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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갑니다. 가을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어서 부지런히 길을 가라고, 잠에서
깨어 나라고 재촉하곤 합니다. 가을하늘의 흰구름을 바라보며 헤르만 헷세의 시를 읽어보기도 하고
어릴적 즐겨부르던 '구름' 동요도 불러보고 가을엔 어디로 특별히 나들이를 가지 않고 하늘만 올
려다 보아도 기도가 되네요. 불타는 단풍숲을 여러분은 단풍빛 고운 마음으로 보러
가실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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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창립 기념일이기도 한 9월14일, 지난 1년 동안 공들여 지은 성분도 은혜의 집과 성분도
치과병원 축복식을 잘 마쳤고 새집 1층(113호실)에 자그만 크기지만 해인글방도 하나 받았는데
연말안으로 서서히 옮겨갈 생각입니다. 정리되기 전에도 방문하고 싶은 분들은 제가 안내해
드립니다. 너무 새집에 새 가구 들여놓으니 아직은 서먹하고 낯설지만 머잖아 정이 들도록
길들 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개관 기념으로 음향시설이 좋은 새 강당에서 <아름다운
비행> <모터 사이클 다이어리>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의 영화도 관람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영화에 대한 이해와 감상의 폭이 떨어지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영화도 많이 보는 사람이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을 새롭게 배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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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에 로제리오 김정식과 함께 진행했던 평창 성당 40주년 특강, 연세대학 원주 캠퍼스에서
채플 강의,그리고 국립중앙도서관에서의 특강은 사람들의 반응도 좋았고 분위기도 좋았고 우리도 여러가지로
배운 바가 많은 좋은 기회였습니다. 중앙도서관에서는 마침 이해인의 글 을 주제로 한 석사논문도 발견하여 보여달라고
했고 부산에 내려와 해인 수녀의 논문들(시경에 나타난 복사 상 연구/에밀리 디킨슨과 김소월의 자연시 비교 연구)도 추가로
몇 권 보내드렸답니다. 9.25일 대전에서 성소자들 38명을 대상으로 피정 특강을 하며 우리 수녀원을 소개하는
비디오<영원속의 하루>를 관람하는데 제 스스로가 감동하여 울먹이기도 했답니다.'참 좋은 몫을 선택했구나'하는
느낌도 새로웠구요. 새로운 감사의 발견, 일상 안에서의 충실함과 경탄의 감각을 잃지 말고 기쁘 게
살아야지... 다짐하였으니 저 자신을 위한 피정이 된 셈입니다. 가르치는 것은 곧 배우는 것 이란 말을 새롭게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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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의 글을 주제로 한 한뉘 조주연 선생님의 서예전은 무사히 잘 마쳤고 여는날엔 많은 분들
의 사랑을 받는 피천득 선생님과 장영희님도 참석해 더욱 좋았습니다. 이 자리에 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혹시라도 도록이 필요한 분은 연락하시길 바랍니다. 마침 만 93세의 우리 어머님도 차편이 있어 서예전을
관람하셨는데 '책에서 보았어도 이렇게 보니 새롭네.이게 전부 다 수녀글이잖아 정말 좋은 선물이네...하시며 그 많은 글들을
꼼꼼하게 소리내어 낭송까지 하셔 서 주변사람들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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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 곁에 있는 책들은: <시와 십자가>(인천가톨릭대 종교미술학부 엮음/Art and
caritas), <쓸쓸한 곳에는 시인이 있다> (이기철/문학동네),<아들의 그림>(이재상/청조사),<연극배우
박정자>(김미도/연극과 인간),<사람은 버리는게 아니잖아요> (정애리/랜덤하우스 중앙),<한나의 가방>(카렌 레빈.
송은경 역/샘터), <세월>(황주리/이레),<행복하게 나이드는 비결><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법>,<나는 이랗게 나이들고 싶다>(소노 아야꼬/리수),<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엠마뉘엘 수녀.박종구
역/샘터),<아이 안에 숨어있는 두뇌의 힘을 길러라>(이승헌/한문화)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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