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폭풍(暴風)의 여명(黎明) 환류(桓流). 그는 철저한 무사(武士)답지 않게 긴장해 있었다. 천하제일쾌도(天下第一快刀)에 불굴의 의지를 겸비하고 있는 검황성의 제삼 인자(第三人者)인 그가 호흡을 흩뜨리고 간간이 주위를 둘러본다는 것은 몹 시 기묘한 일이다. 그는 철혈도(鐵血刀)라는 외호에는 어울리지 않게, 이 순간따라 몹시 초조 해 하고 있었다. "이 일은 검황성의 총순찰(總巡察)로서 하는 일이외다! 그리고 이 일은 지 극히 중차대한 일이외다!" 환류의 미간(眉間). 그 곳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하게 매달려 있었다. '환류가 땀을 흘리다니…?' 무옥은 입술을 질끈 물었다. 환류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땀을 흘리지 않는다. 그는 휘하(麾下)에 일천 무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들은 하나하나 가공할 무 공을 지니고 있고, 그들은 검황성이라는 방대한 조직을 유지하는 첩보 조직 을 이룩하고 있었다. 그 역시 검황성의 창건자들에 의한 위대한 안배였다. 검황성은 일 인(人)에 의해 지배되어서는 아니된다. 검황성은 오직 중원(中 原)을 위해서만 존재하여야 한다. 그것은 십 년에 걸쳐 불문율이 되어 왔다. '노선생들이 폭사당한 그 날 이후, 저런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었 는데…' 무옥은 숨을 가늘게 내쉬었다. 일순, 환류는 손을 들어 백목련화 가지를 잡아 올렸다. 그의 입가에는 야릇 한 허무감이 떠돌고 있었다. "이 가지는… 병든 가지군요?" 농담이 별로 없는 청년 환류. 그가 시시하게 백목련 가지 하나를 붙잡고 중얼거리다니? "썩은 가지라면… 잘라야 하지 않습니까?" 그는 묘하게 웃기 시작했고. "글쎄!" 무옥의 입가에도 여릿한 미소가 피어 올랐다. 환류와 무옥은 지하실로 들어섰다. 그 곳은 철저하게 방음 장치가 되어 있는 장소로, 평상시에는 무옥이 검경 (劍經)을 연마하며 내공을 닦는 데 쓰는 장소였다. 환류는 의자에도 앉지 않았다. 그는 정열이 이글이글거리는 젊은 눈망울로 무옥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내공이 이전보다 고강해졌군요?" "그렇게 보이는가?" "눈빛이 더욱 흐릿해졌소이다!" "흠…!" 무옥은 무표정하기만 했다. 둘은 친구이자 경쟁자이고, 의형제였다. 그 중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경쟁자 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젊은이로 경쟁을 하고 있는 사이임에 틀림이 없었다. "하여간… 형은 거인(巨人)이오." "운이 좋았지!" "천만에!" 환류는 등을 석벽에 대고 있었다. 그는 팔짱을 끼고 입술을 질겅질겅 씹었 다. 이상하게도 차가운 호흡, 그리고, 점점 뜨거워지는 눈빛… 무옥은 환류를 살피며 야릇한 어떤 것을 느꼈다. '저 녀석은 살기(殺氣)를 일으키고 있다.' 무사의 직감이랄까? 무옥은 환류에게서 가공할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오랫동안 검과 함께 호흡해 온 무사라면 쉽게 느낄 수 있는 그러한 기세(氣勢)의 변화였다. '설마… 나를?' 무옥은 여전히 투명한 눈빛을 던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라도 변화하지 않는 의연한 기도, 그것은 바로 오늘의 무옥을 있게 한 가장 위대한 무사의 혼(魂)이었다. 무옥은 환류를 봤고, 고개를 약간 저었다. '암살 자세는 아니다. 암살할 생각이었다면, 팔짱을 끼기보다는 팔을 힘없 이 늘어뜨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 녀석은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하고 있 다는 것이다.' 무옥은 손바닥으로 아래턱을 매만졌다. "자네는 매사에 주저함이 없는 성격인데… 이 순간은 이상하게도 주저하는 군!" 그의 목소리는 낮고 정확했다. 환류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드리웠다. "훗훗… 이 순간같이 착잡해져 보기는 처음이오. 