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의 해킹 사건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다.
그런데 무슨 사건만 나면 밝혀지는 결과란 언제나 무지근하다.
이 사건도 산뜻한 결론이 날 것 같지가 않다.
가을날 아침 공기처럼 산뜻하지 않다.
오늘 아침 경향신문에 누가 쓴 칼럼에서는 국정원에게 국정원이
옳게 되기를 맡겨 둘 수는 없고, 이제 국민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하였다.
이 정도의 글을 쓰거나 이 정도의 발언을 하는 것도 보통의 용기로는
될 일이 아니라 싶다.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거대한 하나의 통제사회인가.
내가 여기 카페에 몇자 글을 남겨두는 이런 일도
누군가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조지오웰의 소설의 주인공을 인유하여
작금의 우리 사회란 "빅 시스터"의 사회라고 하였다.
비밀이 없는 사회.
나의 일거수 일투족이 누군가에 의해 관찰되고 있는 사회.
나의 한 마디 말, 한 마디 기록이 나를 단죄하는 자료로 남아나는 사회란
참으로 기분 나쁜 사회라 할 것이다.
내가 이웃집 여자와 공원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이라도, 그것이 누군가가
보고 있을까봐하는 두려움에서 주저하는 사회가 아니라, 순전히 나 자신의 意志
에 의해 결행되거나 주저되는 사회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두려움 때문에 국가에 대해 충성하고, 두려움 때문에 할 말도 못하고, 두려움 때문에
도덕적이 되는 것이라면 그건 도덕도 아니고 충성도 아니다.
국정원 직원이 남긴 유서에서 내국인에 대해서는 절대 해킹을 하지 않았다고 걍변하였다.
대북한 대외국에 대해서의 해킹은 참으로 떳떳한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그 또한 비밀리에 진행되는 일일 뿐, 어쩔수 없는 현대 국제사회의 추세라고 하더라도,
결코 찬양받을 일도 아니다.
나는 차제에 국정원이 독립하기를 바란다. 그야말로 중립적인 자세로 정권안보가 아니라
국가나 국익을 위해 일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아무리 좋은 조직에서 생산한
기막힌 정보가 있다 해도 그게 야당을 탄압하거나 그 정부의 앤티 인물을 타도하는 데
사용한다면 그건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