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치유의 연관성
2.믿음의 치유 능력
1)믿음의 생물학
믿음이 유전자를 변화시킨 놀라운 사실이 발표되었다. 미국의 의과대학 교수 립턴(Bruce Lipton)은 그의 저서 『믿음의 생물학(The Biology of belief)』을 통해서 자세히 설명한다. 마음과 신체는 서로 영향을 미치는데 17세기에 이런 이론은 부정되었다. 데카르트는 신체는 물질로 되어 있고 마음은 정의할 수 없지만 분명히 비물질적인 어떤 것으로 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렇지만 양자론이 등장하자 마음의 에너지인 생각은 물질적인 뇌가 신체의 생리를 어떻게 조절하는가에 대해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게 되었다. 마음과 환경은 몸과 운명을 바꿀 수 있으며 이것은 믿음과 치유의 관계에도 적용한다. 립턴은 믿음이 어떻게 유전자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알자면 후성유전학(epigentics)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립턴은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의사로 그는 줄기세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줄기세포를 세 개의 페트리 접시에 옮기고 서로 다른 배양액으로 키워 보라. 그러면 줄기세포는 배양액에 따라서 근육세포가 되기도 하고 지방 세포가 되기도 하고, 뼈세포가 되기도 한다. 줄기세포는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배양약에 따라 표현 방식이 달라지면서 이렇게 근육세포, 지방세포, 뼈세포가 된다. 무엇이 이렇게 줄기세포의 운명을 지배했을까?
유전자는 분명히 아니다. 유전자는 동일하니까, 유일하게 다른 점은 환경이다. 이때 유전자의 발현을 다르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조절단백질'이다. 후성유전학에서는 유전자보다 더 높은 상위의 수주에서 유전자를 조절하다고 본다. 이와 같이 상위 수준에서 유전자를 조절하는 인자를 립턴 '조절단백질'이라고 불렀다.
립턴에 따르면 후성유전학이 유전자보다 더 높은 상위의 수준에서 유전자를 조절하고 이것을 '조절단백질'이라고 정의한다. 조절단백질에 대한 설명은 아래와 같다.
사람은 태어날 때 약 2만 4,000개의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난다. 기존의 유전학에서는 사람마다 태어날 때 지니고 나온 유전자가 서로 다른데, 위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위암이 발생한 것이고, 정신병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언젠가는 정신병이 발병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후성유전학에서는 사람마다 다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긴 하지만 위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위암에 걸리는 게 아니며 또 정신병 유전자를 지녔다고 해서 반드시 정신병에 걸리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전체를 조율하는 조절단백질이 위암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위암이 발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조절단백질이 위암 억제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면 위암이 발병할 수 있고, 또 정신병 억제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면 정신병이 발병할 수 있다.
후성유전학에서는 위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위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고 조율하는 조절단백질이 이것을 좌우한다고 본다. 다시 말해 조절단백질이 명령을 내리면 위암이 발생하는 것이다. 바로 이 조절단백질이 영양, 생활습관, 운동, 심지어 생각이나 감정의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에바 자블롱카(Eva Jablonka)와 생물학자 마리온 햄(Ma rion Lamb)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최근 수 년간 분자생물학자들은 게놈이 과거에 생각해온 것보다 훨씬 더 환경에 대해 탄력적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들은 또한 유전정보가 DNA의 염기서열이 아닌 다른 여러 가지 방식으로도 후세에게 전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위의 주장은 후성유전학을 증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후성유전학에 따르면 DNA의 염기서열이 아닌 다른 여러 가지 방식으로 유전정보가 후세에 전해지며 믿음도 그중 하나이다. 믿음이 유전자를 변화시킨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간경화증은 일반적으로 역전이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했으나 정상적인 간으로 완전히 회복된 사례가 있다. 이와 같은 일을 해낸 것은 간세포의 유전자이다. 이 유전자를 배후에서 조절하는 것은 '나의 믿는 마음'이다.
②사람들은 말기 암 환자가 일반적으로 죽는다고 생각하지만 건강을 되찾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이와 같이 말기 암이 치유된 것은 유전자의 자연치유력 때문이다. 이 유전자를 배후에서 조절하는 것은 '나의 믿는 마음'이다.
③당뇨병이나 심장병은 일반적으로 역전이 불가능하고 죽을 때까지 치료를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상적으로 회복된 사례가 있다. 이와 같은 일을 해낸 것은 유전자이다. 이 유전자를 배후에서 조절하는 것은 '나의 믿는 마음'이다.
