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8일 사순 제3주간 (금) 복음 묵상 (마르 12,27ㄱㄷ-34) (이근상 신부)
그때에 율법 학자 한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 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다.(마르 12,28)
계명, 지켜야 할 바는 이스라엘이 하느님과의 관계를 이끄는 끈이었다. 지키는 것이 관계였다. 약속을 지키는 것. 그게 믿음의 모든 것이었다. 해서 지켜야 할 바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이고, 지켜야 할 바를 지키는 것이 행동규범의 모든 것이었다.
그런데 예수의 답은 너무 짧았다.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건 질문하는 자의 의도와 정반대의 답을 내놓은 셈이다. 그는 살아가는 삶의 복잡함 속에서 길잡이가 되는 보다 세세한 보다 실천적인 답을 물었는데, 예수는 그에게 삶의 무기, 그러니까 바로 다음 발걸음의 위치를 알려주는 대신, 멀고 먼 깃발을 가르켰다. 저기, 아주 먼 저기가 가야할 길이라는 가르침.
이 황당한, 그러나 곡진한 진심에 물었던 자는 태세를 바꾸어 고개를 돌렸다. 예수의 말씀에서 무엇인가를 보았고, 질문의 답을 얻었는데... 사실 복음은 이 이야기 자체가 답이 아니라 이렇게 답을 찾은 자가 있다는게 답이라면 답이었다. 누군가 질문의 끝, 아니 답을 얻는 결단에 다다랗다는 사실. 그게 기쁜 소식이라고 나누고 있다.
어쩌면 바로 앞에 난 두 갈래 길에서 어느 길이 바른 길이냐 길을 물었는데, 그가 가야할 목적지를 답하는 예수였다. 우리도 그 답을 들어야 하는 밤, 어둔 밤에 있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simonksyi/posts/pfbid02qSJzMdvJ3zP6SakLDTcpXVBGK8nED3VJZyYWM2bRZ53mQuFfGkPbY86bBtYVhLN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