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학년 체험학습 회의
점심시간에 5학년 아이들과 방학 때 갈 영화관 체험학습에 대해 의논했습니다. 어떤 영화를 볼지, 어디서 볼지, 규칙, 역할을 정했습니다. 꾸러미를 받으러 오는 아이들이 있어서 약간 소란스러운 분위기에도 아이들이 회의에 집중하였습니다. 가장 먼저 어떤 영화를 보고 싶은지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지금 상영 중인 영화를 이야기해주니, 대부분 미니언즈를 보고 싶어 했습니다. 명수는 만화가 유치하다며 꼭 토르를 보고 싶다고 합니다. 명수에게 “우리가 같이 가는 체험학습이니까 영화를 하나만 골라야 할 것 같아.”라고 말해주니 명수가 “그럼 영화 따로 봐요.”라고 합니다. 잠시 고민하다가 명수에게 “영화가 끝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대신에 명수가 양보하면, 이따 역할을 고를 때 제일 먼저 고르게 해줄게.”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해도 되는지 양해를 구했는데, 아이들도 알겠다고 합니다. 명수도 그럼 알겠다고 합니다. 상영 시간표를 보니 화곡 메가박스는 오전 시간대가 적어서, 목동 메가박스로 가기로 했습니다.
준비물은 개인 물, 휴대폰, 교통카드, 5,000원 이하의 용돈으로 정했습니다. 명수와 한솔이가 교통카드가 없다고 합니다. 집에 가서 부모님께 교통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거나, 부모님의 교통카드를 빌려오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명수가 집에 교통카드를 쓰는 분이 없고 만들 수도 없다고 합니다. 화현 선생님이 “그럼 다른 친구가 찍어주면 돼~ 명수 버스비 찍어줄 사람 있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솔이가 바로 자신이 찍어주겠다고 합니다. 명수는 현금으로 3,000원을 가져와서 한솔이에게 주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영화를 보면서 간식을 먹고 싶어 했는데, 요즘 코로나가 심해져서 최대한 조심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고 어차피 다 보고 나서 점심을 먹어야 한다고 알려주니, 그럼 팝콘을 안 먹어도 괜찮다고 합니다. 아이들도 상황을 말해주면 다 이해한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다음으로 활동 규칙을 정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우리가 재미있게 다녀오려면 어떤 규칙이 필요할지 물었습니다. 한솔이가 가장 먼저 “혼자 다니지 않기!”라고 합니다. 긍정적인 말로 바꾸기 위해 “혼자 다니지 않고 다 같이 다니자는 뜻이지?”하고 물어보니 맞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강민이가 “선생님 말씀 잘 듣기요.”라고 합니다. 참 고맙고 좋은 의견입니다. 마지막으로 명수가 “근데 영화관 안에서는 조용히 하는 것도 규칙으로 정해야 되지 않아요?”라고 합니다. 화현 선생님께서 “맞아. 그럼 공공장소 질서 지키기라고 할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이들도 모두 동의했습니다. 화현 선생님께서 “이제 다들 규칙을 정말 잘 정하네~”라고 하셨습니다. 아이들이 환경리더단, 행복지킴이, 당사자 면접, 체험학습 회의 등을 하며 이제는 정말 규칙 정하기의 달인이 되었습니다. 필요한 규칙을 잘 이야기하고, 긍정적인 말로 정합니다.
마지막으로 각자 역할을 정해보았습니다. 아까 약속한 대로 명수가 가장 먼저 역할을 결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길 알아올 사람, 친구들 챙겨줄 사람, 어른을 만날 때 앞장서서 인사할 사람 등의 역할이 있었습니다. 명수에게 무엇을 잘하는지 물었더니 “저는 당연히 인사를 잘하죠.. 근데 친구도 챙겨주고 싶고..”라고 합니다. 지난번에 명수에게 인사를 정말 잘한다고 칭찬해주었던 일이 기억났습니다. 그때 명수에게 어떻게 그렇게 인사를 공손하게 잘하는지 물었더니 “이렇게 딱 서서 구십도로 인사하는거에요.”라고 시범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강점을 잘 아는 명수 대단합니다. 명수가 이번에는 한솔이와 친구를 챙겨주는 역할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으로 아희와 나율이가 어른들에게 인사하는 역할을 하기로 했습니다. 길을 알아 오는 역할이 남아서 강민이에게 할 수 있는지 물었더니, 약간 머뭇머뭇합니다. 강민이에게 혹시 어려우면 선생님과 같이 해보자고 말했습니다. 강민이가 그럼 한 번 해보겠다고 합니다. 자신 없는 역할도 도와주면 일단 해보겠다고 하는 아이들의 용기가 참 멋집니다. 아이들에게 오늘 회의한 내용을 집에 가서 부모님께 말씀드릴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아이들이 그렇다고 합니다. 정리한 내용을 나중에 아이들과 부모님께 보내드려야겠습니다. 아이들과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2. 나아가기 (하준)
하준이와 반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포장했습니다. 준비한 포장지 사이즈가 맞지 않아서, 학습 자료실에 함께 가서 포장지와 테이프를 찾아보았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하준이에게 학습 자료실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하준이도 알겠다고 합니다. 하준이의 눈을 사로잡는 공룡이 있었는데도 만지지 않고 말로만 “공룡 뼈다!”라고 합니다. 약속을 잘 지킨 하준이 덕분에 필요한 것만 챙겨 금방 나왔습니다.
