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장 마교총림(魔敎總林) 칠십이 인. 하나같이 혈전포(血戰袍)를 걸친 이들은 한 시진이 넘게 대리석 바닥에 부 복하고 있었다. 숨소리를 죽이고, 심장박동 소리마저 감추며 이들은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병기를 갖고 있는 자는 없다. 거대한 석전으로 들어서기 직전, 호위무사들 에게 병기를 맡기는 것이 이 곳의 법칙이다. 이백 년이 넘게 마도에 군림한 절대의 장소. 습습한 사기가 흐르는 석전의 바닥은 미끄러운 대리석판(大理石板)으로 이 루어져 있고, 아름드리 이 기둥은 모두 수정(水晶)을 통째로 깎아 만든 것 이다. 마교총사전(魔敎總師殿). 바로 마도의 하늘이자, 모든 진리가 되는 장소이다. 이 안에는 일흔세 명이 머물러 있었다. 부복을 한 일흔두 명 이외에 또 한 사람이 있다. 요요(妖妖)한 느낌을 주는 그림자인데, 그는 무릎을 땅에 댄 상태로 있다. 몸매로 보아서는 남자가 아니라 여인인데, 일신에서 풍기는 마기는 칠십이 마왕(七十二魔王)의 마기보다도 강했다. 선천적으로 마물(魔物)로 태어난 여인.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듯 아름다운데, 불행하게도 신체 중 한 부분이 훼손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면 그녀의 머리카락에 숨어 있어야 할 두 개의 귀 중 하나가 없다 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죽음보다도 깊은 적막(寂寞). 모든 사람은 숨도 쉬지 못하고 있다. 콰앙- 콰르르르릉-! 두 쪽의 철문은 천둥치는 소리를 내며 열렸고, 순간 일흔세 사람은 일제히 이마를 땅에 대며 합창하듯 외쳤다. "대총사(大總師)시여!" "우우… 대총사시여! 천세(千歲)! 천천세(千千歲)!" "위대한 악마의 하늘이여!" 일흔세 사람의 외침 소리 가운데, 혈무 한 덩어리가 대리석전 안으로 날아 들었다. 짙붉은 안개 가운데에는 하나의 사람 그림자가 있다. 혈무는 안력을 방해하는지라, 누구도 혈무 안의 사람을 직시할 수 없다. 쓰으으…! 혈무 덩어리는 허공을 가로질러 십 장을 날아갔고, 한순간 거대한 태사의 위로 사뿐히 떨어져 내렸다. 바로 그 순간. 떼에에엥-! 하나의 종이 큰 소리를 냈고, 그와 함께 모든 사람은 약간 자유를 회복하여 고개 정도는 들 수 있었다. 나타난 자, 그는 바로 패엽혼이라 불리는 자였다. "수고가 많았다. 너희들 모두 숨어서 마공을 터득하느라, 모두들 수고가 많 았다. 하나, 싸움은 이제부터이다. 세월이 마교총림을 돕고 있다고는 하나, 누구든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패엽혼은 음삼하게 말했고, 중인의 손바닥에는 땀이 쥐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살인명단(殺人名單)을 작성해 두었다. 우리들이 이룩한 천하에 있어서는 아니되는 인물들! 의협(義俠)의 무리들! 그들은… 훗훗… 멍청한 변황인(邊荒人)들 손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승부(勝負)라는 값싼 허울 아 래!" 차디찬 목소리는 석전의 분위기를 낮게 침잠시켰다. "이제… 시작할 때다!" 나직한 음성이 흐르는 순간, 일대는 적막에 뒤덮였다. 삼산오악에 흩어져 가공할 마공을 연마하는 가운데, 때를 기다려 왔던 사람 들은 하나같이 숨을 죽였고 얼굴을 대춧빛으로 물들였다. 너무나도 오랫동안 이 날을 기다려 왔던 사람들. 이들은 바로 강호칠십이마도(江湖七十二魔道)의 종주(宗主)들이었다. 마도서열 제일위, 구천검마왕(九天劍魔王) 종무극(鐘無極). 그는 오랫동안 운남(雲南)의 대리국(大理國)에서 숨어 살았다. 그는 한 자루의 마검을 안고 은거에 들었고, 신체가 강시처럼 깡마를 정도 가 되도록 검을 연마했다. 마도의 영광을 위해! 선혈로 군림하는 그 날을 위해서 그는 마검을 갈아 왔다. 그런 그가 여기 나타나 있었다. 마도서열 제 이 위, 척천신마(拓天神魔) 신무의(神無畏). 