또한… 이 순간처럼 흥분 되기도 처음이오!" "흥분?" "형이라면 나를 잘 알고 있을 것이오. 나란 녀석이… 본질적으로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글쎄, 네녀석은 얼음이라기보다 오히려 화산(火山)이라고 보는데?" "얼음이건 불이건… 하여간 좋소! 우라질! 천하의 환류가 이렇듯 갈등을 느 껴야 한다는 것이 지겨울 뿐이오!" 환류는 말하다가 말고 입을 크게 벌렸고. "퉤에!" 그는 싯누런 가래침을 연무관 바닥에 뱉으며 무옥을 바라봤다. 환류의 시선은 지극히 강했다. 이글거리는 시선, 그 안에는 사내 대장부만이 느낄 수 있는 어떠한 것이 있 었다. 끈끈한 우정이랄까? 환류는 무옥을 향해 너무나도 강한 시선을 던졌다. "내가 여자였다면, 형에게 구혼을 했을 정도로 형은 남자답소! 나 같은 녀 석과는 달리, 속이 깊고 의지가 있소. 나는 형을 볼 때마다 산(山)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오!" "훗훗… 너와는 달리 강호계에 뿌리가 없는 무명소졸이니, 처신에 주의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무옥은 빙그레 웃었다. 아아, 너무나도 완전한 웃음이다. 잘 웃지 않는 무사(武士), 무옥이기에 그 의 웃음은 더욱 값져 보였다. "우라질!" 환류는 또 욕을 해댔다. 그는 팔짱을 더 세게 조이며 말했다. "철호접(鐵蝴蝶)과 탄금화(彈琴花)가 풍운제검대주라면 하던 일을 놓고 넋 이 나간 암사슴같이 되는 것이 이해가 가는군!" "…" "형은 너무 완전하오! 질투가 화산처럼 치밀 정도로!" "미안하구나. 부족한 처지에 그러한 마음을 일으키게 한다는 것이!" "우라질! 형은 이미 거인(巨人)이오. 내가 알기에, 형은 검황성에서 벌어지 는 일은 속속들이 다 알고 있소!" 환류의 눈빛은 더욱더 강해졌다. 그는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며 말을 이었 다. "사대선생(四大先生)은 사망하기 전, 사실… 형을 유일한 후계자로 지목한 것이나 다름없소!" "글쎄!" "형은 이미 사대서고(四大書庫)를 다 헐었소!" 사대서고. 그것은 검황성의 창건비사와 관련이 있다. 세칭 사산서고(四山書庫)라 불려지는 그 안에는 중원백도무공 중 무수한 것 이 비장되어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동악(東嶽) 태산무천서고(泰山武天書庫), 서악(西嶽) 화산함옥서고(華山涵玉書庫), 남악(南嶽) 형산축융서고(衡山祝融書庫), 북악(北嶽) 항산감리서고(恒山坎離書庫). 사대산의 사대서고에는 구파일방을 비롯한 강호계의 방파들이 기증한 서적 들이 무수히 들어갔다. 그것은 바로 검황성의 저력(底力)이었다. 백 인의 기재가 백 년을 봐도 다 볼 수 없다는 사산서고 안의 수많은 무공 기서(武功奇書)에 대해 가장 정통한 사람은 바로 언제나 소탈한 모습의 무 옥이었다. 그는 검황성의 실질적인 책임자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소년 시절을 바쳐 무공을 익혔고, 청년 시절을 바쳐 검황성의 터전을 이룩했다. 중원사성(中原四聖)의 사대진전을 구 성(成) 이상 터득한 사람은 무옥 일 인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었다. 환류는 무옥을 직시하며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형의 성취는 욱일승천(旭日昇天)하고 있소!" "…!" "그리고… 천하사류(天下四流)의 도전(挑戰)이 가까워지는 이 판국에, 형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소!" "흠…!" "형은 감찰조직을 거느리고 있고, 휘하에 팔천 무사(武士)를 거느리고 있 소. 그들은 형의 말이라면 화약을 지고 불 속에라도 들어갈 정도로, 형에 대한 충혼(忠魂)이 투철한 일세의 호걸들이오! 그들은 형의 지위에 감화된 것도 아니고, 형의 무공에 굴복한 것도 아니고…" 환류의 눈빛은 더욱 뜨거워졌다. 시작되는 조양(朝陽)처럼. "그들은… 나란 녀석처럼 형의 인품에 감화된 것이오!" 