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난 근처의 한 폐건물에 한대의 고급 벤이 들어왔다.
원래는 평민들을 위한 백화점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중간에 방치된 이 건물에 때 아닌 손님이 들어온 것은 이 건물이 들어선 이래 한번도 없던 일이었다.
“너무 앙탈이 심한 거 아니야?”
“제. 제발…보내주세요. 저는 동생이…”
“그 동생 때문에 이렇게 되는 거다. 평민이면 평민답게 살 것이지 어딜 감히 귀족이랑 같이 놀려고 그래?”
달빛에 비치는 두개의 인영 중 한명은 아름다운 금발의 이리아였고, 또 다른 한명은 보기만 해도 버터를 연상시킬 것처럼 기름을 덕지덕지 바른 검은머리의 청년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지금 여기 있는 이유는 이리아가 하도 소리를 지르는 통에 짜증이 난 비그라하가 이곳으로 이리아를 데리고 온 것이다.
“집까지 못 참겠다면 가기 전에 교육을 확실히 시켜주지.”
솔직히 못 참는 것은 비그라하지 절대로 이리아가 아니다. 하지만 이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 자신의 죄가 좀 가벼워지는지 연신 그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뭐 비그라하의 마음에는 죄책감 같은 게 전혀 없었지만…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칼릭스만큼은 좋은 곳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해주려고… ”
“평민은 평민답게 사는 게 가장 좋은 거다. 너무 높은 곳에 올라가려고 하면 주위에 피해를 입히게 되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비그라하는 음흉한 눈길로 이리아의 몸매를 쑥 훑어 내렸다.
“바로 너처럼 말이지”
점점 다가오는 비그라하를 바라보며 이리아는 공포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비그라하는 오히려 그 모습이 더 좋았는지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천천히 이리아에게 다가갔다.
“누. 누가 좀 도와주세요.”
“무리야. 여기는 옛날에 방치된 건물이라서 아무도 안 살거든”
결국 비그라하의 손길이 자신의 어깨를 잡자 이리아는 그대로 손바닥으로 비그라하의 얼굴을 강하게 때렸다.
쨕!
어둡고 넓은 실내에 싸늘한 공기가 울려 퍼진다.
비그라하는 한 순간 자신이 맞았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없었다. 부모님에게조차 맞아 본적이 없는 자신(자고로 말 안 들면 쥐어 패야 하거늘 이런 식으로 하니까 애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다.)을 일개 평민이 때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곧 오른쪽 뺨이 붉게 물들어가면서 고통이 뇌에 전달되기 시작했다.
“이. 이년이 감히…”
맞은 부위보다 상처 입은 것은 바로 귀족으로서의 자존심이었다. 만약 이 사실이 사교계에 알려지면 분명히 비웃음을 사리라…
그러한 사실을 깨닫자 비그라하는 이리아의 머리카락을 붙잡았다.
“꺄악”
“감히 평민주제에…”
퍽!
아까 와는 대조적으로 묵직한 공기가 실내를 울리기 시작했다.
비그라하가 이리아의 머리를 붙잡은 체 주먹으로 배를 강하게 때린 것이다.
배를 맞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배를 제대로 맞으면 비명이 나오지 않는다. 아프기는 오질라게 아프지만 비명이 나오지 않으니 때리는 사람으로서는 그 아픔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결국 비그라하는 머리를 붙잡은 그대로 이리아의 얼굴에 주먹을 사정없이 내질렀다.
퍽퍽퍽!
왼쪽 얼굴이 빨개지면서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자 결국 이리아는 눈물을 흘렸다.
“……요. 용서해주세요.”
“용서? 감히 평민주제에 귀족을 다치게 해놓고서 용서를 구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보기에는 별로 다쳐보이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비그라하는 다시 한번 주먹을 들어올렸다.
“어이 거기 여자한테 너무 심한 거 아니야?”
“그러게 말입니다요 형님”
“뭐 저런 몹쓸 놈이 다 있노?”
드디어 나타난 구세주를 바라보며 이리아는 안도의 한숨을 비그라하는 눈을 부라리며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거기에는 5명의 인영이 서있었다.
“너희는 뭐냐?”
“누구긴 누구야 어여쁜 아가씨를 구하기 위한 정의의 사도들이지”
하지만 달빛에 드러난 얼굴들은 전혀 정의의 사도처럼 보이지 않는 얼굴들이었다.
5명 모두 한 덩치 하는데다가, 대머리인 남자.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남자. 그리고 얼굴에 수염이 한가득 나있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깡패 그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얼굴들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얼굴이라도 이리아의 눈에는 그저 천사가 강림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남자들의 말에 이리아는 더욱 큰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게 때리면 상품가치가 떨어진단 말야”
“좋게 말할 때 그 여자를 순순히 넘기고 집에 가서 아빠한테 하나 사달라고 하렴 꼬마야”
감히 평민들 주제에 자신한테 이런 식으로 대하는 남자들을 보며 비그라하는 몸을 떨었다.
“너. 너희들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하지만 남자들은 콧방귀만 끼면서 그런 비그라하를 바라보았다.
“너야 말로 우리가 누군 줄이나 알고 소리치는 거냐?”
“우리가 바로 요새 그 소문이 자자한 연쇄납치범이란다 아가야”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하면서 5명의 남자들은 천천히 비그라하에게 아니 비그라하에게 머리카락을 붙잡힌 이리아에게 다가왔다.
“아가야 그 여자는 우리가 예전부터 눈 여겨봤던 여자란다. 그러니 얼른 우리한테 넘기지 그러니?”