쌍장(雙掌)에서 일으키는 천마구혼수(天魔拘魂手)로 산동성(山東省) 일대를 주름잡았던 자이다. 그는 천하의 공적(公敵)으로 몰려 쫓겨다니다가 패엽혼 휘하에 투신했다. 그는 거의 마인(魔人)의 경지에 도달한 자로 피를 보기만 하면 마성이 발작 해, 근처의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참살해야만 직성이 풀리게 되는 자였다. 마도서열 제 삼 위, 혈사령주(血死令主). 핏빛 깃발 아래 시신혈해(屍山血海)를 이룩했던 자다. 그도 칠십이마왕 중 하나에 속하고 있었다. 칠십이마왕 가운데에는 무공이 아니라, 지혜로써 마명을 높인 자들도 허다 했다. 신산귀계(神算鬼計)로 천하를 어지럽혔던 좌도(左道)의 모사가(謀事家)들. 세칭 마교십뇌(魔敎十腦). 이들은 바로 마교총림의 군사부(軍師府)를 이루고 있는 악마의 꾀주머니들 이었다. 이들은 남칠성 북육성은 물론이거니와, 팔황구주(八荒九州)의 강호 정세에 대해 해박히 알고 있다. 이들은 패엽혼과 함께 거주하며, 패엽혼에게 하루에 한 차례씩 강호계의 사 건에 대해 진언을 올린다. 패엽혼은 이들의 말에 따라 행로(行路)를 결정하고, 마교십뇌가 마교총림에 위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어떠한 방법이 사용되건 간에 죽고 만 다. 그것은 바로 이백 년 내내 지켜 왔던 악마의 법이다. 마교총림은 반역자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반역하는 자는 십만 리를 따 라가서라도 죽이고, 반역자의 식솔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처형을 당하게 된 다. 패엽혼은 자신의 아성(牙城)을 이룩하기 위해 수천 명의 마도거두(魔道巨 頭)들을 죽인 바 있다. 그리고 현재 그의 휘하에 있는 조직은, 유사상 가장 강한 수준으로 성장한 상태였다. 칠십이 인. 혈풍우(血風雨) 속에서 마성을 기른 악마의 제자들은 패엽혼의 말이 떨어지 기를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있다. "천기(天機)가 돕고 있다! 우리들의 시대가 이루어지도록, 하늘과 땅이 마 교총림을 돕고 있다!" 패엽혼의 손에는 피보다 붉은 한 송이 꽃이 들려 있다. 그것은 바로 혈염화(血焰花), 마교총림을 상징하는 꽃이다. "천지(天地)는 혼돈에 빠졌고, 멍청한 강호인들은 밤과 낮을 혼동하고 있 다. 우리들이 오랫동안 계획하고 실행해 온 미혼마병책(迷魂魔兵策)이 어김 없이 성공한 것이다. 물론, 사소한 실수는 있었다. 죽이고자 하는 자를 확 인, 살해하지 못한 것이라든가… 훗훗, 하나 이제부터는 일말의 실수도 용 납이 되지 않으리라!" 혈무 가운데에서 혈광이 흘러 나온다. 아무도 부딪치지 못할 악마의 눈빛이다. "백 일이면 된다. 천하(天下)를 얻는 데에는…!" 백 일이라니? 십팔만 리의 대천하를 장악하는 데 단 백 일이라니? "중원(中原)이 제일 먼저 우리 손에 떨어질 것이고…그사이 천축(天竺)과 남해(南海), 동해(東海), 관외(關外)가 장악될 것이다!" "…!" "…!" 칠십이마왕은 숨을 죽인다. 하나, 그들의 모공에서 일어나는 사악한 기운만은 감추어지지 않았다. 칠십이(七十二). 강호 최후의 비밀이라는 악마의 군단(軍團)이 드디어 날개를 떨치며 비상 (飛翔)해 오르는 것인가? 칠십이 인 가운데 십 인. 이들은 일반 마도계 인물들같지 않게 문사건(文士巾)을 머리에 쓰고 있다. 허리에는 옥골선(玉骨扇)을 차고 있고, 걸치고 있는 옷은 자색(紫色) 유삼 (儒衫)이었다. 이들이 바로 마교총림의 머리라고 할 수 있는 마교십뇌(魔敎十腦)였다. 이 들 가운데 우두머리가 되는 자는 마뇌황(魔腦皇) 곡사(曲邪)였다. 그는 출반(出班)하고 있었다. 머릿속에 천하의 모든 악계(惡計)를 담고 있다는 자. 그는 마도학림(魔道學林)을 세워, 마교총림의 내외단(內外壇)을 관장하는 마도계의 인물들을 수없이 길러 냈다. "승산(勝算)은 구(九)입니다, 대총사!" 마뇌황 곡사는 허리를 숙이고 말했다. "구라니? 어이해, 십(十)이 아닌가?" 패엽혼은 조금 짜증이 난다는 투였다. "대총사! 