환류는 땀을 더 많이 흘렸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그는 어이해 새벽에 와서 이야기하는 것일까? "이미 구파일방과 남북십삼세가, 그리고 중원이십팔방의 대다수 방파의 장 교지존(掌敎至尊)들은 암중에 합의를 보고 있소. 그것은 형을 차기의 태상 호법(太上護法) 겸 총검대주(總劍隊主)로 삼겠다는 것이오!" 태상호법과 총검대주. 그 지위는 풍운제검대주 지위에 비교할 수 없는 지위이다. 일개인이 두 가지 지위를 동시에 갖는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성주의 지위를 갖는다는 것과 진배가 없는 일이다. "형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오. 형의 충실한 수하(手下)들이, 훗훗… 내 가 지난밤에 알아낸 일을 모를 리 없고, 안다면 벌써 말했을 테니까?"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지난밤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환류가 이렇듯 흥분하는 것일까? 환류는 무옥을 강한 시선으로 봤다. 그는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무옥의 대답이라 할 수 있 었다. 환류의 눈길이 보다 강렬해질 때, 무옥의 입술이 오랜만에 떨어졌다. "너의 신경이 예민해진 듯하다!" 무옥은 냉정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산(山)이었다. "예민해졌다고요? 하긴 이 세상의 그 누가, 자신이 가장 흠모하는 사람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진 것을 알고 예민해지지 않을 수 있겠소이까?" 환류의 숨결은 뜨거웠다. 그는 형제가 없는 청년이었다. 그는 정에 굶주렸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으 며 인격적으로는 완전히 성숙한 무옥에게서 형제의 우애를 느끼고 있었다. 무옥은 환류에게 있어 정녕 귀중한 존재였다. 만에 하나, 환류의 절대적인 지지가 없었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무옥의 지 위는 보장되지 않았을 것이다. 침묵(沈默). 정말 완전한 침묵이었다. 무옥도 환류도 숨을 쉬지 못하고 있었다. 침묵을 먼저 깬 사람은 무옥이었다. 그는 또 한 번 미소를 머금으며 입술을 떼었다. "지난밤, 천룡전(天龍殿)에 세 사람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고 새벽잠을 설친 것이냐?" "역시… 알고 있었구려?" 환류의 미간은 찌푸려졌다. 천룡전. 그 곳은 바로 검황성의 최고 요지였다. 그 곳은 형식상이나마 검황성의 모 든 것이 결정되고 있는 장소였다. "말은 벌써 들었다. 풍운제검대의 수하들이 이야기했다!" "으음, 그럼… 검황성에는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세 명의 요마(妖魔)가 당 당히 입성(入城)했음을 다 알고 있단 말이오?" "안다." "축공부(祝公夫)가 온 것을 아시오?" "안다. 그는 인피면구(人皮面具)를 세 개나 뒤집어쓰고 은밀히 천룡전 안으 로 들었다. 지난밤 폭우가 유난히도 심할 때!" "정확하군. 그럼… 무림달기(武林 己)라는 악녀(惡女)가 온 것도 아오?" "안다. 무림달기 검난향(劍蘭香)은 연자(輦子)를 타고 북서 성문을 통해 들 어와, 암도(暗道)를 따라 천룡전 안으로 들어섰다. 바로 자시(子時)에!" "으음…!" "그 직후, 또 한 사람이 들어섰다. 그는 바로 만박서생(萬博書生)! 마계(魔 界)의 지혜를 갖고 있어, 본성에서는 요주의 인물로 점찍고 있는 인물이지! 그는 시위 복장을 하고 들어갔다!" 무옥은 하이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혈풍(血風) 축공부(祝公夫), 무림달기(武林獺己) 검난향(劍蘭香), 만박서생(萬博書生) 백리목(百里木), 살비(殺秘)와 색비(色秘), 그리고 천비(天秘). 세칭 중원삼비(中原三秘)라 불리는 이들은 검황성의 젊은 무사들이 경계하 고 있는 중원의 이단자들이었다. 검황성의 군위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음지에 기생하며, 자신들의 야욕만을 채우려는 자들. 이들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백도인으로서는 수치라 할 수 있 을 정도였다. 