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때요? 다른 의견 있습니까?
모두 찬성이지요?
그럼, 계획안을 짜서 서울본사에 즉시 보고하고,
현장들을 상황에 맞게 분류해서, 우리가 각기 한 현장을 맡아서 하기로 하고
누가 어느 현장을 맡아야 할지 말해 보도록 하지요,”
정길이 이즈음 하초에서 오는 통증과,
냄새나는 이상한 고름 같은 것으로 인해 어쩔줄을 모른다.
처음에는 약간 묵직하고, 소변 시 시원치 않고 뻐근하더니,
시간이 지나자 농이 나오며, 소변 때마다 하초가 너무 고통스러워,
한동안은 참다가 견디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서야,
정길이 창피를 무릅쓰고 일병에게 상의하러 갔다.
혹시
이러다 잘 못되어 고추가 잘려나가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에,
겁이 잔뜩 난 정길의표정을 보고,
일병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녀석이 어디 많이 아픈가 한다.
걷는 것도 엉거주춤 하는 것이 영 시원찮아 보인다.
“장 병장 스승님, 나 큰일 났어요. 나 죽을 병 걸린 건 아닌지 모르겠어.
나 좀 살려줘요.”
“왜? 왜 그래! 운동을 너무 심하게 해서 그러는 거야?
목에서 피가 넘어 오냐?
혹시 그렇다면 늑막염 아니야?”
“아니 그게! 아니고 고추가 너무 아프고, 노란 고름 같은 것이 막나오면서
오줌 눌 때 죽게 아파요.”
“푸 하하하하! 너도 남자라고 할 건 다 하는구나.
내가 약 타 줄게, 그거 먹으면 금방 괜찮아질 거다.
임 마! 그거보고 임질이라고 하는 거야,
참! 너 전번에 방석집에가서 춘희하고 같이 잤었지?
그 후에 다른 여자하고 잔 적 있냐?”
“아니 그 후에는 없었어,
맞아, 거기 갔다 오고 보름 후부터 살살 아팠던 거 같아,
내 고추 그럼 별 일 없는 거지요?”
‘참지 말고 빨리 와서 얘기 할걸. 공연히 생고생만 했구나. 창피해서 말 안하다
고추 아파 죽을 뻔 했네.’
“너 고추 떨어지는 줄 알고 떨었구나?
가만있어라, 어! 교대할 놈이 마침 오고 있네,
야! 송 상병 의무실 가서 여기 적은 약 좀 구해와라. 일주일 분,
아! 진통제도 몇 알 달라 해서 같이 가져 와.”
‘그 춘희라는 년이 누구에게 병을 걸리게 하는 거야.
다음에 만나면 가만 안 둔다.
나쁜 년.’
“그 임질 균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거다.
몸이 약해 졌거나, 술 먹고 여자와 관계하면,
상대방의 병균하고 같이 작용하니까, 발병하는 거다,
그리고 술집 여자들은 아무래도
몸을 함부로 굴리거든,
그러니까 평소에 고추 관리를 깨끗하게 잘하고,
소변 볼 때도 아무데서나 보지마라, 재수 없으면 그럴 수 있는 거야.”
하루가 지나 증세가 많이 완화되자, 정길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 쉰다.
창녀들로 가득한 송탄 쑥 고개에 살았으면서도
성병이 무엇인지 몰랐다니 자신이 참 바보라는 느낌이 든다.
자재를 정리하고 있던 정길이 기척을 느껴 뒤를 돌아보니,
진혁이 할말이 있는지, 일하던 것을 마치라며,
옆의 의자에 앉아 정길의 장부 정리하는 것을 바라보며,
그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창고 안의 물품을 관심을 가지고 둘러본다.
“이제 다 끝 난거냐?
정길아 네 덕분에 고비를 잘 넘기는구나.
네 머리가 간부들의 머리 쓰는 것보다 낫다.
수고했다.
잘못 했으면 우리 천진 기업사가 거덜 날 뻔 했다.
간부들도 이번의 일로 너를 퍽 좋게 말 하더라. 타고 났다고,
일도 빨리 배우고 인덕도 있으며,
높은 사람들의 심리를 읽을 줄 안다고,
그런데 말이다.”
‘또 뭐예요.
그런 식으로 말씀할 때마다 좋지 않은 일이 있었는데, 참으세요,
제발 이번에는 안 돼요.’
“지연이 결혼식에 꼭 가야 되겠니?
삼척 그 사람은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거라고 말하던데,
나도 안 갔으면 좋겠다.
가서 무슨 일이 있게 된다면
너도 지연이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큰 낭패를 보게 될 거야.”
‘아니요, 잊기 위해서도 갈 겁니다.
당당하게 보낼래요.
내게는 첫 여자인걸요.갈 겁니다.’
“갔다 올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와서 일하는 동안에 저 어른 됐어요,
걱정하시는 일 같은 것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테니 염려하지마세요.
저도 이제 어른 이예요, 남자답게, 멋있게 보내줄 겁니다.”
