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장 설원(雪原)의 사형제(師兄弟)들 ① 백수범은 침중하게 물었다. "모두 다 보았소?" 금천성은 음침하게 대답했다. "그렇다. 줄곧 이 근처에 있었다. 넷째." 남궁신풍도 나섰다. "흐흐흐! 넷째, 자네의 무공은 정말 이 사형의 예상보다도 몇 배 나 강했다. 직접 내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믿지도 않았을 정도로 말이다." 그는 고소를 지으며 한 마디 덧붙였다. "사부님과 맞먹을 정도로 말이다." 백수범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자 남궁신풍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했다. "그러나 자네는 안타깝게도 다시는 그런 무공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백수범은 또 물었다. "나를 제거할 셈이오?" "물론." 남궁신풍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재차 입을 열었다. "넷째,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가르쳐 줄까?" "흐음?" "우리가 천마성에서 나오자 그 동안 우리를 돕던 혈붕왕과 유명천 겁마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들은 금사형과 나의 세 력이 완전히 무너진 것으로 착각을 하고 우리를 배반하려는 눈치까지 보였다." 남궁신풍의 두 눈에서 무서운 살기가 흘러나왔다. "흐흐흐.... 그러나 그들은 우리를 너무도 잘못 보았다." "음." "빙백전주 백리극이 빙백전의 고수를 이끌고 중원으로 갈 것을 미리 알았던 나는 혈붕왕과 유명천겁마에게 부탁을 했다. 텅 빈 빙백전을 치라고 말이다." 백수범과 백리극은 듣기만 할 수 밖에 없었다. 남궁신풍은 득의만 면하여 말을 이었다. "혈붕왕과 유명천겁마는 평소 빙백전이 숙적이었으므로 그 제안을 쾌히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고수들을 총출동하여 빙백전으 로 출동했다. 흐흐! 그러나 그들은 꿈에도 몰랐지. 그것이야말로 그들을 죽음의 길로 안내할 계책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백수범은 그제서야 비로소 반응을 보였다. "이제야 알겠군. 남궁신풍, 그대는 지옥마종의 고수가 이곳으로 올 것까지 사전에 알고 있었구나." 분노한 나머지 그의 어투가 바뀌고 있었다. "핫핫핫! 바로 맞혔다. 그때문에 혈붕왕과 유명부는 빙백전에 채 당도하기도 전에 지옥마종에 의해 가루가 되고 말았다. 우리는 힘 하나 안들이고 배신자를 처리한 셈이다." 백수범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간악한 놈!' 남궁신풍은 음침하게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또 한 가지, 내가 독룡보에서 왜 너에게 빙백전을 친다는 사실을 가르쳐준 줄 아느냐?" 백수범은 냉소했다. "그것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빙백전으로 가려면 필 히 이곳을 거쳐야 하고, 또한 우리가 이곳을 지날 때 쯤이면 혈붕 도와 유명부를 멸망시킨 지옥구마종이 우리를 가로 막는단 말이겠 지? 너는 우리가 지옥마종과 싸우다 죽기를 희망했을 것이다." 남궁신풍은 감탄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너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구나. 그러나 네가 지옥구마종을 죽일 줄은 우리도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 그의 눈에서 마침내 두 줄기 살광이 일어났다. 그 기색을 눈치챈 백수범은 어쩔 수 없이 가슴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큰 일이다. 지금 나는 내공이 고갈된 상태다. 강호의 평범한 인 물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나를 죽일 수가 있다. 하물며 저들이라면.......' 이번에는 금천성이 차분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넷째, 너는 애초부터 천마성에 들어온 것 자체가 잘못이다." 그는 얼굴에 점차 무서운 살기를 띄어가며 다가들고 있었다. 그런 데 이때 기현상이 발생했다. 갑자기 백수범의 텅 비어있던 단전(丹田)이 이상한 열기로 부글부 글 끊기 시작한 것이었다. 