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1925년)
"헨리 제임스 이후 미국 소설이 내디딘 첫 걸음"
- T. S. 엘리엇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5년에 쓴 소설이자,
모비 딕과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고전 소설 중 하나다.
흔히 '위대한 미국 소설(Great American Novel)'의 대표적인 소설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 용어는 줄여서 GAN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금주법이 시행되고 재즈가 유행하던 광란의 20년대의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로
제1차 세계 대전의 승리 이후 물질적으로는 엄청난 풍요를 누리게 되었지만 도덕적, 윤리적으로는
타락한 미국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며 소위 아메리칸 드림의 타락과 절망을 담은 소설이다.
또한 당시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쓰인 소설들 중에서도 미국 고등학생의 필독서로 자리잡은 몇 안 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미국 랜덤하우스 출판사 편집위원회가 선정한 20세기 가장 위대한 영문 소설에서는
율리시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피츠제럴드 생전에는 불과 2만 5천 부 정도밖에 팔리지 않았을 정도로 인기가 없었던 소설이었지만
피츠제럴드 사후 군인용 문고판 책으로 재출간된 것을 계기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그 인기는 높아서 세계문학전집류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단골 중 하나였지만
아쉽게도 번역은 그다지 정확하지 않았다.
이는 원문부터가 급하게 쓰느라 오탈자가 심했던 것이 문제로, 최종 확정 원문을 번역하지 않았던
이전 번역본들의 오류는 불가피했던 것.
그러다 1991년에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최종 결정판이 나왔고 2003년에 민음사에서
김욱동이 이 판을 번역했으며 영미문학연구회 번역사업단의 평가에 따르면 가장 정확한
번역본이라고 인증받기에 이른다.
높은 평가를 받지만 정작 수상은 못한 비운의 소설이기도 하다.
문학적 평가가 원체 유럽 소설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문제이다.
이 소설이 위대한 작품이라 불리는 데 있어서 줄거리는 전혀 보탬이 되지 않았다.
문장 하나하나에 들어찬 표현력과 감정선이 이 작품의 핵심이랄 수 있는 부분.
그러니 줄거리를 보고 이게 왜 대단한 소설인지 모르겠다면, 그건 지극히 정상적인 평가다.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요약본이나 리뷰영상 말고 책으로 읽자.
다만, 배경이 미국인데다 시간적으로도 오래전이니만큼 직접 보고도 공감을 못할 수도 있다.
미국 문화 속에서 자라온 사람들, 그중에서도 이 소설이 출판되던 당시의 세대에게 맞춰진 책이다.
이 이야기는 닉 캐러웨이(Nick Carraway)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닉 캐러웨이는 미국 서부 지방의 그럭저럭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사나이로, 성인이 되어
예일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참전용사이다. 닉은 1922년 봄,
주식채권업에서 일하기 위해 미국 서부에 있는 뉴욕주 롱아일랜드로 이사간다.
닉이 이사간 롱아일랜드에는 웨스트 에그(West Egg)와 이스트 에그(East Egg)라는
두 개의 반도가 있는데, 두 지역은 만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하고 있다. 웨스트 에그에는
자수성가한 신흥 부자들이 살고 있고, 이스트 에그에는 대대로 부자였던 상류층들이 살고 있다.
이 2개의 반도 중에서 닉은 웨스트 에그의 월세 80달러짜리 집에서 살고 있는데
그의 옆집엔 개츠비(Gatsby)라는 사내가 살고 있는 대저택이 있다.
그 해 22년의 초여름, 그는 이스트 에그에서 살고있는 뷰캐넌 부부에게 저녁식사 초대를 받는다.
남편 쪽인 톰 뷰캐넌(Tom Buchanan)은 닉보다 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닉과 함께
예일대를 졸업한 동창이고, 아내 쪽인 데이지 뷰캐넌(Daisy Buchanan)은 닉의 7촌뻘 여동생이다.
닉은 그곳에서 재산이 많은 전 여자 골프선수인 조던 베이커(Jordan Baker)를 만나는데
조던은 개츠비라는 사내를 알고 있느냐고 질문한다.
저녁식사 도중, 톰이 걸려온 전화를 받으러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닉은 데이지에게서
톰이 바람을 피우고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데이지는 자신이 아이를 낳을 때 톰이 찾아오지도 않았다면서 하소연 한다.
닉은 데이지가 왜 아직도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오지 않으려 하는지 궁금해한다.
그날로 며칠 지나지 않아, 닉은 톰의 바람 상대를 만나게 된다.
