 물었다. 

 "기아, 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냐?"

 백수범은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차갑게 일갈했다.

 "제자는 남에게 한 번 도움을 받으면 백 배로 갚고 피해를 입으면 천 배로 갚습니다."

 탁무영은 비로소 흠칫하며 반문했다.

 "복수를 하겠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사부님께서 허락만 해 주신다면."

 그러자 금천성과  비무강, 남궁신풍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졌
 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탁무영은 침중하게 다시 물었다.

 "음, 너는 그들이 누군지 아느냐?"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사신곡(死神谷), 회천문(回天門), 
 귀검장(鬼劍莊), 사가보(査家堡), 철심방(鐵心幇)을 비롯하여......."

 백수범은 줄줄이 약 이십여 개 문파의 이름을 나열했다. 

 "그들은 지난 반 년 동안 끈질기게 제자를 추적하여 살수를 뻗었습니다."

 금천성 등의 얼굴에 경악이 스치고 있었다. 실상 백수범을 공격하
 라고 종용하면서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복면을 쓰거나 신분을 감추게 했지 않은가? 

 백수범이 흑루(黑樓)의 조직을 이용해 그들의 정체를 알아낸 것은 
 그들의 예상 안에 없었던 일이었다. 백수범은 짐짓 흥분하면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천마성은 천하제일문입니다. 이를  무시함은 제자의 빈약한 자존
 심으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는 세 사형을 둘러보며 덧붙였다.

 "이것은 세 분 사형들께서도 동감일 것입니다."

 그 말에 세 명은 모두 안색이 홱 변했다. 탁무영이 질문을 던진 것은 그때였다.

 "천성, 너의 의견은 어떠냐?"

 금천성은 내심 무척 놀랐으나 재빨리 표정을 회복했다. 

 "제자도 넷째 사제의 말에 동감입니다."

 백수범의 얼굴에는 일말의 조소가 흐르고 있었다.

 "음, 무강, 너는?"

 탁무영은 차례로 물었다.  비무강과 남궁신풍은 물론 모두 동감을 
 표시했다. 마치 덫에 걸린 것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금천성 등 삼인의 가슴에는 무서운 분노가 끓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탁무영은 소설을 쓰다듬으며 담담히 미소지었다. 

 "기아, 노부는 너에게 복수할 것을 허락하겠다."

 백수범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하옵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청했다.

 "사부님, 또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복수를 행하는 데는 제자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음, 몇 명을 원하느냐?"

 탁무영의 응답은 즉각적이었고 백수범은 차갑게 대꾸했다.

 "오백 명 정도면 충분합니다."

 오백 명. 그것은 거대한 천마성으로는 극히 적은 숫자였다. 더우
 기 전 강호에 산재해 있는 대소 이십여 개 문파를 치는데 오백 명
 이라면 너무도 미비한 인원이었다. 

 금천성 등 삼인의 얼굴에는 금세 비웃음이 떠올랐다. 그러나 백수
 범의 다음 말에 그들은 전신의 피가 일시에 싸늘하게 식어버리는 것을 느껴야 했다.

 "여기, 제자가 작성한 명부가 있습니다."

 백수범은 품 속에서 하나의 두루마리를 꺼냈다. 탁무영은 눈빛을 빛내며 명령했다.

 "읽어 보아라."

 백수범은 두루마리를 펼치며 엄숙한 음성으로 말했다. 

 "먼저 금의수호무사 백 명과 그들의 통령인 묵룡철심(墨龍鐵心) 흑강입니다."

 금천성은 두 눈을 부릅떴다. 금의수호무사와 흑강은 바로 그의 심복이 아닌가? 

 백수범은 계속 말을 잇고 있었다.

 "다음은 이백 명의 철기대(鐵騎隊)와 철기대 총좌인 철탑용신(鐵塔勇神) 
 기철극(奇鐵極)입니다."

 이번에는 비무강이 얼어붙어 버렸다. 

 철기대(鐵騎隊)는 공히 천마성  내에서 가장 용맹무쌍한 고수들이
 었다. 그들은 특히  외문무공(外門武攻)을 익혀 전신에 창칼이 들
 어가지 않으며 한결같이 괴력(怪力)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강점이었다. 

 또한 그들로 말하면 당초에  비무강이 손수 심혈을 기울여 양성한 
 자들로 총좌인 철탑용신과 함께 철기대는 비무강의 수족이나 다름이 없었다.

