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거의 중단되다시피 되었던 제가 소속된 한 모임의 문화탐방이 오래간만에 재개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낙점된 곳이 뮤지엄 “산”입니다. “산. 또 산이야? 하시겠지만, 제가 선택한 것도 아니고 또한 여기서 산은 Mountain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S(pace), A(rt), N(ature)”를 의미하는 세 단어의 첫 알파벳을 조합해서 만든 단어입니다. 그래서 엄밀히 말씀드리면 산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장소가 있는 곳이 도심은 아니고 마침 산과 가까이는 있습니다. Nature에 산이 빠지면 앙꼬 빠진 찐방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박물관(?)의 앞쪽에는 산이 있는데 산의 이름은 잘 들어보지 못한 곳이고 오히려 “오크벨리”라는 CC 바로 옆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박물관은 조금 특별합니다. 안도 다다오라는 일본 건축가가 설계한 박물관인데, 이 분의 이력은 좀 특이합니다. 건축학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 권투 선수, 트럭 운전사를 하다가 갑자기 어느 날 건축에 꼽히고 그때부터 독학으로 공부를 하고 나중에는 건축의 거장 반열에 오른 사람입니다. 주로 노출 콘크리트 기법을 사용한 건축물이 특징인데, 이 뮤지엄 산과 더불어 제주도의 본태 박물관과 글라스하우스도 이 분의 건축물로 유명합니다. 당시만해도 인상적이었는데 지금은 서울 도심에도 유사 상품(!)이 하도 많아서 조금 심드렁합니다.
뮤지엄 산은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에 있는데, 원주로 따지면 서북쪽에 해당됩니다. 3년전 원주 굽이길을 걸었을 때 혹시 이곳으로도 굽이길 코스가 있을까? 싶었는데 불행히도 굽이길은 이 곳 근처로는 코스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에 골프장 CC 한 복판으로 둘레길 탐방로가 지나는 곳이 과연 있을까 싶습니다.
뮤지엄 산을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4년에 한번 가보았었는데 그 이후로 두 번째입니다. 그 당시 개관 후 1년 지났을 때였는데 무려 8년 만에 다시 가보는 곳이었습니다. 저 자신의 세월의 흔적도 스스로 돌아보게 되고요. 그 당시만해도 “산”이라면, 올라가면 내려올 것을 뭐하러 올라가나 했는데, 지금은 찾아서 산을 다니고 있으니 격세지감입니다.
이곳의 입장권이 조금 비싼데, 기본 요금과 더불어 옵션으로 James Turrell 작가의 옵션 공간 투어 코스까지 합치면 더욱 비싸집니다. 8년 전에는 스킵을 해서 보지 못했는데 그래서 이번에는 입장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공간, 빛 이런 개념이 부족해서인지 비싼 입장료 대비 Value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공간 내에 4개의 구분된 코스 중 마지막 코스에서 바라본 오크밸리 CC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점이 조금 아이러니 합니다.
그곳에서 두 어 시간을 보내고, 차를 타고선 돼지 문화원에 가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원주 굽이길 7코스 “고바우 길”에서 살짝 지났던 식당이었는데, 간판만 보고선 저기는 뭐하는 곳인가? 하면서 지나갔던 곳입니다. 정말 더운 여름 날이었는데요. 그곳을 가니 3년 전 뜨거웠던 날에 양산을 들고 그곳 앞을 지났던 때가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다시는 절대 갈 일이 없을 것 같은 곳. 그런데 살아 있다면 그런 곳에 어쨌든 한번은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그래서 인생은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날씨가 정말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푸른 하늘이 가득했던 토요일입니다. 아~ 지리산 종주 때 이런 날씨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생각이 자연히 들 정도로 좋은 날입니다. 날씨 예보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오늘은 나들이에 날씨가 한몫을 한다고요” 보통 이른 아침에는 박무 때문에 늘 뿌옇거나 또는 구름이 옅게 끼어 있는데, 오늘은 정말 먼 산이 코 앞에 바로 있을 정도로 쾌청한 하늘의 날입니다. 예봉산 정상의 기상 레이더가 명료하게 보이고, 아차산에 오르는 사람들도 개미처럼 보입니다. 이런 날 정말 별로 없는데 그런 날이 왔습니다.
제2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원주로 갑니다. 그런데 중간에 잠시 휴게소도 들렸습니다. 길이 워낙 밀려서 한참을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경기도 광주입니다. 휴게소에서 바라본 하늘이 정말 파랗습니다. 휴게소는 차들로 만원입니다. 고속도로가 밀려서 화장실에 들리는 차들까지 겹쳐서 휴게소 입구부터 장사진입니다.
휴게소에서 나와 여주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 “대신 톨게이트”라는 곳으로 나가니 여럿 낯익은 지명이 눈에 뜨입니다. 이포교, 금사면, 그리고 파사성 등. 금사면은 2010년도에 한참 놀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아득한 지명이 되어 버렸습니다. 남한강 수변 공사 이전에는 참 그윽하던 이 “여강”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공사가 시작되고 고즈넉하던 곳이 덤프트럭으로 행렬로 바뀌었습니다.