톰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 닉은 술에 취한 톰에게 끌려가 머틀 윌슨(Myrtle Wilson)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 또한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남편 윌슨을 두고 바람을 피고 있는 중이였다.
그러나 남편 조지 윌슨(George Wilson)은 아내와 톰이 바람이 났다는 것조차 모른체, 톰에게
자동차를 팔아 달라고 굽신거린다.
톰은 윌슨의 정비소에서 머틀을 데리고 둘이서 두 집 살림을 하는 아파트로 간다.
톰은 아파트로 가는 도중에 강아지를 기르고 싶다는 머틀에게 에어데일 강아지를 사준다.
톰과 머틀은 닉을 데리고 아파트에 도착하자마자, 이웃 주민들을 초대해 파티를 연다.
닉은 파티에 초대된 이웃 주민들한테서 톰과 머틀이 사실 자신의 배우자를 못마땅해하고 있으며
데이지가 이혼할 수 없는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둘이 결혼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닉은 이 말에 조금 충격을 받는데, 데이지는 사실 가톨릭 신자가 아니였기 때문이다.
개츠비는 그의 잔치로 유명하다. 그 잔치는 그의 웨스트 에그의 대저택에서 열린다.
매주 토요일 수백명의 사람들은 개츠비의 집으로 몰려 온다.
호화스러운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서이다. 닉은 곧 정신나간 이 잔치 자체를 경멸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개츠비는 나중에 그의 전 애인이던 데이지와 우연히 마주치기를 바라며 이런 잔치를 연다는 것을
닉에게 말해준다. 데이지와 개츠비는 오래되지 않아 그의 부탁을 받은 닉의 주선으로 만난다.
그러는 동안에 닉과 조던은 만남을 가진다.
닉은 조던과 톰과 데이지의 집에 처음 들렀을 때 만났다. 닉은 이미 이 만남이 허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뉴욕 맨하탄의 플라자 호텔(Plaza Hotel)에서, 톰은 개츠비의 데이지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개츠비가 주류 밀수업자라고 확실한 증거 없이 폭로한다.
그는 개츠비에 대해 나름대로 뒷조사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개츠비는 데이지로 하여금 그녀가 더이상 톰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과 그와 함께 했던
지난 5년을 지우고 자기에게로 돌아오고 싶다는 것을 말하게 강요하는데, 그녀는 망설이며 개츠비가
말한 대로 말하지만 톰은 데이지와 개츠비 사이의 어색한 관계를 알아차렸다.
그는 개츠비와 데이지가 같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말하면서, 그렇게 해도
둘 사이에 아무 일이 없을 거라며 개츠비를 비웃었다.
한편 톰의 친구인 자동차 수리점 주인 조지 윌슨(George Wilson)과 그의 아내 머틀(Myrtle Wilson)은
말다툼 중이었다. 머틀은 톰과 부적절한 관계였고, 이것을 조지가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집 밖으로 도망쳐 나왔는데 그만 데이지와 함께 돌아가던 개츠비의 차에 치여 죽었다.
한참 뒤에서 따라오던 톰과 조던, 닉은 교통사고가 난 것을 발견했다.
톰은 윌슨이 드디어 한 건 잡았다고 중얼거렸지만, 무엇인가 잘못된 것을 발견한 후
잠시 멈춰 상황을 보기로 했다. 톰은 곧 그의 숨겨진 애인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충격적인 상황 속에서 윌슨은 거의 미쳐서 노란 차에 대해 말했다.
톰은 윌슨에게 그 노란 차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호텔로 놀러가면서 윌슨의 차고에 기름 넣으려고 들렀을 때는 톰이 개츠비의 노란 차를 몰고
개츠비가 톰의 차를 몰고 있었기 때문에 윌슨은 그 노란 차를 톰의 차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
톰은 개츠비가 어디 사는지 윌슨에게 알려준 후, 데이지와 함께 멀리 여행 떠날 준비를 했다.
이때 개츠비는 그의 수영장에서 튜브를 타고 둥둥 떠있었다.
개츠비는 데이지가 더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침울해 하며 데이지로부터
전화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윌슨이 다가와서 총을 쏴 개츠비를 죽였다. 그러고 나서
윌슨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잔디 위에서 자살했다.
개츠비의 죽음 후 닉은 그의 장례식에 참석할 사람들을 열심히 물색했다.
하지만 개츠비의 밀수업 동업자이자 조직 폭력계 두목인 마이어 울프심(Meyer Wolfsheim)조차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자리를 함께하기를 거절했고, 데이지는 톰과 여행을 가서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한편, 개츠비의 아버지인 헨리 개츠 씨(Henry Gatz)가 개츠비의 장례식에 왔고 그는 여전히 과거를 추억하고
있었다. 그는 닉에게 개츠비의 집이 찍힌 닳아빠진 사진과 개츠비가 어렸을 적 쓴 계획표를 보여주었다.