뒤이어 뜨거운 기운은 폭포처럼 일어나 더니 전신의 상처와 내상을 급속도로 치유시켜 버렸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흡사 대하(大河)의 물결이 부어지듯 그의 내공이 일약 증진되고 있었다. '아! 이것은?' 백수범은 내심 무한한 희열을 느꼈다. 아울러 그는 이 괴이한 현 상에 대해 직감적으로 집히는 바가 있어 안색이 환해졌다. '전진의 원정내단(元精內丹)이다! 그것이 드디어 완전히 녹기 시작했구나.' 그가 입은 극심한 중상이 오히려 그 동안 녹지않고 남아있던 원정 내단을 용해시킨 것이었다. 때문에 그는 기적적으로 내외상이 치 유되며 내공까지 급증되었다. 이는 그에게 있어 호목천원상과 마찬가지로 하늘이 정해준 안배라 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백수범은 표면적으로는 이를 드러내지 않았다. '전세를 두고 봐야겠군.' 남궁신풍이 급기야 냉혹하게 잘라 말했다. "넷째, 백리전주. 이곳은 그대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백리극은 비틀거리면서도 호기를 잃지 않고 이를 갈았다. "금천성! 남궁신풍! 네 놈들이 노부를 죽이려면 필히 그만한 대가 를 치뤄야 할 것이다. 덤빌테면 덤벼 보아라." 백수범은 짐짓 힘겹게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빙장 어른, 잠시 옆으로 물러나 주십시오." 백리극은 의아했으나 곧 옆으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러나 여차하면 다시 뛰어들 기세로 그는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백수범은 똑바로 선 채 입을 열었다. "금천성, 남궁신풍, 이제 내가 너희들에게 한 마디 하겠다." 금천성과 남궁신풍, 두 사람의 눈이 의문을 담고 백수범을 응시했 다. 백수범의 입가에는 신비한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대들은 나, 공손기에 대해 너무도 모르고 있다." 그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물론 나는 지금 극심한 상처를 입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그대들 두 명을 상대할 능력은 남아 있다." 두 사람은 안색이 싹 변했다. 그러나 남궁신풍이 코웃음을 치며 금천성에게 말했다. "대사형, 놈은 공연히 큰 소리 치는 것이오. 믿지 마시오." 금천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본시 속이 극히 깊은 자로 이 순간에도 나름대로 염두를 굴리고 있었다. '정상대로라면 절대로 놈에게 우리를 상대할 능력이 있을 리 없 다. 어떤 비장의 수법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그렇다면.......' 금천성은 잠시 안면을 씰룩이더니 음침하게 입을 열었다. "네째." 백수범은 담담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금천성은 특유의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과거 수십 년 전부터 나는 중원에 세 개의 세력을 만들어 놓았 다. 그 중 광동성의 비산서원과 불애산 천화곡은 너로 인해 멸망 했다. 그러나 정작 가장 무서운 하나의 세력만은 여전히 건재하다." 거기까지 말한 금천성은 손뼉을 딱딱 쳤다. 그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세 명의 인영이 유령처럼 모습을 보였 다. 그들은 모두 음침한 노인들로 각기 특색이 있었다. 먼저 가운데 선 자는 흑의에 두 눈이 움푹 들어갔으며 손에는 흑 색의 선인장(仙人掌)을 쥐고 있었다. 그에 반해 오른 쪽 인물은 황의에 왼손에는 한 자루의 장검(長劍) 을 잡고 있었다. 왼쪽 인물은 또한 허리에 도(刀)를 차고 있으며 진신에서 냉랭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그들이 나타나자 북천존자 백리극은 안색이 급변하여 외쳤다. "삼존(三尊)!" 백수범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삼존이라고?' 삼존은 사도인물 중 일제이황 다음의 인물로 패도적인 삼인(三人)을 말한다. 이른바 흑존(黑尊), 검존(劍尊), 도존(刀尊). 그들은 팔십여 년 전의 일대마황들이었으며 개개인이 지닌 무학으 로 치자면 이황(二皇)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 황 을 능가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삼십 년 전 갑자기 실종 되었었다. 