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전국 각지에 보유한 부동산이 1500만㎡(약 460만평)를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영농조합법인 명의로 토지를 구매하고 환경 단체에 증여(贈與)해 겉으로는 유 전 회장 일가(一家)와 관계없는
땅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유 전 회장 일가가 관리하고 있다. 검찰은 22일 "유 전 회장이 전국 각지에 농장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청해진해운과 관련 회사들의 자금을 부당 지원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역 영농조합 등 명의로 구입
유
전 회장 일가의 부동산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은 곳은 경북 청송군 일대의 토지이다. 임야와 논밭이 확인된 것만 500만㎡에
육박한다. 지역에서 유기농 공동체 활동을 벌이는 보현산영농조합법인이 10여년 전부터 토지를 매입해 현재 99만㎡를 확보했다. 이
조합법인은 유 전 회장 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와 장남 유대균(44)씨가 각각 최대 주주로 있는 ㈜아해와 ㈜다판다가
지분 27%를 보유하고 있다.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 자금으로 토지 매입비를 댔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송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의 두 아들 명의로 이 일대에 임야 370여만㎡가 더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날 압수 수색한 기독교복음침례회의 안성센터는 23만㎡에 이른다. 인근 주민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신도들의 수련
시설로 이용된 곳"이라며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전국 각지에서 신도 1000여명이 찾아와 종교 행사를 갖는다"고 전했다. 센터
주변에는 '무단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판과 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이곳에는 유 전 회장의 사진 스튜디오 등 개인 휴양
시설과 함께 초대형 집회 시설이 있다. 경기 이천시 신둔면 인근에서는 ㈜아해의 창고 부지(3000㎡)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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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나온 농민 토지까지 싹쓸이유
전 회장 일가가 울릉도에서 몇 년째 토지를 사들이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녹차를 생산해 가공 판매하는 몽중산다원영농조합은 지난
2009년 울릉군 서면 태하리 일대에서 3만㎡(약 9000평)가 넘는 농지를 경매로 사들였다. 이 조합의 대표이사는 유 전
회장의 아들인 유대균·유혁기(42)씨다. 이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기 일주일 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태하리 주민들은 "유
전 회장 일가는 10여년 전부터 이곳 땅뿐만 아니라 해변가 주택도 구입했다"고 전했다. 농가 부채 때문에 경매 나온 토지를
낙찰받거나 농민들에게 웃돈을 주고 땅을 사들였다는 것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에는 기독교복음침례회가 운영하는 선교 센터가 있다. 풍광이 뛰어나 땅값이 1㎡당 30만원이 넘는 요지(要地)로 꼽힌다. 숙박동과 식당 건물 등이 6600㎡에 들어서 있다.
㈜
세모는 2005년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 굴업리의 토지 2필지(1만3200㎡)를 4억2000만원에 매입했다. ㈜세모는 4년 뒤
"해양환경센터를 지어달라"며 한국녹색회에 이 토지를 증여했다. 그런데 한국녹색회는 유 전 회장이 1981년 창설한 환경 단체이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의 '청초밭영농조합'(990만㎡)도 유 전 회장 소유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청초밭영농조합은 유 전 회장과의 관계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세모가 이 영농조합 지분 0.1%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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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145억원대 부동산 매입유
전 회장 일가는 미국에서도 145억원가량의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在美) 언론인 안치용씨가 공개한 유 전 회장의
미국 내 부동산 매매 계약서에 따르면 이들은 자녀와 회사 명의로 고급 주택과 리조트 부지 5건을 사들였다.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씨가 3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는 2007년 8월 뉴욕주 북부 웨체스터카운티의 저택을 345만달러(약 35억8200만원)에
매입했다. 2003년엔 아내와 공동 명의로 뉴욕 맨해튼 남서쪽 아파트 한 채를 172만5000달러에 사들였다. 유혁기씨 부부는
2005년 12월에도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카운티에 있는 부동산을 92만5000달러에 공동 명의로 취득했다.
유 전
회장도 2006년 10월 맨해튼 부촌(富村) 지역인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있는 아파트 한 채를 103만5560달러에 매입했다.
1990년 5월엔 세모 명의로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카운티에 있는 990만㎡ 규모의 리조트 단지를 675만달러에 사들였다가
2000년 9월 미국 회사인 '베어 패밀리 호텔 리조트'에 매각했다. 안치용씨는 "베어 패밀리 호텔 리조트는 유 전 회장의 차명
회사로 유씨 일가가 이 회사를 통해 자금 세탁과 재산 은닉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