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성사랑나눔공동체 상담소장 변나영입니다.
이제 올해도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오고갑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마음도 따라서 추워지는 것일까요?
오늘은 여러분들과 함께 농촌지역에서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조손가정의 아이들에 대해 얘기나누고자 합니다.
이제 우리사회는 전통적인 대가족의 형태가 무너진지 이미 오래이고, 따라서 가정의 기능 또한 많이 약해졌고, 최근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자손녀를 맡아서 돌보는 조손가정 , 국제 결혼으로 인한 결혼 이민자 가정 , 10대 부모인 리틀맘.파파 등 시대상황에 따라 참으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얼마전 저희 음성군에 있는 작은 면 단위의 한 학교를 조사해보니, 전교생의 10%가 넘는 아이들이 조손가정의 아이들이었고,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까지 포함해보면 30%가 넘는다는 뉴스보도를 접한 적이 있었습니다.
200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부모없이 할머니나 할아버자와 살고 있는 조손가구는 5만 8천 가구로 5년전에 비해 28.5%나 늘어났나고 합니다.
그러나 정부집계에 해당하지않은 가구까지 합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조손가정이
있을 거라는 것이지요.
현재 음성군의 경우도 지자체에서 조손가정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에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비단 이런 문제는 농촌지역인 음성군만의 문제가 아니겠지요.
더욱이 지금의 정부나 지자체의 가족정책은 다양하게 변화하는 가족의 형태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 이들이 사회에 정착하고 생존하는데 여러 가지 많은 제약과 문제점을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오늘 우리 농촌지역의 조손가정이 왜 해마다 늘어가고 있는것일까요?
부모의 불화가 이혼이나 가출, 별거등으로 이어지거나 경제적 문제등으로 인해 아이들을 결국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손에 맡기게 되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런 조손가정의 경우 많은 어려움과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첫째는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큽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현재 아동복지법에 근거하여 조손가정을 선정하고 선정된 가정에는 월 7만원 안팎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기초생활수급자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차상위층이나 현실적으로 빈곤한 일반 조손가정의 실태는 파악이 안되고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는 이미 오래전에 조손가정에 대해서도 의료비 지원, 교육비 지원, 생활비 지원 등 현실적인 지원책이 제도화되어 있는데 비해 우리의 경우 아직 정확한 실태 파악도 안되고 있는 실정이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부모는 돈을 벌기위해 도회지로 떠나버리고 아이들만 농촌의 할머니.할아버지한테 맡겨진 채 서류상 부모는 있으나 아예 몇 년씩 부모 얼굴도 못 보고 살아가는 아이들도 있는데 문제는 이런 경우에는 정부 지원이 안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본인의 건강을 돌보기도 어려운 대부분의 조부모들은 연로한 나이에 또 다시 손자손녀 뒷바라지에 양육의 책임과 생활고라는 이중적인 고통에 시달려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실질적인 가장이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사실 노인이나 아이들은 모두 가족과 사회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인데 말입니다.또 다른 문제는 , 조손가정 아이들의 심리.정서적 문제입니다.
다행히 부모 없이도 할머니 , 할아버지와 살면서 현실에 잘 적응하며 밝게 자라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조손가정의 아이들은 제가 상담한 경우를 보더라도 엄마 아빠가 자신을 버렸다는 충격이 커서 이미 마음의 상처가 너무나 깊게 자리잡고 있거나 ,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학교생활이나 친구들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자신감이 부족한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아이가 단순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지 않다는 이유보다는 부모라는 울타리를 잃은 상실감이 더 크다는 것이지요.
이들에 대한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부족 할 경우 , 사고와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서 자칫 탈선과 비행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습니다.
또 한가지 문제로 들 수 있는 것은 열악한 교육 환경속에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부모님이 대부분 연로하시고 저학력이신 경우가 많아 아이들의 학업에 도움을 주기 어려워서 조손가정의 아이들 중에는 한글을 읽고 쓰는것에도 어려움을 가지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숙제를 도와줄 사람도 없고 그 흔한 컴퓨터 게임도 할 수 없는 시골에서 지내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렇게 제 마음 한구석도 찡하게 아파옵니다.
청소년 상담을 해보면 자칫 비행이나 탈선으로 빠지는 원인이 대부분 어린시절이나 신체적,정신적 변화가 찾아오는 사춘기때에 가족의 적절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한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저희 음성사랑나눔공동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공부방) 와 상담소를 통해서 접했던 사례를 간략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사례 1>
이영희(여, 초등학교4학년)는 3년전 아버님의 사업 실패 후 부모님이 이혼을 하시게되면서 그로 인해 초등학교 1학년 무렵 혼자 살고 계시는 시골의 외할머님댁에 맡겨졌습니다.