이때 남궁신풍도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육 인의 인 물이 나타났다. "제천신기!" 백리극이 경악성을 발했다. 과연 나타난 자들 중 선두의 백발 백의노인은 바로 당금 남궁세가 (南宮世家)의 가주인 제천신기 남궁효였다. 그의 뒤 오명의 황의노인들은 두말할 것도 없이 남궁세가의 오가신(五家臣)들이었다. 백수범은 그들의 연이은 출현에 안색이 침중해지고 말았다. 금천성은 나직히 괴소를 흘렸다. "후후후! 넷째, 이래도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백수범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그의 머 리는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타개 방법은 오직 하나 뿐이다. 그것은.......' 백수범은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내장이 흔들렸는지 그는 갑자기 심한 기침을 해댔다. "콜록콜록, 콜록... 컥!" 발작적인 기침에 이어 목구멍으로 왈칵 넘어오는 것이 있었다. 그 것은 시커멓게 죽은 핏덩이였다. 그 광경에 금천성과 남궁신풍의 얼굴에는 희색이 떠올랐다. 금천 성은 음침하게 웃으며 명령했다. "후후후! 삼존, 놈을 제거하라." 쐐--- 애--- 액----! 위---잉! 선인장과 검, 도가 일시에 백수범을 산산조각낼듯 날아왔다. 백 수범은 급히 몸을 피했으나 속도가 채 미치지 못했다. "으윽!" 그의 어깨에 선인장이 스쳤다. 그의 신형이 비틀 하는 순간, 다시 장검이 허리를 지나고 도존의 도가 등을 스쳤다. 피보라가 허공에 자욱히 뿌려졌다. "사위!" 백리극이 대경했다. 그는 즉시 몸을 날렸다. 그러나 제천신기 남궁효가 그를 막았다. "껄껄껄! 백리극, 그대는 노부가 상대하마." 백리극은 이를 갈며 외쳤다. "남궁효! 이 놈, 양의 탈을 쓴 이리 같은 놈." 그 말에 제천신기 또한 두 눈에서 줄기줄기 살광을 발하며 노성을 질렀다. "백리극! 함부로 지껄이지 마라." 번쩍---! 검광이 하늘을 덮었다. "헉!" 백리극은 급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곧 혈전을 벌이기 시작 했다. 원래 그들의 무공은 막상막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백리극이 상세로 인해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백수범은 그런 상황을 뻔히 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비틀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② "으하하하! 천하의 천마잠룡도 이제 끝장이구나!" 금천성의 득의만만한 광소가 울렸다. 백수범은 연거푸 삼존에 의 해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런데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지 그가 후퇴하는 방향은 남궁가의 오가신이 있는 곳이었다. 백수범은 곧 쓰러질듯 하면서도 신기할 정도로 계속 버티어내고 있었다. "으윽--!" 한 줄기 참담한 비명이 들렸다. 백리극이 제천신기의 검에 의해 옆구리에서 피분수를 뿜고 있었 다. 그때문에 백수범이 잠깐 한 눈을 파는 순간, 흑존이 광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 공손기, 마지막 선물이다." 위--- 잉---! 선인장이 흑룡강기(黑龍畺氣)의 먹구름을 일으키며 덮쳐왔다. 흑 존의 최후 초식인 비천살류검(飛天殺流劍)이 뒤를 이었다. 쐐--- 애-- 액! 도존의 개세도천파(蓋世刀天破)도 양보하지 않았다. 파파파팟---! 삼인(三人)의 합격이 노도와 같이 백수범을 덮쳤던 것이었다. 휘-- 이-- 익! 무력하게 허우적거리던 백수범의 몸이 불현듯 허공으로 떠오른 것 은 바로 그때였다. "천-- 륙--- 참---!" 그의 십 지(十指)가 갈구리처럼 구부러지더니 가공할 청광을 사방으로 뿌렸다. 콰-- 콰--- 쾅---! 천 년 지옥에서나 울릴 듯한 엄청난 폭음이 울리며 천지가 뒤집어 졌다. 얼마 전 지옥구마종 중 한 명을 죽일 때와는 실로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나는 위력이었다. "조, 조심햇!" 금천성조차 침착을 잃고 부르짖었다.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크--- 아-- 악!" 소용돌이 속에서 참담한 비명이 터졌다. 