개츠비의 넓은 인맥에도 불구하고,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은 닉, 헨리 개츠, '부엉이 눈'(Owl-eyed man),
그리고 몇 명의 개츠비의 집사들만이 전부였다.
'부엉이 눈'은 일찍이 어느 여름 개츠비의 파티에 참석한 적이 있는 서재에서 닉과 조던이 만난 사람이었다.
닉은 그 후로 이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장례식을 전후로 조던, 톰, 데이지와 연락을 끊은 뒤,
닉은 실망과 환멸에 빠져 뉴욕을 떠나고 중서부로 돌아간다.
작품의 화자. 미국의 중서부인 미네소타 주의 세인트 폴 출신이다.
1차 대전에 참전한 적이 있으며 예일대를 졸업한 등 의외의 엘리트이며 집도 꽤 잘 사는 듯하다.
자기 집안을 소개하면서 '부잣집(a well-to-do family)'이라고 대놓고 이야기할 정도고, 소설 서두
아버지의 충고도 '넌 이것저것 누리고 살지만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 건 아니야'라는 뉘앙스에 가깝다.
다만 친척 데이지와 동창 톰의 집안들보다는 가문의 위세가 덜한지, 톰이 닉을 무시하며 거들먹거리자
짜증을 내는 장면도 있다. 사심없는 순수한 선의로 개츠비를 대하는 거의 유일한 인물.
개츠비에게 데이지를 소개시켜준다고 하니 개츠비가 너무나도 고마워서 부업으로 한다는 작은
사업을 넘겨준다고 했지만, 닉은 소개시켜 주는 것은 순수한 호의라며 이를 거절한다. 소설에서
객관적으로 개츠비를 바라보는 인물. 1인칭 시점에서 코멘트도 자주 한다.
원어판에서는 개츠비가 그를 "Old Sport"라고 부르는데, 이는 현대 영어로 하면
"Buddy"나 "Mate" 정도의 친근하게 부르는 호칭에 해당하지만, 당시 사립학교를 나온 영국 상류층
남성들의 말투를 따라한 허세 가득한 호칭이었기 때문에 닉은 오히려 개츠비에게 심리적인 거리감을 느낀다.
참고로 게이설이 상당히 많다. 특히나 톰 뷰캐넌과 머틀 윌슨과 술 마시고 깽판치는 2장에서
사진 찍는 남자와의 부분에서 그런 의혹을 많이 받는다. 소설 내에서는 상당히 스쳐가듯
서술되지만 벌거벗은 남자랑 같이 침대에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구글에 nick carraway를 치면 게이냐고 묻는 질문에 맨 위에 뜬다.
하지만 지지층은 게이가 아니라 바이라는 쪽에 더 무게를 두는 듯.
반대파도 상당히 많다. 이들은 닉 캐러웨이를 주체적인 인물이 아니라 방관자로 본다.
즉, 닉 캐러웨이는 그저 매키를 지켜보는 것뿐이다. 근데 어느 쪽이든 매키(사진작가)는
게이 혹은 바이로 인식되는 것 같다.
제이 개츠비(Jay Gatsby)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소설의 타이틀 롤이자 주인공.
닉과 비슷한 나이대의 외모, 잘 손질된 짧은 머리, 약간 그을린 피부를 제외하면 외형 묘사가 딱히 없다.
데이지를 사랑했으나 가난한 처지라 이어지지 못하고 헤어진 후, 밀주 등
온갖 불법적인 사업으로 돈을 모아 다시 나타난다.
모델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본인과 상당히 유사하다.
돈이 없어서 여자한테 차이는 건 1910년대 중반에 실제로 스콧이 겪었던 일.
지네브라 킹이란 여자랑 스콧은 사귀었는데 가난하다고 차였다.
이때 지네브라의 아버지에게 스콧이 들은 이야기가 "가난한 소년들은 부잣집 소녀들과 절대
결혼할 생각을 해선 안 된다(Poor boys shouldn't think of marrying rich girls)."인데
스콧의 평생에 트라우마로 남았다. 사치스러운 생활에 집착한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다만 스콧만이 모델은 아니다. 당시 1920년대에 뉴욕에서 실제로 밀주를 팔아 부호가 된
남자 조지 리무스 이야기가 있긴 하다.