우리들은 이백 년에 걸쳐 저력(底力)을 길렀으며, 최근 십 년에 걸쳐서는 암중모색을 해 왔습니다. 결과, 모든 일은 우리들이 뜻하는 대로 이루어졌으나… 몇 가지 일은 미궁에 빠졌습니다." "미궁?" "우리들이 천하혈세(天下血洗)를 시작하기 이전에 제거하려고 했던 인물 중, 죽지 않은 자가 극소수나마 존재하고 있으며… 제삼(第三)의 세력이 최 근 들어 준동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우리들이 기문육가(奇門六家)와 더불어 경계를 했던 검황성의 한 인물에 대한 행방이 묘연합니다! 그리고 최근, 강호 정세에는 끼여들지 않았던 야 월화(夜月花)가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강남무림계를 기반으로 일대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 "속하의 의견으로는, 그 마지막 하나의 패산(敗算)이 제거될 때까지는 세력 을 강호로 퍼뜨리지 않는 게 낫다고 사료됩니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용감성이 적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을 알고 있는가, 대군사?" "예?" 마뇌황 곡사는 움찔한다. "야월화는 시시한 자객(刺客)의 방파이다. 어찌 그들로 인해 대사(大事)가 어긋나겠는가?" 번쩍-! 패엽혼의 눈에서는 잔혹한 혈광이 뿜어져 나왔다. "본좌 대신, 그 마지막 하나의 수(數)에 대해 해명을 할 사람이 이 자리에 있다!" "아아…!" "후후… 그의 말이 바로 본좌의 말이 될 것이다!" 패엽혼의 시선은 한 곳으로 돌려졌다.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던 여인, 비찰삼호(秘察三號)라 불리워지고 있 는 여인이다. 그녀가 마교총림으로 돌아온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비찰(秘察). 이들의 정체에 대해서는 마교십뇌라 하더라도 모르고 있다. 비찰은 늘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면구로 얼굴을 가린다. 비찰은 그일 수도 있고, 또 다른 그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비찰은 모두 패엽혼의 애제자(愛第子)들이라는 것이었다. 현재 알려진 비찰의 수는 오 인(人)이다. 그들 중 하나가 바로 이 자리에 있는 비찰삼호이다. 겉보기에는 앳된 소녀(少女)로 보이는 여인. 그녀는 대체 어떤 장소에서 어 떠한 일을 하고 있다가 온 것일까? 중요한 것은, 그녀의 말로 인해서 패엽혼이 대진군(大進軍)을 작정하고 일 흔두 마리의 전서구를 강호로 날려 보냈다는 것이다. 사박… 사박…! 비찰삼호는 조심스럽게 패엽혼 앞으로 나아갔다. 비찰삼호는 마도서열(魔道序列)에 속하지 않는다. 비찰오호 이상은 마도서열이 아니라, 마계서열(魔界序列)에 속하고 있다. 마계서열. 그 서열은 마도서열 위에 군림하고 있으며, 마계서열에 속하는 사람의 수는 십 인도 되지 않는다. 비찰삼호의 눈빛은 자신에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패엽혼의 지극한 총애를 받고 있다. 그 총애란 무릎 위의 총애이기 도 했고, 비단 이불 위의 총애이기도 했다. 독이 오른 암코양이의 눈처럼 새파랗게 번뜩이는 두 눈, 그 눈은 대군사 마 뇌황 곡사의 얼굴에 고정이 되었다. "노인장은 그에 대해 고뇌하는 것이 아닙니까?" 매우 오만한 목소리이다. 대군사 마뇌황은 마교총림의 건립을 위해 일생을 헌신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마교총림의 번영을 위해 바쳤다. 하나 그는 무사(武士)라기보다는 모사(謀士)이기에 무공이 약했고, 그로 인 해 비찰삼호 같은 후예에게 반 모욕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라니…?" 