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토장정85-1 (2023. 07. 14) 양구군
16.1km (서해 : 845.6km, 남해 : 817.7km, 동해 677.1km 누리 167.3km 합계 : 2,507.7km)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군량리 – 방산면 금악리 – 오미리 – 금악리 - 천미리)
장마가 시작되자 비는 그칠 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장정은 멈출 줄 모르다.
이번 장정은 장마를 피해서 1토를 넘어선 것이 아니고 장마를 맞으러 2토에 한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비는 그치는 듯 다시 오고 또 멈추는 듯 다시 온다.
오기 전부터 시원하게 홀딱 맞아도 걷자는 분위가가 있었고 그 분위기를 띄운 사람도 나지만 걱정이 된다.
군량리에 도착하여 차에 내려 비를 맞고 걸을 준비를 하는데 거짓말같이 비는 똑 그쳤다.
이제 장정이다. 오늘 장정은 양구군 방산면으로 가는 성골령을 넘는 것이다.
굽이굽이 50굽이를 너머야 한다.
장정의 시작이 고개의 시작이다.
바로 경사가 심해진다. 하지만 시원한 바람이 성골령에서 내려오고 계곡에서 냉장고 바람이 뿜어져 나온다.
구름이 해를 가려 뜨거운 햇볕도 없다. 걷기에는 너무 좋은 날씨이다.
성골령으로 오르는 길은 굽이굽이는 심하지만 정상부로 갈수록 완만한 경사로 되어있어 힘들지 않게 3km를 올랐다.
높이는 대략 580m이다.
지원조의 옥수수 막걸리를 한잔 맛있게 먹고 서서히 내려간다.
이제 양구읍을 지나 방산면 금악리로 들어선다.
밤사이 내린 비로 물이 없던 계곡도 힘찬 소리를 내며 한기를 뿜어낸다.
비는 안개비라고 할지 아님 우리가 구름위에 있는 건지 내리지는 않고 가끔 시원할 정도로 분무한다.
다만 걱정은 계속된 비로 전국에 내려진 산사태 경보이다.
가끔 길가로 툭툭 떨어지는 잔돌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산을 내려와 큰 하천을 만났다.
수입천이다.
수입천은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흘러 양구서천을 만나 파로호로 간다.
우리는 힘들게 고개를 넘었지만 수입천은 힘차게 흘러간다.
금악리 마을로 막 들어설 때 길을 가로 질러 가는 소녀(?)를 보았다.
긴 생머리를 찰랑찰랑 몸을 흔들며 길을 건너가는 소녀,
아니 처녀, 아니 여인, 그냥 소녀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그 소녀가 길을 건넌 곳에 오니 바로 금악리 보건진료소가 있다.
아마 그 소녀는 금악리 보건진료소에 근무하는 소녀 같다.
시간을 보니 막 12시 30분,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보건소도 소녀도 길가에 꽃이 많이 피어있는 금악리 마을도 일체감으로 다가온다.
보건소 앞에서 바라보았던 그 소녀의 뒷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그리고 백합향도....
이곳이 우리장정이 2,500km를 지나는 곳 이어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소녀도 보건소도 마을도 꽃도 비가 막 게인 청초함으로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점심은 역시 맛있는 시래기를 시래기같이 맛있는 놈들과 함께 먹고 다시 출발했다.
460번 도로를 잠시 걷다가 수입천을 건너자 장정중 가장 짧은 마을 오미리로 들어섰다.
장정중 서해안 화성에서 백미리를 걸었다. 100mm 곧 10cm가 있었는데 여긴 5mm가 있다.
수입천과 나란히 가던 460번 도로가 서로 헤어지며 장정은 다시 산으로 올라간다.
대한민국 가장 오지 중에 하나인 평화의 댐으로 가는 길이다.
오미리를 지나 금악리로 다시 들어왔다.
오미리의 동쪽과 북쪽을 금악리가 덮고 있기 때문이다.
길의 경사도는 점점 심해진다.
꼭 우유병 모양의 도로를 지나니 바로 오천터널이 나온다.
터널 위로가는 자전거길이 있다고 했는데 철책이 쳐있고 지원조의 이야기로는 통행금지라고 했다.
철책으로 가서 찬찬히 안내문을 읽고 있는데 그냥 터널로 직진을 하는 친구가 있다.
오천터널의 길이가 1,296m인데....
안내문은 통행금지는 아니고 조심해서 통과하라는 문구였다.
오늘 터널입구에서 장정을 끝냈다면 내일은 이 길로 산을 넘어 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은 직진한 친구도 고맙고 혼자 보내기 아쉽다고 따라간 친구도 고맙다.
이 산을 넘어 가면 하루는 걸릴 것이다.
친구 덕에 장정중 가장 긴 마을 천미리로 너무 쉽게 들어서며 오늘 장정을 마감한다.
1,000mm, 1m에 왔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마을과 가장 짧은 마을이 바로 옆동네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