표면적으로 밑바닥에서 자수성가한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거물로 급성장했고 매일 파티를 여는
사교계의 스타가 됐지만 실상은 약국에서 술을 팔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약국의 유통망을 죄다 장악해
물건을 팔았고 엄청난 부호가 되어 서서히 몰락한다.
소설 마지막에는 죽으나, 죽지 않더라도 개츠비가 죽은 후 이름모를 이에게 걸려온 전화통화 내용을 보면
그가 죽지 않았더라도 그의 몰락은 예정된 수순임을 알 수 있다. 데이지를 사랑했지만, 다르게 보면
옛날 추억에 집착하느라 다시 되찾으려 하다가 몰락한 셈이다.
개츠비를 단순하게 미국판 로맨티시스로, 혹은 한 여자를 못 잊어 삽질을 한 어처구니없는
호구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지만 매우 입체적인 캐릭터다.
어떻게 보면 개츠비의 관점에서는 데이지는 부와 권세를 상징했을 뿐만 아니라 힘이 없으면
사랑이건 그 무엇이건 헌신하지 말라는 차가운 삶의 현실을 몸소 겪었다.
개츠비의 과거 회상에 군대를 제대하고 가장 먼저 들린 장소는 과거에 데이지와 함께 추억을 쌓은
루이즈빌. 데이지가 이미 그녀와 급이 맞는 대가문의 도련님 톰과 결혼하고 그곳을 떠난 것을 알고도
굳이 루이즈빌을 찾은 이유는 힘이 부족해서 사랑을 잃은 아픔은 오직 과거의 추억으로 덮어씌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러한 과거의 트라우마를 데이지를 되찾음으로 통해 과거를 되돌리려는 등, 데이지를 일종의
장기말로도 해석할 수 있는 섬뜩한 개츠비의 냉혹한 일면을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데이지의 복잡한 심정을 이해하려는 자세보다 가난했고 약했던 본인의 과거를 데이지라는
장기말로 되돌리려는 타산적인 태도가 은연중에 드러났다.
그러나 동시에 개츠비를 마냥 야심가로만 해석하기엔 무리다.
만약 오직 본인의 트라우마를 만회하기 위해 데이지를 집착했더라면 데이지 대신 본인이
버틀을 차로 치었다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필사적으로 데이지를 보호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낮은 신분으로 입지적인 성장을 한 자신감, 나쁘게 말하면 자만감 또한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과거와 미래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신념.
그러므로 이번에도 본인의 의지대로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고 그의
몰락을 지속화시켰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단지 데이지를 도구로만 생각하기에는 야심가로써
너무 무리수를 두는 점을 고려하면 데이지에 대한 사랑 또한 존재하고 있다고 봐야겠다.
종합하면 데이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과 자신의 컴플렉스를 해소하고자 하는 보상심리가 모두
섞여 있었던 듯하지만, 심리적 환상으로 자신이 만들어놓은 데이지의 환상에 대한 집착으로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몰아넣게 된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여주인공. 켄터키 주 루이빌의 부자 가문인 페이 가문의 딸로 태어나 평생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며 고생을 모르고 산 소녀 같은 여자.
닉 캐러웨이의 7촌이다. 누가 더 항렬이 위인지는 작중 명확하게 드러나진 않으나, 소설 속
묘사를 바탕으로 추론하면 작중 시간대인 1922년을 기준으로 닉은 29~30세, 개츠비는
33~34세, 데이지는 22~23세 정도에 해당했으므로 나이는 일단 닉이 더 연상임을 짐작할 수 있다.
2013년 영화 역시 배우부터가 닉이 오빠라는 인상을 주고, 번역본 중에도 데이지가 닉을 '오빠'라고
부르는 판본이 있다. 어딘가 모르게 매력적이며 자아 도취끼가 심하다.
조던 베이커와 함께 1920년대의 플래퍼를 상징하는 인물.
개츠비가 어렸을 때 사랑했던 인물로 돈과 신분 때문에 멀어지게 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츠비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게 된다.
톰의 불륜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으며 학대를 당하고 있었고 원치 않은 결혼을 했다고
신세한탄을 하다가, 개츠비와 재회하면서 그와 톰 사이에서 제대로 선을 잡지 못하고
개츠비를 사랑하지만, 톰도 동시에 사랑한다고 말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인다.
어린 딸 패미(Pammy) 가 있으며, 톰이 아닌 데이지의 머리와 얼굴형을 닮았다고 한다.
딸이 태어난 날 아름답고 멍청하게 자라길 바란다고 중얼거렸음을 회상한다.
