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2. 6. 23 선고 2017도3829 전원합의체 판결
[사실관계]
피고인은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피해자에게 양도하였는데도 임대인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지 않고 임대인으로부터 남아 있던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아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던 중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여 횡령죄로 기소되었다.
[1]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어야 한다. 여기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따라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그 밖의 본권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종전 판례는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채권의 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고, 이러한 채권양도인의 사무처리를 통하여 채권양수인이 유효하게 채권을 추심할 수 있는 신임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아, 이를 근거로 횡령죄에서 보관자 지위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채권양도인은 채권양수인과 사이에 채권양도계약 또는 채권양도의 원인이 된 계약에 따른 채권ㆍ채무관계에 있을 뿐이고,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2]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에게 채권양도와 관련하여 부담하는 의무는 일반적인 권리이전계약에 따른 급부의무에 지나지 않으므로,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어떠한 재산상 사무를 대행하거나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다. 채권양도인과 채권양수인은 통상의 계약에 따른 이익대립관계에 있을 뿐 횡령죄의 보관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신임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3] 이와 달리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한 채권양도인이 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는 등으로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기 전에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한 경우, 그 금전은 채권양도인과 채권양수인 사이에서 채권양수인의 소유에 속하고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채권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보관자 지위가 인정된다는 전제에서, 채권양도인이 위 금전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한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6도4935 판결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4] 피고인이 피해자와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관한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인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임대인으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남아 있던 임대차보증금을 수령하였더라도, 임대차보증금으로 받은 금전의 소유권은 피고인에게 귀속할 뿐이고 피해자에게 귀속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한 피고인과 피해자는 통상의 권리이전계약에 따른 이익대립관계에 있을 뿐이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한 보관자 지위가 인정될 수 있는 신임관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횡령죄의 구성요건으로서 재물의 타인성과 보관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원심판단에는 채권양도에서 횡령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