백수범을 공격했던 삼 존 은 육신이 난도질 당한듯 형체도 구분할 수 없이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백수범은 공세를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허공에서 한 바퀴 빙글 선회한 그는 이번에는 오 가신을 향해 또 다시 천륙참을 펼쳤다. 아울러 제천신기를 향해서는 단장화(斷腸花)를 던졌다. 다만 아쉽게도 그 만이 그 결과를 볼 수 없었다. 콰--- 콰--- 쾅! 파파파팟---! "크-- 악---!" 오가신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그들 역시 몸이 산산조각나 혈우 (血雨)와 함께 뿌려졌다. 그 곁에서 제천신기가 몸에 열 여덟 개 의 구멍 뚫린 채 벌렁 넘어지고 있었다. "으으, 저럴 수가?" 금천성과 남궁신풍은 대경실색했다. 그러나 그들은 즉시 약속이라도 한듯 몸을 날렸다. 막 기력을 잃 고 떨어지는 백수범을 덮쳐간 것이었다. 백수범은 연달아 전개한 천륙참으로 인해 머리가 빙글빙글 돌 지 경에 이르러 있었다. 그는 아득한 정신의 건너 편에서 금천성과 남궁신풍이 사나운 기세로 들이닥치는 것을 보았다. '이번 한 번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 그는 피가 배이도록 입술을 짓씹었다. "천륙참--! 천의명공강(天意冥空畺)---!" 백수범은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각각 쌍장을 뻗었다. 우우--- 웅--- 콰-- 콰콰--- 쾅! 천마비보에 기재된 제 일, 제 이의 무공이 한꺼번에 펼쳐졌다. 금 천성과 남궁신풍도 자신들의 최후절학을 극성으로 전개했다. 꽈르르르-- 꽈꽝---! 무시무시한 폭음이 일며 빙지가 갈라져 사방으로 균열되고 있었 다. 실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엄청난 결전이었다. 아니, 그것은 인간이 이룰 수 있는 무학의 경지를 초월한 것이었다. 우-- 르-- 르릉--- ! 지축이 결코 짧지않은 시간 동안 무섭게 요동쳤다. 한참 후에야 폭풍은 고요히 가라앉았다. 백수범은 한 가운데에 우뚝 서 있었다. 그는 전신 옷자락이 걸레쪽이 된 것은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입과 코로 검은 피를 줄줄 쏟아내고 있었다. 필시 막중한 상세를 입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더구나 그의 하반신은 얼음을 뚫고 박혀 있었다. 금천성은 더욱 처참했다. 그는 왼쪽 팔이 잘라진 채 너덜너덜한 살점이 붙어있는 곳으로부터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남궁신풍도 결코 성하지 못했다. 그는 전신이 완전히 피로 물들어 혈인(血人)이 되어 있었다. 그의 입과 코는 물론 귀로도 선혈이 흘러내렸으며 눈은 툭 불거져 금방이라도 안구를 바닥으로 떨굴 것만 같았다. 삼인은 거의 동시에 바닥에 스르르 주저 앉았다. 백수범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러나 금천성과 남궁신풍의 두 눈 에는 온통 경악과 불신, 의혹 등이 서려 있었다. "네, 네가 이렇게 강할 줄이야!" 남궁신풍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금천성은 잘린 팔을 지혈(止血) 시킬 생각도 않고 자조적으로 웃었다. "후후후....... 우리는 결국 두 번째 착오를 저지르는 셈이군. 그 러나 두 번 다 착오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문득 백리극이 휘청거리며 백수범에게 다가왔다. 그는 백수범의 상세를 살피며 초조하게 물었다. "사위, 상처는 어떤가?" 북천존자 백리극. 그는 한 때 중원정복의 야망을 가졌던 효웅이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백수범을 이용하려고만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그는 단지 둘도 없는 사위를 크게 걱정하는 한 사람의 장인일 뿐이었다.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法)이다. 백수범은 백리극의 심중을 금 세 알아차리고 훈훈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나 그 미소는 또한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자신의 상세가 얼마나 위중한지를 모르지 않았다. 사실 그 상태로는 불과 몇 시진도 넘기기 어려웠다. 오장육부가 진동에 의 해 조각조각 분열되어 있어 살아있는 것이 오히려 기적이었다. 