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중원낭인(中原浪人) 무옥은 애검을 끌러야 했다. 그는 천룡전주의 사주를 받은 형당주(刑堂主), 칠십이내성호법(七十二內城 護法)의 질시 어린 눈빛 가운데에서 비룡무를 반납해야 했다. 검황성이 그에게 준 것은 모두 반납해야 했다. 풍운제검대주로서 지니고 있던 천여 권의 서적과, 열 상자의 병기, 무수한 신패(信牌), 그리고 경(卿)이라는 이름까지. 일은 이상하게도 조용하게 진행되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무옥의 급속한 성취에 질투를 하고 있었는지라, 무옥에 대한 제명은 간단히 이루어졌다. 무옥 자신이 제명을 바랬고, 환류와 연월지가 암중에 도운 이상 그것은 쉽 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비(雨)가 오는 날. 무옥은 한 필의 노마(老馬)를 타고 소문(小門)을 열고 하산(下山)했다. 아 무도 배웅하지 않는 가운데, 그는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를 뚫고 아련히 사라져 갔다. 그가 웃으며 떠났다는 것은, 비(雨)만이 아는 일이었다. 하나의 검(劍)을 얻기 위해 그는 떠나갔다. 노마(老馬)를 타고, 추적거리는 우막(雨幕)을 가르면서… 그리고 백 년이 넘게 풀리지 않았던 십팔만 리(里)의 갈등은 미궁에 빠져드 는 듯했다. 적어도 비가 지겹게도 오는 이 계절에는… 달 아래(月下)였다. 소리도 없이 나타난 그림자들이 꾸역꾸역 모여든 장소는. 호흡 소리도 내지 않고 나타나는 흑영(黑影)들. 이들은 파산(巴山) 깊은 곳에 있는 다 쓰러져 가는 관제묘(關帝廟) 앞으로 조용히 모여들고 있었다. 수는 이십칠(二十七). 모두 다 흑방립(黑方笠)을 썼고, 모든 사람이 흑색(黑色) 피풍의(避風衣)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숨소리조차 바람 소리에 감추며 나타나는 자들의 눈빛은 한결같이 일정했 다. 희노애락(喜怒哀樂)이 완전히 감추어지고, 허무(虛無)하다든가 쓸쓸해 보인 다든가 하는 느낌마저 나타나지 않는… 완전한 죽은 눈빛들이었다. - 밤의 율법(律法) 아래 너를 죽인다! 밤의 이단자들. 이들은 오직 죽음만을 추종하며 어둠을 지배해 왔다.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으며, 원한다면 자금성 안에서 황제의 목이라도 따 올 수 있는 잔혹하고 신비스러운 청부자객들. 이들 이십칠 인은 숨소리조차 흘리지 않는 가운데, 조용히 원형진을 이루기 시작했다. 관제묘 안. 어떠한 느낌도 주지 않는 괴인영 하나가 있었다. 손에 꽃 한 송이를 들고 있는 검은 그림자는 이십칠 인이 모이기를 기다렸 다가, 차분히 입술을 열었다. "본 사산무련(四山武聯)의 정예(精銳) 백팔검대(百八劍隊)는 오랫동안 칩거 를 했다." 느낌이 없는 목소리이다. 마치 죽은 사람의 목소리 마냥, 도합 스물여덟 사람이 모여 있는 데에도 인 간의 정서는 흐르지 않았다. "우리들은 새로운 종사(宗師)를 기다렸고, 천하대업(天下大業)을 시작할 소 종사(少宗師)는 머지않아 출관하신다. 그분은 새로운 야월화(夜月花)가 되 시어 우리들을 지배할 것이다!" 밤과 달과 꽃! 강호에서 가장 신비하다는 단체 야월화(夜月花). 이들은 바로 사산무련의 중추세력이다. 천마거산(天魔巨山), 등룡천산(騰龍天山), 단검대산(斷劍大山), 대륙마왕산(大陸魔王山). 세속과는 거리가 먼 철저한 강호의 무사단체는 하나로 뭉쳤고, 이들은 자신 들의 지배자 겸 호법으로 백팔 인을 초청했다. 일백팔검(一百八劍). 이들은 꽤 오랫동안 강호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 둘. 첫째는 이들이 나서서 해결할 일이 전무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이들이 나타 날 경우 강호가 경동(驚動)할 것이 우려되었기 때문이었다. 야월화는 칩거하는 가운데, 가공할 힘을 길렀다. 이들은 사상 최고의 저력 을 확보한 상태였다. 깊은 밤(深夜). 오랜만에 모인 백팔검대 중 제일대(第一隊) 천반살수(天班殺手)들은 묘한 공허를 깔고 있다. 천(天), 지(地), 풍(風), 운(雲). 