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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니 진짜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라는 것이 마음이 조용해야 몬지작거리는 여우도 오고 텅 빈 그리움도 오는 것이지 어제와 그제의 그 못 생긴 진눈깨비 같은 눈발은 첫눈도 아닙니다. 첫눈은 모름지기 간밤에 왔다간 산타할아버지거나 실눈을 뜨고 창문을 바라보니 온세상이 백지장이 되어 평생을 버리고 살지 못하는 '그녀의 새하얀 손수건' 같은 것이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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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달작지근한 진달래빛 연분홍 편지도 어이 이 새하얀 설원에서 피어나는지 참으로 모르겠습니다. 내 나이가 칠십 팔십 때도 꼭 지금 만큼의 애틋하고 저리고 안타깝고 서러운 것들이 꿈틀거렸으면 좋겠습니다. 팔십 구십에도 오늘 같은 가슴이 십분지 일 정도만 쿵쾅거렸으면 좋겠습니다. 아픈 사람들 손목을 잡으며 때론 지난 추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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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어스름이 차차 엷어져서야 카페라를 들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도 조금 계실 것이고 여러 회원님들의 마음과 몸이 덧대어진 집이니 어서 한번 올려야지 했던 것이죠. 터의 경사가 마당의 모양을 잘 보여주지 않지만 남들이 앞으로 들어설 잡초와 아무래도 감당하기 어려워보이는 내 체구를 번갈아 상상하며 혀를 끌끌차기도 하는 근 800평의 넓은 터랍니다. 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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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과 거실에 붙은 썬룸 같은 공간입니다. 통유리로 연결되어 거실과 연장된 느낌이죠. 이 공간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는 앞으로 명퇴하면 부업 삼을 효소실이 붙어있어요. 현관은 이 썬룸을 통과하는 '역경'을 통해서라야 거실에 들게 설계하였습니다. ^^ 물론 더 쉬운 거실에 붙은 창의 출입문이 있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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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온실 같은 공간은 분경이나, 분재, 난도 다육이도 키울만하지만 앞으로 작은 화분부터 접시 같은 그릇을 만드는 도자기공방의 역할이 더 크죠. 아직 가정용 가마와 토련기 물레들이 준비되어 있진 않지만 이를 위해 전기는 가정용 외에 10KW를 더 들여놨어요. 그러니 배전판도 크고 거실의 스위치만 물경 16개랍니다. 사람들이 곱살스럽게 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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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초에 이런 집을 짓고자 한 것은 아니었답니다. 설계도는 대강 직사각형이고 지붕은 지금처럼 팔짝형이 아닌 사각뿔형이었죠. 지금의 결과물보다 훨 소박한 집이었어요. 집의 외형과 내부의 구조와 소재는 관련이 깊어서 효소실을 창고로 할 의도였죠. 허나 기왕이면 하다 집과 창고가 붙게 되고 그 사이에는 저렇듯 '썬룸' 같은 것이 들어섬으로써 집이 내 몸에 안 맞게 '거대'해져 버린거죠. 돈도 많이 들고 이미 돌이킬 수 없으니 즐기고 아끼자 하고 있습니다. 집이 높아지면 창도 높아지고 거실이 커지니 창도 커지고 썬룸이 생기니 내부 인테리어도 아조 무시할 수는 없고, 전기도 수도도 보일러도 모두 조금씩 커지게 되어 있죠. 공정, 시간, 기술, 자재 등도 덩달아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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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새로 지으실 분은 제 강의를 조금 참고하세요. 제가 두번 집을 지었지만 세번 째 짓는 기분으로 하고픈 말이 많아졌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융통할 줄 모르면 안되죠. 하지만 예상 건축비의 1/3이 더 들어가는 현실은 피할 수 없으니 집을 짓기 전에 아무리 그림을 많이 그려도 현실은 그것 다 써먹을 것이 못된답니다. 사람이 살면서 최소한의 기대, 즉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며 쥐나 벌레가 슬지 않고, 안전하여 뒷손질이 적게 갈무리하면 나머지 디자인이며 크기며가 조금 욕심이거나 사치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먼저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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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짓고자 하는 집의 그림에 앞서 어디까지인가의 비용을 결정하고 그와 유사한 결과에 맞추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야 자신이 그리던 정원이며 데크며, 테라스며 작업실이며 가재도구며 주방이며가 여유가 생깁니다. 저처럼 너무 큰폼 잡지 마세여~~~!
