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세상끝의 집ㅡ
고요를 깨는 종소리는
문득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찾게 하는 경고음 같이 들린다.
고요를 즐기다가
어느 때가 되면
수도사는 어김없이
긴 줄을 당겨 종소리를 낸다.
땡그렁
땡그렁ᆢ
그것은 고요와 침묵을 깨뜨리고
수도원에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수도사들은
독방에서 공동체의 장소로 모이고,
미사와 성무일도를 바친다ㆍ
계속 반복되는 찬미와 기도의 위대함이
전부라는 고백으로 들린다.
몇 년전
침을 꼴깍 삼키며 보았던
위대한 침묵ᆢ
그리고
세상의 끝의 집은
트라피스트 수녀원에서 듣던
그 위대한 종소리가
떠올랐다ㆍ
경북 상주의 모동 산곡산 아래
<위대한 침묵>이라는 영화로 소개된
카르투시오 수도원의
아시아 유일의 분원이 있다ㆍ
1084년 성 부르노가 창설한 봉쇄수도원이 점점 퍼져
2004년부터 한국에 진출했단다.
벽돌과 돌로 고풍스럽게
지어진 본원과 달리
조립식으로 엉성하게 지어진
수도원 건물에
우리나라 수도자 2명을 포함해
프랑스, 스페인, 독일 수도자 11명이 봉쇄생활을 하고 있다.
종소리에 모여 함께 미사를 드리고나서
각자 독방으로 물러나
홀로 반찬도 없이 흰쌀밥만 먹고
재봉일을 해서 옷을 만들어 입고
텃밭에서 노동하다가
종이 울리면
그 자리에서 땅에 엎드려
기도하고
땅에 친구한다
더 엄격한 가난을 준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진정 경건해 보인다.
침묵과 고독에 투신하는 것이
바로
주님과 머무는 것임을
깨우친 사람들이다.
수도승은 영원히
그 안에 정착하기에
하늘나라로 올라간 선배들의
소박한 묘지도 있다.
각자 머무는 방에 A4에
간단히 그려 붙인 십자가가 인상적이다.
성무일도할 때만
그레고리아 성가로 합송을 하고
모든 생활은
고독 속에서 하느님과만 함께 한다.
우리의 마음은
끊임없이 주님을 향하여
순수한 기도가 올려지는 장이라는 말,
지상은 천상과 결합되고
인성은 신성과 결합된다는 말은
영원한 진리이다.
그들은 하느님과 함께
고독과 침묵 속에서
기도를 통해 세상을 돕는다.
마음을 다하여 드리는 기도가
상상할 수없는 힘을 갖는다는 것은
체험해 본 사람들만 안다.
일년에 한번 부모가 방문하는데,
그래도 식사는 같이 하지 않고 따로 한다.
가족이 죽어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니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위대한 포기를 한 것이다.
두봉 주교님이 설립 때부터
많은 도움을 주신 것같이 보인다.
세상이 이 만큼이라도
돌아가는 것은
그들이 그리 정성을 다해서
기도하기 때문이다.
그들처럼 봉쇄생활은 못하더라도
보다 더 깊은 침묵을 지키고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여
하느님과 좀더 가까이
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시작과 끝에 대한 인생의 반복,
그러면서도 여전히 세상은
조용히 하느님의 경이를
드러내고 있음을
영화는 침묵을 통해 말하고 있다.
역시
세상 끝의 집도
위대한 침묵이다ㆍ
<트라피스트 봉쇄수녀원>
뎅그렁
뎅그렁
뎅그러어어엉
고독과 침묵을 깨는
청아한 종소리
말은 없어도
규칙에 따라
눈으로 말하고
몸으로 살아내는
위대한 종소리
뎅그렁,
뎅그렁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
속박이 아니라
절제된 침묵으로
세상의 평화를 위해
누군가가
끊임없이
가슴에
깊이 깊이 새겨지는
세상을 향해 외치는
기도 소리
오래오래
가슴에서 울릴
저 종소리
뎅그렁
뎅그렁
뎅그러어어엉ᆢ
굿 ~모닝입니다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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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끝의 집
조안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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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30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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