단 한 점의 내공도 끌어올려지지 않는 허탈한 육신은 그의 명철한 두뇌로 하여금 심한 자조에 빠져들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역시 범인이 아닌, 백수범이라는 초인(超人)이었다. 백수범은 오히려 담담히 되묻고 있었다. "빙장 어른은 어떻습니까?" 그러자 백리극은 갈등과 연민, 회한으로 온통 뒤범벅이 된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자네가 견디는데 노부가 어찌 견디지 못하겠나?" 남궁신풍은 멍하니 오가신의 혈육덩이와 제천신기 남궁효의 시체 를 바라 보았다. 제천신기는 그보다 앞서 십팔 개의 사혈이 관통된 채 죽어 있었다. "아, 아버님, 크윽!" 남궁신풍은 기어코 오열을 터뜨리고 말았다. 금천성은 하늘을 우 러러보며 허망하게 부르짖었다. "흐흐흐....... 우리 사형제는 이곳에서 모두 죽는군." 그는 끝이 보이지 않는 북해(北海)의 설원을 새삼스럽게 둘러 보 았다. 그는 체념하듯 나직히 말했다. "우리의 상처로 보건대 아무도 살지 못한다. 이 빙원을 벗어나기 전에 숨은 멎고, 곧 싸늘한 시체가 되겠지." 그 말에 아무도 입을 열어 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금천성은 외팔 을 들어 허공을 저으며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수십 년 간 노력의 결과가 겨우 이것인가?" 그러나 그것은 비단 그 만의 느낌이 아니었다. 장내에는 말못할 비감이 흘렀다. 남궁신풍이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흐흐흐....... 결국 우리 사형제들 중 진정한 승자는 아무도 없는 셈이군." 이때였다. 어디서 들려오는 것인가? "아니야, 진정한 승자는 분명히 있네." 착 가라앉았으면서도 카랑카랑한 음성이 그의 말을 부인했다. "누, 누구냐?" 중인들은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일제히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족히 백여 명은 될듯 했다. 어느 틈엔지 무수한 인영들이 마치 땅 속에서 스며나온 듯 중인들을 에워싸고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들의 영도자인 듯한 거구의 한 청년을 본 순간 백수범은 물론 금천성과 남궁신풍등 삼 인의 눈이 일제히 부릅떠졌다. "아니! 둘째?" 천마성주의 둘째 제자인 비무강(丕武强)! 바로 그 청년은 비무강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비무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씨익 웃어 보였다. "본좌는 구천마궁(九天魔宮)의 궁주이지, 그대들의 사형제가 아니다." 이번에는 백수범을 제외한 금천성, 남궁신풍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으핫하하하! 놀랄 것 없다. 단지 그대들이 착각을 하고 있는 것 뿐이니까." 비무강은 광소를 터뜨리더니 말을 이었다. "그때 천마성 내에서 죽은 자는 나, 비무강이 아니라 비무현(丕武玄)이었다." "비무현?" 중인들의 안색이 의구심으로 굳어지자 비무강은 입가에 조소를 머금고 계속 말했다. "비무현은 바로 나의 동생이었다. 애초부터 비무강은 하나의 허상(虛像)이었을 뿐이었다." "그, 그럴 수가?" 금천성과 남궁신풍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백수범 만이 무심한 눈빛으로 비무강을 응시하고 있었다. 비무강은 천천 히 금천성과 남궁신풍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진짜 비무강이기는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천마성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천마성의 세 제자인 너희들은 나의 적수 일 뿐, 여타의 아무런 의미도 없는 자들이다. 또한 너희들이 모두 죽어 준다면 남는 것은 오직 천마성주 뿐이다." 그의 입가에 득의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나 그 역시 이빨 빠진 늙은 호랑이에 불과하니, 천하는 곧 나의 것이다. 으핫하하하......!" 비무강의 앙천광소는 빙원을 쩌르릉 울리며 퍼져나갔다. 금천성과 남궁신풍은 이빨을 부드득 갈아부쳤다. 이어 그들은 재빨리 무언 의 교감을 주고 받았다. 금천성이 냉혹한 음성으로 비무강에게 외쳤다. "비무강, 네 놈은 모든 일이 다 그렇듯 네 놈 뜻대로만 되리라 생각하느냐?" 비무강은 음침한 괴소를 흘렸다. "흐흐흐흐! 