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장 승자(勝者)와 패자(敗者) ① 강호에 일대 파란이 일었다. 섬서성(陝西省)의 패주였던 마도장(魔刀莊)과 감숙의 패자 혈응보(血鷹堡)가 사라진 것이 다. 이 사실은 전 무림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 왔다. 마도장과 혈응보는 하북(河北) 무림의 주춧돌과 같은 존재들이었 다. 더더구나 마도장이라면 최근 가장 강력하게 천마성주의 후계 자로 떠오른 천마잠룡 공손기의 본거지가 아닌가? 한 날 한 시에 이루어진 마도장과 혈응보의 괴멸은 전 무림을 술 렁이게 했다. 두 세력을 멸망시켰다는 것은 곧 누군가가 천마잠룡 공손기에게 정면으로 도전을 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무림에는 점차 피냄새 짙은 바람이 불고 있었다. 천마성은 어둠 속에 여전히 거대한 위용으로 전 무림을 굽어보고 있다. 난세(亂世)의 영웅 백수범은 지금 호심각의 처소에서 의자에 깊숙 히 몸을 묻은 채 명상에 잠겨 있었다. '대체 마도장과 혈응보를 누가 멸망시켰단 말인가?' 그가 받은 소식에 의하면 마도장주인 마도혈수 공손령과 혈응보주 혈응비마 독고린조차 죽음을 당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두 세력의 천여 명 전 인원이 모두 몰살을 당했다고 도 전해졌다. 백수범은 눈썹을 모았다. '이는 분명 천마잠룡 공손기의 세력을 깨뜨리려는 의도다. 또한 이런 일을 할 사람이라면 금천성과 남궁신풍, 그 두 사람밖에 없다.' 백수범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과연 그들 중 누가 마도장과 혈응보를 멸망시켰단 말인가?" 이때 대답하는 음성이 있었다. "마도장의 멸망은 남궁신풍의 부친인 남궁세가의 가주 제천신기 남궁효가 한 짓이다. 수 범." 음침한 음성에 이어 방 안에 한 인영이 나타났다. "아, 한형(韓兄)." 백수범은 반색을 지었다. 역시 그는 한상위였다. 그런데 그의 모습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놀랍게도 왼팔이 달아나고 없었다. "아니! 한형, 대체 그게 무슨 꼴이요? 그 팔은?" 백수범은 대경하여 벌떡 일어났다. "흐흐! 이건 아무 것도 아니다. 이 정도만으로도 다행이다. 난 운이 좋은 편이었다." 한상위는 맞은 편 의자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남궁신풍은 자신의 세력이 우리로 인해 꺾여 버리자 크게 분노했 다. 더구나 그 놈은 네가 점차 천마성 내에서 세력을 키워가자 불 안을 느낀 모양이다. 그래서 역으로 이번에는 너의 거점인 마도장과 혈응보를 친 것이다." "그랬었군." "남궁세가의 고수들이 복면을 하고 마도장을 쳤다. 혈응보는 남궁 신풍의 동맹인 남해 유명부(幽冥府)가 초토화시켰다." 백수범은 침중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결국 화풀이를 한 셈이군." 그는 눈을 크게 뜨며 재차 물었다. "그런데 팔은 왜 그 모양이 되었소?" 한상위는 쓴 웃음을 지었다. "신경 쓸 것 없다. 공연히 날뛰다가 이 모양이 됐다." 그러나 백수범의 두 눈에서는 무서운 살기가 뻗쳤다. "누구에게 당했소?" "제천신군이란 놈이지. 놈의 검법은 정말 대단하더군. 칠절신보의 무공을 완전히 익히고도 이십여 초를 간신히 버틸 정도였으니 말이다." "제천신군." 백수범의 얼굴에는 으스스한 살기가 덮혔다. "내 그 자에게 꼭 십 배로 빚을 갚아 주겠소." 그 말에 한상위는 감격의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수범, 그건 그렇고 네가 천마성에서 꼭 제거해야 할 인물이 한 명 있다." "누굴 말하는 것이오?" "고왕(蠱王) 흑천수(黑泉瘦)다. 그 자는 천마성에서 남궁신풍의 마지막 보루다. 앞으로 크게 방해 될 인물이니 가능한 한 빨리 제거하는 게 좋을 것이다." 백수범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상위는 더 할 말이 없는 듯 의자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이 한가는 이만 물러가겠다." 백수범은 그의 허전한 왼팔을 보며 어두운 안색이 되었다. "한형, 너무 무리하지는 마시오." 한상위는 멈칫 하더니 괴소를 흘려 내었다. "후후후! 수범, 내가 약속한 적이 있다. 널 위해 천하를 훔쳐 주 겠노라고 말이다. 약속한 이상 반드시 이행할 것이다." "한형." "흐흐흐! 자, 이젠 정말로 간다." 스스스....... 한상위는 연기처럼 흐려지더니 방 안에서 사라졌다. 밤(夜). 천장이 미세한 틈으로 갈라지고 있었다. 