백팔검대는 각 이십칠 인의 사반으로 나뉘어져 있고, 이들은 독자적으로 활 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살수들이 나서서 일을 처리한 것은 단 한 건 도 없었으며, 이십칠 인이 동시에 행한 일도 전무했다. 한데, 오늘은 이십칠 인이 한꺼번에 모여들었다. "우리가 죽일 자의 목은 매우 값있는 수급이다. 우리는 황금보다는 명예에 따라 그 자를 죽여야 한다!" "…" "…" 살수들은 말이 없다(殺手無言). "그 자의 목은 강호에 출도하실 우리들의 소종사에 대한 가장 거대한 예물 이 될 것이고, 그 자를 척살하는 일은 우리 천반(天班)의 명예를 야월검사 가운데에서 가장 위대한 이름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기회가 된다!" "…" 살수들은 여전히 무표정하다. 그리고 이들의 가공할 무심(無心)은 한 사람의 이름이 흘러 나오는 순간, 철저하게 해부되고 말았다. "그는… 무옥(武玉)이다! 우리들이 언제고 꺾어야만 하는 중원제일의 호남 아(好男兒)!" 무옥, 그 이름이 이십칠 검을 경동시켰다. "무… 무옥! 검황성의 제일급고수!" "으으… 그 자를 살인청부 받다니!" "놀랍군!" "무옥… 그 자라면, 살인업(殺人業)이 지겹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얼마 걸려도 좋다.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해치우는 것이다. 그리 고 우리들 선(線)에서 마무리지어지지 못한다면, 충원(充員)이 있을 것이 다. 하나, 그러한 일은 없으리라 본다. 무옥, 그 자가 귀신이라 하더라도… 천반(天班)의 추종을 떨치지 못할 것이다!" "시작하라!" 광동(廣東). 고도(古都) 광동은 강남(江南)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끼일 정도로 번화한 곳이다.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곳. 광동의 교외에는 언제나 맑은 향기가 흐르는데, 그것은 다른 어떠한 장소에 서도 만들어지지 못한다는 품격과 신비를 지닌 도자기를 굽는 연기였다. 광동비천요(廣東飛天窯). 십오대(十五代)에 걸쳐 명자(名瓷)를 생산해 낸 장소이다. 주인은 비천노야(飛天老爺) 위문호(威文豪). 그는 다섯 살 때부터 가업(家業)을 이어 받았고, 나이 칠십에 이른 오늘날 까지 하루면 칠 개 시진은 흙을 빚는 데 쓰고 있는 위대한 도공(陶工)이었 다. 그의 휘하에는 각지에서 모여든 도공들이 수백 명 있다. 비천노야 위문호는 도공들에게 지극히 혹독한 수련을 강요한다. 도자기는 흙과 불(火)의 예(藝)이다. 그것은 지극한 정성을 필요로 하고 있고 손이 하늘과 맞닿을 때에야, 혼백 이 불의 혼과 이어질 때에야 신품이 나타난다고 그는 믿고 있다. 하나의 자기(瓷器). 백자(白瓷)이고, 높이는 다섯 자에 달한다. 완연한 굴곡을 그으며 흘러내리는 풍만함과 섬세함이 신비의 극을 이루고, 희디흰 가운데 은은한 청기(淸氣)가 도는 것이 보옥보다도 귀해 보인다. 자기의 표면에는 달마도(達磨圖)가 그려져 있다. 일위도강(一葦渡江)으로 장강(長江)을 건너는 달마의 그림. 비천노야 위문호는 벌써 닷새째 자기에게 혼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는 하늘이 내린 예인(藝人)이었다! 아아, 이것은 가장 뛰어난 불의 예술 품이다!" 비천노야는 자기의 빛과 굴곡에 혼백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가운데, 일대를 포위하고 있는 이십칠 인의 야행인 (夜行人)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 발 늦었소. 그는 떠나갔소." "저 물건 하나만 만들어 놓고… 그는 홀연히 떠났소!" 흑피풍의(黑避風衣)에 흑방립(黑方笠), 허리에 기우듬히 차고 있는 예도(銳 刀). 아아, 이들은 바로 야월화의 천반살수(天班殺手)들이 아닌가? 백 일 전의 족적마저도 발견해 내고, 인간의 체향(體香)을 특이한 후각으로 감지해 내는 비술(秘術)을 터득하고 있다는 중원제일의 살수들. 극기의 훈련을 거치고, 제반 살인절기를 터득하고 있는 밤의 사자들이 어이 해 광동비천요에 나타난 것일까? "사람들은 그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소! 