 비무강의 얼굴은 금천성과 마찬가지로 흙빛이 되고 말았다.

 '공손기, 이제 보니 저 놈은......!'

 백수범은 다시금 두루마리를 쓰윽 훑어 보았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는 남궁신풍은 불안으로 인해 그야말로 안절부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으로 이백 명의 천랑단(天狼團)입니다. 단주(團主)인 천랑
 야효(天狼夜梟) 묘유랑(苗流狼)도 포함해서 입니다."

 남궁신풍은 한 차례 부르르 떨었다.

 천랑단(天狼團).

 그들은 과거  묘강(苗康)을 휩쓸던  공포의 집단이었다. 천랑단은 
 독술(毒術)에서부터 온갖 기괴한 방법의 살인지술을 지닌 야인(野
 人)들로 십 년 전  남궁신풍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천마성으로 끌
 어들인 자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남궁신풍의 직속 수하들이었다.

 이윽고 백수범은 태연히 두루마리를 말았다. 

 금천성, 비무강, 남궁신풍은 완전히 안색이 푸르게 질려 있었다. 

 '당했다! 공손기, 저 애송이 놈에게 당해도 너무나 어처구니 없이 당해버렸다.'

 그들은 모두  내심 이를 갈았다. 이때  천마성주 탁무영이 그들의 
 마음에 쓰라린 쐐기를 박고 있었다. 

 "좋다. 그들을 용병(用兵)하도록 허락하겠다."

 금천성 등 삼인의 얼굴이  무참하게 일그러지는 반면 백수범의 얼굴은 환해졌다. 

 "감사하옵니다. 사부님."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미묘한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

 단지 삼촌설(三寸舌)  만으로 그는 천마성의  세 제자들의 수족을 
 한꺼번에 낚아채 버린 것이다.  실로 대단한 책략이 아닐 수 없었다.

                               ②

 세월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산천초목도 변하거늘 사람이 어찌 변치 않겠는가?

 이 년. 실상 이 년이란  짧은 기간이다. 그러나 여인, 아니 한 소
 녀(少女)에게 있어서 그 이 년이란 또한 매우 긴 시간인지도 모른
 다. 그것은 그녀를 일개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탁영영(卓瓔瓔). 천마성주의 손녀. 

 지난 이 년 간 그녀는 너무도 많이 변했다. 

 휘황한 달빛이 천마부 내원 깊은 곳의 화원에 밝게 떨어지고 있었
 다. 때는 겨울이었으나 밝은 달빛에 화원은 그런대로 아취를 풍기고 있었다.

 한 채의 정교한 정자가 화원을 끼고 가산에 걸쳐져 있었다. 정자 
 안에는 금의궁장을 입은 한 미녀(美女)가 난간에 살포시 몸을 기댄 채 서 있었다. 

 그녀는 탁영영이었다. 

 그녀의 보조개가 패인 얼굴에는 아직도 천진난만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으나 몸매는 이미 여인으로써 성숙할 대로 성숙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

 탁영영은 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보석같은 눈에는 애틋한 그리움이 그득 차 있었다. 

 그녀는 지금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 년 전 그녀의 
 가슴 속에 처음으로 깃들었던 남자. 그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는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의 머리 
 속에 환상의  그림자를 채워주고 간 사나이,  그는 바로 공손기였다.

 기실 탁영영은 천마성주의 손녀라는 지고무상한 신분으로 이제껏 
 만인(萬人)의 떠받듦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에게 행복을 주지는 못했다.

 도리어 그녀는 항상 고독을 느끼며 살아야 했다. 신분이 지고무상
 하기 때문에 세인들은 그녀를 두려워하고 인간 이상으로 높이 떠받들기만 했다.

 실제 그녀가 원하는 것은 인간다운 정(情)을 나누는 일이었다. 그
 러나 모든 사람들이 감히 그녀에게 접근하기를 두려워해 왔다. 그
 래서 그녀는 나이가 들어 가면서 더욱더 고독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세 사형인 금천성과 비무강, 그리고 남궁신풍도 마
 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그녀의 비위를 맞추는 데에만 급급했을 뿐 
 정작 그녀의 여린 마음을 다정하게 살펴주지는 못했다. 

 그런데 오직 한 사람, 그는 달랐다.

