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회원권 시장은 연초 상승세를 보이다 일본 대지진, 수도권의 기록적 폭우, 유럽 금융위기 등 쏟아지는 외부악재에 맥을 못췄다. 내부적으로는 입회금 반환 문제가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래저래 우울한 분위기지만 곳곳에서 들려오는 골프장 인수합병(M&A) 소식은 회원에게도, 골프장에게도 반가운 뉴스다.
골프장 M&A 활발해진 이유는 뭘까
최근 여러 골프장이 입회금 반환 부담과 내장객 감소, 신규골프장의 증가로 인한 경영난, 재정난 가중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무건전성이 받쳐주지 못하는 모기업에서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골프장 매각에 나서거나 고려 중이다.
반대급부로‘위기는 곧 기회’라는 경영철학을 토대로 골프장매수에 과감히 뛰어드는 기업도 많아졌다. 골프장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후 금융권의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이 끊기면서 신규골프장 건립보다 M&A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수도권 토지매입과 클럽하우스 등 부대시설까지 포함하면 18홀 기준으로 홀당 70억원, 최소 1200억원의 투자비가 필요하다. 여기에 부지계약금과 인허가 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한다. 반면 M&A를 하면 골프장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존 부채와 회원권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인수하면 신규골프장 건설비용의 절반 이하 금액으로 매입이 가능하다.
일례로 2009년 5월 한국야쿠르트는 유동성 위기를 겪은 대주그룹의 동두천 다이너스티(18홀)를 인수했다. 기존 채무를 떠안는 조건으로 35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티클라우드로 이름을 바꾸고 운영 중이다.
현재 골프장을 매입하려는 매수자(기업) 입장에서는 과거 매물이 없어 관망만 하고 있던 상황에서 원하는 조건에 부합하는 골프장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다.지난 해만 M&A가 이뤄졌거나 진행 중인 골프장이 8곳 이상이며, 올해부터는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M&A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골프장
지난 해 1월 여주그랜드(퍼18홀)는 남성대 대체골프장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에 1389억원에 매각됐다. 지금은 동여주로 이름을 바꾸고 운영 중이다. 민간임대주택 사업자인 부영그룹은 4월에 전북 무주리조트(18홀)를 인수해 무주덕유산으로 이름을 바꿨다. 대유그룹도 몽베르(36홀)를 인수하며 레저사업 분야에 진출했다. 대유그룹은 (주)대유에이텍과 (주)대유신소재를 주축으로 여러 계열사를 뒀으며 전체 연매출액은 1조원 규모다. 골프장 입장에서는 이번 M&A로 회원들의 모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게 됐다.
10월에는 신안그룹이 현대시멘트로부터 성우리조트를 인수했다. 신안그룹은 성우리조트가 보유하고 있는 오스타(36홀)와 스키장, 콘도를 포함한 모든 자산과 부채를 일괄 인수했다. 향후 성우리조트는 복합 테마 파크형 종합리조트로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넥센그룹은 지난해 11월 특수목적법인 신어홀딩스를 설립해
경남 김해 가야(45홀+퍼9홀)를 운영하고 있는 가야개발 지분 97.5%를 인수했다. 넥센을 비롯해 서원유통, 태웅 등 7개 법인으로 구성된 신어흘딩스는 골프사업을 확대해 현재 진행 중인 골프볼(빅야드) 사업과 골프교육 사업 등 관련 분야의 매출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골프존도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히 매각협상을 진행해 올해 1월 대한전선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고창의 선운산(퍼18홀)을 481억7000만원에 인수했다. M&A를 통해 회원과 골프장이 얻게 되는 건 기업에서 골프장 매입에 나서는 이유는 골프장 사업이 최근 내장객 감소로 영업가치가 떨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은행 금리보다는 높은 영업이익을 올리는 안정적인 사업 분야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향후 규제가 완화되면 골프장을 중심으로 여가 시설과 전원주택 건설 등의 부대사업을 확대해 자산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0년 9월 제주 핀크스리조트는 새로운 주인을 맞았다. 2010년 초 핀크스 매각설이 나왔을 때만해도 시장에서는 제주 골프장 공급이 포화상태기 때문에 수천억에 이르는 골프장을 인수할 곳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런데 SK네트웍스에서 부채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730억원에 핀크스를 매수했다. 소수 VIP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프레스티지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는 SK네트웍스는 핀크스가 리조트 내 타운하우스와 빌라, 호텔 등의 고급 주거시설을 갖추고 있는 점을 높이샀다. 지금은 SK핀크스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국내는 물론 중국과 아시아 등의 글로벌 레저관광사업의 중심에 섰다. SK네트웍스에서는 앞으로 SK핀크스가 명품 휴양지로서 해외 시장 진출에도 디딤돌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골프장을 이용하는 회원 입장에서는 M&A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다면, 입회금 반환시기가 도래했을 때 설사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게 거래되더라도 입회금 반환을 요청하면 상환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는 골프회원권 시장의 시세 관리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점으로 작용한다.
골프장이 대형화, 체인화되면서 회원 혜택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리베라(36홀), 신안(27홀), 그린힐(18홀), 에버리스(27홀)까지 총 4개 골프장과 서울 청담동과 대전 유성의 리베라호텔을 갖고 있는 신안그룹은 지난해 성우리조트를 인수하면서 국내 최대 종합 레저그룹으로 급부상했다. 이번 인수로 기존 성우리조트 회원들은 신안그룹이 운영하는 골프장도 함께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호텔간의 연계 혜택 등 다양한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골프장의 사업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예약 제한, 그린피 인상, 회원권 반환조건 변경 등 변동사항이 생긴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M&A를 통해 주인이 바뀐 골프장은 관리와 직원 서비스 면에서도 선진적 운영을 하는 곳이 많다.
골프장 M&A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려면
M&A는 통상 회계법인, 법무법인, IB(투자은행), 부티크(점조직 전문가들), CRC(기업구조조정전문사), 창업투자사, 증권사 등 다양한 조직이 존재한다. 실사과정의 복잡한 난제로 회계법인의 점유율이 높고 지분다툼이나 공정성 논란이 있는 경우는 법무법인이 우선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해외자산 관련 M&A 증가로 회계사들을 영입한 대형 로펌들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골프장 M&A는 일부 회계사들이나 부티크들의 음성적인 개별적 소개, 또는 매도측 채무관계로 공개입찰이나 경매, 대기업 M&A를 통한 계열사 관련 리조트 매각 등으로 매물이 나와 이뤄진다. 그러나 M&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면 실사조사에서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하며, 인수 후 골프장 운영 관리 또한 중요한 과제다. 사업자의 자금력에 따라 시장의 퇴출
과 신규 진입이 크게 늘어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고, 입회금 반환 청구, 회원권 분양 적체 등 악조건 속에서도 회원 관리에 대한 이해와 리스크 관리, 골프장 운영 콘셉트 개발, 그룹화, 퍼블릭 전환 등의 전문 위탁운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