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국악방송 인터뷰 내용 요약
2016. 9. 16 금요일 오후 3시
채민석, 김산옥 님께서 진행하셨던 한가위 특집 빛고을 상사디야 2부에서 인터뷰를 했었는데, 저작권 문제가 있으므로 녹음해둔 방송 내용을 직접적으로 올릴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재방송이 불가능한 방송이라 내용이 궁금한 사람이 있을까봐 (...없을 것 같지만) 어떤 내용으로 인터뷰를 했는지 간략하게 요약하려고 합니다.
사실 귀찮아서 안하려고 했는데 지금 현재 게임 OST선곡중이라 글도 쓰고 선곡도 할겸 겸사겸사 하게 되었네요.
(현재 전투적인 마음가짐으로 배틀필드, 크라이시스 FPS게임 배경음악 듣는중 ㅋㅋ)
아무튼 처음에는 진행자께서 "우리음악 톺아보기 시간에는 우리 음악을 좋아한다는 한 청년을 통해 젊은 층 청취자들이 생각하는 우리 음악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시작하시더군요.
인터뷰 내용 요약
손으로 받아친거라 귀찮아서 생략한 내용도 많습니다ㅋㅋ (각종 애드립들)
여자분의 경우 드립을 너무 잘치셔서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1. 광주 국악방송과 빛고을 상사디야 애청자 여러분에게 인사와 소개
본래 무역학과 학생이었지만, 국악으로 리듬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이번에 IT학과로 전과를 해서 현재 프로그래밍과 게임엔진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2. 전공이 국악이 아니라고 들었는데요. 국악방송은 들어보셨나요?
군대에서 이동배식을 할 때 선탑자를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운전병이 라디오 채널을 돌리다보니 우연히 국악방송이 나왔고 당시 나왔던 곡이 지선 님의 ‘그때 그 바람’이라는 곡이랑 분위기가 비슷했습니다.
3. 국립부산국악원이 있기는 하지만 부산은 국악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떻게 국악을 접하게 되셨나요?
국악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서, 음원 사이트에 올라온 모든 퓨전국악 앨범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어보거나 제가 직접 구글링을 해서 국악 관련된 유튜브 영상을 많이 찾아봤습니다.
유튜브 같은 경우 [Study music]이라고 검색하면 조회수가 3,000만 명이 넘는 연주곡도 나오는데요, 한국의 인구수가 5,000만 명인걸 감안하면 굉장히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악도 유튜브 같은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대중에게 국악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4. 혹시 국악 관련된 교양과목을 수강하진 않았나요?
국악과 관련된 재미있는 강좌가 없었기 때문에 별도로 교양과목을 수강하지는 않았습니다.
현재 저희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교양 과목 중 하나가 ‘웹툰으로 보는 사회문화’라는 강좌인데요,
이것처럼 ‘게임으로 만나는 퓨전국악’ 같은 재미있는 강좌가 개설된다면, 많은 학생들이 국악에 대해 흥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5. 그럼 국악을 좋아하게 되면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현재 한 음원 사이트에서 ‘쇼미더국악’이라는 닉네임으로 현대국악 전문 뮤직PD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6. 전공자가 아닌 젊은 청년이 선곡한 우리 음악들이라 더 관심이 가는데요. 선곡할 때 나름대로 방식이 있나요?
페이지에 나와 있는 모든 퓨전국악 앨범들을 순서대로 하나씩 클릭하면서 들었는데요, 성격이 비슷한 아티스트를 묶어서 ‘가을에 휘날리는 쓸쓸한 퓨전국악’ 이런 식으로 테마를 정해서 선곡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충은, 신날새, 꽃별 이런 분들은 전반적으로 좀 서정적이고 슬픈 느낌이 드는 국악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반면에 동화, 별마루 같은 그룹은 신나는 노래가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타니모션 같은 그룹은 개인적으로 신난다기보다는 좀 특이한 국악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7. 국악을 좋아하다 보면 좋아만하기엔 열악한 환경에 노출될 경우가 많았을 것 같은데요.
주변에 다 걸그룹 노래나 힙합, 이런 걸 듣지, 저처럼 국악을 듣는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국악을 듣는다고 하면 다들 이상하게 저를 보더라고요.
군대에 있었을 때는 병사식당에서 배식할 때 MP3를 틀었는데 음악 순번이 넘어가면서 국악이 나오자 가장 먼저 나온 반응이 '전우님 미치셨어요? ㅋㅋㅋㅋㅋ' 였습니다.
그래서 그 이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요,
아무래도 일상에서 국악을 자주 접하기 힘드니까 그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바이올린 같은 서양 전통 악기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쓰이고 있는데요,
해금이나 가야금 같은 악기들은 비아트리오 같은 아티스트 분들이 많이 노력하고는 계시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을 제외한 해외에서는 자주 듣기가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나중에 유니티나 언리얼엔진 같은 게임엔진으로 게임을 만들게 된다면, 고스트 윈드의 ‘뷰티풀 러쉬’나 김승택 씨의 ‘기도’ 같은 강렬한 국악을 전투씬에 넣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8. 만약에 게임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어떤 국악인과 음악 작업을 하고 싶으세요?