 ......하하하! 영영(瓔瑛). 너는 이 년만 지나면 천하제일미녀가 
 될 것이다. 아마 그 때가 되면 어느 누구도 너의 아름다움을 따르지 못할 것이다. 

 ......영영, 나는 널 아내로 맞이하고 싶다. 지금도 너는 너무나 아름답다. 더욱이 이 년쯤 후
면 더욱 아름답지 않겠느냐? 난 그 누구에게도 널 빼앗기고 싶지 않다. 영영, 넌 결국 내 사
람이 될 것이다. 나의 영원한 아내로서 말이다. 하핫핫.......


 주문(呪文).

 주문이란 무서운 것이다. 이 년 전부터 그 사나이가 장난처럼 말
 한 것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탁영영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그녀의  마음 속에는 서서히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연정(戀情)이었다.

 일단 연정을 품게 되는 순간부터  그 한 점의 파문은 무섭게 일어
 나 폭풍이 되어 그녀의 가슴을 온통 뒤흔들어 놓고 말았다.

 탁영영은 이제 자신도 모르게  그 사나이의 주문에 말려들고 있었
 다. 그녀는 사나이의 음성, 모습만 상상해도  가슴이 설레고 얼굴이 붉어질 지경에  이르렀
다.

 '이 영영은 오직 그 분만을 위해 존재하고 있어.'

 탁영영은 사랑의  실체를 느끼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그 사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에게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불어넣어준 사내를.

 한편, 백수범은 내원을 향해 걷고 있었다.

 '세 사형을 젖히고 천마성주에게 한 걸음 더 접근하는 방법은 오
 직 하나, 그것은 바로 탁영영을 취하는 것이다.'

 그는 내심 다짐하고 있었다.

 실상 그는  지난 이 년 전부터  의도적으로 탁영영에게 접근했다. 
 그의 특이한 기질과 매력에 그녀는 의외로 쉽게 말려들었다.

 그러나 백수범은 서두르지는 않았다. 천천히 그는 계획을 실행해 나갔다.

 '비록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대를 위해서는 소(小)가 희생되는 법.... 미안하다. 날 이해해 다오. 영영.'

 백수범의 눈에 마침내 한  채의 정교한 정자가 들어왔다. 이어 정
 자의 난간에 탁영영이 기대어 서 있는 것도 보였다.

 "기오빠!"

 탁영영은 백수범을 발견했다. 

 문득 그녀의 몸이 새처럼 날더니 흡사 둥지에 들듯 백수범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하하하!"

 백수범은 낭랑하게 웃으며 그녀를 받아 안았다. 뭉클한 여체의 감
 각이 그의 전신에 전해졌다.

 "영영, 반갑구나. 그 동안 잘 있었느냐?"

 탁영영은 그의 목에 매달리며 뾰로통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흥! 미워요."

 "응? 왜?"

 "성에 돌아오고 열흘이 넘도록 왜 저에겐 한 번도 연락이 없었죠?"

 백수범은 입가에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손은 은근히 잘록한 
 탁영영의 허리를 감은 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탁영영은 야릇하게 허리를 뒤틀며 토라진 듯 추궁했다.

 "나빠요. 도대체 왜죠?" 

 "하하하! 이런 화난 모습이 보고 싶어서 그랬지."

 "어머? 무슨 말예요?"

 탁영영은 얼굴이 온통 홍당무가 되었다. 그녀는 짐짓 쌕쌕거리며 
 고운 눈으로 백수범을 노려보았다. 달빛 아래 비친 그녀의 얼굴은 
 너무도 순백하게 아름다워 보였다.

 백수범은 마음이 흔들렸다.

 '정말 이 소녀는 천마성주의 손녀답지 않게 너무도 순진무구하구나.'

 그러나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기묘하게 웃으며 두 손으로 탁영영의 뺨을 감쌌다. 

 "영영, 그 동안 더욱 아름다와졌구나."

 탁영영의 얼굴에 홍조가  피었다. 그녀는 애교부리듯 몸을 뒤틀었다.

 "기오빠, 제가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아세요? 날마다 오빠가 
 돌아오실 때만을 손꼽으며 지냈다구요."

 그녀의 눈자위가 금세 불그레해졌다. 백수범은 위로하듯 부드럽게 말했다.

 "나도 영영이 보고 싶었다."

 "정말?"

