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샤갈이 살아온 시대의 큰 역사적인 사건과 샤갈의 예술 작품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시간에 그런 나와 마을에 대해서 아이들이 어떻게 기억하는지 물어보니, 일학년 예찬이부터 고학년 태민이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이 작품을 떠올리며 작은 부분들까지 잘 기억을 합니다.
샤갈은 러시아 태생 유태인인데, 같은 유태인 여인을 만나서 결혼을 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벨라, 우리 식으로 말하면 "이쁜이"입니다.
샤갈이 그녀에 대해서 쓴 글을 읽어주니 아이들의 눈이 반짝반짝합니다. 우리 친구들도 나중에 커서 하나님께서 이런 배필을 만나게 해주시길 바란다고 하니, 싫다는 아이가 한 명도 없네요.
1915년에 벨라 로젠펠트와 결혼한 샤갈은 이듬해에 예쁜 딸, 이다를 낳습니다. 이렇게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러시아에서 살아가던 샤갈에게 인생의 행로를 바꾸게 할 큰 사건이 벌어집니다. 바로 1917년의 러시아 혁명입니다. 레닌이 주도하는 볼세비키 혁명당이 짜르 체제를 무너뜨리고 러시아를 공산주의의 나라로 만든 엄청난 일이 벌어집니다. 샤갈은 처음에 이 혁명에 열광을 하고 혁명 1주년이 되었을 때는 거리장식을 지휘하기도 하면서 예술 인민위원으로 활동을 합니다.
하지만, 샤갈처럼 아름답고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를 그림으로 그리는 화가를 공산주의자를이 이해할 리 만무합니다. 왜 소가 하늘을 날아가는지, 왜 사람이 거꾸로 서 있는지 비판하기 시작합니다. '사실'적이지 않은 그림을 그리는 샤갈이 공산당은 불쾌합니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아이들에게 설명하긴 어려워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라는 것에 대해서는 오늘은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엄청 유행했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흔히 '인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야 한다는 그런 이념의 눈으로 보면 샤갈의 작품은 불필요하고 엉뚱하며 심지어 퇴폐적(나중에 나치에 의해서는 이런 비판을 받게 됩니다)이기까지 합니다.
아무튼 샤갈은 무언가 저항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 무렵 그렸던 그림이 참 재미있게도 [달로 가는 화가]입니다.
샤갈은 [달로 가는 화가]라는 그림을 통해, 그래, 나는 화가다, 너희들은 화가의 세계를 아니, 화가는 창조하는 자다, 똑같은 것을 찍어내는 기계가 아니다, 나는 나만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달나라로 가겠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눈이 여전히 반짝반짝합니다.
이미 젊은 시절 한 차례 프랑스에 머물러 본 적이 있었던 샤갈은 이제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1922년에, 사회주의 국가가 된 러시아를 떠나 프랑스로 이주를 하게 됩니다.
프랑스로 이주한 뒤에 샤갈은 자신만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다양한 사람, 동물, 자연물 들을 화폭에 풀어놓습니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초록 바이올리니스트]도 프랑스로 이주하기 직전 그려진 작품입니다.
그런데 삶은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에서나 만만하지 않습니다.
혁명의 폭풍속에 있던 러시아를 떠나 자유의 땅 프랑스로 이주를 했는데, 옆나라 독일에서는 나치당의 히틀러가 총리가 되어 전 세계를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유태인들을 혐오하고 6백만명이나 죽인 히틀러도 그림을 좋아하고 한때 화가를 꿈꾸던 천재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점점 진지해지고 표정 또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위의 그림이 히틀러가 그린 [비엔나 국립 오페라 극장]입니다. 그는 매우 정교하게 건축물들을 그려내었습니다. 그가 클래식 광이었으며 카라얀을 후원하여 세계적인 지휘자의 반열에 오르도록 돕기도 하였던 것을 말하자 아이들 입에서 놀라움의 탄성이 새어나옵니다. 이런 천재 히틀러가 어쩌다가 인류사에 길이 남을 대학살자가 되었을까요. 독일 민족만이 뛰어나고 유대민족은 멸절되어야 한다는 무서운 사상에 압도된 히틀러...