각설하고,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하여 방문한 곳은 이름하여 천서리 막국수로 유명한 홍원 막국수입니다. 아마 여주 여강길을 걸어보신 분들은 거의 들리시는 곳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번호표를 받았는데 대기 순번이 44개입니다. 허걱. 이곳이 이렇게 유명한 곳이야? 그런데 식당이 워낙 커서 대기 줄이 예상과 달리 금새 줄어 듭니다. 그리고 요즘은 모바일로 대기표를 받는 곳이 있어서 줄을 설 필요 없이 모바일만 잘 보고 있으면 됩니다. 정보통신 강국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차는 원주로 접어들었고, 서원주 톨게이트에서 바로 오크밸리 CC한 가운데 있는 뮤지엄 산으로 향했습니다. 일단 주차장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박물관 포함해서 가을에는 참 예쁘다고 합니다만, 아직 가을에는 와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가을에 어디건 예쁘지 않은 곳이 있을까요? 세상 천지가 다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 되겠지요. 그 가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콘크리트와 돌의 조합 벌써 느껴지시나요?
입장권을 구입하고 이제 information 센터 바깥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Information center 자체도 이렇게 돌벽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지리산의 종주로에 있는 돌을 하도 봐서 그런지 이 돌을 보니 지리산이 생각났습니다.
담쟁이 덩굴로 돌벽이 장식되었습니다. 조금씩 단풍이 들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덩굴로 덮여 있는 돌담과 한 그루 나무. 딱 조지윈스턴의 겨울(December)느낌이 나는데, 스피커로 잔잔히 들려오는 음악도 역시 이 음반에 수록된 음악들이었습니다. 역시~
딱봐도 건축에 쓰이는 자재인 Steel 아이빔으로 만든 작품.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작품입니다. 물론 건축가 작품이 아니라 어느 예술가 작품입니다.
돌아온 길을 잠시 뒤돌아 옵니다. 날이 맑아서 이렇게 산보하는 것이 참 상쾌합니다.
그렇지만 역시 눈은 앞 산으로 향하고… 저 능선을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날도 좋고, 산도 좋고, 그리고 산도 높을 것 같지 않고.
자작나무 숲도 지납니다. 인제 자작나무 숲도 생각나고… 역시 조지윈스턴의 December 앨범의 재킷도 생각납니다.
박물관 건물로 향하는 입구에 있는 잔잔한 인공 호수? 호수 수준은 아니고 야트막하게 건축물과 물을 조합해 두었습니다. 바닥에는 깨끗한 자갈이 깔려 있고요.
매끈한 돌담이 아니라 자연의 돌을 조합하여 꾸민 장식은 몬드리안 작품과 같은 느낌이 들어서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물관 입구로 향합니다.
공간이 시원시원 합니다. 푸른 하늘, 그리고 멀리 있는 진짜 산과 물. 그리고 돌담과 본관 건물… 멋진 앙상블입니다.
물길 중간에 놓여 있는 길을 다시 뒤돌아 봅니다.
돌 문양이 자연스럽고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저는 너덜길이 생각납니다. 역시.. 지리산…
박물관 내부 카페의 유리벽입니다. 장식이 특이합니다. 네모의 연속적인 배치. 도미노가 생각났습니다.
야외에 있는 카페의 파라솔 아래…. 따사로운 햇볕을 가려주는 파라솔도 박물관과 비슷한 톤의 컬러입니다.
물의 정원과 같은 잔잔한 수변으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
바깥에서 보았던 박물관 내부 천정이 매우 높습니다.
식당 한 켠…
콘크리트 벽 바깥으로 뚫려 있는 창. 길쭉한 창이 시원시원합니다.
이제 James Turrell 전시공간으로 이동합니다. 그런데 바깥에 마치 고구려 천마총 같은 돌무덤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작품의 하나라고 합니다. 경주나 고령의 고분을 지나는 것 같습니다. 강화 나들길의 고려왕릉 가는 길이 생각납니다. 강화 나들길은 잘 있는지 모르겠네요. 이제 여름이 지나가니 키 큰 잡초도 조금씩 수스러들겠지요?
요리조리 석총(?) 사이로 길이 나 있습니다. 중간 중간에 설치 작품도 세워져 있습니다.
James Turrell 작품은 한번에 28명씩 구분해서 30분 단위로 입장을 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28명도 14명씩 두 그룹을 나누어서 조금의 시간 간격으로 입장 시키고 있습니다. 내부는 4개의 공간을 체험(시각적 체험)을 하는 곳으로, 카메라는 사용이 금지 되어 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대부분이 컴컴하고 다만 빛을 이용한 착시 현상과 새로운 경험을 하는 공간이라 카메라가 방해가 될 수 있고 또한 플래시 없이는 피사체를 찍을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작품을 위해 사진을 찍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하네요.
제일 먼저 와서 아직 아무도 없습니다. 입구 바깥에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자연을 느낍니다. 지리산에서 땀 뻘뻘 흘리고 다니다가, 이런 호강을 누리나 싶습니다.