저 사각의 주황색은 뭐냐면 공사 때 기둥으로 쓰는 각파이프죠. 똥가리들을 모아놨다가 광명단을 칠하고 페인트를 칠하여 화분 대용이나 화분 좌대로 연출해 본 것입니다. 이리저리 옮길 수도 있나니 어때요. 예뻐요? 유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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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낳는 곳이 많습니다.^^ 전엔 좃바위나 벅수, 천하대장군이나 솟대들이 좋드만 손주 생각이 나나 어쩌나 동글동글한 알짜리 돌멩이들이 귀엽습니다. 요 앞 정원부터 있었던 연출을 썬룸에 연결해보았습니다. 지난 동안 주섬주섬했던 것들이 모두 조경소재로 쓰여지니 빙긋이 미소가 새나옵니다. 사서는 재미 없는 것들 아니겠어요? 모두 자잘한 추억과 옛시절이 담긴 물건들이니 이쪽으로 이사와 마중물이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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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내 전원주택을 산 사람은 마당의 석등을 가져갔다고 서운해하던데 절구통이고 멧돌이고 나무고 돌이고 모두 계약하기 나름의 집에 딸린 재산들이죠. 바깥양반이 눈독을 들이길래 다 주다시피 했는데 그걸 지금도 잘 알지 못하나봐요. 역시 삼사십개의 멧돌도 불과 몇개 마중물로 가져왔는데 그걸 다 아쉬워하다니...! 그 말을 들은 이 넓은 터가 더 섭섭해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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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씨가 싸게 소개해 준 돌산의 돌을 '점지'해놓고도 가져오지 못해 이도 아쉬워요. 커다랗고 경치를 자아낼 수 있는 개당 가격의 돌이 눈에 삼삼합니다. 언젠간 가져오겠죠. 이 돌들은 어쩌다 미리 사놓은 보통수준의 정원석이죠. 모자라서 밤 사이에 급조를 하여 정문 쪽과 중앙 쪽으로 포도시 메꿨어요. 돌을 소나무 만큼 좋아하는지라 이 담에 이 마을 벗들이 집 지을 때에 사서 살짝 포크레인 힘을 빌려볼까 싶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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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갤러리 역시 허가가 나면 집 담보나 내어 봄이고 가을이고 간에 한번 힘을 써야겠어요. 언능 되어야 그림쟁이의 붓동가리들이 춤을 출텐데 지금 저 창고 속 어두운 박스에 갇혀 숨도 못 쉬고 동면에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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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고도 그래요. 처음에 최소 비용으로 반지상의 온실 정도를 꿈꾸었는데, 누가 권하고 누가 별로 들지 않는다며 내가 시도한 묘한 돈덩어리죠. 저 입구의 날개만 다는데 200만원이 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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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중앙에서 올라가는 계단을 둘, 마당을 지나 집 건물로 오르는 길이 하나 해서 세 번 계단을 오릅니다. 중앙에는 또 중앙계단이 있고, 정문 쪽과 갤러리 옆에도 계단이 있어요. 제가 계단을 꽤 좋아하는 편이죠. 터의 특성상 고저차가 많아 계단식 정원풀이는 필연입니다. 실은 이보다 몇 개는 더 계단을 둘 계획이었으나 포크레인의 하루가 40만원이고 돌공의 일당이 40만원이니 여기에 돌재료값까지 보태지면 돈이 돌계단처럼 팍팍 오르지요.^^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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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문제들이 머니머니해도 '머니'와 연관되어 있으니 뜻대로는 잘 안되는 것이 집입디다. 그래도 내가 그려놓은 정원 설계도와 지금의 모양은 얼추 80%는 맞아떨어졌으니 소원성취한 꼴입니다. 