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장,
뒤이어 보라도 뛰어 온다.
“엄마!”
보영이는 엄마의 품속에 안긴다.
“엉엉 엉! 엄마 미워! 왜 지금 와? 엉엉 엉~”
“미안하다, 정말 엄마가 미안하다. 우리 보영이가 엄마를 많이 기다렸구나!”
보라 역시 엄마 품 안에 안기면서 울음을 터트린다.
“엄마, 엄마, 엉엉………..”
“보라야, 보영아! 엄마도 우리 보라와 보영이가 보고 싶어서 많이 울었단다. 미안해, 미안해! 다시는 엄마가 다시는 너희들을 떼어 놓지 않을게!”
“엄마! 엄마, 엄마, 다시는 우리 두고 가지 마!”
“자, 이제 그만들 들어가자.”
변자영의 눈에도 영미의 눈에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 할 수가 없다.
“엄마!”
윤주는 다시 엄마 품속에 안긴다.
“오냐! 얼마나 고생이 심했니? 내 딸이 얼마나 극심한 고생을 하고 살아왔니?”
변자영은 윤주의 얼굴을 두 손으로 쓰다듬는다.
“엄마, 죄송해요. 정말 너무 미안해요.”
“됐다. 이렇게 무사하게 돌아왔으니 고맙다. 어서들 들어가자.”
변자영은 윤주의 손을 잡고 윤주는 보영이를 안고 영미는 보성이를 안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어머니! 그 동안 마음 고생이 많으셨지요?”
영미는 변자영에게 인사 드린다.
“이런? 내가 내 자식만 눈에 보이고 너를 보지 못했구나! 네가 그 동안 윤주 때문에 얼마나 마음 아파하고 많은 도움을 주었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했다. 영미야! 네가 우리 윤주를 살렸구나!”
“아닙니다. 저는 마음뿐이었지 해 준 것이 없습니다. 윤주가 아이들을 생각해서 악착스럽게 견디어 준 것입니다.”
“고맙다. 네 힘이 크다는 것을 잘 안다. 아이고, 우리 보성이가 정말 많이 컸구나!”
누나들을 보고 좋아하는 보성이를 들어 안는다.
“어디 보자! 그 험한 고생을 하면서도 우리 보성이가 몰라보게 많이 자랐구나! 고맙고 장한 일이다.”
그들은 서로 손을 잡아보고 기쁨을 나누고 있는 사이에 영미는 다시 나가 차를 제 자리에 주차 시키고 나서 가지고 온 물건들을 꺼낸다.
영미 자신이 준비한 과일들과 나미자가 준비해 준 찹쌀 떡과 술과 고기를 꺼내어 들고 안으로 들어온다.
“세상에, 언제 나가서 혼자 들고 오니?”
윤주가 얼른 일어나 받아 든다.
“뭘 이렇게 많이 준비를 했어? 이곳이 어디 남의 집이냐? 돈을 이렇게 쓸 여유가 어디 있어?”
변자영은 윤주를 나무란다.
“엄마! 제가 준비한 것이 아니고 영미하고 함께 살고 있는 언니가 해 주신 거예요. 참으로 좋은 분이고 그 언니 때문에 아이들도 이렇게 빨리 데리고 갈 수도 있습니다.”
윤주는 나미자에 대해서 말씀을 드린다.
윤주의 말을 들으면서 변자영은 다시 눈물을 흘린다.
세상에 그렇게 좋은 사람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정말 고마운 사람이구나! 내가 시간을 내서 올라가 인사를 해야겠다.”
“네! 언제든지 올라 오세요. 그리고 아이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보셔야지요.”
“오냐! 그러나 다음엘랑은 절대로 이런 것을 사 오지 마라!”
변자영은 물건을 받아 들고 주방으로 간다.
그 사이 밥은 이미 다 되었다.
“어서 밥들을 먹자.”
변자영은 큰 상을 펴고 준비를 한다.
윤주는 얼른 주방으로 들어가 어머니를 돕는다.
“엄마! 뭘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하셨어요? 그저 간단하게 한끼를 먹으면 되는 것을요.”
“네가 그 동안 얼마나 굶주렸을 것인데 어미가 되어 이 정도도 준비를 못하냐? 너를 생각하면 밥을 먹다가도 목에 걸리고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아 눈물이 흐르곤 했다. 어디서 어떤 고생을 하고 있나 끼니는 제대로 먹고 있기나 한가……..”
변자영은 다시 눈물이 흘러 내린다.
“엄마! 죄송합니다. 이제는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오냐! 이 벼락맞아 뒈질 놈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아라.”