침상이 있는 바로 위였다. 백수범은 침상에 잠들어 있었다. 천마성의 하루하루는 긴장의 연 속이었다. 그러므로 오직 밤만이 유일한 휴식 시간이었다. 더구나 그가 머무르는 호심각 주위에는 면밀하게 연환구구쇄혼진 이 펼쳐져 있어 나는 새라 할지라도 침입할 수 없었다. 때문에 백 수범은 실로 오랫만에 마음 놓고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호심각, 그것도 가장 중심에 해당하는 천마잠룡 공손기의 침실에 소리없이 침입자가 스며든 것이다. 백수범은 고요히 눈을 내리감고 있었다. 천장으로부터 한 줄기 가 늘기 짝이 없는 검은 사(絲)가 그를 향해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 다. 그것은 하나의 거미줄과도 같은 것이었다. 거미줄의 끝에는 남색의 액체가 한 방울 매달려 있었다. 이름하여 천장부시독(天藏腐屍毒). 그것은 한 방울만 타도 능히 만군(萬軍)을 독살(毒殺) 시킬 수 있 다는 무서운 절독이 아닌가? 스르르....... 독액이 매달린 흑사는 점차 더 아래로 내려왔다. 그것은 정확히 백수범의 미간을 향하고 있었다. 만일 천장부시독 이 떨어진다면 그가 아무리 개세의 무공을 지녔다해도 즉시 미간 이 부패되어 구멍이 뚫리고 말리라. 흑사는 계속 내려왔다. 천장부시독 또한 거의 백수범의 미간에 닿을 듯 말 듯 해졌다. 그순간 흑사는 뚝 멈추었다. 천장에서 흑사를 타고 다시 한 방울 의 천장부시독이 또르르 내려왔다. 흑사의 끝에까지 지금의 독액이 이르면 먼저 매달려 있던 천장부 시독은 백수범의 이마 위에 그대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절대절명(絶對絶命). 그러나 잠자고 있던 백수범의 입술이 움직인 것은 그때였다. "친구, 대담하군." 천장 위에서 가벼운 진동이 일었다. 암살자는 크게 놀랐음에 틀림 없으리라. 이때 독액이 무심하게 뚝 떨어졌다. 그러나 독액은 백수범의 이마 위에서 갑자기 푸른 연기를 내더니 증발되어 버렸다. 그의 삼매진화가 독액을 태워버린 것이다. "오너라!" 우지끈--! 천장이 와락 뜯기며 강력한 흡인력에 의해 하나의 흑영이 천장에서 떨어져 내렸다. "치잇!" 흑영은 분노와 실망이 깃든 실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이미 백수범 에 의해 전신 혈도가 제압된 흑영은 맥없이 침상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백수범은 재빨리 돌아누우며 흑영을 덮쳐 눌렀다. "아얏!" 들려온 비명은 뜻밖에도 뾰족한 여인의 음성이었다. 이번에는 백수범이 실소했다. "푸른 거미?" 과연 흑포로 전신을 뒤집어쓴 암살자는 푸른 거미였다. 백수범은 그녀의 복면을 벗겼다. 요염하고도 앙칼진 여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백수범은 그녀의 몸 위에서 내려올 생각도 않고 올라탄 채 빙긋 웃었다. "또 그대였군." 푸른 거미는 원독에 찬 음성으로 부르짖었다. "흥! 공손기, 아니 천군어사대인 나으리, 천형괴객, 또 혈영마존, 자면신군 강무위, 당신은 대체 그밖에도 몇 개의 얼굴을 갖고 있죠?" 백수범은 크게 놀랐다. "네가 어찌 그 사실을?" 푸른 거미는 코웃음을 쳤다. "흥! 당신의 주위를 떠나본 적이 없는데 왜 모르겠어요?" 백수범의 안색이 일시에 흐려졌다. "비록 당신이 천하무쌍의 절기를 갖고 있다고 하지만 이 푸른 거 미의 은둔술을 너무 얕봤어요." 백수범의 두 눈에 갑자기 무서운 살기가 떠올랐다. "안됐지만 본인의 비밀을 안 이상 살려줄 수가 없겠군." "흥! 죽여라. 이제는 살고 싶은 마음도 없다." 백수범은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는 곧장 푸른 거미의 백회혈을 눌러갔다. 그러나 그는 손을 멈추고 말았다. 푸른 거미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가 싶더니 무엇인가 반짝 이는 것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그것은 한 방울의 눈물이었다. 희대의 살수인 그녀에게 눈물이라니 당치도 않았다. 백수범은 두어 차례 표정이 변하더니 탄식하며 손을 거두었다. "가라. 널 죽이지 않겠다." 의외의 말에 푸른 거미는 눈을 크게 치뜨고 멍하니 백수범을 올려 다 보았다. 한참 후 그녀는 묘한 음성으로 물었다. "날 살려두면 당신의 모든 비밀이 폭로되는데도?" 백수범은 고개를 흔들며 담담히 답했다. "이 모두가 하늘의 뜻이다. 운명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푸른 거미는 눈꼬리를 가늘게 떨었다. 백수범은 그녀의 혈도를 풀 어준 후 침상에 벌렁 누워 버렸다. 