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새벽 3시...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오후 3시
한창 개인레슨을 받고 있을 시간이다.
한국에 돌아온지 5일이 지났건만 아직도 시차적응을 못하고 있다. 며칠째 이시간에 깨어서 하루를 맞이한다. 벌써 그립기도 하고 아직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는것 같기도 하고......
너무 할 말이 많아서 밀쳐두었던 아르헨티나 여행기를 쓰기로 한다. 기꺼이 날 밤을 새야겠다.
11월 14일 저녁비행기를 타고 인천에서 댈러스까지 12시간 25분, 댈러스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10시간27분, 장장 23시간의 비행끝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했다. 감격에 겨워 Salida 표지판 밑에서 한컷.
호텔 체크인 후 열흘 전에 먼저 가있던 제이미를 환전소에서 만났다. 마치 현지 가이드를 만난것처럼 든든하고 반가웠다. 제이미가 발품 팔며 여러 시행착오 끝에 얻은 알짜정보를 공유해준 덕분에 나는 한 달 같은 10일의 풍요로운 탱고여행을 완성할 수 있었다. 고맙고 사랑스러운 제이미♡
아르헨티나는 남미에서 소비되는 소고기의 대부분을 공급할 정도로 낙농업이 발달한 나라다.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입에서 살살 녹는 안심스테이크를 시켜도 1인당 만원 정도밖에 안한다. 사이드 디쉬로 거저 주는 빵도 맛있고 감자요리, 치즈 뭐든 입맛에 맞았다. 저렴하고 맛있는 풍부한 먹거리가 즐거움을 더해줬다.
도착한 첫날 <El Pial>이라는 곳에서 열리는 밀롱가에 갔다. 아르헨티나의 밤 밀롱가는 11시부터 새벽4시까지 열린다. 이 날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원로 탱고인들의 파티같은 밀롱가였다. 마에스트로 여러명이 참가했다는 오거나이저의 소개와 인사가 있었고 땅게로스들 대부분이 나이가 지긋해 보였다. 밀롱가에 앞서 아르헨티나의 전통춤인 차카레라(Chacarera)공연도 선보였다. 남녀가 서로 마주보고 발을 구르며 구애를 하는 춤인 차카레라는 탱고보다는 단순했지만 나름 재밌고 흥겨웠다.
이어서 밀롱가가 시작됐지만 어찌된 일인지 땅게로들이 까베세오를 하지 않았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지인들끼리만 춤을 췄다. 심지어 계속 눈이 마주치던 어떤 땅게로는 두시간 동안 앉아서 와인과 음식만 먹었다. 나는 속으로 저사람은 탱고를 못추는 사람인가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요지부동이던 그가 몇시간만에 일어나 옆에 앉아있던 여자와 춤을 추는것이 아닌가! 우리 자리가 제일 후미진 구석자리였고 우리 라인에는 일본에서 온 땅게로스들과 한국 땅게로스들(구르메님, 루나님, 메이님, 심지어 라우쌤의 책에 나온 코코님도 만났다)만 앉아 있긴 했지만 탱고에 대한 열정 하나로 23시간 비행기를 타고 온 동양인 땅게라에게 눈길 한번 안주는 아르헨티나 할아버지들이 야속했다. 새벽 두 시쯤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날인 토요일 낮에 <DNI> 라는 탱고 스튜디오에 그룹 레슨을 받으러 갔다. 1층에는 탱고슈즈와 옷을 파는 가게와 카페겸 BAR를 운영하고 있는 탱고 종합 스토어었다. 탱고 종주국답게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강습이 열리고 있었다. 제이미의 정보력으로 금요일 낮에 이미 꽤 괜찮은 그룹 레슨을 한 번 경험했던 터라 이번에도 기대에 부응하는 유용한 레슨을 받을 수 있었다. 강습 후 4시부터 8시까지 열리는 이른바 낮밀롱가에 가기로 했다. 식당에 딸린 작고 캐주얼한 밀롱가라고 했다. 시간도 애매하고 어젯밤의 좌절이 가슴에 남아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밀롱가 장소가 참 독특했다. 테이블도 없고 입구쪽 벽에 나란히 붙은 의자 몇개가 전부였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인지 썰렁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춤을 춘다는걸까?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4시가 지나자 땅게로들이 속속 들어왔다. 부족한 의자에는 땅게라들이 앉아있고 바로 코 앞 BAR 긴 테이블 앞에 땅게로들이 서 있었다.너무 가까워서 까베할 필요도 없었다. 눈만 마주치면 바로 춤추러 나갔다.
내 예감은 빗나갔다. 이 날 낮 밀롱가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 프로 춤꾼들을 대부분 만났다. 완전 황금어장 핫플레이스였다. 한국에서 탱고를 가르치기도 했다는 한국어가 유창한 지오반니, 리드가 너무 훌륭해서 제이미와 내가 공통으로 1등으로 꼽은 땅게로는 나중에 다른 밀롱가에서 만났을때 물어보니 역시 탱고 선생님이었다(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 많은 땅게로들 이름을 기억하는건 불가능했다) 모두 탱고를 기가 막히게 잘췄다. 종주국 아르헨티나 탱고란 이런 것이구나!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하던 머릿속이 단순명료해졌다. 열정 하나로 이 먼 곳까지 날아 온 보람이 있었다.
지오반니가 두 번째 딴따를 청해왔다.
첫댓글 따끈따끈한 여행기 감사합니다..
사진과 함께 보니 느낌이 퐈~악 오네요..
이제 하루 반나절 지났군요..
2부 기대됩니다~~~~
제이미님도 사진으로 보니 반갑네요!!!
2부 어서어서~~기대만땅입니다^^
읽는 재미..보는 재미..상상의 재미까지~♡ 2부 기대해요^^
여행기만으로도 그 곳에 있는 느낌!!
와우 쵝오에요b
어제 빅터님의 생생한 오프라인 라이브 후기와
제이드님의 구체적인 사진과 설명이 있는 온라인 후기로.. 직접 다녀온듯한 착각마저^^
정말 감사합니다~
제이드님 역쉬 작가다운 글솜씨 덕분에 생생하게 현장감을 느끼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