입장을 컨트롤 하는 곳입니다. 드디어 입장을 합니다. 관람객 대부분이 젊은 연인들 데이트 족입니다.
4구역의 탐방(?)을 마치고 마지막 탐방 지역의 한 곳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박물관이 아닌 바깥의 CC를 전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크밸리 CC를 한 컷 찍었습니다. 풍경이 참 그림 같습니다.
James Turrell 공간 체험을 마치고 다시 박물관 본관으로 돌아왔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실내보다는 실외에 마음이 끌립니다. 건물 외관의 쭉 뻗은 직선과 규모만 봐도 시원시원함이 느껴집니다.
멀리 있는 산, 코 앞의 나무, 그리고 물… 배산임수와는 정 반대의 뷰인데 정말 눈이 즐겁습니다.
다시 한번 건물의 선, 면, 그리고 공간을 눈에 넣고 이제 서서히 출구로 향합니다.
층층이 놓여 있는 물들이 참으로 멋진 공간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야외 카페이 한 귀퉁이인데 정말 멋진 곳입니다. 물에 의해 생긴 데칼코마니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저 산도 언젠가 올라봐야지 하고 다짐해봅니다. 능선이 참으로 부드럽습니다.
이제 문을 닫을 시간이 다가와서 그런지 카페의 빈 자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물의 정원(?) 위편에서 바라본 박물관 전경
노란색 등과 돌벽의 색과 찰떡 궁합입니다/.
이제 퇴장할 시간이 가까워옵니다. 그래서 온 길을 되돌아서 information 센터로 향합니다.
산 그늘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너른 곳이서 이정도이지, 산속이라면 벌써 땅거미가 집니다. 금새 어두워집니다.
색깔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돌담의 담쟁이 넝쿨
선물 가게 앞에 세워 있는 모형입니다.
드디어 박물관을 나와 다시 차를 타고 돼지 문화원으로 향합니다. 이름이 문화원. 좀 특이합니다.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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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랜만에 원주에 다녀왔군요. 원주는 인연이 많은 곳이라 원주 소리만 들어도 반갑습니다. 원주 파크밸리 골프코스를 2년가 조성하면서 머물던 곳이며 군 생활도 하던곳이지요. 덕분에 구경 잘했습니다. 뮤지엄은 사카고, LA 등 여러곳에 가보았지요. 감사합니다^^*
원주 굽이길을 다니면서 원주 복판은 모르겠고^^ 외곽으로만 그리고 산으로만 빙글빙글 돌아서 원주는 잘 모릅니다.대신 바깥만 많이 알게 되었지요. 그때 만난 곳이 돼지문화원이었는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뮤지엄 산이 있습니다. 그곳은 걸어서 가기는 쪼매 그러한 곳이고, 차를 타고 가면 참 근사한 구경을 하고 눈이 조금 정화 되고 오는 것 같습니다. 예전 원주에 있는 오래된 풍수원 성당과 뮤지엄 산과 package로 다녀왔던 기억이 아련하네요. 수쌤도 전국 팔도 강산에 어디건 족적을 남기셨을 것 같습니다. 이제 8월도 막바지입니다. 그런데 참 비는 끈질기게 오네요.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요. 감사합니다.
원주에 그런 굉장한 곳이 있었군요.
지난 주말 날씨 정말 쾌청하고 멋진 날씨였는데 원주에서 돌과 함께 즐기셨군요.
원주는 간현 유원지 쪽이나 치악산을 제외하고는 기회가 없어 잘 모르는 곳인데
뮤지엄 SAN 이라는 곳을 알게되었습니다.
좋은 곳을 소개해주셔서 감사 합니다.
산행하기 좋은 초 가을의 문턱입니다.
가는 8월 마무리 잘 하시고 9월에도 즐거운 일상 되시고
늘 즐산 안산 이어 가시기 바랍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원주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이는 것이 병풍처럼 원주의 한 켠에 세워져 있는 치악산인데, 2년 전에 한번 가보고 아직 못올라 보았습니다. 이 즈음에 한번 계획하고 있는 산입니다. 그런데 마침 치악산은 아니지만 치악산이 쪼금 보이는 museum 산에 다녀왔습니다. 문화 탐방이라고 하지만, 그냥 살짝 문화 체험 한 수준이었고요. 산만 다니다 이런 “인공” 문화 시설을 영접하니 기분이 새롭습니다.
간현산 관광지가 요즘 날로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출렁다리를 넘어서 울렁다리(?)도 생긴 것 같고요. 아무래도 서울과 가까운 서원주가 날로 팽창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동쪽의 신림이나 또는 황둔을 좋아했는데, 그곳은 점점 가기 어려운 곳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원주에도 감악산이 있습니다.
벌써 8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9월은 또 어떤 날들이 펼쳐질지 기대반, 걱정반입니다. 지리산 다녀온지도 벌써 보름이 흘렀습니다. 그래서 8월에 기억할 수 있는 것 한꼭지를 남겨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