앞으로 동산의 모양이 윤곽을 드러내고 그에 따른 소재들이 곁들여지면 들꽃과 약초와 화단의 것들이 한 데 엉켜 한 철의 그림을 아름답게 장식하게 될 것입니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정말이지 '한 때' '한 순간' 아니겠습니까? ㅉ 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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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고 겨울의 한 복판에 들어섰습니다. 大雪에 대설이 오고 또 한 해가 저뭅니다. 저를 위해 기도하고 도와주고 함께 마음을 나눠주신 여러분께 세밑에 웅숭깊은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저도 여러분들의 들꽃 한 복판에 서서 건강과 행운의 열쇠를 깎겠습니다. 들꽃도 약초도 의술도 열심히 기도하고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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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문불출 한 석달 쯤 눈만 내리는 언덕에 갇히고 싶습니다. 돌과 소나무와 집과 계단 너머 또 내가 많이 좋아하는 안개와 노을과 흰눈과 별밭 속에서 텅 빈 그리움 많이 키우겠습니다. 그리하여 어렵사리 이 언덕을 오르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위해 낳을 알들은 다 낳아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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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처럼, 솜사탕처럼, 에드벌룬처럼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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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잠수한 저장고의 콧날처럼 허리 꼬부라져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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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당에 연못을 괴면 저 드넓은 도암의 풍광을 둘러쳐 낮고 푸른 잔디 위에서 우리들 작은 음악회라도 여는 날 또 기다리겠습니다.
첫댓글 현관 안의 온실은 정말 아름다웠죠. 아이디어 굿이었어요. ㅎ
자투리 각파이프로 만든 화분좌대와 알 낳는 바위는, 예술가의 놀라운 감각이고...
그날 미처 감상을 말하지 못했는데, 거실 모서리의 노박덩굴 참 아름다웠죠.
늘 '머니'에 쫓기니 그게 안타깝고요,
집 담보 잡혀 갤러리 완성하면 그 많은 빚을 다 어쩌나...
여전히 동생은 걱정스럽슴다...
그나저나 대선... 초조하네요.
대선? 김대중 노무현 같지는 않지만 오차범위 내에서 뒤진다니 초조하군.
각파이프 똥가리가 근사한 설치 미술이 되었군요...
돌과 소나무가 몇번의 계절을 그치면 그럴싸한
동양화 한폭이 완성 되겠지요..기타선율을 따라 흐르는
썬룸이 한자락 노래입니다..흥얼흥얼 콧노래 부르실
편강을 되찾을 그때는 세월이 약..조바심 난 만큼 너무도 멋진
전원의 풍경을 가지셨으니..위안을 삼으세요 선생님~
다시한번 도담 입주를 축하드려요~^^
고마워요. 요 앞 집도 광주시 남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이곳은 더 좋습니다. 기교가 너무 커도 그렇고 평이해도 그런데 적당해서요. 웅장해서 높아서 단독적이어서 조용한 이곳은 100미터 우측으로 기댄 산을 놔두고 빙 둘러 사방이 열린 도도록한 지형이에요. 그래서 '도담'이죠.^^ 우리말 뜻은 '탐스럽고 아담하게 도드라지다', '도도하고 당차다.' 죠. 그렇게 평화를 찾아가겠어요. 위안과 격려 감사해요~~!
선생님 예뻐요 정말 예뻐요, 언덕위의 아름다운 집 보기만 해도 좋아요. 이래저래 수고많았어요. 새싹 돗아올 날을 기다리며 ...
새싹처럼 칭찬해주어 행복해요. 종일 햇살 받으며 마음 고슬히 말리고 연초록으로 약초공부 그림공부 많이 해서 시골정거장처럼 기다릴게요. 곧 만납시담~!
멋진 공간으로 탄생되고 있군요. 실내 정원도 맘에 듭니다.. 언제 한번 가 보게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