한데, 이들이 지난밤의 폭우를 틈타 검황성의 중요지 안으로 들어선 것이 다. "누가… 그들을 불렀는지도 아오?" 환류는 몸을 떨기 시작했다. "안다. 바로 대사형(大師兄)이 불렀다!" 무옥의 대답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럼 왜 그들을 불렀는지는…?" 환류는 아예 식은땀을 흘렸다. 무옥은 처음으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는 오 년에 걸쳐 고통의 순 간을 경험하게 했던 연공관의 벽을 봤다. 무옥은 검게 퇴색한 석벽에 시선을 고정시키며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대사형은 나를 죽일 방법을 찾아 내기 위해 그들을 불렀다!" 죽이다니…? 무옥을 죽이기 위해 중원삼비를 부르다니…? 환류의 얼굴은 시커매졌고, 그는 무옥이 또다시 말을 꺼낼 때에는 가래 끓 는 소리를 내기까지 했다. 무옥이 마지막으로 한 말. 너무나도 태연한 어조로 한 말은 이런 것이었다. "네가 여기 온 이유도 알고 있다. 너는 내게 말을 하기 위해 왔다. 내게 그 를 죽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내 손으로 대사형을 암살(暗殺)하고, 나의 목숨을 보존하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너는 이 새벽에 나를 찾은 것이다." 무옥은 조용한 미소를 입가에 매달았다. "내가 오늘 새벽, 자네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이네. 그것은 내가 아니 라, 우리를 위해서…나는 그를 죽이지 못한다는 것이네." 무옥은 명조(明朝)의 몰락한 학자(學者) 가문(家門)의 후예이다. 그는 십사 세의 겨울까지는 강호라는 것을 몰랐으며, 중원사성의 눈에 뜨이 기 전까지는 강호무사가 되리라곤 꿈에서조차 생각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는 초인적인 근골(筋骨)과 문일지십(聞一之十)의 암기력(暗器力), 그리고 극한에 이른 집념으로 인해 오 년 만에 검황성 내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하나가 되는 기적을 이루어 냈다. 그의 미소는 여타한 고수의 미소와는 달랐다. "나는 자네를 잘 알고 있듯이, 대사형을 잘 알고 있네. 그는… 중원을 지극 히 사랑하고 있다는 데에서 우리들과 같네." 그의 미소는 아침 햇살처럼 맑았다. 그는 여전히 벽을 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에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것은 환류 같은 다혈질의 청년이 보기에는 오만할 정도로 단아한 침묵의 시선이 었다. 무옥의 말은 이어졌다. "게다가 그에게는 경륜이 있네. 최근 심마(心魔)에 빠져 번뇌가 심해 사리 판단이 흐트러지기는 했으나 그는 가장 위대한 병법가(兵法家)이고, 천하의 검호영웅(劍豪英雄)들과 친분이 두터운 천하의 대인(大人)이네. 그리고 그 는 칠만 무사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그의 가문은 검황성의 창건 을 위해 전재산을 털었다네. 그것은 자네도 알고 있을 걸세." 순간, 환류는 입술을 질끈 물고 말했다. "그런 말은 얼마 전에도 들었소." "…" "하나, 이번 경우는 다르오! 대사형은 반 미친 상태요." "으음…!" "그는 금기로 삼고 있는 마경(魔經)을 접하고 있소." "마, 마경?" "그는 형을 초월하는 무공을 얻을 요량으로 무공속성술(武功速成術)을 택했 고, 덕분에 손대어서는 아니되는 마경을 손에 쥐었소." "…!" "게다가 그는 내공을 속성시키는 마단(魔丹)을 복용했소." "그, 그 정도까지?" "그뿐이 아니오. 중원삼비와 대사형은… 사실 연전부터 비밀 거래가 있어 왔소." "…" "그는 검황성을 이용해 변황을 막기보다, 검황성을 이용해 천하를 정복할 사악한 야망(野望)에 빠져들었소." "그럴 리가?" "형은 나를 알 것이오. 내가 거짓말은 체질적으로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 을!" 환류의 두 눈은 더욱 무섭게 타올랐다. 