수철과 정숙이 예배가 끝난 후 먼저 집으로 돌아가고,
정길을 찾아와서 기다려달라고하는 전도사의 요청에
정길은 집에 가려던 정래를 붙잡아 같이 교육관에 남아있었다.
한쪽에 청년들이 모여서 웅성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청년회장이 정길을 손짓해부르자,
정길도 정래와 같이 청년들의 모여 선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잠시 후에
청년회장이 자리를 정돈시키고, 전도사가 나와서 인원점검을 하더니
연락이 안 되어 빠진 사람들을 찾아오라고 청년들을 보낸다.
좀 전에 방송을 했다는데,
청년회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고 방송을 한다,
교회가 커서 방송이 안 들리는 곳도 있는 있는가 보다 하며,
정길이 좌우를 둘러본다,
지금 자세히 보니 교육관도 꽤나 넓다,
연극 책임을 맡은 전도사를 보고 있자니 그가 보통 극성이 아니고,
꼼꼼한 성격인것 같아 보인다.
“이번 성탄절 성극에 출연하시는 성도님들은
빠지지 말고 이 자리에 모이시기를 바랍니다.
전도사님이 특별히 부탁하신 분들은
‘특별히’ 빠지지 마시라고 부탁에 부탁을 하셨습니다.”
‘하이고, 못을 박는구나.
이것 참!
그런데 지금 내 속에서 끌어 오르는 이 의욕과 열망은 대체 무슨 일이지?
나도 모르는 광대의 끼가 있었던 건가?
좋아 한 번 해본다, 그 까지 꺼 못할게 뭐냐, 겁 낼 것 없어.’
“정래야 아무래도 너 먼저가야 되겠다.
요전에 전도사님이 나 보고 주연하래더라. 아주 꼼작 없이 잡혔어.”
“그래 넌 정말 잘 할 거야.
우선 넌 주인공 얼굴을 타고 났어.
그렇게 흰 얼굴은 이 교회 여자들 중에도 없어.
거기다 잘 떨지도 않고 침착하고 목소리도 좋으니 전도사님이 널 알아본 거야.”
“하하하하 에이, 비행기 태우지 말아주사이다.
너무 높아 실수해서 떨어지면 작살납니다.”
‘어! 저애도 뽑혔네!
아 저애 아니, 아가씨?
이제 생각났다. 기차선로 착공식 때 장 병장 형이 넋 놓고 쳐다보던 그 여자,
맞아 바로 그 여자네.
원 참! 이렇게 눈썰미가 없다니
예전부터 알았던 그리운 사람 같은 감정 때문에,
내가 이상해졌다고 생각까지 했던 여자인데 하하하.’
“자, 이리 모두 모이세요.
우선 인사부터 나누겠습니다. 우선 좌우를 살펴보세요.
살펴보시니 다른 분들은 서로 아실 거고,
여기 이 정길 청년은 잘 모르시겠지요?
제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모태 신앙이신데,
그동안에 방황을 하시다가 우리 교회에나오신지 이제 4달 정도 되시고,
지난주에 간절히 기도하고 부탁드렸더니 승낙을 하셨습니다.
승낙을 하지 않으면,
극 자체를 다른 것으로 바꾸어야 할 절대 절명의 위기였는데
이렇게 참석하여 주셨습니다.
얼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타고난 주인공,
이번 성극의 주연 이 정길 청년입니다 박수.”
“그리고 먼저 발표한 대로 이번 성극의 여주인공은
피아노 반주로 수고하시는 조 은숙청년입니다.
자! 서로 주인공끼리 인사하세요.
두 사람의 호흡이 이극에 생명입니다.
이제 우리 서로 인사하는 시간을 갖지요.
모두 이 정길 청년과 악수 하시며 인사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대본을 나누어 드립니다.
대본에 각 자의 이름이 쓰여 있고,
맡으실 배역과 대사마다에 본인이 하시는 차례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자! 여러분 기뻐하실 일이 또 있습니다.
일광 토건회사를 하시는 신 방래 장로님께서
성극 개막에 필요한 장비와 의상에 관한 비용을 모두 충당 해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박수, 박수.”
“이제 연습 일정에 관해 말씀드립니다.
대본 말미에 쓰여 있으니 참조하시고,
자기의 연습 때는 물론이고 전원 리허설 시에는,
절절절대, 빠지시면 진짜, 참말,
아주, 미워 할거예용.”
학교를 졸업한 원석이 드디어 정길의 앞에 나타났다.
인사를 나누고 나서 한두 번 밖에는 본적이 없는데도,
붙임성 있게 다가와 살살거리며 정길에게 말을 건다.
정길이 뭐 이런 녀석이 다 있지 하는 얼굴로 쳐다보자.
“형 앞으로 잘 부탁해.
그런데 형, 친구들도 나보다 두세 살 더 먹은 애들이 많은데,
우리 친구하면 안 될까?
나하고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말이지.
안 된다고? 알았어,
첫댓글 즐독하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
읽으시는 재미가 있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