 "하하! 내 어찌 허언을  하겠느냐? 강호에 나가 있어도 늘 영영을 
 생각하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모든  걸 뿌리치고 달려오고 싶을 때가 많았다."

 "피이! 거짓말 마세요."

 "하하!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느냐?"

 그러나 탁영영은 여전히 토라진 듯 고개를 홱 돌리며 말했다. 

 "몰라요."

 그러자 백수범은 그녀를 번쩍 안아들더니 정자 안으로 올랐다. 탁
 영영은 마치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이윽고 정자 안으로 들어서자 백수범은 그녀를 내려 놓았다. 

 두 사람은 난간에 기댄  채 마주 보았다. 탁영영의 그윽한 시선은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백수범의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 
 백수범은 부드럽고 달콤하게 입을 열었다.

 "영영. 많이 컸구나."

 "......!"

 탁영영의 얼굴은 발갛게 꽃처럼 피어났다. 그녀의 두 눈에는 온통 
 아름다운 환상의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백수범은 그녀의 귓전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올해 안으로 널 아내로 맞이하겠다."

 "......."

 탁영영은 그만 온 몸에 힘이 쭉 빠져 버렸다. 백수범의 아련한 음
 성이 그녀의 혼백을 산산이 흐뜨려버린 것이었다. 그 순간 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아."

 탁영영은 전신이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그의 목
 에 팔을 걸었다. 백수범은 그녀의 허리를 세차게 휘어감으며 서서히 쓰러졌다.

 월광(月光). 

 달빛이 그들 위로 부서지고 있었다.

                               ③

 사신곡(死神谷).

 흑루(黑樓)와 함께 중원의 이대 살수 집단으로 알려진 곳. 

 절강성(浙江省) 흑암산(黑暗山)에  위치한 사신곡은  무림에서 몇 
 개 안 되는 금역(禁域)이기도 했다. 살인을 청부하는 자들이 보화
 와 자신의 목을 걸고 가끔씩  찾을 뿐 흑암산 일대는 일체 사람의 발길이 없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그믐밤이었다. 

 흑암산의 한 언덕에 언제부터인가 홍의를 입은 한 인영이 우뚝 서 있었다. 

 그의 왼쪽 가슴에는 금빛의  꽃 모양을 한 단장화(斷腸花)가 꽂혀 
 있었다. 그는 바로 백수범이었다.

 백수범은 어둠에 잠긴 흑암산을  계속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슥! 하는 가벼운 옷자락 날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등 뒤에 한 흑영이 유령처럼 나타났다. 

 그는 옷뿐만 아니라 얼굴까지도 검었으며 우람한 체격의 중년인이
 었다. 흑의를 입은 그의 허리에는 금색 띠가 묶여 있었다. 

 묵룡철심 흑강이었다. 바로 천마성 금의수호무사대의 통령이었다. 

 "돌아왔습니다. 사공자님."

 흑강은 부복하며 공손히  말했다. 백수범은 돌아서지도 않고 차갑게 물었다.

 "결과는?"

 "혈살문주(血煞門主) 이하 혈살문 이백삼 명의 고수들이 금의수호
 무사 형제들에게 전멸되었습니다."

 "생존자는?"

 "없습니다. 완벽한 절멸입니다."

 백수범의 얼굴은 거의 무표정해 보였다. 그러나 은연중 그의 입가
 에는 기이한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다음 목표는 사신곡(死神谷)이다."

 흑강은 표정을 굳혔다. 그러나 백수범은 냉랭하게 말하고 있었다. 

 "사신곡은 혈살문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조심하도록."

 백수범의 말에 흑강은 무심한 어투로 대답할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흑강."

 "......."

 백수범의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어렸다. 그는 여전히 등을 돌린 채 묘한 웃음을 흘렸다.

 "후후후! 너는 내가 금(金) 사형이 아니라 불만인가?"

 그러자 흑강의 검은 얼굴에 당황함이 떠올랐다.

 "그럴 리가....... 속하가 어찌 감히."

 "으하하하하하!"

 백수범은 어둠을 우러러 보며 대소를 터뜨렸다. 잠시 후 그는 웃
 음을 뚝 그치며 으스스하게 그를 직시했다.

 "가거라."

 "존명."

 흑강은 삽시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백수범은 비로소 돌아서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묘한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

 '후후후! 남궁신풍, 네가  사신곡에 띄운 전서구는 도착하기도 전
 에 모두 내 손에 잡혔다. 오늘 밤으로 사신곡은 영원히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스스스스.......