“이. 이 녀석들이 감히…”
결국 비그라하는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들었다. 이렇게 보여도 비그라하는 프리키오스의 소드키네시스 학생. 일반인들한테는 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 비그라하를 바라보며 5명의 남자들은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비웃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훗 보아하니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가 본데…”
“하지만 위에는 위가 있다는 걸 알려 주마. 막내야 가라”
“네!”
순간적으로 뛰쳐나온 회색머리의 남자는 맨손으로 비그라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한 남자를 바라보며 비그라하는 있는 힘껏 검을 내리그었다. 아니 내리그으려고 했다.
타앙!
절대로 사람의 몸을 검으로 내려친 타격음이 아니었다. 마치 쇠와 쇠가 부딪힌 타격음과 함께 비그라하의 눈은 이보다 더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있었다.
검을 막은 것은 다름 아닌 회색머리 남자의 길게 돋아나온 손톱이었다.
“어…어떻게…”
“꼬마야 이곳은 뒷골목이란다.”
그렇게 말을 맺자. 남자의 전신에 수북한 회색털이 돋아나면서 몸이 삽시간에 부풀어 올랐다. 그마나 사람처럼 보였던 얼굴에서는 입이 점점 튀어나오면서 마치 개의 주둥이처럼 변하고, 검은색 눈동자는 짐승의 눈처럼 세로로 갈라진 노란색으로 변해갔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변신이 끝나고 나자 비그라하의 앞에 서있던 남자는 어느 세 2m가 넘는 거구의 늑대인간이 되어 있었다.
“가. 강화인간…?”
“기왕이면 멋지게 늑대인간이라고 해주지 그래?”
씨익 웃는 입사이로 기다란 짐승의 이빨이 보였다.
늑대인간은 검을 막고 있던 손톱에 더욱 힘을 실어 넣자 비그라하는 점점 뒤로 밀려났다. 힘에 있어서 아까 와는 비교도 될 수 없는 엄청난 괴력이었다.
점점 밀려나가는 비그라하를 바라보며 늑대인간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좀 놀아볼만한 놈인 줄 알았더니…”
실망했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늑대인간은 다른 쪽 손톱을 길게 뽑아내면서 비그라하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으악……”
순식간에 가슴에 5줄기의 붉은 선이 생기자 엄청난 통증에 비그라하는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고통은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비그라하를 바라보며 늑대인간은 혀를 찼다.
“쯧쯧 그거 조금 긁혔다고 엄살은…”
“어. 어떻게 네가 강화수술을…”
강화수술은 제국의 엄격한 관리 하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누가 그랬던가? 세상은 넓고 야매는 많다고. 아무리 관리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틈새를 빠져나가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그러한 사실을 알리 없는 비그라하로서는 가슴에 손을 얻은 체 소리만 질러댈 수밖에 없었다.
“네. 네놈들 감히 나 사가인 가문의 장손인 비그라하를 건드려도 괜찮을 것 같으냐?”
드디어 나온 귀족들의 마지막 스킬 ‘나 귀하신 몸이야’가 발동되자 늑대인간은 얼굴가득 인상을 쓰면서 뒤로 뒷걸음질 쳤다.
“사. 사가인 가문이라고…”
“사. 사가인…”
뒤에 있던 남자들도 지레 겁먹고 뒷걸음질치자 비그라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래 바로 이 몸이 사가인 가문의 장손 사가인 드 비그라하다.”
이제 저 남자들이 자신의 정체를 알았으니 사죄를 하리라. 그렇게 되면 이들을 충분히 이용해먹은 다음 경찰에 넘겨버리리라. 하지만 현실은 비그라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큰형님 사가인 가문이 어디입니까?”
“글쎄다. 나도 귀족가문 이름은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공작, 백작, 후작, 남작 중에 그런 가문은 들어본적이 없는데요.”
“혹시 그 가문 자작 아닐까요?”
“설마…고작 자작이 저 정도로 뻐기겠냐?”
“그렇죠?”
그 얘기를 들으면서 비그라하는 귀까지 빨개졌다.
사실 비그라하의 집안은 자작이 맞다. 귀족 중에서도 가장 최하급인 이 귀족층은 특별히 능력이 있어서 뽑혔다기 보다는 그저 제국에 돈을 많이 내면 들어오는 사은품 정도랄까?
그냥 말로만 귀족이지 사실상은 그냥 돈 많은 집안 일 뿐이다.
그러한 비그라하를 바라보며 5명의 남자들은 확신했다. 그리고 그러면서 대단하다는 얼굴로 비그라하를 쳐다보았다.
‘고작 자작이면서 저 정도로 뻐길 수 있는 놈도 드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머지 남자들도 인간의 탈을 벗어던졌다.
“이. 이럴 수가…”
5명의 남자 모두 늑대인간. 즉 강화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비그라하의 실력으로는 이중 한 마리(지금은 늑대니까)도 해치울 실력이 안 된다. 하긴 매일 여자 만나거나 놀러 다니는 놈이 무슨 수로 실력이 좋겠는가?
그래도 귀족 체면에 매달리기는 싫었는지 비그라하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검을 내리지 않았다.
한편 5명의 남자들이 점차 다가오자 이리아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 5명의 늑대인 남자들이(실질적인 의미로) 다가오는 공포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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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신자작 소설란은 제가 독점하는 듯^^;;
아무도 안올리시네요. 쩌비
읽어주는 분들도 별로 없고...
첫댓글 검사 완료♥
아니! 저도 지금은 외고입시준비중이라 잘 못들어와서 그렇지 라이니시스님 소설 열심히 읽고 있는데에~!건필하지 않으시면 사형입니다~라이니시스님 싸랑해요~[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