물론이다." "어림도 없다." 금천성과 남궁신풍은 일성 폭갈을 터뜨리며 동시에 신형을 날렸다. "비무강! 죽어라."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치며 벼락처럼 쌍장을 발출했다. 혼신을 다한 그들의 가공할 장력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비무강을 향해 폭사되어갔다. 슈슈슈--- 슈슉---! 그러나 비무강은 눈 하나 까닥않고 조소를 날렸다. "흐흐흐흐! 죽음을 재촉하는군." 그는 양 소매를 가볍게 휘저었다. 번쩍---! 그의 양 소매로부터 홍광(紅光)과 청광(靑光)이 빙원을 찬란하게 물들이는 순간이었다. "아아-- 악!" "크헉!" 금천성과 남궁신풍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놀랍게도 그들의 가슴 한 복판이 뻥 뚫려져 있는 것이었다. 비무강의 움켜진 양 손가락 사이로 시뻘건 혈수(血水)가 분수처럼 솟구치고 있었다. 금천성과 남궁신풍의 부릅뜬 두 눈은 완전히 경 악으로 질려 있었다. "자, 자웅쌍봉주(雌雄雙鳳珠)! 네, 네가 어, 어떻게 그, 그것까지, 끄륵!" 그들은 채 말 끝도 맺지 못한 채 목을 꺾었다. 털썩-- 쿵! 그들의 몸은 무너지듯 빙판에 고꾸라졌다. 죽은 것이었다. 천마성주의 제자로서 천하를 독존(獨尊)하려 했던 금천성과 남궁 신풍의 죽음치곤 너무도 어이없고 기막힌 죽음이었다. ③ 한편 백수범도 크게 놀라고 있었다. 그는 내내 비무강의 손만을 직시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백수범의 두 눈에서 파란 불꽃이 일었다. '아홉 개 뿐인 손가락과 자웅쌍봉주....... 비무강, 저 자야말로 연옥의 가문인 소운장을 궤멸시킨 괴수임에 틀림없구나.' 그러나 백수범은 내심 탄식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설사 그렇다한들 지금의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구나. 미안하구나. 연옥, 연영.......' 이대 비무강이 천천히 백수범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공손기, 이제 마지막으로 네가 죽을 차례다." "......." "천마잠룡 공손기, 너의 이름은 내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너야말 로 천하제일의 고수요, 기인이라고 할 수 있지." 백수범은 묵묵히 죽은 금천성과 남궁신풍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두 시신과 백수범을 번갈아 보며 비무강은 동정어린 음성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나는 너를 죽일 수 밖에 없으니 이해해라. 너와 나는 세 불양립(勢不兩立)이 아니더냐?" 그런데 갑자기 백수범의 눈빛이 반짝 섬광을 뿌렸다. 그의 입가에는 기이한 미소가 흘렀다. "비무강, 그대는 나를 영원히 죽이지 못한다." 비무강의 미간에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올랐다. "갑자기 무슨 정신 나간 소리냐?" 그러나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백수범이 사력을 다한 듯 뒤로 십여 장 가량 몸을 빼내고 있었다. 백리극을 안은 채. "으흐흐흐......! 겨우 도망치겠다는 뜻이었느냐?" 비무강은 경멸의 빛을 띄웠다. 동시에 그는 두 눈에서 푸르스름한 살광을 폭사시키며 신형을 허공으로 솟구치려 했다. 그러나 이때였다. 휙! 휙! 휙---! 옷자락이 스치는 파공성과 함께 세 줄기 인영이 유령처럼 비무강 의 앞을 가로막았다. 비무강의 표정이 삽시에 침중하게 굳어졌다. "풍진삼성(風塵三聖)!" 나타난 자들은 바로 풍진삼성이었다. 낡은 유삼을 걸친 광유가 책 을 넘기며 광소를 터뜨렸다. "크핫하하하! 공자 왈, 인간은 살생을 할수록 선덕(善德)을 쌓는다고 했다." 누더기 승포를 걸친 치승이 더듬거리며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 타불, 살생은 나쁜 짓이나, 비무강, 너는 꼭 죽어야할 운, 운명이다." "으흑흑흑흑! 불쌍한 내 손아, 오늘도 너는 피를 묻혀야 하다니. 흑흑흑! 너무 불쌍해." 곡도가 흐느끼며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어 그들은 비무강을 품자형으로 포위했다. 비무강은 냉혹한 눈빛으로 풍진삼성을 쏘아보았다. "풍진삼성, 그대들은 전진의 고수들로 아는데 구태여 나와 공손기 의 사이에 끼어들 필요가 있소?" 비무강의 말이 막 끝났을 때였다. "크흐흐흐......! 