 그의 모습은 암흑 속에서 자취도 없이 소멸되어 버렸다. 


 "으아--- 악!"

 비명, 또 비명.......

 사신곡(死神谷)에 죽음의 바람이  몰아쳤다. 스스로 사신(死神)이
 라고 자부하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그들 자신에게 사신이 찾아들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한 듯 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명! 

 암흑 속에 자욱한 혈무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실로 무자비한 살륙전이 전개되고 있었다.

 사신곡의 세 곡주인  금면삼사신(金面三死神)은 십여 명의 천마성 
 금의수호무사들에게 포위된 채 처절한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위위--- 윙---!

 금의수호무사들의 협공은 그야말로  가공지경이었다. 물론 개개인
 으로 치자면 금면삼사신이 강했다. 그러나 십대 삼의 대결은 팽팽
 한 국면을 보이고 있었다. 급기야 대신이 찢어지는 음성으로 외쳤다.

 "우린 천마성에 아무런 잘못도 범한 적이 없다! 그런데 왜 우리를 치는 것이냐?"

 그때 하나의 흑영이 전장에 떨어지며 묵직하게 외쳤다. 

 "물러들 가라!"

 그는 통령인 묵룡철심 흑강이었다. 열 명의 금의 수호무사들은 일
 제히 뒤로 물러났다. 

 흑강은 금면삼사신을 노려보며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천마성 금의수호무사의 통령인 묵룡철심이다."

 금면삼사신이 한결같이 굳어지는 것을 보며 흑강은 무겁게 말을 이었다. 

 "너희들은 애당초 청탁을 잘못 받았다. 천마성의 인물은 절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대신은 대경실색하여 뒤로 물러났다. 

 "그, 그럼 공손기, 그 자가?"

 흑강은 음산하게 고개를 앞뒤로 흔들었다.

 "그렇다. 이제 이유를 알았으니 죽어도 되겠지."

 그의 주먹이 쭉 내뻗었다.

 펑---!

 "크악!"

 창황지간에 대신은 가슴을 격중당하고  피를 뿜으며 뒤로 칠팔 보나 밀려나갔다. 

 "으하하하하!"

 흑강은 일진광소를 터뜨리며 소매를 휘둘렀다. 

 위-- 이--- 잉!

 웅후한 파공성과 함께 번쩍이는 금광(金光)이 그의 소매로부터 무섭게 회전하며 날아갔다. 

 이번에는 삼신이 비명을  질렀다. 정체불명의 금광이 스쳤다 싶은 
 순간 그의 목은 이미 어딘가로 날아가고 없었다. 이신이 대경하여 
 부르짖었다.

 "그, 금룡탈(金龍奪)이다! 조심... 크아악!"

 그는 채 말을 다하지 못했다. 눈 앞이 번쩍하는 찰나, 그 또한 머
 리가 박살나며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으으으......."

 혼자 남게 된 대신은 공포에 질린 채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그, 금룡탈! 전설의 마병(魔兵)을 네가 어찌......?"

 금룡탈(金龍奪).

 그것은 근 사백 년 전 강호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마(魔)의 괴병기
 (怪兵器)였다. 지난 날  금룡광혈마(金龍狂血魔)가 그것으로 능히 
 만인(萬人)을 죽였다하여 마의 저주가 붙은 병기였다.

 만자탈(卍字奪)의 형상인 금룡탈은 그 크기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도 있었고, 회전도 진기의  운용에 따라 자유자재로 할 수도 있었다.

 금룡탈은 천마성의 천마동 천마무고(天魔武庫)에 있던 백 가지 병
 기 중 하나이기도 했다. 즉 백수범을 포함하여 천마무고에 들어갔
 던 이십 명이 한 가지씩 가지고 나온 적이 있었다. 묵룡철심도 그 중 일인이었다.

 대신은 기를 쓰고 신형을  날렸다. 그것을 본 흑강은 냉랭하게 코웃음을 날렸다.

 "어딜 도망가려느냐?"

 그러나 미처 그가 손을 쓰기도 전이었다.

 "크아--- 악!"

 허공에 떠올랐던 대신이 처절한  비명과 함께 피를 뿌리며 곤두박
 질쳤다. 쿵! 하고 바닥에 떨어진 그의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그의 앞에 소리도 없이  한 홍영이 떨어졌다. 그는 바로 백수범이었다.