마뇌황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중원제일의 호남아(好男兒)라고 일컬어졌던… 비룡철검(飛龍鐵劍), 경천무 림(驚天武林), 호호공자(好好公子)!" 비룡철검, 경천무림, 호호공자. 그 이름은 한 사람을 말하는 이름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중원백도를 질타 했던 풍운아(風雲兒). "호호… 무옥(武玉)이란 자에 대한 것을 우려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비찰삼호가 까르르 웃자. "그, 그렇소!" 마뇌황의 주름살이 깊어졌다. 무옥, 그는 검황성을 떠난 이후 강호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소 문이 난 인물이었다. 마뇌황은 그에 대해 심히 우려하고 있었다. 무옥은 마교총림이 암살 대상으로 제일 먼저 꼽고 있는 인물이었다. 어쩌면 그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소림방장(少林方丈)보다도 한 수 위일 것이다. 한데, 비찰삼호는 안하무인격으로 모든 사람을 무시하고 있었다. "대군사에게 보여 드리기 위해 제가 갖고 온 것이 있소이다!" 비찰삼호는 요염하게 웃는다. 지극히 아름다운 모습이나, 요기(妖氣)가 너 무 강해 사악해 보인다. "그 물건이 바로… 검황성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오." 그녀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손을 번쩍 쳐들었다. 그 순간, 우측에서 그림자 하나가 날아들었다. "비찰사호(飛察四號) 대령이오!" 그와 같은 순간, 좌측에서도 한 사람이 날아들었다. "비찰오호, 대령이오!" 비찰사호와 비찰오호는 각기 하나의 물건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고, 지극히 침침한 눈빛을 흘리고 있었다. 둘 다 패엽혼의 무기명제자(無記名第子)들이고, 마도서열이 아니라 마계서 열(魔界序列)에 속하고 있다. 비찰사호는 하나의 철궤를 지니고 있었다. 철궤가 바닥에 내리어지며 뚜껑이 활짝 열렸다. 그 안에는 수십 개의 신병 보도(神兵寶刀)가 들어 있었다. 대리석전의 천장을 환하게 밝히는 보광(寶光) 가운데, 중인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대… 대단하군?" "저… 저 물건들이 무엇이기에, 저리도 보광이 심하단 말인가?"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래질 때. "여러분들은 이 물건을 처음 보았을 것이오. 하나 이름을 댄다면, 아마도 잘 아는 물건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오!" 비찰사호, 그는 등이 약간 굽은 자였다. 목소리로 보아서는 나이가 오십 전 후였다. 그는 신병보도 가운데에서 하나의 검(劍)을 꺼냈다. 가죽으로 만든 검집이 이채롭고, 검자루의 상아(象牙) 장식이 지극히 아름 답다. 검자루 한가운데에는 오행신주(五行神珠)라 불리는 야명주 한 알이 있었다. 오행신주는 피독벽사(避毒避邪)의 보물인 동시에, 검신에 보기(寶氣)를 불 어넣는 물건이었다. "이 물건은 항마오행검(降魔五行劍)이라는 것이오!" 항마오행검, 그 말과 더불어 일대가 경악성에 뒤덮였다. "항마오행검은 바로 태백검파(太白劍派)의 비전 보물인데?" "오오, 그렇다. 저것은 진짜 항마오행검이다!" "저것은 천병십팔좌(天兵十八座) 중 열다섯 번째에 속하는 태백검파의 보 검, 항마오행검이다." 항마오행검은 중원무림계에 영원한 전설로 존재하는 백팔병기보(百八兵器 譜) 가운데, 천병십팔좌(天兵十八座) 중 하나로 꼽히는 물건이었다. 호수 위에 그림자를 던지는 달(月)을 가르고, 가만히 누르기만 해도 금석 (金石)을 두부처럼 베어 버릴 수가 있다. 찬물에 담그면 물 위에 결빙이 생기고, 밤에 검을 끌어 낸다면 검신의 광채 로 인해 일백 장 안이 밝아진다. 항마오행검은 위대한 힘을 지니고 있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사연을 갖고 있는 것이기에, 더욱 유명했다. 