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서소문동에 위치한 "서울시 어린이집".
만5세반인 "우주반"에서는 어린이들의 오후 활동이 한창이다. 최근에는 "주제탐구활동"을 통해 가족에 대해 배우고 있다. 어린이들은 가족에 대해 공부한 후 매일 한 쌍씩 결혼식을 올려보며 엄마 아빠의 결혼과 가족구성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저희 결혼했어요. 저 예뻐요?"
이날 결혼식의 주인공은 은현우 군과 차성연 양. 결혼식의 주인공이 돼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이들은 신이 나서 원장실을 비롯, 방마다 인사를 다니느라 바쁘다.
서울시의 보육현장 모델로 꼽히는 이곳은 지하 1층, 지상 4층의 건물에 8개의 보육실, 조리실, 식당, 실외 놀이터까지 갖추고 있는 어린이들의 "천국"이다.
서울시 어린이집은 서울시청에 근무하는 직원자녀를 우선 대상으로 하는 직장보육시설. 지난 95년 서울 시청 본원 내에 위치하며 소규모로 운영됐지만 지난 2000년 현재의 서소문동으로 이전하며 정원 147명의 시설로 새롭게 태어났다.
운영 초기에는 생활보호대상자의 자녀, 장애아동, 이어 보육료 경감대상자, 맞벌이부부 등의 순서로 일반인 자녀들도 들어올 수 있었지만 현재는 직장보육시설의 특성을 살려 직원자녀들을 전원 수용할 수 있도록 방침을 세워 운영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청 직원 자녀의 비율은 60% 정도. 현재 다니고 있는 일반인 자녀들이 졸업하면 시청직원 자녀들을 우선으로 입학시킬 계획이다.
아동별 프로그램을 위해 현재 교사 14명, 간호사 1명, 영양사 1명 등 총 26명이 생후 3개월부터 만 5세까지 145명(정원 147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교사 1인당 아동비율은 만1세미만은 1:3, 만1세 1:4, 만2세 1:7이며 등으로 낮다.
다양한 "연장 보육", "시간제 보육"도 서울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부모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이유. 이곳의 기본 운영시간은 월∼금요일까지는 오전 7시30분부터 저녁 7시30분까지, 토요일은 오후 2시30분까지다.
하지만 야근이나 저녁약속 등 불가피한 일이 많게 마련인 직장인을 위해 연장보육을 실시하고 있다. 당일 오전 중으로 연장보육을 신청하면 평일에는 오후 9시까지, 토요일에는 오후 5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추가보육료는 1시간 기준으로 2500원이며 저녁식사 제공시 835원만 더 내면 된다. 또 어린이집 바로 옆에 위치한 시립미술관을 찾는 일반인과 시청을 찾는 민원인 등을 위해 "시간제 보육"도 운영한다.
이곳에 둘째 아이 황태호(4살) 군을 맡기고 있는 홍복순(30·서울시청 비상계획과 근무)씨는 "첫째도 3년반 동안 이곳에서 자랐다"며 "직장에 든든한 보육시설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주변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현재 셋째를 임신한 홍씨는 "출산율이 세계 최하수준이라고 하지만 보육환경이 좋다면 점차 나아질 것"이라며 "현재 북가좌동에 살아서 그리 멀지 않은 편인데 보육을 위해 일부러 이 근처로 이사하는 동료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보육시설 이용료의 절반을 정부가 보조하고 있어 보육료는 월별로 2세미만 22만2000원, 2세 18만2000원, 3세이상 12만6000원 정도수준으로 민간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올 한해 동안 투입되는 정부 보조금 예산만해도 3억6200만원에 달한다.
이곳 허미란 원장은 "아이들의 발달특성에 적합한 보육프로그램과 놀이중심의 교육으로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위해 노력 한다"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이 하루를 보내는 곳이기 때문에 안전과 위생, 건강관리, 정서적 측면까지도 골고루 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 원장은 또 "어린이집이 직장 가까이에 있어 부모들이 안심하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다"며 "특히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서는 부모교육 프로그램 등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동 푸르니 어린이집>
직장보육시설의 "획기적" 시도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서울의 "서초 푸르니 어린이집".
이곳은 맞벌이 부부들이 맘놓고 자녀를 기를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로 한국IBM, 하나은행, 대교 3사기 공동으로 설립한 직장보육 시설이다.
지난해 9월 정식 개원해 현재 생후 6개월부터 취학전 아동까지 약 110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실내 놀이실 8개, 실내 특별활동실, 어린이 도서실은 물론, 100여 평의 실외 놀이터까지 갖추고 있는 이곳은 대표적인 직장 보육시설 성공모델로 꼽힌다.
음식점으로 사용되던 2층 건물을 10년 장기 임대해 어린이집으로 리모델링했고, 아이들의 안전 등을 위해 시설도 IBM 본사가 미국 내 IBM 직장보육시설을 위해 마련한 기준대로 설치했다. 특히 비상시 아동들이 건물을 빠져 나올 수 있는 탈출미끄럼틀 등은 이곳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얼마나 기준에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서초 어린이집의 경우 이용자의 절반은 본사가 도곡동에 위치한 한국IBM의 직원들이고 40%가 하나은행, 10%가 대교 직원들이다. 푸른보육경영은 회원사 직원 모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내달 초 분당과 일산에도 푸르니 어린이집을 개원할 예정이다.
◇양질의 보육 서비스 제공= 이곳의 운영시간은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맞벌이 부부들이 직장일, 저녁 약속 등으로 귀가가 늦어져도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다.
이곳의 정원은 128명(현원 110명)으로 정교사 19명이 돌보고 있으며 야간보육전담교사 3명, 양호교사 1명, 취사원 2명 등을 합하면 총 30명이 아이들의 보육을 위해 땀 흘리고 있다.
푸르니 어린이집은 모두 8개반 중 만6∼12개월과 만5세아 반이 각 하나씩이며, 수요가 많은 만1세, 만2세, 만3∼4세 반은 각 두반 씩 운영되고 있다. 교사 대 아동의 비율도 만1세 이하 1:3∼4, 만2세 1:6 등으로 낮고, 나이가 가장 많은 만 5세반도 1대 14로 낮은 수준이다.
서초 푸르니 어린이집의 박진재 원장은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직장보육시설이 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은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특히 아이에 대한 부모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줄 수 있도록 아이들의 어린이집 적응에 관한 교사의 관찰 기록을 적은 "적응 보고서"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특히 "직장보육시설의 경우 직원들의 수요조사 등 사전에 철저한 조사와 분석 작업이 이뤄져야 성공 할 수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부모들이 보육의 질을 굉장히 중요시하기 때문에 보육 프로그램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