그는 평범한 사람처럼 도공 사이에 끼여들어 도자기를 구었소! 모를 일이오. 일대검사(一代劍士)가 어이해 제 명당한 후, 도요를 찾았는지!" "흠, 무옥(武玉)… 그는 칠 일 전 이 곳을 떠나갔다. 그는 하나의 도자기를 만들어 놓고 나서 소리없이 사라져 갔다. 우리가 한 발 늦었다!" "그는 무엇인가를 번뇌하고 갔다." "그것은… 바로 불(火)의 혼(魂)이다!" "무옥은 죽이기에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인간이다! 하나, 우리는 그를 죽여 야 한다!" "가세!" "흔적이 있는 한, 희마랍아(喜馬拉娥)에 간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를 추적 할 수 있지 않는가? 훗훗…!" 쓰으으… 쓰으으…! 스쳐 지나갈 줄만 알지, 머물 줄은 모르는 바람처럼 이십칠 인의 초살수들 은 조용히 사라져 갔다. 비천노야는 도자기에 정신이 팔려 이십칠 인이 자신의 거처까지 왔다가 떠 났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악양성(岳陽城). 동정호(洞庭湖) 가에 있는 천년대도(千年大都)이다. 금릉(金陵)이나 남창(南昌)에 비해서 규모가 뒤지지 않는 중원의 성시(盛 市)였기에 거리마다 사농공상(士農工商) 무리들이 오가고, 동정호에서 돌아 오는 어선 상선으로 인해 부두는 늘 인산인해(人山人海)이다. 물이 유난히도 좋은 악양성의 외곽 지대에는 하나의 철각(鐵閣)이 있다. 철신대병점(鐵神大兵店). 대대로 강철을 다루어 온 곳이다. 검(劍)과 도(刀)를 만들고, 온갖 철물을 다 만든다. 불과 강철이 어우러져 하나의 예술을 이루는 이 곳은, 언제나 열기에 사로잡혀 있는 곳이었다. 이십칠 인. 쉬지 않고 추적해 온 공포의 살수들. 이들이 한 시진 전, 철신대병점에 나 타났다. 이들은 수백 명의 화부(火夫)들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알지 못하도 록 소리없이 나타났다. 철신대병점은 강호방파가 아니다. 이 곳 사람들은 무공을 익힌 무사들이 있 다는 것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이충(李忠)이란 자. 매우 순박하게 생긴 청년. 그는 자다 말고 뜨락으로 끌려나와 눈을 껌벅거 리고 있었다. 그가 볼 수 있는 것은 자욱한 흑무(黑霧)뿐이고, 이상하게도 몸이 오싹오싹 차가워진다는 느낌뿐이었다. 안개 속. 감정이 전혀 없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봐라!" "그… 그라니요?" 이충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나무 침상 위에서 잠들었는데, 어이해 달빛도 없는 밤의 뜨락에 뒹굴 고 있단 말인가? '이것은 분명 악몽이다. 낮에 너무 고단하게 일을 했다.' 이충은 꿈과 생시를 구분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혼미한 상태였다. "이틀 전, 이 곳을 떠난 사람에 대해!" 차가운 목소리, 대체 누구의 목소리일까? "인상이 좋고, 얼굴이 흰 백포청년!" "…" 이충은 눈을 껌벅이다가 입을 벙긋거렸다. 그러나 잘 생각이 나지 않는 듯, 다시 고개를 갸웃거린다. "백포를 걸친 청년이 왔다갔기는 했으나, 잘생기지는 않았소. 그는 봉두난 발이고, 약간 취한 상태였소." "취했다고?" "그… 그렇소!" "그는 여기서 무엇을 했느냐?" "구경을 했소. 그리고… 갔소. 말도 없이!" "구경만 하다 갔다고?" "꼭 그런 것도 아니오. 가기 전, 용해로를 빌어서 하나의 물건을 만들어 놓 고 떠났으니까!" "그것이 무엇이냐?" "지금 나의 품에 있소. 하도, 잘 만들어 내가 품고 다니는 중이오. 나는 그 것을 고향에 있는 아내에게 줄 작정이오." 그는 그런 말을 하다가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아주 차가운 기운이 사지백해(四肢百骸)로 퍼지며 그는 정말로 깊은 잠에 빠져든 것이다. 그의 몸은 둥둥 떠올랐고, 안개 속에서 누군가 손을 휘젓는 찰나. 북- 북-! 이충의 단벌 단삼은 찢겨져 버렸다. 툭-! 