전진파는 공손공자의 제 삼의 세력이다." 음산한 음성이 사방에서 메아리 치듯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마치 빙원을 미끄러지듯 장내에 일곱 명의 흑의복면 인이 출현했다. 그들이 나타나자 비무강의 눈빛이 금새 어둡게 변했다. '고수들이다!' 그는 흑의복면인들을 빨아들일 듯이 주시했다. 반면에 흑의복면인들은 비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듯 백수범 을 호위하며 일렬로 늘어서고 있었다. 잠시 후, 흑의복면인들 중 중앙에 서있는 자가 비무강을 향해 음침하게 말했다. "흐흐흐흐! 비무강, 이번에는 가짜가 아니겠지? 오늘로서 너와 구 천마궁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비무강은 냉소를 쳤다. "흥! 네 놈들만의 힘으로 말이냐?" 비무강은 말과 함께 느긋한 시선으로 주위에 늘어선 구천마궁의 고수들을 휘둘러 보았다. 그들은 비무강의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의 중앙에 선 흑의복면인이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오른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으핫하하하! 얘들아!" 요란한 함성이 사방에서 터져나온 것은 그때였다. "와--- 아---! 우-- 우----!" 동시에 근 오백여 명의 인물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눈빛이 섬광처럼 강렬하게 빛나는 것으로 보아 한결같이 일 류고수들임에 틀림 없었다. "으핫하하! 쳐랏!" 흑의복면인은 광소를 터뜨리며 신형을 날렸다. 그의 명령에 따라 오백 명의 인물들은 무서운 기세로 구천마궁의 고수들을 덮쳐갔다. "한 놈도 빠짐없이 모두 죽여랏!" 장내는 곧 피가 튀고 인육이 난비하는 아비규환의 생지옥(生地獄)으로 화했다. 이 돌발적인 상황에 비무강의 안색은 창백하게 변했다. 그의 두 눈에 추풍낙엽처럼 죽어가는 구천마궁의 고수들의 처참한 모습이 들어왔다. "크-- 아아아--- 악!" 그들이 내지르는 고통스러운 비명이 비무강을 순식간에 절망 속으로 빠뜨렸다. "이, 이럴 수가?" 그의 두 눈에서 소름끼치는 혈광(血光)이 폭사되었다. "모두 쓸어버리겠다!" 그는 일성 대갈을 터뜨리며 풍진삼성을 향해 덮쳐들었다. 그의 팔 소매로부터 또 한 번 찬란한 홍광과 청광이 폭사되었다. 자웅쌍봉 주가 다시 피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풍진삼성은 감히 방심하지 못했다. 그들은 신형을 일제히 허공으 로 뽑아올리며 쌍장을 뻗었다. 우르르--- 슈슈-- 우우욱---! 치열한 피의 공방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그쳤던 백설(白雪)이 내리고 있었다. 백설은 피로 물들어 혈화(血花)처럼 허공에 뿌려지고 있었다. "크-- 아아아---- 악!" 흐르는 피는 곧 빙지(氷地)로 스며들며 장내를 시뻘겋게 물들였 다. 전세는 불을 보듯 훤했다. 이제 구천마궁의 고수들이 전멸하 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일 따름이었다. 이 광경을 주시하던 백리극이 낮게 탄식했다. "자네의 수하들 중에는 현명한 인재들이 많군." 백수범은 묵묵히 혈전의 와중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흑의복 면인 중 한 명이 차가운 음성으로 그에게 물었다. "수범, 몸은 어떤가?" 그 음성은 냉막했으나 어쩐지 포근한 정감을 느끼게하는 것이기도 했다. 백수범은 힘없이 반문했다. "냉형이오?" 그러자 흑의복면인은 대답 대신 복면을 벗었다. 역시 그 얼굴은 냉전수였다. "수범, 상처가 심하구나. 어디 좀 보자." 백수범은 상처를 보여주면서도 계속 혈전장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얼마 후면 치료 되겠소?" "한 시진." "반 시진 내로 치료해 주시오." 냉전수는 흠칫 하며 백수범을 직시했다. 그러나 그는 곧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 보겠다." 말을 끝내자마자 그는 곧바로 백수범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한편 풍진삼성과 혈전을 벌이고 있는 비무강. 그는 연신 뒤로 밀리고 있었다. 사실 그의 무공이 제아무리 강하 다해도 풍진삼성의 협공을 당해내기란 무리였다. 그의 전신은 피투성이로 변해 있었고 손발 또한 점차 어지러워지고 있었다. "풍진삼성! 죽어라." 그는 폭갈을 토하며 다시 자웅쌍봉주를 날렸다. 우--- 우우우--- 웅! 