이것은 사람이 타고난 유전자보다 후성유전자의 영향을 받게 되며, 마음에 따라 질병이 호전되는 원리를 말한다. 결국 믿음이나 신념은 유전자도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며, 긍정적 측면이 강한 종교적 믿음은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믿음으로 인한 치유의 효과가 더 뚜렷한 것으로 예상된다.
2)플라세보(Placebo)와 노세보(Nocebo) 효과
플라세보(Placebo)는 위약(僞藥) 효과라고 부른다. 이는 마음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준다. '내가 기쁘게 해주지'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인 플라세보(Placebo)는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가짜 약제를 심리적 효과를 얻기 위해 환자로 하여금 의학이나 치료법으로 받아들이도록 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얻는 기법이다.
플라세보가 천식이나 파킨스병 같은 다른 질환을 치료하는 데도 위력을 발휘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고, 브라운 의대의 월터 브라운은 위약을 경중 또는 중간 정도의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의 1단계 치료약으로 쓰자고 제안했다. 그만큼 우울증에 있어서 위약이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며, 환자의 긍정적인 믿음이 이런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플라세보 효과에 있어서 '라이트 씨(Mr. Wright)의 이야기'라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라이트 씨는 임파종이라는 암을 앓고 있었는데 어떤 약에도 치료효과가 없어서 절망 상태에 있었다. 바로 그때 임파종에 경이로운 치료약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이 텔레비전에서 발표되었다. 의사는 그 약을 라이트 씨에게 주사했는데 놀라울 정도로 호전된 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얼마 후 다시 텔레비전에서 그 경이로운 약은 사실이 아니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자 2개월 후 라이트 씨의 병은 다시 악화되었다. 담당 의사는 더 이상 좋은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신개발 약이라고 소개하면서 증류수를 라이트 씨에게 주사했다. 증류수 치료를 계속 받은 라이트 씨는 더 이상 병이 진행되지 않고 소강상태를 유지하다가 한참 후에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다.
위의 사례는 환자가 가짜 약인 줄 모르고 자신의 병을 낫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실제로 그 가짜 약이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①플라세보 위약을 처방하면서 이 약이 가짜 약이라고 알려주었음에도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들보다 증상이 더 개선된 사례, ②퇴행성 무릎관절염으로 만성 통증을 겪는 95명을 대상으로 진짜 또는 가짜 진통제를 투여하고 기능성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의 반응을 관찰한 결과 가짜 약이 투여된 환자의 절반 이상이 우측 중전두회(mid-fontal gyrus)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실제로 통증이 크게 줄어든 사례 등이 있다. 즉 병을 낫게 하는 약이라는 믿음만으로 질병과 상관없는 약이라도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플라세보(Placebo)가 긍정적 믿음에서 비롯한 심리 현상이라면 노세보(Nocebo)는 부정적 믿음에 기인한 현상이다. 어떤 것이 해롭다는 혹은 자신이 어떤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는 원인에 노출돼 있다는 자기 암시나 믿음이 실제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어느 환자가 암 전문의로부터 식도암 말기 판정을 받고 몇 주 후에 사망했다. 부검을 했는데 암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 이 환자는 왜 사망했을까? 그 이유는 의사의 공포적인 말, 즉 식도암 말기라는 말에 심한 공포가 유발되었고,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나 몸을 망가뜨렸던 것이다. 즉 말기암으로 죽은 거라는 말을 듣고 실제로 죽고 마는 노세보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노세보 효과의 사례는 실제로 질환이 없더라도 부정적인 믿음은 신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체가 질병과 관계없이 믿음에 따라 그대로 적응한 것이다. 믿음이 이처럼 신체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진심으로 믿으면 믿음대로 진행된다. 믿음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플라세보와 노세보 효과는 주관적 믿음이 객관적 신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3)믿음과 치유 사례
동아시아의 사상 중 하나인 유교에서 믿음은 기본 덕목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가운데 하나이다. 유교적 믿음은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믿음이 춘하추동, 동서남북이 실현하는 인의예지 사덕의 중심에 놓여 있다는 것, 믿음이 토, 흙, 대지의 덕목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춘하추동과 동서남북은 우주 삼라만상이 생주이멸하는 시간과 공간의 질서, 현상세계 전체의 질서를 뜻한다. 인의예지는 드러난 현상세계의 덕목이다. 반면 믿음은 현상세계의 덕목이 아니라 현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기반에 속하는 덕목이다. 상(相)이 아닌 성(性), 용(用)이 아닌 체(體)의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현상보다 더 깊은 심층 근거에서 자연이 실현하고, 의식보다 더 깊은 심층 마음에서 인간이 실현하는 덕목이 바로 믿음인 것이다. 심층에 대한 안목이 있는 자만이 이러한 심층의 믿음을 의식하게 된다.