이충의 품에서는 나무갑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떨어지는 직후 떠올랐고, 피풍의를 걸친 자의 손아귀 안으로 들어갔 다. "무옥,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것일까? 도요에 이어 철물점이라니…?" 뚝-! 중얼거리는 소리 가운데 나무갑이 열렸다. 그 안에는 아주 정교하게 만든 철종(鐵鐘)이 하나 들어 있었다. 높이가 세 치, 꽤나 무거운 것이고 용문(龍文)이 가득하다. 아주 뛰어난 솜씨로 만든 하나의 소종. 그것이 나타나는 찰나, 이십칠 인의 눈빛은 일제히 흐트러졌다. "이것은… 평범한 종이 아니다!" "대단하군. 이것은 소림고승(少林高僧)들이 자신의 정종비기득도를 기리기 위해 만드는 항마종(降魔鐘)이다!" "무옥… 그는 여기서 무엇인가를 터득하고 떠나갔다!" "으음…!" 신음 소리가 잔잔히 흐르는 가운데, 종을 꺼낸 사람의 손가락이 가볍게 퉁 겨졌다. 손가락은 종의 표면에 닿았고. 데에에엥…! 이럴 수가? 장난감같이 작은 종이 울리는 가운데, 십 리 안이 진동할 듯한 거대한 소리가 메아리치는 것이 아닌가? 혼(魂)을 품고 있는 종 소리. 그것은 너무나도 신비하고 깊은 염원(念願)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떠도는 것이라기보다,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으음, 중원에 그러한 기질과 혼백의 주인이 있다니… 놀랍군. 그리고… 그 러한 자를 내어 보낸 검황성은 바보들의 단체이다!" "가세!" 노마(老馬)의 발굽. 네 개 중 하나의 편자에 금이 간 상태였다. 그 덕에 이십칠 인은 어렵지 않 게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장강(長江)을 끝없이 따라서… 휘휙- 휙-! 이십칠 인의 몸놀림은 빨라지고 있었다. "그는 강을 따라갔다!" "모를 일이다. 어이해 다른 길은 놔 두고, 강을 따라간 것일까?" "설마, 강에서 무엇인가를 보고자 한 것이 아닐까?" 쓰으으… 쓰으으…! 스물일곱 개의 그림자. 그리고 다시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십칠 인은 오십사 인으로 늘어났다. 야월화(夜月花)는 좀처럼 무옥을 찾을 수 없었다. 무옥은 그들보다 조금씩 빨랐다. 낭인(浪人)의 길을 시작한 무옥은 세상의 여러 장소를 떠돌아다니고 있었 다. 폭포(瀑布), 강(江), 바다(海), 산사(山寺) 도관(道觀)… 그의 흔적은 끝없이 이어지기만 했지, 멈추지 않았다. 팔십일영(八十一影). 야월화의 상부자들은 천반(天班), 지반(地班)에 이어 풍반(風班)마저 추적 에 가담을 시켰다. 그들은 삼로(三路)로 흩어져 무옥을 추적했다. 이상한 것은, 추적자들이 무옥에 대해 말할 수 없이 깊은 인간적인 교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영웅(英雄)이다.' '그는 가장 고독한 길을 가고 있다. 그 길이 어떠한 길인지 모르나, 그 길 이 끝날 때… 그는 최고자가 될 것이다.' '그를 쫓게 된 것은 불행이고, 행복이다.' '아아, 그를 찾게 될까 두렵다. 그를 영원히 찾지 못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 램이다.' 쓰으으… 쓰으으…! 야월화의 추종술은 천외무봉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추적을 시작한 지 두 달. 그들은 낙양(洛陽) 근처 마시장(馬市場)에서 노마 (老馬) 한 필을 발견할 수 있다. 무옥이 검황성에서 타고 나왔던 노마는 마음이 좋은 가난한 농부(農夫)를 새로운 주인으로 맞았고, 농부는 무옥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마음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말 값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제게 금원 보(金元寶) 하나를 쥐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저와 더불어 죽엽청(竹葉淸) 세 근을 나누어 마시고는 취한 기색도 없이 훌쩍 가 버렸습니다!" 이제 다시 야월화의 무리는 일백팔(一百八)로 늘어났다. 무옥은 말을 버리고 난 후, 경공을 발휘해 가며 자리를 옮겼다. 