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부정부패 폭로한 자들 계속된 의문사
中 시진핑, 걸림돌 고위 관료 인물들 내쳐
북한 김정은도 2인자 고모부 반역죄 처형
▲ 3월 1일, 러시아 모스크바 동남부 마리노 지구의 우톨리 모야 페찰리 성보상 교회 안. 교도소 수감 중 의문사한 알렉세이 나발니의 시신 앞에 시민들이 모여 추도식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안나 폴릿콥스카야, 라빌 마가노프, 보리스 베레좁스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랜 정적(政敵·정치에서 대립하는 처지에 놓인 사람)들로, 푸틴 대통령에게 맞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사망에 이르렀어요. 사건의 배후에 푸틴 대통령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왔는데요. 지난달 16일, 교도소에 수감 중인 '푸틴 최대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까지 숨을 거두자, 그 의혹은 다시 증폭됐죠. 푸틴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지만요.
그간 러시아를 비롯한 북한·중국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었는데요. 왜 독재국가에선 '정적 제거' 의혹과 문제가 끊이지 않는 걸까요?
▲ (왼쪽부터)알렉세이 나발니, 김정남, 보시라이
독재자에게 찍힌 정적들은…
푸틴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2000년, 그와 대립하는 사람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해요. 그 숫자만 100명에 가까웠는데요. 그들은 모두 의문의 죽음을 당합니다. 예컨대 2006년 11월, 러시아의 부정부패(不正腐敗)를 폭로한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러시아 연방보안국 요원은 홍차를 마신 뒤 3주 만에 사망했어요. 홍차 속에는 고농도 방사성 물질 '폴로늄-210'이 들어 있었는데요. 폴로늄-210은 청산가리보다 2억5000만배 강한 맹독성 물질로 인체에 유입되면 체내의 모든 장기를 파괴합니다. 이 사건으로 '푸틴의 홍차'라는 별명까지 생겼고, 이는 죽음을 암시하는 고유명사처럼 쓰였습니다. 같은 해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던 언론인 안나 폴릿콥스카야는 아파트 계단에서 총에 맞아 숨졌고요. 작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푸틴 대통령과 갈등을 겪던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이 전용기를 타고 이동하던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요.
가족까지 이어진 北·中의 정적 제거
러시아처럼 독재국가로 꼽히는 북한·중국도 비슷한 사건이 많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고모부이자 북한 권력 2인자로 불렸던 장성택을 반역죄로 잔인하게 처형했거든요. 이때 사용된 무기는 소련(현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14.5㎜ 4신 고사 기관총'으로 추정돼요. 장성택은 90발의 기관총 사격을 받고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죠. 김 위원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장성택 두 형의 아들·딸과 손자·손녀 등 직계 가족 모두를 처형했어요.
북한의 실상을 폭로한 이복형 김정남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독극물로 암살을 당했습니다. 그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각막과 피부에서는 치사량의 1.4배에 달하는 신경작용제 'VX'가 검출됐는데요. VX가 인체에 흡수될 경우 뇌와 중추신경계를 손상해 10여 분 만에 목숨을 앗아간다고 알려졌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2012년 집권 이후 부정부패 척결을 명분 삼아 라이벌 보시라이 전(前) 충칭시 당서기를 감옥에 보내는 등 고위 관료 인물들을 내쳤고요.
정적 제거로 사라진 이들의 공통점은 독재자가 10년 이상 군림한 독재국가의 국민이었다는 점이에요. 독재자들은 부정부패나, 정부에 반란을 주도·참여했다는 이유로 정적들을 제거했는데요. 어떤 이유라도 사람 목숨을 앗아가는 행위가 이어져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