네, 저도 그 게임 해봤습니다. 아티스트마다 음악 스타일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장면에 따라 원하는 아티스트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면 국악 크로스오버 곡 중에서 정재일 아티스트의 ‘7일간의 기록’이나 이아람의 ‘나무의 노래’, 혹은 윤주희 님의 ‘The Wind From The Asia’ 같은 곡들은 약간 판타지 느낌이 나서 화이트데이 같은 공포 게임보다는 리니지 같은 판타지 게임에 더 어울리거든요.
마찬가지로 해금소녀의 ‘그 남자’ 같은 해금 독주곡은 좀 슬픈 장면에 어울리고,
거꾸로 뜬 무지개의 ‘소나기’ 같은 곡은 뭔가 핵무기로 인해 세상이 멸망한 뒤의 세계관을 다루는 그런 게임에 어울릴 것 같아서 상황에 따라 원하는 아티스트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9. 그럼 여기서 음악 한 곡 듣고 이야기 이어 나갈까요? 한 곡 추천해 주세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으로 두들쟁이 타래의 ‘올레길’ 혹은 이주연 님의 ‘학교 앞 천천히’처럼 긍정적인 곡이나, 강은일 님의 ‘추격’이라는 곡처럼 속도가 빠른 곡을 선호하는 편인데요. 오늘은 최근에 나온 곡인, 최요셉 님의 ‘피쉬앤칩스’를 듣고 싶습니다.
10. 좋아하는 곡들은 들어봤구요. 좋아하는 국악인도 있나요?
아티스트의 경우에는 저랑 나이가 비슷해서 송소희 님을 많이 좋아하고 있고요, 가야금 연주가인 정민아 님도 많이 좋아합니다. 예전에 표지사진 저작권 허락을 받으려고 그분과 이야기를 좀 나눴었는데 성격이 되게 재미있으셔서 좋아하게 됐습니다.
(국악계의 개그우먼)
11. 그럼 전통국악은 아니지만, 우리 음악을 젊은 세대들에게 알리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국악이 꼭 전통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즘 청소년들은 춘향이가 나오는 옛날 판소리는 안 듣습니다.
차라리 ‘날아라 에코맨’의 ‘더위 사냥’이라는 판소리처럼 재미있는 내용으로 판소리가 나온다면 얼마든지 즐길 수가 있는데, 아직까지는 교과서에 나올 법한 전통적인 내용으로 판소리를 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12. 창작판소리 외에 다른 의견은 없나요?
팝페라라는 장르처럼 대중성을 갖춘 ‘팝소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저도 오페라는 정말 싫어하는데, 안드레아 보첼리의 I Believe나 셀린 디온의 The Prayer 같은 팝페라 가수들의 노래는 되게 자주 듣거든요.
그래서 국악도, 국악창법을 살린 현대적인 노래를 내놓는다면 충분히 해외에서도 가능성이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예를 들면 김소라의 ‘일어나리라’ 같은 곡이나, 송소희의 ‘사랑, 계절’ 같은 곡은 국악창법을 넣었지만 그렇게 오래된 느낌이 안 들거든요.
특히 송소희 양의 경우에는 복면가왕에 나와서 박봄의 You and I를 국악창법으로 불렀잖아요. 그러니깐 국악창법을 넣은 가요나 팝소리가 나와야 국악이 팝페라처럼 해외에 널리 퍼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여기서도 진행자 분의 말이 쭈욱 나오지만 귀찮아서 생략합니다 ㅋㅋ)
예를 들자면... "송소희 양 같은 경우엔 경기민요창법이고 이쪽 남도에선 판소리 창법으로 민요를 많이 부르죠. 그리고 부산 쪽에선 경상도의 메나리토리와 남도가락이 섞인 특징이 있구요." 이런 말들...
13. 그 외 의견
1) 국악 악기가 배경음악으로 들어가는 횟수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야 사람들이 국악에 대한 친밀감이 더 커질 수가 있거든요.
예를 들면 가요에 국악기를 배경으로 넣어서 조화시킨 이준 님의 [미안해] 같은 곡을 들어보면 억지로 국악을 끼워 넣은 게 아니라 되게 자연스럽게 국악과 가요를 조화시켰던데, 이런 곡이 좀 더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2) 그리고 게임 배경음악으로도 많이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바닐라 무드라는 클래식 그룹에서 넥슨의 테일즈위버라는 온라인 게임 OST를 바이올린으로 연주해서 앨범으로 내놓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되게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거든요.
그리고 앙젤르 뒤보나 라 피에타 같은 바이올리니스트도 헤비레인이나 어쌔신크리드처럼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게임 배경음악들을 바이올린으로 다시 연주해서 '게임 뮤직'이라는 앨범을 낸 적이 있었는데,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국악도 바이올린처럼 유명한 게임이나 영화의 배경음악을 연주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간다면 얼마나 좋은 곡이 많이 나올까, 이런 기대를 많이 했었습니다.