그의 신비한 내력이 감도는 눈 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인간이 아무리 약삭 빠르다 한들 어찌 하늘의 뜻을 감당할 수 있 으랴? 모든 것을 순리대로 해결하자.' 그는 체념한 듯 초연한 신색이었다. 일단 마음을 정하자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한편 푸른 거미는 아직도 침상에 누워 있었다. 말하자면 그녀는 백수범과 나란히 누워 있는 것이다. 문득 그녀의 얼굴에 이상한 표정이 떠올랐다. 혈도가 풀렸으므로 지금이라도 재차 살수를 뻗을 수 있었다. 그러나 푸른 거미는 왠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바로 옆에 누워 있는 희대의 풍운아이자 기남자에 대해 묘 한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더구나 그녀는 유독 끓는 피를 가진 이국의 여인이었다. 그녀에게 있어 정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나면 스스로 타오르는 그런 성격이었다. "......." 푸른 거미의 방심(芳心)이 야릇하게 파동치고 있었다. 그녀의 얼 굴에는 점차 홍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누운 채로 나직이 입술을 열었다. "공자님." 백수범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왜 아직 가지 않고 있는지 의아할 뿐이었다. 푸른 거미는 그가 대답하거나 말거나 이야기했다. "저희 나라에서는 암살에 실패하면 상대방에게 목숨을 내놓아야 한답니다." 백수범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푸른 거미의 음성은 약간 떨리고 있었다. "더구나 상대가 목숨을 살려주면 반드시 은혜를 갚아야 하는 것이 인자의 철칙이에요." 백수범은 실소했다. "신경 쓸 것 없다. 난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을 테니." "하지만 저는 빚을 갚지 않고는 못사는 성미예요." "......." "공자님. 저에게 빚을 갚을 기회를 주세요." 백수범은 내심 중얼거렸다. '정말 괴상한 여자로군. 이제와서 빚갚을 기회를 달라고 억지를 쓰다니.' 그는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 "좋다. 그럼 한 가지 부탁을 하지. 천마성에 있는 고왕(蠱王) 흑 천수를 죽여줄 수 있느냐?" "고마와요. 공자님." 푸른 거미의 얼굴에는 비로소 만족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 내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한 가닥 처연한 기색이 감돌았다. "고왕을 죽이면 저희 나라로 돌아가겠어요. 그렇게 되면 다시는 당신을 보지 못하게 되겠지요." 그 말에 백수범은 어리둥절해졌다. '대체 이 여인은 종잡을 수가 없구나. 무슨 엉뚱한 소린가?' 푸른 거미는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가는 음성으로 말하고 있었다. "본래 저의 아버님은 중원무사(中原武士)였어요." "......?" "아버님은 우연히 표류하게 되어 저희 나라로 흘러 들어와 어머님 과 만났고 그곳에서 정착하여 저를 낳았답니다." 백수범은 이제 알았다는 듯 말했다. "그래서 한어(漢語)에 능통했군." 푸른 거미의 음성에 문득 애절함이 담겼다. "한 가지 소녀의 간청을 들어 주시겠어요?" 백수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청이냐?" "저를, 저를 가져 주세요." "......!" 백수범은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돌아 누우며 푸른 거미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놀랐다. 푸른 거미의 얼굴은 온통 눈물로 젖어 있었다. 그녀는 애처롭게 그를 마주보며 말하고 있었다. "사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공자님을 연모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자객으로서의 임무 때문에 제 마음을 억눌러야만 했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백수범은 웃어야 좋을지 울어야 좋을지 모를 심정이었다. 아무리 이국여인이라고 하지만 그런 말을 이렇게 솔직하게 하는 데는 그도 대책이 없었다. 