자웅쌍봉주는 기이한 울음을 토하며 풍진삼성을 향해 가공할 기세 로 폭사되어 갔다. 그러나 광유는 비웃음을 터뜨리며 신형을 쏘아 올렸다. "헤헤헤헤헤헤! 자웅쌍봉주인가? 그러나 미안하게도 나는 그것을 없앨 방법을 알고 있지." 광유의 말이 떨어지자 치승과 곡도 역시 신형을 허공으로 솟구쳤다. "유(儒)--!" "불(佛)---!" "선(禪)--!" 세 마디의 웅혼한 음성이 천지를 진동시키는 순간이었다. "으-- 악---!" 참혹한 비명과 함께 허공 가득 피보라가 일었다. 이 돌연한 사태 에 장내의 무시무시한 혈전조차 뚝 멈추고 말았다. 동시에 무서운 정적이 장내를 휩쓸었다. 전사(戰士)들의 시선이 일제히 비무강에게 쏠렸다. 비무강의 왼팔은 참혹하게 잘려져 있었다. 그의 팔은 자웅쌍봉주 를 움켜쥔 채 바닥에서 피를 뿜으며 꿈틀대고 있었다. 비무강은 신형을 심하게 비틀거리며 통한의 부르짖음을 발했다. "분하다! 천하가 눈 앞에 있었건만......." 그의 안면은 더할 나위 없이 참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러나 풍진삼성은 다시금 냉막한 얼굴로 비무강을 향해 덮쳐가고 있었다. 마침내 최후의 일격을 가할 참이었다. "안 되오! 죽이지 마시오." 백수범의 갑작스러운 외침이 풍진삼성의 손속을 막았다. 이어 백 수범은 자신이 직접 비무강에게 다가섰다. "비무강,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 "무엇이냐?" "네가 소운장을 멸망시켰느냐?" 비무강은 멈칫 하더니 이내 공허한 웃음을 날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의 짧은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흑의복면인들 중 좌측의 왜소한 인영이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백수범은 그 흑의복면인을 응시하며 탄식을 터뜨렸다. "연옥, 네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해라." 그러자 흑의복면인은 복면을 벗었다. 바로 소연옥이었다. 그녀는 비무강을 한맺힌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비무강! 네 놈은 내가 누군지 알겠느냐?" "흐흐흐! 모른다." "내가 바로 소운장주의 딸이다!" 비무강은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크핫하하하......!" 잠시 후, 광소를 그친 그는 무심한 눈빛으로 소연옥을 주시했다. "그래서 네가 나를 죽이겠다는 말이냐?"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비무강은 한 모금의 선혈을 토해냈다. "컥!" 그는 한 쪽 밖에 남지 않은 팔을 들어 피를 훔치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천하제일이라 자부했던 나다. 나는 죽는 이 순간 마저도 그 생각 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런데 내가 너같은 어린 계집에게 목숨을 맡길 것 같으냐?" 비무강의 한 손이 푸르스름한 청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를 본 백수범은 경악성을 터뜨렸다. "구천마공(九天魔功)! 연옥, 조심해라." 소연옥의 안색도 변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비무강은 하늘을 우러 러보며 앙천광소를 터뜨리는 게 아닌가? "크핫하하하......!" 동시에 비무강의 손은 자신의 천령개를 내리쳤다. 퍽---! 그의 머리는 그대로 박살이 났다. 스스로 자결을 한 것이었다. 중인들은 그의 돌발적인 행동에 아연 실색하고 말았다. 한참 후에야 백리극이 침묵을 깨고 탄식을 발했다. "과연 일세의 효웅다운 행동이다." 백수범 역시 차갑게 식어가는 비무강의 시신을 주시하며 탄식해마 지 않았다. 소연옥의 흐느낌이 들렸다. 백수범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 안았다. "연옥, 진정해라." "으흐흑! 오빠!" 그녀는 백수범의 품 속에 뛰어들며 통곡을 터뜨리고 말았다. 눈(雪),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은 모든 것을 뒤덮어 가고 있었다. |
첫댓글 잼 납니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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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