14. 그럼 음악 한 곡 더 듣고 이야기 더 나누죠. 추석연휸데요. 여행길에 추천해 주실 곡이 있나요?
저는 세련되고 현대적인 퓨전국악을 많이 선호하는데요, 피리나 생황 쪽으로는 최명화 님의 페어 윈드(Fair Wind)라는 앨범이 좋고 소금은 ‘이명훈, 바리스타 되다’라는 앨범이 정말 좋습니다. 대금의 경우에는 홍경림의 ‘토로’나, 이창선 님의 '꿈꾸는 소년' 혹은 신주희 님의 '겨울숲'같은 곡을 추천하는 편이고요. 가야금은 이슬기 님의 ‘Joyful’ 같은 즐거운 곡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제가 의도하지 않았던 곡을 선곡하시더군요
15. 이 외에도 추천해주고 싶은 퓨전 국악 앨범이 있다면요?
수풀림이나 동화, 리딩톤의 앨범도 전반적으로 괜찮았어요. 물론 이 외에도 아라연, 놀이터, 프로젝트 락 등등 국악 하시는 아티스트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요, 그걸 여기서 다 말하기는 힘들 것 같네요.
16. 혹시 ‘루트머지’나 ‘소리애’의 음반도 들어보셨나요?
루트머지의 경우 잔잔한 곡이 많아서 휴식 테마를 준비할 때 많이 들어봤습니다.
특히 ‘Over The Arirang Hill’같은 곡은 앨범 자체도 태교음반이더라고요.
‘퓨전국악 소리애’의 경우 ‘Fly High – 에필로그’라는 곡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요, 왜냐하면 퓨전국악 앨범 중에서 꽹과리가 독주하는 곡이 많지가 않거든요. 그런데 이 곡의 경우 꽹과리의 비중이 높아서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그 외에 ‘소리애, 용궁을 엿보다’라는 앨범도 재미있는 곡이 많더라고요.
17. 국악과 관련해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대중매체에서 국악과 관련된 재미있는 방송을 지금보다 더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슈스케나 쇼미더머니 같은 서바이벌 음악 방송을 보면서 이걸 국악 버전으로 개조를 하면 어떨까, 이런 구상을 많이 했거든요.
(여기서 진행자 님께서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라는 퓨전국악 전문 경연을 소개해주셨는데, 예전에 저도 한번 본 적은 있었습니다. 근데 상금이 500만원, 1000만원 이런식이더라고요... 글쓰기 대회도 아니고 ㅠㅠ)
18.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1) 1980년대나 1990년대에 슬기둥이나 장사익 님 같은 분들이 새로운 국악을 계속 시도하셨기 때문에 퓨전국악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지 않았나, 라는 생각도 많이 들고요.
2) 퓨전국악을 선곡할 때 황진이밴드나 신날새 같은 분들이 표지 사진을 제공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3) 솔직히 말하자면, 국악 하시는 분이 너무 적고 다른 장르에 비해 고립되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국악은 문화재가 아니라 하나의 음악 장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곡이 많이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4) 물론 전통적인 국악도 중요하죠.
하지만 모두가 전통 국악으로 가버리면 현대국악은 누가 하겠습니까?
그래서 국가는 국악을 문화재로만 바라보지 말고, ‘쇼미더국악’이나, ‘슈퍼스타K’처럼 ‘슈퍼국악K’ 같은 재미있는 방송을 만들어주는 식으로 현대국악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해줘야 국악이 하나의 장르로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5)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퓨전국악 앨범이 나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녹색 포털사이트 카페 이름검색에서 ‘국악’ 이렇게 2글자만 치시면 아마 제 카페가 제일 상단에 뜰 겁니다. 궁금하신 분은 한 번씩 들러주세요. 감사합니다. 마지막에 깨알 카페홍보
19. 마지막으로 고향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계신 분들에게 한 곡 더 선곡해 주실까요?
(사실 이 질문에서 당황했었다) 고향에서 부모님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의 마음을 잘 담은 곡을 꼽자면... 송소희 님의 ‘사랑, 계절’이라는 곡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20. 이 곡은 어떤 점이 좋은가요?
비록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했지만, 다음 만남을 기약하면서 이별을 담담하게 맞이하는 사람의 심정을 잘 표현해서 내년 추석 때 다시 부모님을 뵙는 분들에게 선곡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후 진행자 2명이서 서로 떠들다가 매우매우 긴 노래 2개를 넣고(..) 딱 1시간 맞춰서 방송이 끝났습니다.
순수 인터뷰 시간은 약 30분 정도 되었는데 그걸 용케 60분으로 채우셨더라고요 ㄷㄷ
그래서 그런지 방송사가 선곡한 노래들은 죄다 재생시간이 길었던...
첫댓글 국악, 특히 '퓨전국악'에 대해
자신만의 견해와 주관이 뚜렷하신 정귀님!
대단하시네요.
게임과 국악 전반에 대한
배경지식도 엄청나시고..
청취자나
진행자, 그리고 프로듀서가
아주 뿌듯해 했을 거 같아요~
청취자가 없을 것 같네요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