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피부의학계는 줄기세포와 유전자 등을 이용한 피부질환 치료·피부노화 방지법 연구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대병원에서 레이저를 이용해 피부 질환을 치료하는 장면.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세계피부과학술대회 개막… 최신 연구결과 미리보기
피부온도 올라가면 노화 촉진, 심신치료로 아토피 증상 완화… 나쁜 피부, 취업에 악영향
전 세계 피부의학의 최신 연구 성과가 한자리에서 공개되는 '제 22회 세계피부과학술대회'가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식을 갖고 6일간의 장정에 돌입했다. 100여개국에서 온 피부과 전문의 등 1200여명이 320개 학술 세션에서 강연한다. 발표될 내용 중 일반인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 중 일부를 미리 소개한다.
◆열(熱)이 피부 노화 촉진해
뜨거운 열기에 노출되면 피부가 빨리 늙는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는 지난 10년간 진행한 '열 피부노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종합 발표한다. 정진호 교수는 "자외선을 쐬면 피부 노화가 일어나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이 밖에 피부 온도가 올라가도 콜라겐 섬유와 탄력 섬유가 파괴돼 노화가 앞당겨진다"고 말했다. 정진호 교수팀은 피부 세포를 배양시킨 뒤 15분가량 햇빛에 노출시켜서 피부 세포 온도를 42도로 올렸다. 그 결과, 콜라겐 분해효소가 증가해 콜라겐 합성이 줄었다. 또 사람의 엉덩이에 전기 열선으로 42도의 열을 30분 가한 뒤 1~3일 후 조직검사를 했더니 탄력섬유의 주 성분인 탄력질과 피브린 단백질이 모두 감소했다. 정 교수는 "열에 의한 피부노화는 자외선에 의한 노화의 20% 정도 수준이며, 흡연이 피부에 미치는 영향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리를 할 때 조리기구의 뜨거운 열이 피부에 닿거나, 사우나·찜질방 등에 너무 오래 있어서 얼굴이 익어도 피부 노화를 촉진한다"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를 낼 때에 오르는 열도 피부를 노화시킨다"고 말했다.
◆가족 갈등이 피부질환 유발
벨기에 브뤼셀 이라즈마 대학병원의 프랑수와 풋 교수는 가족 관계가 나쁘면 아토피 피부염, 원형탈모, 건선 등 만성 피부질환 발병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연구팀은 피부질환 그룹과 비피부질환 그룹을 비교했다. 비피부질환 그룹은 가족 문제가 있는 비율이 17%인 반면, 피부질환 그룹 중 원형탈모는 93%, 아토피 피부염 57%, 건선 54%가 가족관계에 문제가 있었다. 보통 수준의 가족문제를 겪고 있는 환자는 3배, 심각한 가족문제를 안고 있는 환자는 16배가량 피부질환 발병이 많았다. 프랑수와 교수는 "가족 관계에 문제가 생겨 식구간에 긴장이나 갈등이 장기간 계속되면 스트레스가 유발돼서 피부 질환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아토피 피부염 심신치료 효과
심신치료를 하면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나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다. 일본 효고의과대학 피부과 에이이치로 교수는 아토피 피부염 남녀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의학적인 아토피 피부염 치료와 함께 심신치료를 병행했다. 그 결과 아토피 피부염의 심신상태 수치가 37.3점에서 21점까지 크게 내려갔다.
◆피부 나쁘면 경력·직업 선택도 제한돼
영국 카디프 의과대학 앤드루 핀레이 교수는 각종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피부질환이 인생의 중요 결정에 끼친 영향'을 조사했다(중복답변). 66%는 피부질환 때문에 '경력 선택'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어 직업 선택(58%), 사회적 관계(52%), 교육(44%), 해외이주(32%), 자녀출산(22%), 조기퇴직(20%) 등의 순서로 피부 질환이 인생의 중요한 결정과 삶의 질에 악영향을 끼쳤다. 앤드루 교수는 "피부 질환은 당뇨병, 심혈관질환, 관절질환 등과 마찬가지로 삶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