그는 가공할 의혈(義血)을 갖고 있었다. 그가 지닌 바 피의 내력만 없었더 라면, 아마도 그는 검황성을 떠나 일파를 차렸거나 검황성의 주인이 되기 위해 한바탕 혈풍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른다. 환류의 음성은 서릿발보다 차가웠다. "형이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할 것이오!" "네가?" "그렇소!" 환류의 입가가 일그러졌다. 그리고… 우웅…! 그의 허리에 걸린 장도(長刀)가 묘한 울음소리를 흘렸다. 낮고 날카로운 소리, 그 소리는 유계명부(幽界冥府) 밑바닥에서 흘러 나오 는 악마의 호흡 소리와 같았다. 그것은 바로 살명(殺鳴)이었다. 환류는 장도 자루를 꽈악 쥐고 있었다. "아직도 내게는 하나의 권한이 있소. 그것은 돌아가신 중원사성이 내게만 부여한 권한으로, 그것은 바로 검황성의 이단자(異端者)를 척살(擲殺)할 수 있는 권한이오." "대사형을… 네 손으로 죽이겠다는 말이냐?" "그렇소! 바로 이 손으로 죽일 예정이오. 나는 오늘 정오(正午)에 대사형과 식사를 같이 할 예정이오." 환류의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차고도 아름다운 미소, 그것은 바로 죽음의 미소였다. "그 자리는… 검황성을 자신의 야망을 실험하는 도구로 쓰려 하는 어리석은 자가 죽는 자리일 것이오." 환류, 그는 이미 계획을 품고 있었다. 그는 검황성의 총순찰 자격으로, 검황성의 뿌리에 생긴 하나의 혹을 잘라 버릴 결심을 한 것이다. "물론 나도 대사형을 존경하오. 그는 검황성 창건에 모든 것을 바친 사람이 오. 하나, 지금의 그는 독(毒)이오." 독이라는 말이 유난히도 힘찼다. 바로 그 순간, 무옥은 천천히 고개를 젓고 있었다. "자네는 성급하네, 무모할 정도로!" "나는 이 일을 결정하는 데… 무려 천 일(日)을 소모했소." "천 일?" "대사형은 언제부터인가 마성(魔性)에 빠져들었소. 그러하기에, 검황성의 발전은 저해되고 있소. 이러한 난국이 계속된다면, 성은 내부에서 붕괴될지 도 모르오." "천 일 동안… 그를 죽여야 하는가? 그냥 놓아 두어야 하는가를 고뇌했는 가, 자네는?" "그렇소." "후후… 그렇다면 나보다 백 일이 늦군." "백… 백 일?" 환류의 이글거리던 눈빛이 한순간 경악의 빛으로 바뀌었다. 무옥의 눈에서 한 줄기 혜광(慧光)이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천백 일 전, 고민을 했었지. 대사형을 죽여야 하는가? 죽이지 말아야 하는가를?" "설… 설마, 그럴 수가?" "대사형은 천하제일인이 되기 위해 은밀한 곳에서 가공스러운 사병(私兵)을 길렀으며, 제원로(諸元老)들의 세력을 약화시켰으며, 오십일 파(派)의 중원 대동맹(中原大同盟) 내부에 묘한 파란을 일으켰네." 무옥의 눈빛은 깊게 침잠되어 갔다. 그는 웃음을 멈추며 환류를 빤히 바라봤다. 이번에는 그의 시선이 이글거리 고 있었다. "하나, 그는 여전히 중요한 존재이네. 중원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 서." 무옥은 천천히 거보를 내딛었다. 보라! 가볍게 펄럭거리는 백포자락에서 일어나는 가공할 신기(神氣)를. 그리고 그의 눈빛에서 일어나는 침묵의 힘과, 단아한 표정 깊은 곳에서 떠 오르는 영웅의 혼(魂)을. "나하고 대사형이 격돌한다면, 무수한 사상자가 생긴다. 대략 사만팔천(四 萬八千)이 죽게 되고, 검황성은 반년 넘게 마비가 될 것이다. 중원은 혼돈 에 빠질 것이고, 결국에 가서는 마(魔)가 이길 기회를 가질 것이다. 나는 그것을 생각했기에… 그렇게 해서는 아니된다는 것을 천백 일 전에 결정 내 렸다." 저벅…! 그는 큰 걸음을 내딛었고. "형은 너무도 거대하오. 하나, 나를 막을 수는 없소!" 환류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가 장도를 더욱 힘차게 쥘 때. "나는 천백 일 간, 무숙아(武叔牙) 대사형을 암살할 기회를 이백다섯 번이 나 가졌었다!" "으음…!" "그리고… 번번이 그 기회를 무산시켰다!" 저벅…! 무옥은 또다시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의 몸 안에는 화산이 있는 듯했다. 환류는 언제부터인가 용암에 데이는 듯한 열기를 느꼈다. 