그는 대체 어떠한 곳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야월화의 무리들은 끝도 없는 추적의 길을 거듭했고. 운외화원(雲外花園), 모란장원(牡丹莊園), 천문학림(天文學林)… 이들은 번번이 한 걸음씩 무옥에게 뒤졌다. 칠월(七月)이 될 때, 일백팔 인의 추적자는 사로(四路)로 흩어졌다가 한 장 소로 모이고 있었다. 무옥을 찾아 만여 리를 떠돈 사람들. 이들은 무옥의 정확한 흔적을 찾아 냈 고, 그 흔적에 따라 한 장소로 모이는데… 지극히 낭패한 표정들이었다. "이제는 찾기 힘들게 되었다!" "하필이면… 하필이면…!" 천하제일의 추적자들이 허탈해 하다니…? 무옥이 한 시진 전에 남긴 족적을 보고도 이렇듯 낭패한 표정을 짓다니…? 야월화의 무리들이 다가서고 있는 장소는 천하에서 가장 번잡하고 시끄럽다 는 제남부(齊南府)의 야시(夜市)였다. 야시(夜市). 제남부 일대의 난전상인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어 하나의 소란스러운 불야성 (不夜城)을 이루고 있다. 밀도살한 저육(猪肉)을 파는 자도 있고, 싸구려 포목을 양 어깨에 걸쳐 놓 고 춤사위를 해대 가면서 호객을 하는 자도 있다. 시장이라는 곳은 본시 무수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온갖 내음이 풍기는 더러운 곳이고, 동시에 가장 천한 구석구석에서 삶의 진실된 향기가 흐르는 곳이기도 했다. 일백팔 인. 이들은 난색을 표하며 야시 구석구석을 뒤지고 다녀야 했다. 고래 고기에서 산돼지 고기까지 모두 다 거래되고, 남칠성(南七省) 북육성 (北六省)의 온갖 산물이 모두 다 거래가 되고 있으며, 노예마저도 공공연히 거래가 되고 있다. 팔리지 아니하는 것이 없으며, 팔지 못할 것도 없다. "그는… 이 곳으로 들어서며 체취를 흩트렸다!" "으음, 야월화 사상 초유의 실수이다. 시장 안으로 들어선 이상, 추적은 계 속될 수가 없다!" 살수들은 난색을 표해야만 했다. 창건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았다는 가공할 살수 조직 야월화. 이 들이 난생 처음으로 실패의 쓴잔을 마시고 마는 것이었다. 무옥의 자취는 시장 바닥에서 사라졌다. 우마차가 오가고, 생선 찌꺼기가 수북수북 쌓여 온갖 악취를 풍기고 있다. 야시장 안에서 한 사람의 종적을 발견한다는 것은, 바다 속에서 바늘 하나 를 찾아 내는 것처럼 힘든 일이다. "무옥… 이럴수록 그를 더 잡고 싶군!" "그와의 승부는 이렇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야월화의 명예를 걸고 그 자를 꼬옥 잡아야만 한다." 봉두난발한 청년 하나. 그는 야시장에 온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허름한 주루(酒樓) 구석진 자리 에 앉아 있었다. 흐릿한 눈망울에, 술중독이 걸린 듯 잔잔히 떨리고 있는 열 손가락, 너무나 도 오래 빨아 댄 나머지, 빛이 퇴조가 되어 버린 백포(白袍)… 그는 창을 통해 야시장 바닥을 보고 있었다. '호흡마저 숨기고, 맥박마저 바람 소리 가운데 감출 줄 아는 무서운 자들! 저들은 정말 집요하게 나를 뒤쫓았다.' 손에는 술잔이 쥐어져 있다. 그는 독한 화주(火酒) 세 병을 쉬지 않고 마시 고 있었다. '내가 비결로만 외우고 있는 검결(劍訣)을 터득하기 위해 여러 장소를 돌아 다녔는데… 저들은 나를 계속 뒤쫓았다.' 아아, 바로 무옥(武玉)! 결단을 내려 검황성의 총검대주(總劍隊主) 자리를 버리고 떠난 무옥이었다. 봉두난발한 백포 차림, 야시장 바닥에는 너무나도 흔한 차림새이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세파에 진 나머지 낙척(落拓)의 무리가 된 사람들이 보 인다. 무옥은 무수한 사람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의 독특함은 군중에 파묻혀 밖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지금은 저들과 싸우지 않겠다. 하나 언젠가는, 저들에게 나를 귀찮게 한 대가를 치루게 하겠다.' 무옥은 다시 술을 들이켰다. 새벽이 될 때 흐드러졌던 야시장판이 침묵을 찾기 시작했고, 노점을 펼쳤던 사람들은 졸린 눈을 비벼 가며 해산하기 시작한다. 