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오중만 카페 54
오후 늦은 시간에 잠에서 깬 진철은 보온밥통을 열어 보았다. 어제 해 놓은 밥이 그대로였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지난 번 사다가 일부 끓여 먹고 남겨둔 콩나물이 보인다. 그는 콩나물을 씻어 안치고 물을 부은 후 소금으로 간을 하고 끓이기 시작하였다. 국이 끓는 동안 파를 조금 썰어 놓고 컴퓨터를 켜자 쪽지가 하나 들어와 있었다. 처음처럼의 쪽지였다.
‘명보원님 반갑습니다.
주신 글 잘 받았습니다.
인정이 그 아이 내 말이라면 잘 듣는 편이랍니다.
그 동생에게 오후에 전화를 해 놓겠습니다.
그 동생도 그리 시간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명보원님을 도와드릴 시간 정도는 충분할 것입니다.
그리고
더덕 오리구이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반 마리를 구웠는데 두 사람이 다 못 먹겠더라구요.
술을 한 잔 하는 바람에 술 좀 깨려고 고대산을 잠시 올랐습니다.
그리 많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좋더군요.
참! 우리 신랑에게 말했더니
연천 율무 막걸리를 한 동이 가지고 가겠다 하네요.
이쪽에서는 알아주는 막걸리랍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처음처럼 드림’
진철은 답 글을 써서 보냈다.
‘고맙습니다.
그럼 인정님께 잘 말씀드려 주시기를 거듭 부탁드리고
연천 율무 막걸리 기대하겠습니다.
모임에서 뵙지요.’
콩나물국이 끓는지 냄비 뚜껑이 덜컹거리며 흔들리고 있다. 진철은 불을 조금 줄여서 더 끓도록 놔두고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 놓는다. 그리고 불을 끈 후 한 그릇 떠서 밥과 함께 놓고 먹기 시작하였다.
컴퓨터에서 쪽지가 들어왔다는 신호가 깜빡거린다. 진철은 밥을 먹다 말고 컴퓨터 앞으로 가서 앉는다.
진우는 전화 벨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비비며 머리맡에 있는 핸드폰을 보니 박양에게서 온 전화였다.
-응. 언니 웬일이야? 이 시간에
-너 아직 자는 시간이겠구나. 그럼 끊을까?
-언니두!
-그럼 간단하게 말하고 끊을게. 너 명보원님 쪽지 받았다며?
-응.
-명보원님 도와드려라. 특별히 힘들거나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도와준다고 해야 준비물 조금 챙기는 것일 텐데, 그렇게 사람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되니까 그런 줄 알고, 내가 명보원님께 네가 도와드리기로 했다고 쪽지 보냈다. 그럼 끊는다.
박양이 제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 버리자 잠시 동안 진우는 멍 하니 앉아서 머릿속을 정리한다.
명보원이 자신에게 부탁을 한 후에 언니에게 부탁을 한 모양이었다. 보나마나 언니는 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을 테니, 어쩔 수 없이 명보원을 도와 줄 수밖에는 없게 되었다.
진우는 씻고 옷을 입은 후 경희 혜숙이 난희 명자가 자는 것을 보고 밖으로 나와 피시방으로 간다. 그리고 명보원에게 쪽지를 보냈다.
‘명보원님. 조금 전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네요.
도와드리라고요.
그럼 시간 되는 데로 도와드리겠습니다.
제가 할 일이 무엇인지만 알려 주세요.
인정드림’
진철은 인정의 쪽지를 보고 바로 답 글을 보냈다.
‘인정님 고맙습니다.
명찰과 다른 것은 준비 할 수 있는데
두 가지만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하나는 선물입니다.
게임을 해서 상으로 나누어도 좋겠고,
아니면 모두 함께 나누어도 좋을 선물이 필요합니다.
비용은 이십만 원 안에서 준비가 되었으면 좋겠구요.
다른 하나는
서울 모임을 끝낸 후
수원 분들만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래서 그러는데
수원에 와서 함께 할 수 있는 적당한 식당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참 제 전번은 000, 0000 - 0000입니다.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