유교적으로 바라보는 믿음은 현상세계의 덕목이 아닌 현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덕목에 해당한다. 현상보다 더 깊은 심층에서 실현하고, 심층의 마음에서 인간이 실현하는 덕목으로 본다. 공자가 "사람이면서 믿음이 없다면 그것은 옳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은 믿음이 없는 사람은 생물학적인 면에서는 사람이겠지만 사람다운 사람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평가된다. 중국의 고사(古史)에는 다소 신화적인 측면이 있지만 믿음과 연관된 치유사례가 발견된다. 이종성은 『중국고전에 나타난 신뢰고사』에서 믿음의 역설을 묘사하는데, 믿음의 결과로 불로장생의 선인이 된 사례를 소개한다.
오나라의 위백양(魏伯陽)은 불로장생의 신단을 만들어 함께 수련하던 세 제자의 믿음을 시험해보았다. 위백양이 그 신단을 먹고 숨을 쉬지 않았다. 이것을 보고 두 명의 제자는 하산했지만, 우(虞)라는 이름을 가진 제자는 끝까지 남아서 무모하게 그 신단을 먹었다. 그러나 우는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스승인 위백양과 함께 불로장생의 선인이 되었다.
여기서 위백양은 실제로 불로장생의 신단을 만들어 놓고 세 제자의 믿음을 시험해 본 것이다. 두 제자는 스승에 대한 믿음이 없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숨을 쉬지 않은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하산하지만, 제자 우(虞)만이 스승을 믿고 신단을 먹은 결과 불로장생의 선인이 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유교에서의 믿음은 성인이 마땅히 지녀야 할 덕목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심층적으로 인간이 실현해야 할 덕목으로 여긴다.
성서에는 예수가 병자를 치유하고 귀신을 추방하는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는데, 성경에는 예수의 치유 기적을 담은 치유사역을 중요하게 다룬다. 그 중 사도행전에는 일곱 개의 치유 사건이 기록되어 있는데, ①베드로와 요한이 성전 미문의 절음발이(행3:1-11)를 고치는 경우, ②룻다의 애니아(행9:34), ③죽은 다비다를 베드로가 살려내는 사건(행9:38), 바울이 고쳐주는 ④루스드라의 앉은뱅이(행14:9), ⑤빌립보의 여종(행1 6:18), ⑥유두고(행20:9), ⑦추장의 아버지(행28:8) 사건이 있다. 특기할 사항은 사도행전의 치유 사건이 기적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는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자기 고향 나사렛을 방문하였는데, 그곳에서는 도대체 기적을 행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고향 사람들이 믿음이 없었기 때문이다(막6:5)'라는 예수의 말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즉, 병자의 믿음이 병을 고친다는 점을 뜻한다. 이는 예수가 내 병을 고쳐줄 수 있다는 병자의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성경의 이야기가 치유제로서 행해진 사례는 상당히 많다. 최기열 목사의 치유 이야기는 성경의 치유사례 가운데 하나이다.
최기열 목사는 "청신경초종 뇌종양"이라는 병원 선고를 받았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였다. 종양이 뇌에 아주 위험한 위치에 있어서 수술해서 떼어내도 장애인으로 살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목사님은 의술보다는 '하나님이 치유해주심'을 믿고 연구자에게 기도 받아 완치되었다. 목회 현장에서 교과서적인 신앙보다는 체험적인 신앙으로 목회를 하고 있다.
청신경초종뇌종양은 매우 위험한 질병으로 치료를 해도 차후에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하느님이 치유해주심'을 믿어서 완치까지 도달하였다. 여기에는 성경에서 말하는 예수님의 질병치유나 타 종교의 신앙과 여타 요인들로 발생하는 병을 고치는 것과의 차이가 무엇인지 분명히 정립해야 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이 외에도 성경에서 드러나는 치유 사역은 다양하게 적용되고 강조된다. 예수가 ①시각 장애자에게 '내가 능히 이 일할 줄을 믿느냐'(마 9:28-29)고 한 경우, ②10명의 나병환자를 고치고 난 후 사마리아인 한 사람이 와서 예수에게 감사를 표하자 '일어나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눅 17:19)고 말한 경우, ③12년 동안 혈루증을 앓아 온 여자를 고치는 장면에서도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지어다'(막 5:34)고 격려한 경우, ④로마의 백부장의 하인을 고치는 장면에서도 예수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스라엘 중 아무에게서도 이만한 믿음을 보지 못하였노라'(막 8:10; 눅 7:9)고 한 경우와 같이 예수의 말씀으로 치유되기 때문에 성경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 전제된다.
<법화경의 신행과 심신치유 사례 분석 연구/ 김청진(청진)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