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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배냇저고리
방송일 : 2016년 01월 11일(월) ~ 15일(금) / 오전 7:50~8:25
방송매체 : KBS1-TV
보도자료 문의 : 유민지 취재작가 (02-782-5555)
겨울 산이 병풍처럼 멋스럽게 둘러싼 강원도 영월의 김삿갓 마을. 이곳에 손맛 좋은 이영순(82) 할머니와 넉넉한 인심의 김형목(83) 할아버지가 마주 앉아 맷돌을 돌린 지 어언 62년이 흘렀다. 토끼 같은 오남매를 키우며 지독한 가난을 이기기 위해 나무를 이고 지어 하루에도 수 십 리의 고갯길을 넘었던 부부. 가난만은 대물림 하지 않겠다는 다짐 하나로 산 지 십 수 년이 흘렀지만 해준 것 없는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겠다는 생각에 여든이 넘은 노부부는 아직도 지게로 나무를 져 나르고, 산나물을 캐서 장에 나간다. 세월이 흘러 없는 형편에도 최선을 다해 키워낸 오남매는 이제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나이가 되어 든든한 가정을 이루었고, 지극한 효심으로 아침저녁, 어머니 아버지의 안부를 묻는다.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있냐만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자식 걱정에 밤잠 이루지 못하는 노부부는 오늘도 자식들이 부디, 안녕하기를 기원한다. |
#. 강원도 영월 산골 마을, 오두막 오남매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
이영순(82) 할머니의 자식들은
옆집 할머니의 밥상을 보고 깜짝 놀라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옆집 할머니네 밥이 하얘.”
그 말을 들은 이영순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흰 쌀밥을 먹자는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죽도록 일을 했다.
남의 집 소를 1년간 대신 키워주어
대가로 그 소의 송아지를 받아
한 마리, 두 마리 소를 늘려 살았던
이영순 할머니와 김형목(83) 할아버지.
하루도 쉴 새 없이 손을 놀렸지만
나아지지 않는 형편에 남들이 흉이라도 볼까
빈 가마솥에 맹물을 한 바가지 넣어 끓여
굴뚝에 연기를 피웠다.
#. 덕포 5일장의 어머니, 영순 씨
동네에서 푸근한 인심과 따듯한 인정으로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이영순 할머니는
손맛 좋기로도 유명해 못하는 음식이 없을 정도!
할머니에게 요리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져 할머니는
다 큰 자식들 걱정하랴, 남편 건강 걱정하랴
거기가 손맛 전수까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쉴 틈이 없다.
영월 시내에 덕포 5일장이 열리기 전,
바구니 한가득 산나물을 캐 모으고
직접 키운 콩으로 두부와 청국장을 만드는 할머닌,
산 속 닭들의 달걀까지 챙기고 나면
하루에 6번 있는 버스를 타고 장에 나선다.
반가운 단골들과 관광을 온 사람들에게
물건을 많이 팔아봤자 수중에 남는 돈은
하루 3~4만 원 남짓이지만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직접 돈을
벌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할머니가 장에서 돌아오기 전,
따듯하게 아랫목을 덥혀 놓고 기다린 할아버진
볼이 차가워진 할머니를 꼭 끌어안고 말한다.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
#. 영월 산골의 잉꼬부부
시집이라도 가면 가난을 벗어날까 싶어
19살 나이에 옆 동네의 나무꾼 김형목 할아버지를
만났지만, 살림살이는 도통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열 두 식구를 책임지게 된 상황에서
왜 이리 무거운 복을 타고났나 원망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할머니를 다독여 준 사람은 바로
형목 할아버지였다.
단칸방에 마주 앉아 맷돌을 돌린 지
근 60년이 된 영순 할머니와 형목 할아버진
아직도 단칸방에서 살을 맞대어 잠들고 함께 눈을 뜬다.
방 한구석의 책상에 나란히 앉아
영월 풍경을 보며 식사를 하는 노부부는
때론 신혼처럼, 때론 오래된 친구처럼 하루를 보낸다.
#. 할머니의 보물, 오남매의 배냇저고리
수해 때문에 급하게 집을 떠나면서도
가장 먼저 할머니가 챙긴 보물 1호는
바로 오남매가 차례로 입었던 ‘배냇저고리’.
배냇저고리가 상하면 혹시 자식들이 잘못될까
할머니가 육십 여년을 고이 간직한 소중한 옷이다.