윤주는 어머니의 마음을 안다.
갈비 굽는 냄새가 온 집안에 퍼져 나간다.
“어서들 많이 먹어라!”
“어머니도 어서 드세요.”
영미는 고기를 잘라 변자영의 수저에 놓아 드린다.
“난 이렇게 내 새끼들이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 영미야! 너도 어서 많이 먹어라!”
보영은 먹는 것을 잊고 엄마 곁에 붙어 앉아 엄마를 바라본다.
“보영아! 어서 먹자! 우리 보영이 갈비 좋아하잖아?”
그러나 보영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지금은 먹는 것 보다는 엄마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 더 좋은 보영이다.
“엄마! 다시는 안 갈 거지?”
“그럼, 이젠 엄마가 우리 보영이랑 보라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갈 거야!”
“정말? 정말 우리 집으로 가?”
“그래, 그러니까 어서 많이 먹자!”
그제야 보영이는 고기를 입안에 넣는다.
어린 것이 상처가 너무 컸다는 생각을 하며 윤주는 목이 메인다.
다시는 두 번 다시는 자식들에게 조그만 상처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결심을 하고 또 한다.
이 아픔을 빨리 잊어버리게 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사랑하고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한다.
점심을 먹고 윤주와 영미는 주방을 말끔하게 치운다.
그리고 아이들의 짐을 차에 싣는다.
생각보다 아이들의 모습은 너무 보기 좋아서 윤주는 더욱 엄마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한다.
변자영은 준비해 두었던 것들을 가지고 나온다.
“이것들을 가지고 가라!”
“이것이 뭔데요?”
“장사를 하느라 어디 반찬인들 제대로 해 먹을 수 있겠니? 김치하고 밑반찬 이것 저것을 준비했다.”
“엄마!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로 시장이고 늘 음식을 하고 있으니 잘 먹으면서 살고 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어디 제대로 된 음식을 해 먹을 시간들이나 있겠어? 엄마가 가끔씩 김치를 해서 가지고 가겠다.”
윤주는 엄마를 끌어 안는다.
“엄마! 고맙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다시는 두 번 다시는 이런 못난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이것은 네 아버지가 너에게 전하라는 것이다.”
변자영은 봉투를 건네준다.
“뭔데요?”
“나도 모르겠다. 열어 보지 않았으니 알 수가 있니? 허지만 그것이 아버지의 사랑이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네! 아버지의 마음을 받아 드리겠습니다. 곱게 간직하며 반드시 효도를 해 드릴 날이 있을 것입니다.”
“어여들 가거라! 가는 길이 많이 복잡해지기 전에 가거라!”
보라와 보영이와 보성이는 차의 뒷좌석에 올라 탄다.
“보라야, 보영아!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지 않고 차에 탔니?”
엄마의 말에 두 아이는 다시 내려서 고개를 깊숙하게 숙이며 인사를 한다.
“할머니! 그 동안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보라의 똑 부러진 인사다.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보영이 역시 인사를 한다.
“오냐! 잘들 가서 엄마 말 잘 듣고 살아라!”
“네!”
“네!”
“어서들 올라 타거라! 내가 일간 올라 가마!”
“엄마! 첫째와 셋째 월요일에 오시면 더욱 좋지요. 그때가 쉬는 날이거든요.”
“알았다! 어서들 가 봐라!”
“어머니, 이젠 안심을 하셔도 됩니다. 마음을 푹 놓으시고 편안히 계십시오.”
“고맙다. 이렇게 네가 와서 모두를 편안하게 데리고 가니 내 마음도 안심이 되는구나! 언젠가는 윤주가 이 신세를 반드시 갚으면서 살아갈 날이 있을 것이다.”
“네, 어머니! 이젠 아무런 근심도 걱정도 하지 마세요.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영미는 인사를 드리고 운전석에 올라탄다.
“엄마!”
윤주는 다시 엄마를 가볍게 끌어 안는다.
“가라! 이제 나도 네 걱정을 하지 않고 살아가겠다.”
“네! 그리고 건강하셔야 합니다.”
“너도 건강해야만 아이들을 키울 수 있으니 각별하게 건강에 조심해라!”
윤주가 타고 나서야 차는 출발을 한다.
아이들은 할머니를 향해서 손을 흔든다.
변자영 역시 아이들을 향해서 손을 흔들며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본다.
차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아도 변자영은 자리를 뜨지 못한다.
얼마나 고생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 자꾸만 가슴이 아파온다.
여자 혼자 몸으로 가진 것 하나도 없이 아이들 셋을 키우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임을 잘 알고 있는 변자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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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