 "으으....... 네, 네놈이?"

 대신은 바닥을 뒹굴며 이를 부드득 갈았다. 그러나 백수범의 입에
 서는 차가운 음소가 흘러 나왔다.

 "후후후! 나 천마잠룡을 우습게 본 댓가다."

 대신의 눈에는 죽음의 공포와 함께 회의, 불신 등이 떠올랐다.

 "으으......! 그,  그가 왜...  우리에게 연락을...  해주지 않았을... 크윽!"

 그는 마침내 고개를 꺾고 말았다. 

 주인을 잃은 사신곡은  온통 피바다였다. 강호의 공포적인 살수집
 단 사신곡은 이렇게 멸망하고 만 것이다. 

 그들을 공격했던 금의수호무사들은 불과 십여 명이 희생되었을 뿐
 이다. 어둠에 잠긴 사방으로부터  온통 피를 뒤집어 쓴 금의 무사
 들이 속속 나타나 흑강의 앞에 도열했다. 

 백수범은 그들을 바라보며 내심 중얼거렸다.

'과연 대단한 기세구나. 사신곡같은 단체가 한낱 금의수호무사들에 의해 
멸절되어 버리다니.'

 백수범은 시선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때는 바야흐로 오경
 (五更)으로 기울고 있었다. 기습이  시작된 지 불과 한 시진 만에 
 모든 일이 마무리되었다.

 "가자!"

 백수범은 짧게 외친 후 허공으로 신형을 뽑아 올렸다. 천마충소의 절정경공이었다.

 휙! 휙! 휙---!

 그의 뒤로 백여 명의 금의수호무사들이 따랐다.


 무림(武林)에 일대 혈풍(血風)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천마성이 세워진 이후, 팔십  년 간 잠잠했던 무림에 때아닌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곳곳에서 피의 강(江)이  흥건히 무림의 산야를 적셨다. 금의수호
 무사(金衣守護武士), 철기대(鐵騎隊), 천랑단(天狼團).......

 천마성 소속의 가공할 세 무리는 삽시에 전 무림을 휩쓸기 시작했
 다. 혈살문을  필두로 사신곡,  회천문(回天門), 사가장(査家莊), 
 철심방(鐵心幇) 그리고 무려 수십  개의 문파들이 그들 세 무리에 
 의해 흔적도 남지 않고 피로 씻겼다. 

 금의수호무사들이 지나는 곳에서는  당연한 듯 혈하(血河)가 흘렀다. 

 철기대의 말발굽 아래 각 문파는 잿더미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야인(野人)들로 구성된  이백 명의 천랑단이 가는 곳
 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 살아남지 못했다.

 공포와 경악, 그리고 전율....... 

 무림은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아무도 감히 천마성의 무리가 일으
 키는 혈겁에 간섭하고 나서지 못했다. 

 어느 누가 감히 천마성의 뜻을 거스른단 말인가? 

 단 오 개월 사이에 강호  전역에서 총 이십삼 개 문파가 궤멸되어 
 버렸다. 정녕 귀신도 호곡할 일이었다.


 하남성(河南省) 마애령(魔涯嶺).

 바람이 불고 있었다. 비록 계절은 사 월이었으나 품 안에 드는 바람은 스산할 뿐이었다.

 마애령은 황량한 구모산(九母山) 깊은 곳에 위치한 거친 산령이었
 다. 그런데 그곳에는 무림을  공포에 떨게 했던 천마성의 세 무리가 운집해 있었다.

 금의수호무사들은 묵룡철심 흑강을 주축으로 도열해 있었다. 

 수백 명의 철기대는 갑옷 입은  말에 탄 채 위맹한 모습으로 늘어서 있었다.

 기세흉흉한 이백여 명의 천랑단도  질세라 모두 얼굴에 늑대 가면
 을 쓰고 몸에는  늑대털옷을 입은 채 맹수의  눈빛을 번뜩이며 서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각기  영수급인 철탑용신(鐵塔勇神) 기철극과 천랑
 야효(天狼夜梟) 묘유랑이 서 있었다.

 근 사오백  명에 달하는 무리들은 미동도  없었다. 마치 발바닥이 
 마애령의 거친 땅 위에  뿌리라도 내린 듯 했다. 그들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허공에서  하나의 홍영이 떨어졌다. 무려  백 장 높이에서 
 홍색인영은 서서히 날아내리고 있었다. 

