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는 일단 하락세로 방향을 잡으면 수년간 지속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과거가 반복된다면 지난 해부터 본격화한 '강한 달러'의 조정은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이어지게 된다.
달러화는 15일(현지시간) 경제지표 호전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개입 움직임으로 반등했으나 여전히 하락 궤도에 있다. 달러화가 앞으로 얼마나, 그리고 언제까지 하락할 것인지는 국제 금융시장의 중요한 화두이고, '약한 달러의 풍요'를 기대할 수 있는 신흥시장국에도 민감한 변수다.
달러화는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만 반영하는 게 아니다. 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 경제의 회복 정도, 24시간 멈추지 않는 외환시장 투자자들의 심리 등이 맞물린다. 고차방정식으로 움직이는 달러화 전망은 간단치 않은 것이다.
최근 '약한 달러'의 배경은 막대한 미국의 경상-재정 적자, 선진7개국(G7) 합의를 통한 정책적 노력 등이다. 미국은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하루 15억 달러를 외국에서 조달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 매입을 줄이면서 달러화는 하락했다.
외국인들이 지난해 6월말까지 1년간 사들인 미국 국채는 2315억 달러에 달한다. 앞서 5년간의 같은 시기를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각국 중앙은행을 포함해 외국인들이 보유한 미 국채는 1조 3000억 달러로, 유통물량의 36%에 이른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후반부터 주식 등을 중심으로 미국 자산을 줄여 달러화 하락에 일조했다.
외국인 이탈이 급격해 지면 달러화는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약한 달러'는 미국 자산을 보다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어 외국인 직접 투자를 거꾸로 유도한다. 이처럼 달러화 하락을 억제하는 데는 자국 통화의 과도한 절상을 꺼리는 외국 중앙은행들의 견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일본은행이 지난해 2000억 달러 가량의 달러화를 사들이고, 올들어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매수하는 시장 개입이 대표적이다.
달러화 환율에는 각국 기준 금리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상당기간 현행 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방침도 약한 달러를 거들고 있다. 반면 ECB는 추가 금리 인하 등을 통해 유로화의 급격한 상승, 곧 달러화의 급락을 막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FRB는 약한 달러로 인해 상품 가격이 급등하고, 외국인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달러화가 추가 하락하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 달러화 급락은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 이에 따라 달러화 하락 정도를 둘러싼 물밑 힘겨루기, 엇갈린 전망은 진행형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곧 1.30달러선으로 밀릴 것으로 예상한다. 엔화의 경우 연내 100엔선 붕괴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음달로 예정된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의도 변수로 꼽힌다. 달러화는 이날 뉴욕시장에서 유로당 1.25달러대로 회복했고, 엔화에 대해서는 106.48엔으로 전날의 106.21엔 보다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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