할머니(67세)는 동네 어느 식당 주방에서 일을 하고 계십니다. 설거지부터 음식 만들기 , 청소까지 할머니가 하시는 일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처음에 주인은 할머니 나이가 많다고 다른 일을 찾아보시라고 하면서 꺼리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오히려 젊은 사람보다도 더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신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할머니는 오래전부터 디스크와 관절염으로 건강이 매우 악화되어계신 상태였고, 거의 밤 10시가 넘어 집에 오시면 씻지도 못한 채 영희와 몇마디 대화도 나누지못하고 어떤날은 그냥 누워 계시다가 잠들어버리기도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영희의 생활은 어떨까요? 영희는 서너달에 한번 찾아오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으로 이미 마음이 많이 닫혀있는 상태였고 , 최근에는 학교 공부를 따라기가 힘들다보니 점점 학교생활에도 흥미를 잃어버리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영희를 학원에 보내고는 싶었지만 , 병원비와 한달 생활비로도 빠듯한 살림살이 때문에 영희의 학원보내기는 엄두고 낼 수 없다고 합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도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동네 근처에서 배회하다가 저녁이 되면 할머니도 아직 오시지않은 집에서 혼자 밥을 먹는 일이 이제는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고 영희는 담담하게 말하지만 아직도 가끔은 엄마 아빠가 함께 살았던 그때가 생각난다고하면서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사례 2>
김철수(고등학교 1학년) 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잦은 다툼속에서 특히 아버님의 가정폭력을 당하면서 자라왔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참다못해 철수가 초등학교 4학년 되던 해 동생만 데리고 집을 나가버리셨고 그 후로 아버지도 집을 나가 다른 지방의 건설현장등을 떠돌면서 1년에 한번 얼굴을 볼까말까하는데 철수는 아버지가 보고싶지도 않다고 합니다.
어쩌다 몇 년만에 집에 와도 철수나 할아버지에게 횡포를 부리기도 하고 오히려 지난번엔 술을 먹고 와서 할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할아버지를 떠밀어 다치게도 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75세)는 연세도 많으시고 그나마 작년까지는 할머니께서 살아계셔서 집안살림도 해주시고 동네 궃은 일을 하시면서 근근히 살아왔었는데 , 올해 할머니께서는 지병인 당뇨로 인해 철수와 할아버지만 남겨놓은 채 먼저 돌아가버리시고 , 그후 할아버지와 함께 남겨진 철수의 생활은 비참함 그 자체였습니다.
저녁에는 아침밥까지 미리 지어놓고 밀린 빨래며 집안청소도 해야하고 요즘들어 건강이 더욱 안좋으신 할아버지는 거의 누워서 하루를 보내고 계시다고 합니다.
문제는 철수가 집안일을 맡아하다보니 간혹 학교도 빠지게 되고 , 학교 공부도 너무 뒤떨어져서 학교생활조차 흥미를 잃어가고 있으며, 내성적인 성격이라 어울리는 친구도 없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희나 철수의 경우 모두 공통적인 문제는 조손가정의 아이들과 조부모가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있음에도 현실적인 대책마련이 없다는 것입니다.기초생활수급권자 선정기준이 까다롭다보니 정부의 지원도 받지못하고 있고, 따라서 건강도 제대로 챙기지못해 현재 지병으로 이미 건강상태가 악화되는 경우도 많으며, 아이들의 경우 심리.정서적인 문제와 더불어 생활 전반에 걸친 사회 적응력이 떨어져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럼, 이제는 조손가정의 이러한 많은 문제점과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할지를 우리 사회가 함께 그 대안책을 모색해보아야만 하겠습니다.
첫째로는 앞서 거론한 외국의 경우 처럼 조손가정도 요보호 가족의 형태로 인정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현실적인 지원 마련이 시급하다는것입니다.
경제적 사정으로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부모들을 무조건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 조손가정에 대한 동정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제는 조손가정을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사회복지정책의 대상으로 분류되어 종합적인 지원시스템구축이 마련되어야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로는 특히 지역사회에서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우리 지역내 조손가정의 아동에게 후견인 지정 사업을 펼쳐주기를 바라고 싶습니다.
우리 지역에도 다양한 자원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조손가정은 형편이 어려워 방과후 사교육은 엄두도 못내고 앞서 거론되었던것처럼 기초 학습부진이 누적되면서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부적응을 초래하므로 학교의 방과후 활동이나 요즘 농촌의 읍.면에도 많이 설립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공부방)등은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면서도 전문 강사진과 자원봉사자들로부터 다양한 예능프로그램과 학습관리 ,숙제지도등이 이뤄지고 있어서 이러한 지역내 자원도 적극 최대한 활용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 외에 복지관이나 뜻있는 사회단체등에서도 조손가정의 아동을 위한 지원프로그램이나 사업도 마련해주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최근 우리 사회는 이혼가정의 증가와 가정의 돌봄기능의 약화로 조손가정이 더욱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 건강한 가정 문화 만들기에 이제는 나와 우리 이웃, 지역, 사회 ,기업이 함께 더불어 나서주시기를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추운 날씨지만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마음만은 외롭지 않은 따뜻한 계절 보내시기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
<자료제공 : 음성사랑나눔공동체 (비영리민간단체) 변나영 소장 >
지역아동센터 (043)873-0322 / 가정문제상담소 (043) 872-1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