(그래서 공부를 잘 하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하나님 안에서 거듭나는 것이 인생에 있어서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장샘은 외치고 싶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바로 옆 나라에서, 예술가이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유대인으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샤갈은 어떻게 느끼고 있었을까요. 예술가들은, 아니 위대한 예술가들은 시대의 분위기를 그의 영감을 통하여 읽어냅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만의 선과 색, 질감으로 형상화하여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킵니다.
샤갈은 이 무렵에 [고독]이라는, 요즘 장샘이 무척 좋아하는 아주 멋진 작품을 그려냅니다.
고독이란 말을 모르는 아이들이 많아서 장샘이 고독이 무엇인지를 설명합니다. 고독은... 외롭고, 쓸쓸하고, 혼자라서 너무 힘든 상태를 말하는 거야... 가족도 없고 돌봐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죽음을 고독사라고 해...
[고독]이란 작품 속에는 한 번의 세계 전쟁을 겪고 한번의 조국의 혁명을 겪고, 삶의 터전을 옮긴 뒤에 만나게 되는 시대적인 어둠의 예감이, 율법 두루마리를 든 유대인 수도사와 어린 소, 바이올린과 어두운 배경을 통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예술가들은 시대의 어둠조차 깊은 아름다움으로 (우리나라의 박수근이나 김환기 화백들도 그러했지요) 표현해냅니다. 이로써 인류는 어둠에 잠식당하지 않는 내적인 형상(이것이 바로 예술가들이 실현하는 '꿈'일 것입니다)을 빚어내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 중에도 이런 위대한 예술가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학교는 계속 위대한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따라가면서 아이들에게 이러한 영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자, 우리 친구들은 [초록 바이올리니스트]와 [고독] 두 개의 작품 중에서 따라 그리고 싶은 것을 골라서, 고독의 경우는 그림의 절반만 따라그려도 되기로 하고, 그려 보기로 합니다. 채색 도구도, 오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하여 아크릴 물감, 파스텔, 색연필을 가지고 따라그려보기로 합니다.
아이들의 작품도 올려드리니 감상해보세요. 따라그리기 활동은 아이들이 잘 그렸느냐 못 그렸느냐보다 아이들이 따라 그리기 위해서 상상력과 영감의 천재인 샤갈의 작품을 얼마나 자세하게 오래 들여다보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그림 속의 요소들을 참 잘 바라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모님들도 샤갈의 그림을 한참씩 들여다보시면 좋겠습니다. 샤갈은 장샘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화가랍니다^^
첫댓글 장쌤의 수업 노트 너무나도 잘 읽었습니다~~! 샤갈의 고독.. 정말 임팩트 있는 작품이네요. 수도사의 표정과 몸짓은 애처롭지만 그가 입은 하얕게 빛나는 겉옷이 곁의 소와 하늘의 천사와 연결 구도를 이루면서.. 위로 소망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참으로.. 애잔합니다. 찾아보니 텔아비브미술관 소장이네요. 살아생전 꼭 눈으로 보고 싶은 작품이 하나 늘어났습니다 감사합니다 ♡
시카고 시내에 공공미술 조성이 정말 잘 되어있어요. 거기서 본 샤갈의 거대 모자이크 벽화가 생각나 tmi 로 덧붙여봅니다 ㅎㅎ 제가 여행하며 찍은 사진을 찾기가 어려워 찾은 기사 속 사진를 공유할게요~~ 샤갈의 작품 중 혹 가장 큰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아이들 마음 속에 샤갈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이 불어넣어지길 소망합니다~~♡
http://art.chosun.com/m/article.html?contid=2021082001980
좋은 기사 링크 감사합니다. 시카고가 이런 작품들을 품고 있으니 더욱 매력적인 도시가 되는 거 같아요. 많은 예술가들이 그렇지만 샤갈의 작품에서 역시 그의 어린시절의 기억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대한것을 보면서 상상력에 있어 영유아기, 유년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고독] 팬 클럽 ㅎㅎ하나 만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