 바로 백수범이었다.

 "사공자님을 뵈옵니다!"

 묵룡철심, 철탑용신,  천랑야효 등이 일제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백수범은 그들의 앞에 우뚝 선 채 말했다. 

 "약속대로 모두 모였군. 모두 임무를 완수했는가?"

 "넷."

 세 명의 총좌들은 모두 동시에 대답했다.

 "수고했다."

 백수범은 형형한 신광을 발하며 수백 명의 무리들을 둘러 보았다. 
 그는 전보다 그들의 숫자가 많이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상 
 수 개월에 걸친 혈전으로 인해 금의수호무사는 삼십 명이, 철기대
 는 사십 명이, 천랑단은 오십 사 명이 죽었다. 

 또한 남아  있는 자들도 대부분 지쳤거나  부상이 심한 상태였다. 
 아무리 일신에 가공할 무학을 갖고 있다 해도 계속되는 혈전은 그
 들을 서서히 침몰시켜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을 바라보는 백수
 범의 시선에는 일 점의 동요도 없었다.

 "이제 남은 문파는 굉천보(宏天堡), 백사당(百邪堂), 흑천문(黑天門) 세 개뿐이다."

 그의 입가에는 기이한 웃음이 떠오르고 있었다. 도무지 내심을 알 수 없는 웃음이었다.

 "그들을 제거하면 임무가 끝난다.  너희들은 그 후 천마성으로 돌아가라."

 수백 명 무리들의 얼굴에는 희미하게나마 희색이 어렸다. 그들은 쉬고 싶었던 것이다. 

 "천랑대는 굉천보를, 철기대는 백사당을, 금의수호무사대는 흑천문을 맡아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세 총좌는 일제히 복명했다.

 "하하핫! 자, 그럼 떠나라!  기간은 한 달이다. 이후로는 모두 각
 자 자유롭게 운신하도록."

 백수범의 말이 끝나자 지축을 뒤흔드는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먼
 저 철기대가 떠났다.  그 다음 철랑단과 금의수호무사대가 흙먼지
 를 구름같이 일으키며 사라졌다. 

 실로 잠깐 사이의 일이었다. 

 혼자 남게 된 백수범의 입가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과연 저들 중 몇 명이나 천마성으로 되
 돌아갈 수 있겠는가? 백 명?  열 명? 후후후! 아니다. 단 한 명도 
 살아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으핫핫핫!"

 백수범은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휙! 휙---!

 문득 경미한 바람소리와  함께 그의 앞에 두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그들은 바로 토지묘의 칠우  중 소매치기 한상위와 사기꾼 왕우평이 아닌가? 

 그들을 보자 백수범의 안면 가득 부드럽고 온화한 웃음이 퍼졌다. 
 한상위는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박장대소했다.

 "컬컬컬! 수범, 준비가 끝났다.  놈들은 이제 죽음의 장소로 기어들어간 셈이다."

 왕우평은 불룩한 배를 흔들며 괴소를 흘렸다.

 "흐흐흐흐......! 바야흐로 전진파(全眞派)가 새롭게 등장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 말에 백수범의 얼굴이 서서히 변화를 일으켰다. 

 오색환면술(五色幻面術)! 천면신개의 독문역용술이 발휘되고 있었
 다. 백수범의 얼굴은 자면(紫面)이 되는가 싶더니 사십 대의 냉막
 한 자면인으로 탈바꿈했다. 

 오색환면술 중의 자환변(紫幻變)을 일으킨 것이다. 자면 중년인으
 로 변신한 백수범은 홍의를  뒤집어 입었다. 홍의의 안 쪽은 얼굴 
 색과 같은 자의(紫衣)였다.

 완전히 모습이 바뀐 백수범은 괴이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강호에는 전진파의 십육대 장문인 자면신군(紫面神君) 강무
 위(江武韋)가 새롭게 나타날 것이다."

 "컬컬컬......!"

 "흐흐흐! 정말 볼 만 하겠군."

 한상위와 왕우평이 그를  보며 괴소를 터뜨렸다. 백수범은 앞장서 몸을 날렸다.

 "자, 갑시다."

[덕산]

잘 보고 갑니다.

[여자의마음]

항상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나날 되세요

[슈퍼맨]

잼 납니다

[얼음골]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