푸른 거미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더이상은 제 마음을 누를 수가 없어요. 저희 나라로 돌아가면 영 원히 공자님만을 생각하며 살 작정이에요. 그러니 저에게 추억을 심어 주세요. 네? 제발 부탁이에요." "그럴 수는......." 백수범은 거절하려 했다. "부탁이에요." 푸른 거미는 다시 한 번 애절하게 말하더니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했다. 사르륵....... "무슨 짓을......!" 그러나 푸른 거미는 신속히 옷을 벗어 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알몸이 되어버린 그녀는 절박하게 애원했다. "부디 거절하지 말아 주세요. 평생 동안 추억을 안고 살 수 있게 해줘요." 아름다웠다. 푸른 거미는 정작 옷을 벗자 깜짝 놀랄 만큼 팽팽한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젖가슴은 건드리면 터질 듯 탄력이 있었으 며 피부는 눈부시게 희었다. 알몸이 된 푸른 거미는 부끄러움도 없이 백수범에게 안겨 들었다. "어서요." 그녀는 대담했다. 백수범의 손을 끌어다 자신의 가슴에 갖다대고 있었다. 백수범은 이런 경우는 난생 처음이었다. 스스로의 몸을 이런 식으로 바치는 여인이 있을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공자님. 어서......." 충격이었다. 백수범은 아찔한 느낌이었다. 손 안에 뭉클한 젖가슴 이 닿았다. 그녀의 가슴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고 두근거리는 고 동이 여실히 느껴지고 있었다. 문득 그는 부르르 떨었다. 푸른 거미의 손이 그의 옷자락 속으로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대담하게도 그의 가슴에 손을 넣어 더듬어대고 있었다. "음......." 백수범은 마침내 푸른 거미를 끌어 안았다. 더이상 거절한다는 것 은 여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결과일 것이다. 그는 푸른 거미의 마 지막 갈망을 채워주기로 마음 먹었다.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자 푸른 거미는 달뜬 신음을 발하며 그의 목을 껴안았다. 그녀는 적극적으로 몸을 뒤틀고 있었다. 두 다리 로 그의 허리를 강하게 감으며 움직이고 있었다. 백수범은 몇 명의 여인들과 경험이 있었지만 푸른 거미같은 경우 는 한 번도 없었다. 그녀는 적극적이었으며 대담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남자를 기쁘게 할 줄 아는 여인이었다. 남자에게 봉사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여인이었다. 어떻게 하면 남자가 쾌감을 느 끼는지 알고 있는 듯, 마술과도 같은 손과 혀의 놀림으로 그녀는 백수범을 이끌고 있었다. 마침내 남과 여는 한 덩어리가 된 채 열기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밤은 깊어가고 추억(追憶)을 이룩하기 위한 정사(情事)는 더욱더 숨가쁘게,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② 날이 밝아자 천마성은 한 가지 사건으로 인해 크게 술렁이게 되었다. 고왕(蠱王)이 암살된 것이다. 그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고왕의 심장에는 한 자루의 소도(小刀)가 깊숙히 꽂혀 있었다. 그런데 그 소도의 손잡이에는 거미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비무강이 초청했던 삼인의 왜국무사 중 푸른 거미의 독문 표기였다. 고왕의 죽음은 천마성으로 볼 때 엄청난 손실을 가져왔다. 이후, 푸른 거미의 모습은 다시는 중원(中原)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 ....... 호심각(豪心閣)의 전청. 백수범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지금 그의 앞에는 백의수호무사의 통령인 육견불, 황의수호무사의 통령인 마불 공화승, 천마칠로(天 魔七老)가 공손히 시립하고 서 있었다. 천마칠로는 각기 용(龍), 호(虎), 표(豹), 사(蛇), 학(鶴), 응 (鷹), 어(魚) 등의 명호를 가진 천마부 내의 최절정고수들이었다. 그들은 천마각 소속의 팔마신(八魔神) 다음으로 꼽는 최고의 고수들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 백수범, 즉 천마잠룡 공손기 앞에 시립하고 있는 것 이었다. 