간이 주루 역시 파장이 되었다. 주루 주인은 화주 다섯 병을 쉬지 않고 들이마신 한 젊은이의 얼굴을 기억 하지 못한다. 그러한 낙척인(落拓人)은 세상에 너무나도 흔하니까. 열래객잔(悅來客棧). 처음 개업할 때에는 화려한 객잔이었으나 칠십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가 운데 세 번 불이 났고, 다섯 번 비적(匪賊)에게 약탈당해 지금은 제남부에 서 가장 싸구려 객잔으로 화하고 말았다. 쏴아아… 쏴아아…! 빗발이 눈물처럼 떨어지고 있다. 열래객잔의 구석진 객방(客房). 은자(銀子) 일 냥(兩)이면 식사 제공 없이 보름을 머물 수 있는 방이다. 천장에는 거미줄이 쳐졌고, 침상이며 이부자리는 꽤 오랫동안 빨지를 않아 냄새가 지독하다. 엽차 잔은 이가 깨졌고, 방문 고리도 빠져 나간 상태이다. 칠 일 전, 젊은이 하나가 이 곳에 투숙했다. 그는 자살을 하기 위해 독방을 반 상심한 젊은 파락호마냥 종일토록 방 안에서 소일을 했다. 쏴아아… 쏴아아…! 빗물이 퇴락한 정원에 뿌려지고 있다. 그는 창문을 환히 열어 놓고 야우(夜 雨)를 보고 있었다.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중원(中原)에는 없는 것일까?" 유난히도 쓸쓸한 눈빛이다. 그는 창틀에 손을 대고 밖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단장화(斷腸花)와 천마무후(天魔武侯), 그리고 마교총림(魔敎總林)… 야월 화의 도전은 일촉즉발 상태이고… 아아, 중원혼(中原魂)은 너무나도 깊게 잠들고 말았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어깨를 덮고 있다. '나는 중원방파의 최절정 무공을 모조리 얻었다. 그런데도 새외의 초절기를 격파할 절기는 얻지 못했다.' 무옥(武玉), 바로 그였다. 그는 아무도 얻지 못했던 중원 최절정 검도를 얻기 위해 머나먼 낭인(浪人) 의 길을 시작한 것이다. "중원의 방파들은 부와 권력에만 집착하고 있지, 무공 수준을 향상시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절기가 실전되었다." 무옥은 입술을 악 물었다. "그 동안 많은 장소를 돌아다녔다. 내가 가 보지 못한 중원의 비지(秘地) 는, 이제 한 군데뿐이다." 무옥은 손을 품에 넣고 있었다. 파르르 떨리는 장부의 입술. 무옥은 입술을 악물며 품안에서 무엇인가를 끄 집어 냈다. 낡디낡은 소책자(小冊子). <중원비도(中原秘圖)> 그것은 천외비전의 책자이다. 그 안에는 중원천하의 온갖 장소, 온갖 인물에 대한 기록이 있다. 무옥은 그것을 토대로, 중원에서 예(藝)와 기(技), 그리고 술(術)이 발달한 곳을 찾아다녔던 것이다. 검(劍)이란 처음에는 기(技)이고, 법(法)이다. 그 경지가 넘어서면 예(藝) 가 되고, 술(術)이 되고… 거기 머물기만 하면 미려(美麗) 복잡하기만 하 지, 완전무결하지는 못한다. 그 경지를 넘어선 수법. 무옥은 그것을 찾아다닌다고 할 수 있었다. 어쩌면 찾지 못할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옥은 운명처럼 그것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중원천하에서 신기(神氣)가 가장 흥(興)하는 곳이 있다. 이름하여 낭인부(浪人府). 그 곳은 산동(山東) 어딘가에 있다. 여섯 줄기 신광(神光)이 자오선(子午 線)을 따라 치솟으며, 북두성좌(北斗星座)의 빛마저 흐리게 하는 것이 몇 차례 발견이 되었다. 신검(神劍)이 있거나, 천외기진(天外奇珍)이 있어 보기(寶氣)를 뿌리고 있 을 것이다. 아니라면, 봤다는 사람의 착각이거나!> 중원비도의 최후에 적혀 있는 글이다. 무옥이 산동 깊은 곳에 온 이유는, 그 잃어버린 전설 때문이었다. "아아, 몸은 이미 산동에 왔거늘… 그것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무옥은 탄식을 한다. 쏴아아… 쏴아아…! 비 뿌리는 소리가 유난히도 구질구질하다. 새벽까지 무옥은 그 자리에 서서 밤이 물러가는 것을 바라봤다. 비는 새벽 이 되어도 거두어지지 않았다. 무옥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는 천이통(天耳通)을 시전해 본 후, 눈을 떴 다. "지켜보는 사람이 없으니, 검을 연마할 수 있겠군. 