낡디낡은 배냇저고리의 크기는 그대로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 자식들은 하나둘 엄마의 품을 떠나
머리가 희끗한 부모가 되었다.
가난한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착하고 심성 고운 부부의 성품을
꼭 빼닮은 오남매의 효심은 마을에서도 유명하다.
셋째 아들 덕기(55) 씨는 결혼을 앞둔
딸과 예비 사위까지 줄줄이 달아 고향 집을 방문하고...
할아버지 생신을 맞아 영월에 내려온 자식들로 인해
부부의 영월 집은 활기를 띈다.
장사하는 넷째 딸 진숙(51) 씨에게 혹시
피해를 줄까하는 걱정에 15년 만에 찾아간 딸집...
거동이 가능할 때, 죽기 전에 한번 다녀와야겠단 생각에
25년 전 딸이 사준 바지를 챙겨 입고
할머니는 홀로 먼 길을 떠난다.
#. ‘천 년의 집’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과거 약주를 즐기며 당뇨로 고생했던
할아버지만 생각하면 할머닌 아직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당이 조금이라도 높아질 새면
먼저 세상을 떠날까 걱정을 놓지 못하는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대신해 일을 나서면서도
할아버지를 너무나 사랑해 일을 시키지 않는 것이란다.
입버릇처럼 한날한시에
세상을 뜨자고 말하는 노부부 가묘의 이름은
‘천 년의 집’
가난 탓에 고단한 삶이었지만
서로가 있었음에 행복했다는 노부부는
천 년의 집에서 함께 눈을 감고
다음 생엔 좋은 옷 입고 좋은 세월을 만나
조금 편안하게 살자고 약속한다.
<1부 줄거리>
강원도 영월에 사는 영순 할머니와 형목 할아버지는 지독한 가난을 이겨내며 62년 동안 오남매 부모로 살아왔다. 행여 자식이 잘못되진 않을까, 60년 동안 간직해 온 배냇저고리가 사라져 영순 할머니는 속상하다. 결혼식을 앞둔 손녀딸과 예비 손주 사위를 만나며 배냇저고리에 대한 아쉬움을 잊어가던 중... 영순 할머니가 다급한 목소리로 형목 할아버지를 부른다!
<2부 줄거리>
부부의 연을 맺은 지 올해로 62년째인 이영순 할머니와 김형목 할아버지. 영순 할머닌- 잃어버린 줄 알았던 배냇저고리를 찾아 뛸 듯이 기쁘다. 며칠 후, 오일장에 나간 영순 할머니는 모여드는 손님들로 정신없고 휴대전화를 놓고 온 걸 뒤늦게 알아차린다. 버스를 타러 뛰어가 보지만 눈앞에서 놓치고 만다!
<3부 줄거리>
핸드폰도 두고 장사를 나온 영순 할머니는 버스까지 놓치고, 아내와 연락이 안 돼 노심초사하던 형목 할아버지는 둘째 아들과 연락해 아내를 찾아 나선다. 며칠 후, 15년 만에 대전에 사는 딸한테 간 영순 할머니. 딸 진숙 씬 모처럼 온 친정엄마에게 신발을 사 드리고 싶은데. 영순 할머닌 싫다며 나가 버린다!
<4부 줄거리>
대전에 사는 딸한테 15년 만에 간 영순 할머니. 친정엄마께 옷 한 벌 사드리고 싶은 딸과 한창 실랑이를 벌인다. 얼마 후, 형목 할아버지 생일을 맞아 자식들이 고향집으로 내려오지만- 막내아들이 아프다는 소식에 얼굴이 어두워지는 영순 할머니가 생일파티를 앞두고 자리를 뜬다!
<5부 줄거리>
형목 할아버지의 생일을 맞아 고향집으로 내려 온 자식들. 조용하던 시골 마을이 자식들 웃음소리로 왁자지껄하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은 새로 추억할 가족사진을 남기고.. 며칠 후, 산에 오르는 부부. 10년 전 가묘를 해두면 부모님이 오래 산다고 해 자식들이 힘을 합쳐 만든 곳이다. 자식을 향한 올곧은 마음으로 한 길을 걸어온 이영순 할머니와 김형목 할아버지. 부부의 남은 시간이 자식들의 바람처럼 느릿하고 천천하게 흘러가길 바란다.
연출 : 조창근, 김나연
글 : 홍은영
촬영 : 임준현
조연출 : 백소혜
취재작가 : 유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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