백수범은 그동안 그들을 포함한 천마성 내의 주요고수들 을 대부분 포섭할 수가 있었다. 특히 용노(龍老)를 끌어들임으로써 나머지 육노도 어렵지 않게 포 섭할 수가 있었다. 이제 백수범은 명실공히 천마성의 실권을 장악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청에 모인 중인들의 안색은 침중하기 그지 없었다. 육견불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공자님,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백수범은 두 눈에서 무서운 살기를 발산했다. "마도장과 혈응보를 멸망시킨 인물이 누구인지 본인은 알고 있소. 그것은 분명 남궁신풍이오." 그는 짐짓 이를 부드득 갈며 한스러운 듯 말했다. "그러나 증거가 없소." 백수범은 중인들을 둘러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마도장과 혈응보를 친 것은 두 가지 효과를 노렸다고 할 수가 있 소. 그것은 첫째, 세력을 하나하나 분쇄시켜 본인을 고립시키겠다 는 것이고 둘째는 마도장을 초토화 시킴으로써 본인으로 하여금 이성을 잃고 동요케 하려는 속셈이오." 그는 코웃음을 치며 냉랭하게 말을 이었다. "그러나 난 절대 그의 계책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오." 백수범은 태사의에서 몸을 일으켰다. "누가 천마성의 후계자가 되느냐는 문제는 비무강이 죽음으로써 이제 세 방향으로 좁혀졌 소. 본인은 그것을 다시 한 방향, 나 천마잠룡 공손기에게로 좁힐 것이오." 육견불, 공화승, 천마칠로는 그 말에 한결같이 감탄의 표정을 지 었다. 그들은 마도장의 참화로 공손기가 이성을 잃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성을 잃기는 커녕 도리어 얼음처럼 냉정해지고 있는 것 이 아닌가? 장내의 인물들은 공손기에 대해 더욱 확고한 신뢰를 느낄 수가 있다. '천마성의 차기 후계자는 반드시 공손공자가 차지할 것이다.' 그같은 생각이 중인들의 공통된 느낌이었다. 그동안 천마잠룡 공손기가 그들에게 보여준 것들, 즉 놀랄만큼 치 밀한 성품과 담력, 무공과 기지 등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믿음을 더해 주고 있었다. 이때 백수범은 뒷짐을 지고 전청으로 걸으며 말했다. "금천성의 외부세력은 대부분 붕괴되었소. 남은 것은 밝혀지지 않 은 한 곳과 동해의 혈붕도(血鵬島) 뿐이오. 또한 내부 세력으로는 금의수호무사들이오." 그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금의수호무사도 이제는 그의 세력이 아니지." 그 말에 중인들은 모두 의혹의 표정을 지었다. 백수범은 손뼉을 딱딱 쳤다. 그러자 밖으로부터 한 명의 흑의거한이 걸어 들어왔다. 흑의거한을 보는 순간 중인들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놀랍게도 그 는 금의수호무사의 통령인 묵룡철심 흑강이었다. 중인들이 아연긴장할 때 백수범은 담담히 물었다. "흑강, 너의 주인은 누구냐?" 중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흑강에게로 향했다. 흑강은 힘차게 대답했다. "사공자님입니다." "아...!" 중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백수범은 기소를 흘렸다. "후후! 보셨소? 흑강은 본인의 수하요. 금천성은 이제 천마성에서 고립무원의 존재에 불과하오." 백수범은 중인들을 둘러보며 다시 말했다. "남궁신풍의 세력은 남궁세가를 비롯하여 남해의 유명부가 있소. 또한 천마성 내부에는 천랑단(天狼團)이 있소." 그는 입가에 득의의 미소를 흘렸다. "후후, 그러나 천랑단주 천량야효도 본인에게 굴복했소. 그러므로 남궁신풍 역시 천마성 내부에서는 외톨이가 되었소." 중인들은 거듭되는 놀라운 말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모든 것이 속속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소. 앞으로 열흘 후면 금천 성과 남궁신풍은 자신들의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알게 될 것이오. 으하하하하......!" 백수범은 호탕한 대소를 터뜨렸다. 그에 따라 중인들의 안색은 묘 하게 변했다. 그들은 백수범에 대해서 일말의 두려움마저도 느끼고 있었다. 거인(巨人). 그들이 느낀 것은 백수범의 존재가 거인과 같다는 것이었다. 