태백검파는 그 물건을 한 장소에 보내어 자신들이 그 곳과 하나라는 것을 천지신명에게 고했다. 바로 검황성(劍皇城)에! 철궤 안에 들어 있는 병장기들은 모두 검황성에서 나온 것이었다. 천라옥선(天羅玉扇). 백팔병기보 중 외가십팔병(外家十八兵)의 하나로 올라 있는 신병이기이다. 그것을 만든 사람은 소림고승(少林高僧) 대원천불(大圓天佛). 그는 천라옥선 위에다가 자신의 절기 세 가지를 기록했다. 미심혈인(眉心血印), 금강모니주(金剛牟尼珠), 탕마백팔계도(蕩魔百八戒刀). 삼백 년 전, 천라옥선은 강호 일각을 혈풍에 뒤덮이게 했었다. 당시 천라옥선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었고, 많은 강호방파가 서로서로를 철천지원수로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천라옥선은 마물(魔物)로 낙인이 찍혔고, 소림사에서 나온 한 명의 고 승에 의해 접수가 되어 소림사로 돌아갔다. 그 후 그 물건은 복마전(伏魔殿)에 갇히게 되었고, 검황성이 일어날 때 검 황성 안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자뢰신도(紫雷神刀). 아미(峨嵋)의 금정대불(金頂大佛)이 혼을 불어넣어 만든 물건이다. 내공을 발휘해 흔들 경우, 일대가 자색 낙뢰에 무너진다는 위대한 신화를 갖고 있 는 물건이기도 하다. 구절묵죽장(九節墨竹仗). 개방(蓋幇)이 검황성에 기증한 물건이다. 접을 때에는 일 척 길이이고, 늘 이면 아홉 척 길이이다. 구음천광도(九陰天光刀), 태양영웅검(太陽英雄劍)… 철궤 안에는 이십 자루의 신병이기가 들어 있었다. "검황성의 검고(劍庫)에서 천여 자루의 보검을 갖고 나왔으나, 너무나도 많 은지라 이 자리에는 그 중 이십 개만 갖고 나왔소이다. 훗훗… 사실, 검황 성은 이름만 유명한 초가집이다!" 비찰사호가 음침히 말할 때, 이번에는 비찰오호가 중인을 놀라게 했다. 그는 한 꾸러미의 고서(古書)를 지니고 있는데, 그 하나하나의 제목이 군마 (群魔)를 자지러지게 했다. 달마역근경(達磨易筋經), 공동(供桐) 대주천복마검경(大週天伏魔劍經), 화산(華山) 매화옥함진경(梅花玉涵眞經), 곤륜(崑崙) 운룡무경(雲龍武經), 무당(武當) 태청보록(太淸寶錄) 상중하(上中下) 삼 편(編)… 강호기서(江湖奇書) 절대비급(絶代秘 )들. 백도계에서도 극소수의 인물들만이 암기하고 있는 개세의 무가비급들이다. 한데, 백도계의 비급들이 마교총림의 수중에 있다니? "검황성은 쓰러지기 직전이오. 그 곳은 내분에 휘말리고 있소. 무숙아란 자 는 술중독자가 되어 하루라도 술이 없으면 견디지 못하고, 검황성의 기둥이 라는 풍운제검대(風雲帝劍隊)는 자신들의 총검대주(總劍隊主)인 무옥의 제 명에 대한 보복을 반역으로 치루려 하고 있소!" "검황성은 무너져 가고 있소이다. 그래서 건드리기만 한다면, 우리는 이기 게 되는 것이외다! 철저하게!" 비찰들, 이들은 바로 강호삼비(江湖三秘)였다. 무림달기(武林獺己) 검난향(劍蘭香), 혈풍(血風) 축공부(祝公夫), 만박서생(萬博書生) 백리목(百里木). 사문(師門)이 불분명했던 강호의 고수들은 바로 패엽혼의 걸작들이었다. 패엽혼은 백도를 무너뜨리기 위해 자신의 애제자들을 검황성에 파견하여 분 탕질을 치게 한 것이다. "무옥이란 자는 천지를 떠돌다가 죽었을 것이오. 물론 살아날 가능성도 있 으나, 살아난다 하더라도 뾰족한 수는 없소이다. 왜냐하면, 대세는 이미 한 사람의 힘으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기에…!" 검난향은 자신있게 말하며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칠십이 인은 모두 기나긴 침묵의 늪에 빠져들었다. "천하를 얻는 데에는 백 일이 걸릴 것이다. 백 일 간, 우리들은 이백 년 모 은 힘을 모두 다 써야 한다!" 패엽혼은 잔광을 뿌리며 느릿느릿 말을 했다. 이제 그의 말에 반박을 할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본좌는 세력을 오로(五路)로 보낼 계획이다. 