하나의 망(網)처럼, 그는 거대하고 질긴 그물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아아, 이미… 초극지경(超克之境)인가?' 환류는 다시 땀을 흘리기 시작하는데. "무숙아 대사형이건, 너건, 나건… 중원에는 모두 다 중요하다. 셋 중 하나 도 희생되어서는 아니된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를 실행할 작정이다!" "무엇을?" "체격만 컸지, 성질은 아해(兒骸) 같은 환류라는 녀석을… 군기 문란죄로 뇌옥(牢獄)에 열흘 처박아 두는 일을!" "나… 나를 뇌옥에 잡아 처넣겠다니?" 환류는 입가를 일그러뜨렸고, 두 주먹을 불끈 쥐는 가운데 기수식(起手式) 을 취했다. "형은 나보다도 무모하구려? 나를 이 자리서 제압하겠다니?" 츠으으읏-! 일순, 가공할 도세(刀勢)가 퍼지기 시작했다. 자욱이 일어나는 백무(白霧). 도는 꺼내어지지도 않았는데, 이미 도막이 일 어나고 있었다. 치리리리릿-! 환류는 이미 하나의 도(刀)가 되어 있었다. 삼백육십오혈(三百六十五穴)에서 일어나는 살풍(殺風). 그리고 당장 번갯불을 토할 듯한 기세를 품고 가늘게 떠는 환류도(桓流刀). 하나, 무옥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는 도세 가운데에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너는 칠십이도(七十二刀)를 완전히 터득했다. 그 중에는 사 선생도 깨우치 지 못했던 세 가지 도결(刀訣)이 있다. 일컬어 천류삼도(天流三刀)… 그것 은 바로 비천(飛天)과 광양(光陽)과 잔풍(殘風)이다. 너는 오백 일 전 그것 을 얻었고, 백여 일 전 그 세 가지를 하나로 합해 환류도를 완성했다!" 차고 나직한 목소리이다. 무옥은 말하는 가운데에도 계속 걸었다. 겉보기에는 허점이 많은 자세이다. 하나 진정 검과 도를 아는 자라면, 그 자세에서 어떠한 허점도 찾아 내지 못할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대 흐트러지지 않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호흡과, 언제 나 한 곳을 보고 있는 시선,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움직이는 정신의 흐름. 그것은 바로 불가비기(佛家秘技)인 부동대법(不動大法)의 정화인 허허실실 (虛虛實實), 유능제강(柔能制强)의 절정세(絶頂勢)로… 바로 환류도와는 극 성이 되는 수법이었다. 환류, 그는 속옷마저 땀으로 범벅시키고 있었다. "형은 모를 사람이오!" "글쎄, 네 말에도 일리는 있구나. 하나 중요한 것은… 내가 검황성의 대통 을 보존하는 임무를 지닌 풍운제검대주(風雲帝劍隊主)이고, 검황성의 오경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그것은 너도 알고 있을 것이다!" 천룡경(天龍卿) 무숙아(武叔牙), 비룡경(飛龍卿) 무옥(武玉), 신룡경(神龍卿) 환류(桓流), 비봉경(飛鳳卿) 연월지(燕月芝), 표화경(飄花卿) 예운령(芮雲玲). 검황성을 지탱하는 오대지주(五大支柱). 중원천하에서 고르고 고른 기재들 가운데에서 선택받은 신의 제자들. 이들 은 바로 중원을 지키는 초석들이고, 바로 이들은 중원의 현실이고 미래라 할 수 있었다. 저벅… 저벅… 저벅…! 무옥은 계속 걸었고, 환류는 손을 쳐들 수 없었다. '기(氣)에서 제압되었다. 탄지지간(彈指之間)에!' 환류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막대한 잠력비무를 시작한 상태였다. 무옥은 환류의 코앞까지 다가섰으나, 환류는 애도(愛刀)를 쳐들 힘조차 갖 고 있지 못했다. 무옥은 암중에 벽력허무강(霹靂虛無剛) 수법을 발휘해서 환류의 도세를 완 전히 소멸시켜 버린 것이다. 한순간 무옥은 천천히 손을 쳐들었고, 환류는 조금 슬퍼 보이는 눈빛을 무 옥의 얼굴 가운데 폭사시켰다. "형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소!" 그는 손가락이 다가서는 것을 느꼈다. 건곤비파수(乾坤琵琶手)라 일컬어지는 수법… 연쇄점혈(連쇄點穴), 허공탄 혈(虛空彈穴)보다 가공할 수법이다. 그것 역시 무옥이 타인이 모르는 가운데, 연성한 중원의 비학이었다. "형은… 나보다도 정(情)이 많구려. 나는 이제야 그것을 알겠소! 하나, 나 를 쓰러뜨린다면 후회할 것이오." 