처음 천마성에 입성할 때 아무도 공손기가 이렇게 무서운 존재로 성장하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공손기는 거인으로 성장했다. '어쩌면...... 성주님보다 더 위대한 분이 될지도.......' 중인들의 눈에는 차기 천마성주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흑강, 이제 물러가도 좋다." "넷." 흑강은 백수범의 명에 공손히 읍한 뒤 사라졌다. 백수범은 의자에 앉으며 중인들을 둘러 보았다. "그대들도 이만 물러가시오. 각자 임무를 잘 수행해 주기 바라오." 중인들, 즉 육견불과 공화승, 천마칠로 등도 일제히 허리숙여 대 답한 후 전청을 물러나갔다. 백수범은 혼자 남게 되었다. 그는 의자에 몸을 묻은 채 명상에 잠겨 있었다. '금천성, 남궁신풍, 이제 그들을 제외하고 성내의 모든 고수들은 제거됐거나 내 쪽으로 포섭되었다. 남은 것은 중립을 지키고 있는 쌍궁의 사황(邪皇) 막북사와 독황(毒皇) 서래음 뿐이다.' 백수범의 입가에 문득 기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후후후, 사황 막북사. 그는 무서운 고수다. 그러나 그에게는 지 략이 없다. 열흘 안으로 그는 흑강이 철수정(鐵水精)으로 대체된 것처럼 천면신개(千面神豈)에 의해 바꿔질 것이다. 천면신개의 변 장은 설사 천마성주라도 눈치채지 못할테니.' 흑강은 바로 철수정이 변장한 것이었다. 백수범은 지금까지 천면 신개를 비롯한 삼괴(三怪) 일행과 여전히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들 역시 천마성의 붕괴가 공동 목표였으므로 백수범을 도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인 것이다. '문제는 독황이다. 그자의 지략은 독술보다도 무섭다. 아직은 그 를 제거할 필요가 없다.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백수범은 의자에 더욱 깊숙히 몸을 묻었다. '하지만 서래음, 당신도 머지않아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최소한 생존을 유지하려면 말이다.' 백수범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러자 거대한 천마성의 웅자가 그 의 눈에 떠오르는 듯 했다. ③ 제왕각(制王閣). 금천성은 새벽에 잠이 깨어 일어났다. 그는 최근 들어 심기가 극히 불편했다. 한 준수한 청년의 영상이 줄곧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물론 그 청년은 바로 공손기였다. '무서운 놈! 내가, 이 금천성이 놈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 애당 초 이렇게 크기 전에 놈을 제거해야 했었는데.... 지금은 너무 커버렸다.' 그는 침실을 나서 전청으로 걸어 나갔다. 그런데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전청은 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금천성은 흠칫 굳어지고 말았다. 전청에는 항시 십여 명 이상의 금의수호무사들이 그의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시립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호무사들은 커녕 쥐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금천성은 웬지 불길한 예감이 가슴을 치는 것을 느끼며 외쳤다. "여봐라!" "......"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여봐라!" 그는 재차 음성을 높여 불러 보았으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슨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금천성은 서서히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급히 전청을 가로 질러갔다. 그 사이에 그는 전청 중앙의 바 닥에 한 장의 서신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급히 서신을 펼쳐 읽어 보았다. 그것은 낯익은 필체로 바로 자신의 심복인 묵룡철심 흑강이 쓴 것이었다. <영웅(英雄)은 시세를 아는 법이오. 대세(大勢)를 보건대 이미 천운은 사공자에게로 기울었 소이다. 따라서 본인은 더이상 대공자를 모시지 못함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나 부득이하 게 떠날 수밖에 없으니 양해해 주시기 바라오. 