첫째 세력은, 검황성(劍皇城) 으로 가서 무너지는 검황성을 접수한다." "…" "그 일은 비찰삼호가 맡게 될 것이며, 본좌는 그 일에 다섯(五)을 쓸 예정 이다!" 다섯이란 오만(五萬)을 뜻한다. "그 일에 있어 중요한 것은, 백도세력 행세를 해야 하는 것이다. 비찰삼호 라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예, 대총사! 소녀는 이미 승리책을 갖고 있습니다. 소녀는 무숙아의 부인 자격으로, 무숙아의 복수를 하기 위해 검황성을 찾게 될 것입니다. 소녀가 거기 갈 즈음, 무숙아는 풍운제검대에게 살해될 테니까… 소녀에게는 복수 할 명분이 서는 것입니다!" 검난향은 자신에 가득 차 있었다. 검황성은 무너져 가는 상태이다. 검황성을 정복하는 일은 시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세력은 소림사(少林寺)를 쳐야 한다. 소림사는 강호대세와는 상관 하지 않는 전통을 갖고 있으나, 그냥 놓아 두면 불안하기 때문에 부숴야 한 다. 그 일에는 셋(三)을 쓰겠다. 우두머리는 비찰사호!" "예… 에!" 비찰사호는 허리를 꺾었다. 그는 이미 승리한 듯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세 번째 세력은 연월성궁(燕月聖宮)을 맡는다. 그 곳은 파촉(巴蜀) 일대의 종주방파(宗主幇派)이고, 항차 강호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그 곳은 필히 붕괴되어야만 한다." "…" "비찰오호가 맡아라. 네게는 하나, 그리고 반(半)을 주겠다!" "일만오천이면, 보름 안에 이길 수 있습니다!" 비찰오호 역시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흥분하고 있다. 드디어 군림의 그 날이 되었으니, 누가 흥분하 지 않겠는가? "네 번째 세력에서는 비찰일호가 총책임을 맡게 될 것이다. 그는 비밀 임무 를 수행 중이다. 벌써 일백 년 동안!" "일백 년 간이나?" "으음…!" "비찰일호… 그분은 뉘신가?" 사람들은 숨을 죽였고. "네 번째 세력은 변황의 애송이들을 처단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천마무 후란 놈과 단장화라는 계집을! 그 일에는 비찰일호와 비찰이호가 정보를 보 낼 것이다. 그들은 동시에 무너질 것이다." "아아…!" "그… 그들을 동시에?" 칠십이마왕의 눈빛이 혁혁해진다. 천마무후와 단장화는 극히 강한 세력을 이끌고 있다. 그들 양대세력을 동시 에 격파한다는 것은 지극히 힘든 일이다. "후후… 최후의 세력은 주군(主軍)이며, 가장 큰 활약을 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비조(飛鳥)를 타고 떠오르게 될 것이다." "…" "그 일의 책임자는 본좌가 친히 이끄는 선풍마군(旋風魔軍)이다. 그들은 이 미 외부에 나가 있다." 패엽혼은 그렇게 말한 다음, 혈무를 강하게 피워 올렸다. 그리고 사자후가 터져 나온다. "칠십이마왕은 나가서 그들과 합류하라! 오늘의 달이 기울기 이전에…!" 우르르르릉-! 핏빛 안개가 대전을 덮치며 일대가 뒤흔들렸다. 핏빛 바닷물이 끓어 넘치듯이 휘몰아쳐 나가는 혈무. 그 가공할 기세는 중 인을 입 다물게 했다. "우리에게는 승리가 있을 뿐이다. 아느냐? 푸핫핫… 마교총림은 이제 이기 기만 할 것이다. 푸핫핫…!" 그의 웃음소리는 기둥을 뒤흔들었고. "우우… 대총사 만만세!" "와아아… 와아아…!" 침묵하던 마도절대자들은 일제히 함성을 터뜨렸다. 마지막 사풍(死風). 그것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
첫댓글 잼 납니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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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 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