단 하루라도 검을 손에 대하지 않는다면, 검은 녹슬고 만다." 무옥은 천천히 문 밖으로 걸어나갔다. 비가 세차게 뿌려지는데, 이상하게도 무옥의 옷은 비에 젖지 않았다. 그는 모공에서 선천강기(先天剛氣)를 일으켜서 빗발을 퉁기어 내는 것이다. 하나의 나뭇가지, 길이가 세 자에 잔가지가 많이 달려 있는 나뭇가지가 무 옥의 손에 쥐어졌다. 무옥은 두 다리를 넓게 벌리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천외비전의 절기는 수천 종이다. 그 중 십오종절기(十五種絶技)가 가장 뛰 어나며, 그것은 바로 탕마십오검(蕩魔十五劍)이다.' 무옥은 나뭇가지를 조용히 쳐들었다. 우웅… 웅…! 나뭇가지에 가공할 경력(勁力)이 실리며, 우막을 위로 물리치기 시작했다. 파이이잉-! 화살이 쏘아지는 소리가 나며 나뭇가지 끝은 원호(圓弧)를 그리기 시작했 다. 하나, 둘, 셋… 여덟… 열여섯… 서른둘… 무수하게 만들어지는 검화(劍花). 무옥은 흰 동그라미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화산(華山) 난파풍검(亂破風劍)의 최후(最後) 초식(招式)이라는 산화무(散 花舞)! 화산장문인도 이것은 완전히 시전하지 못한다. 일 초(招) 십팔 식(式)의 변화막측한 검초가 무옥에 의해 완전무결한 형태 로 시전이 되다니… 쓰으으… 쓰으으…! 원호(圓弧)는 유성(流星)이 되어 흐른다. 뭇별이 흑천을 가르듯이, 번갯불보다 빠른 검기(劍氣)가 팔방(八方)을 향해 무자비하게 떨쳐지기 시작했다. 무당(武當) 풍뢰검(風雷劍) 최후초식이라는 육합제뢰(六合諸雷). 파아아- 파아아-! 우막(雨幕)이 수천 조각으로 찢어지기 시작한다. 단 이 성(成) 공력(功力)인 데에도 육합제뢰초는 이미 신(神)의 경지로 육 박하고 있었다. 이어, 대유결(大柔訣)이라 일컬어지는 달마탄검(達磨彈劍). 나뭇가지가 파르르 떨리는 가운데, 비의 장막은 수직으로 길게 쪼개져 나가 고 있었다. 복마대구식(伏魔大九式), 운룡대구식(雲龍大九式), 사일신검(射日神劍), 건곤폭풍검(乾坤暴風劍)… 무옥은 열다섯 가지 검법을 하나로 이어 시전해 냈다. 츠으으- 츠으으-! 비의 장막은 수천 조각으로 난도질되고, 무옥의 눈에서는 가공할 신광이 폭 사되어 나오기 시작했다. 한순간. "합-!" 무옥은 짧은 기합 소리를 내며 검과 마음, 그리고 몸을 하나로 이었다. 일순 빗발이 허공으로 퉁기어 올라가는 가운데, 무옥의 몸뚱이는 아홉 개로 나뉘어 허공에 걸렸다. 연대구품(蓮臺九品)이라 일컬어지는 소림절기. 그것이 시전되는 동시에, 또 하나의 절기가 나뭇가지로 시전되고 있었다. 무수한 원호(圓弧)와 성류(星流)… 치리리리릿-! 삼 장 안은 검막에 뒤덮였고, 한순간 정원의 고목(古木) 하나가 쩌억! 갈라 져 버렸다. 무수한 검흔(劍痕), 수는 만 개가 넘어 보인다. 무옥은 나뭇가지를 쥐고 고목이 쪼개진 부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틀렸다. 이것으로는 팔만사천검(八萬四千劍)을 단 반 식(式)도 막아 내지 를 못한다. 천외비전에 남아 있는 흔적은 하나같이 깊이가 일정한데, 내가 남긴 검흔은 깊이가 각기 다르다. 아아,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나의 젊은 나날 가운데에는 이룰 수 없는 환상이란 말인가?" 무옥은 탄식을 하고 말았다. 그는 오 년 내내 쉬지 않고 검을 익혔다. 그의 무공에 대한 오성(悟性)은 천부적인 것인지라, 그는 중원의 어떠한 검도수업자(劍道修業者)도 흉내내 지 못하는 완전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나 그의 적은 중원에 있지 않고, 변황에 있다. 그 곳의 절기는 중원의 모 든 절기를 능가한다. "아아, 중원의 혼(魂)이여! 그대는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단 말이오?" 무옥이 허공에 대고 중얼거릴 때였다. 일순. "우라질 놈! 애송이가 감히 중원을 비웃다니…!" "검황성이라는 바보들의 단체에서 제일인자 노릇을 하더니… 훗훗…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모르게 되었느냐?" 츠으으- 츠으으-! 