차후로 묵룡철심과 금의수호무사대는 사공자 의 수족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묵룡철심 흑강.> "이...... 이럴 수가?" 금천성은 거센 충격에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흑강, 네가 배신하다니! 믿을 수가 없다. 믿을 수가......!" 금천성은 서신을 와락 움켜 쥐었다. 그러자 서신은 삽시에 가루가 되어 흘러 내렸다. 어디에선가 바람이 불어와 그 가루를 날렸다. 찬 바람이었다. 아 니, 실제로는 바람이 찬 것이 아니라 금천성 자신의 마음이 얼어 붙었다고 해야 더욱 적절한 표현인지도 모른다. 현기증이 일었다. 금천성은 비틀거리다가 문득 전신을 떨며 중얼거렸다. "벌써 겨울인가?" 겨울은 아니었다. 때는 가을, 단지 금천성의 마음만이 겨울일 뿐이었다. 외롭다, 공허하다, 금천성의 이런 느낌은 곧 허탈한 미소로 변했다. "후후후....... 완전히 패했군." 이때였다. "대사형." 그의 등 뒤에서 그 자신과 비슷한 류의 음성이 들렸다. 금천성은 흠칫하여 돌아섰다. 거기에는 남궁신풍이 서 있었다. "세째." 남궁신풍이 섭선을 가로 부치며 씁쓸하게 말하고 있었다. "대사형도 당했군요." 금천성이 아무 말도 없자 남궁신풍은 괴소를 발했다. "크흐흐흐! 미꾸라지를 방관했더니 용(龍)이 되었소이다." 금천성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자네도 당했나?" 남궁신풍은 매사가 귀찮고 무기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사형, 나는 천마성의 후계자에 대한 의욕조차 잃고 말았소. 또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어졌소이다." "......." "후후후! 지금 우리 두 사람은 그야말로 빈 껍데기밖에 남지 않은 몸이요. 천마성 내에서 완전히 고립되고 말았소." 금천성은 고개를 돌렸다. 허공을 향한 그의 눈은 촛점이 흐려져 있었다. 야망(野望), 그런 것이 본시 그에게는 있었다. 이때 남궁신풍의 음성이 들렸다. "대사형, 소제와 힘을 합칩시다." 금천성은 흠칫하여 그를 쏘아보았다. "무슨 뜻이냐?" 남궁신풍은 두 눈에 광채를 발하며 힘주어 말했다. "비록 천마성 내에서의 기반은 잃었지만 대사형에게는 수십 년 동 안 극비에 키운 비밀세력과 혈붕도(血鵬島)가 있지 않소이까? 또 한 소제에게도 남궁세가와 유명부(幽冥府)가 있소이다. 사형과 소 제가 힘을 합친다면 오히려 천마성을 능가할 수도 있소이다." 금천성의 얼굴이 묘하게 변했다. 남궁신풍은 그의 표정을 살피며 한숨을 쉬었다. "요즘 와서는 사실 두렵소. 공손기란 놈의 웃는 모습만 봐도, 아 니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칠 지경이오." "으음." "그것은 아마 대사형도 마찬가지일 것이오." 남궁신풍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대사형, 우리 서로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 합시다. 솔직히 나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오. 그러나 대사형과 합친다면 자신 있소이다." 금천성의 눈이 한순간 야릇한 빛을 발했다. 그는 빠르게 염두를 굴리고 있었다. '이놈 역시 간웅(奸雄)이다. 그러나 지금 형편으로 어찌 찬 밥 더운 밥을 가리겠는가?' 금천성은 곧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네 의견을 접수하마." "고맙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손을 통해 흐르는 것은 진실한 사나이의 우정(友情)이 아니라 차갑고 냉혹한 계산이었다. 금천성은 내심 한숨을 쉬었다. '수십 년 간 노력하여 쌓은 탑(塔)을 이렇게 모두 허물어 뜨려야 하다니.......' 금천성과 남궁신풍. 두 야망의 사나이들의 눈은 서로 각기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천마성의 밤은 무서운 음모와 살기 속에서 깊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야심한 이 시각, 천마성을 빠져 나가는 두 인영이 있었다. 바로 금천성과 남궁신풍이었다. 그들은 소리없이 천마성을 떠나고 있었다. 아무 것도 지니지 않은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그들은 한 때 야망을 불태웠던 천마성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었다. 