파팟- 팟-! 무옥은 찰나적으로 삼 지를 퉁겼다. 환류는 허리께가 뜨끔해짐을 느끼며 천천히 팔을 늘어뜨렸다. 정신을 잃지는 않았으나, 그의 내공은 철저히 봉쇄당했다. 적어도 십 일 간, 그는 무공을 쓰지 못할 것이다. 무옥은 환류의 혈도를 점혈한 다음, 팔짱을 끼며 말했다. "오늘 정오의 오찬에는 네가 아니라, 내가 참석할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 서 대사형이 나를 질투할 이유를 없앨 것이다!" 그의 눈빛은 허무해 보였다. 그도 이 순간만은 철인의 무사가 아니라, 하나 의 인간으로 보였다. "그는… 아니, 모든 사람은 나를 너무도 거대하게 보고 있다. 사실… 나는 그리 큰 사람이 아니다! 나는 풍운제검대주로 지내는 것마저 지대한 영광으 로 여기고 있는 소인(小人)에 불과하지, 거인(巨人)은 아니다. 나는 세가의 자식들과는 달리 무공 연마를 너무도 늦게 시작했기에, 무공 성취에는 한계 가 있다. 사람들은 나를 두려워하나, 그것은 하나의 망상에 불과하다!" 무옥은 문 쪽으로 걸었다. 문은 열렸고, 그는 천천히 문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환류가 발작적으로 외치는 소리가 메아리를 만들었다. "형은… 백치(白痴)요! 우라질!" 뜨락. 지난밤 세차게 다가섰던 폭풍우 덕에 낙화(落花)가 많다. 내성(內城)의 한적한 곳에 자리잡은 비룡전(飛龍殿)은 검황성의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모습이다. 단청이 칠해지지 않은 모옥의 처마는 낡을 대로 낡았으며, 청석판이 깔리지 않은 마당에는 듬성듬성 풀들이 돋아나 있다. 풍운제검대의 일개 무사라 하더라도 이처럼 소탈한 곳에 머물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곳은 검황성 내에서도 아주 특별한 장소였다. 풍운제검대주 무옥이 사는 곳. 그로 인해 비룡전은 허름한 모습과는 달리, 검황성 내에서 가장 존귀한 장 소가 될 수 있었다. 화향(花香)이 넘실대는 뜨락에는 언제부터인가 인영(人影) 하나가 머물러 있었다. 완연한 선(線)으로 이어지는 그림자. 여인으로는 꽤나 헌칠한 키에, 요염(妖艶)하다기보다는 냉요(冷妖)한 그림 자 하나가 무옥이 저벅거리며 뜨락으로 나서는 것을 보고 있었다. 새침한 표정에 차가운 눈빛이다. 피부빛은 눈(雪)처럼 희고 오똑한 콧날은, 부서져 내리는 햇살 가운데 백옥 (白玉) 한 조각으로 해맑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입술은 탐스럽게 부풀었고, 지금 이상한 신음 소리가 나직이 흐르는 가운데 입술을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꺾어질 듯 가는 허리, 펑퍼짐한 성숙녀의 둔부라기보다는 무예 연마로 발달 된 팽팽하고 탄력적인 근육질의 둔부와 대리석으로 미끄러지는 허벅지. 뇌쇄(惱殺)의 아름다움과 가시를 품은 흑장미의 냉정함을 함께 갖고 있는 여인. 그녀는 벌써 반시진째 뜨락에 서 있었다. 날아오르는 봉황처럼 아름다운 여인의 눈빛과 숨결은, 무옥으로 인해 여지 없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옥가가(玉歌歌)는 이미 저의 유일한 신(神)입니다.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 그것만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여인의 눈빛은 아련해지고 있었다. 비봉경(飛鳳卿) 연월지(燕月芝). 중원에서 가장 가시가 많은 꽃 한 송이. 지독하게도 오만하고 냉정한 일세미녀인 그녀가 허점을 보이는 때는 꼭 하 나의 경우이고, 그 경우는 바로 무옥이 가까이 있을 경우에 불과했다. 연월지의 어깨 위에 목련화 잎이 떨어져 있다. 옷매무새에 몹시 신경을 쓰 는 연월지이나, 지금은 사정이 다른 듯했다. 그녀는 입술을 잘강잘강 깨물며 무옥이 바로 앞으로 다가서며 의례적인 미 소를 짓는 것을 보고 있었다. 터질 듯 부풀어오른 가슴과, 농염한 체향(體香)을 발하기 시작하는 아름다 운 동체. 그것이 온통 불붙어 타오르고 있었다. "오늘은… 대답을 들어야겠습니다, 이사형(二師兄)." 연월지는 늘 그러하듯 조금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대… 답?" 