여러모로 피츠제럴드의 연인이었던 지네브라 킹과 그의 아내 젤다 피츠제럴드를 섞어놓은 인상이다.
특히 작품 말기에 머틀 윌슨을 차로 친 후 톰 뷰캐넌과 유럽으로 도망간 뒤 누명은 개츠비가 덮어쓰고
총 맞아 죽은 것 때문에 작품을 다 감상한 사람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리는 캐릭터.
톰 뷰캐넌(Tom Buchanan) (배우: 브루스 던 / 조엘 에저튼)
역시 부자가문 뷰캐넌 가의 자손이며 닉과는 예일대 동창생. 일리노이 주의 시카고 출신이다.
대학생 때는 날리던 미식축구 선수였으며 이후에도 건장하고 근육질의 남자로 폴로 등의
스포츠를 즐기는 부잣집 도련님. 1920년대 마초적 남자의 대명사.
여러모로 개츠비와 대비되는 인물로, 신분과 같은 삶의 외적인 부분들은 진짜지만 내적
인격적으로 추잡한 면이 많다. 머틀 윌슨 외에도 내연녀가 계속 바뀌어온 듯하다.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이다. 지금 보면 개소리일, 당대에 존재하던 비슷한 류의 도서를 섞어놓은 우생학
서적을 읽고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며 "이러다 백인과 흑인이 결혼할 거라고!"라는 대사도 친다.
이런 성향을 통해 그가 나중에 개츠비를 흑인과 다름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자신과 데이지, 닉은 근본부터
다른 인간이라고 말하며 개츠비와 데이지는 결코 맺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강조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개츠비의 죽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실제로 머틀을 치어 죽인 것은 데이지였지만, 톰이 머틀의 남편 조지를 찾아가 범인이 개츠비라고
부추긴 듯한 서술이 있다. 나중에 이 일을 닉이 추궁하자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며 발뺌한다.
스콧의 연인이었던 지네브러 킹과 결혼한 윌리엄 미첼(William Mitchell)과 상당히 비슷하다고 하다.
지네브라는 윌리엄 미첼과 나중에 이혼했다.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윌슨의 아내이자 톰의 정부. 즉 불륜 상대.
톰에 대한 사랑이 장난이 아니어서 절대적이기까지 한게 톰에게 얻어맞고 폭언을 들어도 그를 포기하지 않는다.
톰이 데이지를 버리고 자기와 함께 사랑의 야반도주를 할 거라 생각할 정도로.
허나 사람을 잘못 본 대가치고는 뺑소니라는 지나친 결말을 맞는다.
자동차 정비공이자 개인 정비소를 차린 인물.
윌슨에게 있어서 톰은 자동차 정비/주요 구매 고객이나 톰 자신에겐 그저 불륜녀의 남편일 뿐인 처지.
하지만 아내에 대해 순진한 사랑을 갖고 있는 소박한 인물이다.
그러나 아내가 죽고 고의로 그 범인이 개츠비라는 거짓말을 한 톰에게 속아 개츠비를 죽이고 자살한다.
도덕적인 정의를 찾기위해 두 눈이 그려진 광고판을 바라보며 신에 대한 믿음을 말하지만
세속적인 톰에게 속아넘어가 결국 게츠비를 죽이는게 매우 아이러니하다.
여성 프로 골퍼. 데이지와는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였으며, 주인공 닉과 함께 개츠비가 데이지를 다시
만나게 해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닉과 썸을 타나 했는데 결말부에서 다른 사람이 생겼다며 차버린다.
뭐 그 시점에서 닉은 개츠비 주변의 위선적인 사람들에게 혐오를 느끼고 있어서 어차피 떠날 생각이긴 했지만.
참고로 전형적인 플래퍼라 할 수 있는 캐릭터다. 데이지는 패션 스타일만 플래퍼지,
행동 거지는 당시 미국 상류층 여성에 가깝다. 소설 속 묘사로는 가슴이 작다고 한다.
실존했던 유대인 갱스터 아널드 로스스타인이 모델이다.
아놀드 로스스타인은 진짜로 1919년 월드 시리즈를 조작했다. 사람 어금니로 만든 커프 링크스를 차고 있다.
무일푼으로 뉴욕에 온 개츠비를 키워준 인물이다. 닉에게도 '사업'에 대한 제안을 건네나 닉은 거절한다.
개츠비와 사업적으로 많은 교류가 있었지만, 정작 개츠비가 죽고 나서는 장례식에 오지 않았다.
돈을 모은 수단이 위험한 종류의 사업이다보니 이쪽마저도 진정 개츠비가 믿을 수 있는
인간관계는 아니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