그토록 막강한 세력을 휘하에 두고 굳건한 기반을 다졌건만 지금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쓸쓸하고 초라하기만 했다. 아무도 그들을 전송하거나 아쉬워하는 사람이 없었다. 중원천하에 위명을 떨치던 그들이었으나 결국 공허한 뒷모습만을 남긴 채 떠나는 것이었다. 중추지절(仲秋之節). 이 날은 백수범이 천마성으로 들어온 지 꼭 사 년째 되는 날이었다. 사 년이라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었다. 그러나 천마잠 룡 공손기의 사 년은 범인(凡人)의 사십 년, 아니 일생보다 더 천변만화했다. 백수범은 내심 회심의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결국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었다. 이제 천마성에는 나 혼자만이 남게 되었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천마성! 너의 주인은 이 백수범이다.' 천마대제 탁무영. 그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금천성과 남궁신풍의 급작스러운 출성 (出城)이 그에게 타격을 준 것이었다. 그들은 사부인 그에게조차 한 마디 전언도 없이 성을 떠나고 만 것이다. 그것은 천하를 주름 잡았던 희세의 거성 탁무영에게 말할 수 없는 심적 타격을 주었다. 지금 그는 한 홍의청년을 떠올리고 있었다. '공손기, 그 아이가 그토록 대단했던가?' 탁무영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는 태사의에 앉은 채 입을 열었다. "사령(死靈)." "네." "가서 영영(瓔瓔)을 불러오너라." "알겠습니다." 잠시 후 천마각 오층에는 천마무영객, 즉 탁영영이 모습을 나타냈 다. 그녀는 여전히 귀엽고 순진무구한 모습이었다. "할아버지, 무슨 일이에요?" 탁영영은 쪼르르 달려가 탁무영의 무릎을 안았다. 탁무영은 그녀 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담담하나 침중하게 말했다. "천성(天性)과 신풍(神風)이 성을 나갔다." 탁영영은 안색이 변했으나 이내 고개를 떨구며 작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알고 있었어요. 저도......." "천마성의 후계자는 이제 너와 공손기, 둘로 좁혀졌다." 그 말에 탁영영은 더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반면 탁무영의 얼굴 에는 한 가닥 결심의 기운이 떠올랐다. 그는 부드럽게 탁영영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이 할아버지는 널 후계자로 삼고 싶구나." 탁영영은 놀란 듯 어깨를 웅크리더니 고개를 치켜들었다. "할아버지."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있었다. "소녀는 그런 엄청난 직위는 원치 않아요. 본래부터 저에게는 그런 야망이 없었어요." 탁무영의 깊은 눈에 잠시 실망의 빛이 스쳐갔다. 탁영영은 어렵게 말을 이었다. "저는 그저 평범한 여인이 되고 싶을 뿐이에요." 탁무영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의 모든 삶, 야망(野望)의 종횡천하, 영원히 잇고 싶은 천하제 일인의 염원 등이 그의 대에서 물거품으로 화하고 있었다. '그것은 과연 꿈이었단 말인가?' 탁영영이 그의 손을 잡아왔다. "할아버지, 부디 공손사형께 천마성주의 직위를 주세요. 더우기 저는 공손사형을......." 그녀는 말 끝을 흐렸다. 탁무영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너는 공손기를 좋아하느냐?" "네." 탁영영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면서도 분명하게 의사표시를 했다. 그러자 탁무영의 얼굴에는 경악이 떠올랐다. '무서운 녀석! 어느 사이에 이 아이의 마음까지 휘어잡아 놓았구 나. 정녕 놈은 치밀하고도 집요하구나.' 천마대제 탁무영은 입술을 지그시 물더니 고개를 들었다. 눈(眼). 오랫동안 중원천하를 지배해 오던 한 쌍의 눈 속에 서서 히 결의의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대체 어떤 결의를 다지고 있는 것일까?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잼 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재미납니다.
즐독 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