자욱한 안개, 사방에서 안개가 몰려들며 이상한 기운이 다가섰다. "어어… 엇? 누… 누가?" 무옥은 비웃는 소리에 놀라 사방을 둘러봤다. 어디서 이리도 자욱한 안개가 흘러드는 것일까? 무(霧)! 무옥의 안력은 일순 차단되고 말았고, 다만 안개 깊은 곳에서 돌개바람이 일어나며 둔팍한 소리가 요란히 일어났다. "제길! 힘들군. 너무도 오랜만에 무공을 시전했더니…" "크크… 저 애송이가 그 뜻을 알지 모르겠군." "야월화만 저 놈을 따른 것이 아니라, 우리도 저 놈을 따랐다는 것을 저 놈 이 알는지…" 휘리리링-! 바람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사위는 다시 적막을 되찾았다. 비는 쉬지 않고 뿌려졌다. 흙바닥은 질퍽질퍽거렸고, 무옥은 얼빠진 표정을 하고 한 곳을 보고 있었다. "저럴 수가? 오오, 저럴 수가?" 무옥의 눈은 화등잔만하게 커지고 있었다. 하나의 바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끼가 가득했던 거대한 바위 하나가 있 다. 무옥이 놀라는 이유는, 그 표면에 흔적이 무수하기 때문이었다. 도합 세 개의 흔적. 모두 하나의 특징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무옥을 혼비백산케 하기에 부족함 이 없었다. 첫 번째 흔적, 그것은 매화꽃이 무더기로 떨어진 듯한 천공(穿孔)의 흔적이 었다. 다섯 개의 구멍이 매화 송이 마냥 찍혀 있는데, 그러한 구멍이 일백팔 개 찍혀 있었다. 구멍의 수는 도합 오백사십 개. 그것이 거의 한순간에 찍혔다 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두 번째 흔적. 하나의 손바닥 자국이다. 놀라운 것은, 그것이 음각(陰刻)이 아니라 양각 (陽刻)이라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 손바닥 자국은 안으로 파고든 자국이 아니라 위쪽으로 두드러진 자국이었다. 누군가 석기(石氣)를 빨아들여 장인(掌印)이 부조(浮彫)된 듯한 괴이한 흔 적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세 번째 흔적. 그것은 전서(篆書)로 된 글씨였다. 길이가 무려 세 치. 처음부터 끝까지 깊 이가 일정하다. <애송이에게, 중원에서 가장 강한 절기는 도합 육 종(種)이다. 그 중 세 가지는 여기에 있고, 다른 세 가지는 이 근처에 있다. 일컬어 중원육혼(中原六魂). 네게 그것을 말해 주는 이유는, 우리들에게도 네놈과 마찬가지로 꽤나 절박 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불행한 것은 네놈의 내공수위가 너무도 천박하다는 것이다. 중원육혼을 얻기 위해서는 내공이 지금보다 두 배는 강해야 한다. 네놈에게 하나의 장소를 천거한다. 바로 창랑점(滄浪店). 가서 살아난다면, 우리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야월화는 우리들이 따돌렸으니, 그 궁색한 곳에 더 이상 처박혀 있지 마라. 우리는 너에 대한 것을 하나 남김없이 다 알고 있다.> 짧은 시간인데, 글자수가 너무도 많이 파였다. 무옥이 글을 다 봤을 때, 거석(巨石)은 모래의 성이 무너지듯이 무너져 내 렸다. 쏴아아아… 쏴아아…! 빗물은 쉬지 않고 퍼부어졌고, 무옥의 얼굴색은 숯불처럼 달아오르고 있었 다. "저것이다. 내가 찾고자 했던 것은!" 무옥의 눈에서는 혜광(慧光)이 폭사되어 나오고 있었다. 오 인(人). 이들은 빗줄기 속에서 무옥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작은 객방 안, 다섯 노인은 술을 나누어 마시고 무옥이 경공을 펼치며 사라 져 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걸물(傑物)이오, 저 녀석은!" "저 녀석으로 인해 중원은 날개를 달게 될 것이오." "이백 년 숨어 기다린 보람이 있었소. 후후… 저 녀석이 우리들이 이백 년 숨어 터득한 절기를 모두 얻기만 한다면…!" 비는 쉬지 않고 퍼부어졌다. 벌써 여러 날째 내리는 비다. |
첫댓글 잼 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재미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