무옥은 약간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화원(花園)을 황량한 돌밭으로 보이게 하는 일세우물. 그녀를 앞에 두고 이 렇듯 초연한 표정을 지을 사람은 무옥뿐이리라. "이것은… 여자로서는 몹시 하기 힘든 말입니다!" 연월지는 말하며 힐끗 주위를 봤다. 주위는 지극히 고요했다. 적어도 삼백 장(丈) 방원 이내에는 아무도 없었 다. 풍운제검대 고수들은 외각 지대에 드넓게 퍼져 있다.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 무옥인지라, 거처에서 삼백 장 방원 이내에는 매복 (埋伏)조차 서지 못하게 한 것이다. 오만하고 냉정하며 깜찍한 미녀, 연월지. 그녀가 아침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 "…" 아침이 좋다. 비가 온 후인지라, 그럴까? 대기는 정말 맑고 신비했다. 바람이 약하게 불었고, 가지가 소리를 내며 흔 들렸다. 연월지의 흰 옷자락 역시 가늘게 펄럭거리며 그녀의 향기나는 몸뚱이를 겹 겹이 휘감아 버렸다. 흑발이 잔잔하게 흔들렸고, 연월지는 이를 악물며 무옥을 빤히 바라봤다. "이사형은… 결정을 해야 합니다." "결정이라니? 대체 무슨 말이지? 네가 맡고 있는 비봉검대(飛鳳劍隊)에 어 떠한 일이 생겨 나의 결정이 필요하단 말이냐?" "그런 것이 아니예요. 이 일은… 공적인 일이 아니라, 사적인 일입니다!" "사적인 일?" "물론, 제게는 몹시 귀중한 일입니다. 어쩌면…!" 연월지는 입술을 더 세게 물었다. 남자들을 초개로 알고, 기라성 같은 무사들을 하인처럼 다루는 맹렬여성. 그녀에게도 말하기 거북한 일이 있다니? "저의 일생(一生)은 이사형의 한 마디 말로 좌지우지 될지도 모릅니다. 물 론,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묘한 날이군. 전날과는 다른 말을 거듭 듣게 되니…" 무옥은 아주 낮게 중얼거렸고, 연월지는 그것을 듣지 못한 듯 입술만 잘강 잘강 씹다가는 손을 들어 머리채를 가볍게 빗어 넘겼다. 향(香)과 옥(玉)으로 뭉친 교구, 바람이 세게 불기라도 하면 꺾여질 듯 호 리호리한 몸이다. 그러나 그녀는 철호접(鐵蝴蝶)이라 불릴 정도로 다부진 데가 있었다. "계집이 되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하나, 저로서는 이 말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슨 말이지?" "이사형은… 선택해야 합니다!" "선택?" "비봉(飛鳳)과 표화(飄花), 둘 중의 하나를…!" 연월지는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다. 차마 무옥을 바라볼 수 없는 듯, 그녀는 신형을 비스듬히 틀며 다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숨결은 멈춰졌고, 살색은 연분홍색으로 달아오르는 연월 지의 몸에서는 상큼한 사과 내음이 뿌려지고 있었다. 무옥, 그는 싱긋 웃고 있었다. "나는 독신(獨身)이었고, 앞으로도 독신일 것이다. 내겐 선택할 새(鳥)도, 꽃(花)도… 없다. 모두… 자유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 무정해 보였다. 그는 연월지의 뒷표정을 보고 싶지 않다는 듯, 꽤나 빠른 걸음걸이로 소로 (小路)를 따라가고 있었다. "못 들은 것으로 하자." 저벅… 저벅…! 그는 대기를 깨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연월지의 고집 세어 보이는 얼 굴 위로는 어느새 이슬 두 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사형은… 남자(男子)도 아니예요!" 그녀는 수년 만에 처음으로 울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 눈물은 쉽게 거두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어깨를 떠는데, 조 금은 애처롭고 연약해 보였다. |
첫댓글 잼 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재미납니다.
즐독 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