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받고 왜 이리 바쁜지 못 읽다가 오늘에야 읽었다. 우리 아버지께도 듣고 박완서 선생님께도 들었던 하우스보이! 전쟁이 중단되고 우리는 작품에 나오는 것처럼 가난했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다. 작가의 가족사를 근간으로 쓴 작품이 빛났다.
나(선기)는 자아가 강한 인물이다. 선기의 눈으로 보고 느낀 것을 담담하게 끌고 나간다. 공부를 잘 하는 큰 오빠는 세상을 보는 눈이 정확하고 작은 오빠는 공부에 관심이 없는 듯 하지만 가족을 위해 하우스보이를 해서 돈을 벌고 나중에 미국에 유학가게 되는데 보상을 주는 것 같아 크게 박수라도 쳐주고 싶었다.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고 정의로운 인물이다. 선기는 자의식이 강하고 매사에 적극적이다. 동생은 크게 역할하는 것은 없다. 아버지는 폐병으로 요양원에 있다가 나와 가족에게 특별하게 해준 건 없지만 당시 상황을 묘사하는데 한 몫한다. 어머니는 가족을 위해 힘든 일을 마다않고 하는 적극적인 인물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자존심을 버리지 않고 살아간다.
전후 60년대를 잘 그려내고 있다.줄집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것이다. 그 중 가장 가슴 아픈 건 은자란 인물이다. 노름 해서 가산을 다 탕진 한 것도 모자라 딸을 양공주로 팔아먹는 그의 아버지. 거기서 끝나지 않고 같이 사는 미군의 폭력으로 자살로 삶을 마감하게 된다. 양공주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가난 때문에 가족을 위해 끝까지 몰린 어린 여성들이 양공주인데 같은 시민들끼리도 멸시하고 무시했다. 어릴 적 살던 동네에 아주 큰 집에 미군과 사는 여성이 있었다. 내가 유치원 나이라서 뭔지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동네에서 쉬쉬하며 뒷말을 하는 걸 보았다. 젊은 여성이 흑인 미군과 살았는데 나도 몇번 본적 있다. 어린 나이에 흑인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서 그 집앞을 지날 때 굳게 닫힌 대문 틈으로 보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그 여성도 미국으로 갔다고 들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작품에 에스컴이 나오는데 원주는 캠프롱이란 미군들만 사는 부대와 마을이 있었다. 예전에 원주도 군사도시라고 했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아무튼 비슷한 생각이 들어 흥미있게 보게 되었다.
수도시설이 없었던 그 때 공동수돗가는 온 마을의 이야기가 오가는 사랑방 역할을 했다. 작가가 만든 사건 하나 하나가 생동감 있게 머리 속에서 영화처럼 움직인다.
60년대 중후반에 태어나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일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어른들에게 들은 이야기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었다. 안선모 작가의 청소년소설이지만 고학년도 읽을 수 있을 거 같다.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