다시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포장을 싸는데 생각보다 예쁘게 되지 않았습니다. 하준이에게 포장을 하지 말고 이름만 적어서 붙여줄지 물었더니, 그렇게 하자고 합니다. 하준이가 아윤이, 이안이, 찬영이, 태환이의 이름을 먼저 이야기합니다. 이 아이들은 지난번에 하준이와 같이 이름을 적었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명렬표를 보면서 제가 적어주었습니다. 하준이에게 한 명 한 명 이름을 말해주면서 “이 아이는 어떤 친구야?”하고 물었습니다. 하준이가 “얘는 눈이 커. 얘는 맨날 파란 옷을 입고 와. 얘는 아윤이처럼 예뻐.”라고 합니다. 각기 다른 아이들의 특징이 술술 나와서 놀랐습니다. 하준이에게 친구들을 정말 많이 알고 있다고 말하니, 하준이가 “같은 반 친구들이니까~”라고 합니다. 1학년 4반을 가장 사랑하는 아이는 하준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선물을 다 준비하고, 하준이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하준이가 “임아윤~ 이렇게 불러서? 근데 나 부끄러워.”라고 합니다. 한 명 한 명 앞에 불러서 주고 싶기는 한데, 많이 쑥스러운가 봅니다. 하준이에게 왜 부끄러울 것 같냐고 물어보니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러면 선생님한테 대신 주라고 부탁해볼까?”하고 물으니, 그래도 자기가 주겠다고 합니다. 하준이의 용기와 마음이 멋집니다. 하준이에게 친구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음.. 같이 놀고 밥 먹어서 좋았어.”라고 합니다. 그리고 또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 게 있는지 물었습니다. “다 고마워. 방학 잘 보내~”라고 합니다. 하준이의 말을 종이에 적었습니다. “이거 담임 선생님한테 읽어달라고 부탁할까?”라고 물으니 하준이가 좋다고 합니다. “하준이가 들고 가서 부탁해봐~”라고 하니 알겠다고 합니다. 하준이가 “선생님이 해~ 선생님이 하면 되지~”라고 말하는 횟수가 줄어들었습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조금씩 늘고 있는 하준이가 멋집니다.
마지막으로 체험학습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하준이에게 다음주 월요일에 자동차를 만들고 경주하는 곳에 갈 거라고 하니 너무 좋아합니다. 같이 가고 싶은 친구가 있는지 물었더니 바로 “양찬영~”이라고 합니다. 찬영이에게 같이 가자고 말하는 초대장을 적자고 했습니다. 하준이가 멘트를 바로 불러줍니다. “찬영아 안녕? 복지실 선생님이랑 자동차 경주장 갈래?”라고 합니다. 하준이가 이해하고 말하는 능력도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초대장을 예쁘게 적어 카드에 넣었습니다.
교실에 들러 담임 선생님께 친구들한테 줄 선물을 보여드렸습니다. 하준이가 친구들 앞에서 주고 싶었는데, 교실에 와보니 책상에 두고 가고 싶다고 합니다. 지난번에 그렇게 선물했던 기억이 좋게 남았나 봅니다. 하준이가 16명의 친구들의 책상에 정성스레 선물을 놔두었습니다. 찬영이는 특별히 초대장도 같이 놔두었습니다. 하준이가 “내일 오면 친구들이 좋아하겠지?”라고 합니다. 일찍 와서 친구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나중에 선생님한테도 알려달라고 말했습니다. 담임 선생님에게 아까 하준이와 적은 글을 드렸습니다. 하준이가 부탁하기로 한 말을 헷갈려해서 “하준이가 이거 담임 선생님한테 읽어달라고 부탁한다고 했지~?”라고 대신 말해주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그렇구나. 하준아 이거 선생님이 읽어주면 돼요?”라고 말씀하시니, 하준이가 “네!”라고 합니다. 이번에 선물을 준비하며 하준이가 할 수 있을 만큼의 분량은 하준이에게 맡기고, 나머지는 제가 도와주었습니다. 그랬더니 하준이도 기분 좋게, 뿌듯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방학 동안에는 친구 관계를 중점적으로 도와주고 싶습니다. 2학기에도 친구 관계에 더하여, 하준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늘릴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첫댓글 “그럼 영화 따로 봐요.”라고 합니다. 잠시 고민하다가 명수에게 “영화가 끝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대신에 명수가 양보하면, 이따 역할을 고를 때 제일 먼저 고르게 해줄게.”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해도 되는지 양해를 구했는데, 아이들도 알겠다고 합니다.
명수의 마음을 이해하며 제안을 했군요. 단체생활에서 서로의 의견이 다를 때 잘 마추는 법도 배워갑니다.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설명하고 잘 설득해 나갔습니다. 명수도 선생님 설명에 속상함 마음보다는 수긍하는 마음으로 바꼈을 껍니다.
자신 없는 역할도 도와주면 일단 해보겠다고 하는 아이들의 용기가 참 멋집니다.
맞아요. 살짝 자신이 없지만 옆에서 도와주면 그 일을 잘 해냅니다. 그래도 아이가 한 일입니다. 우리는 도왔을 뿐입니다. 잘했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하준이에게 학습 자료실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하준이도 알겠다고 합니다.
이제 하준이의 돌발 행동이 예측이 되는군요^^ 하준이에게 미리 설명하고 부탁하는 선생님 덕분에 하준이가 준비하고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학년 4반을 가장 사랑하는 아이는 하준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친구들을 사랑하는 하준이 정말 사랑스러워요. 그런 하준이를 사랑스럽게 보는 신원 선생님도 사랑스러워요.
하준이가 그 마음을 잘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네요.
하준이 성장 드라마는 늘 감동이네요. 신원 선생님과 하준이 목소리가 들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