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들의 중요한 서식지인 삼림과 습지의 파괴, 환경 호르몬과 같은 오염 물질의 범람, 오존층 파괴 및 기후 변화와 같은 다양한 요인의 영향으로 인해 지구상의 많은 생물이 멸종되어가고 있다. 현재 생물들이 멸종하는 속도는 생태계에 큰 환경적·생물학적 혼란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자연적으로 종이 사라지는 배경 멸종 속도에 비해 1,000배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지구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다. 이에 덧붙어 앞으로 2050 년까지 17-37%의 종이 멸종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곤충 중에서도 날벌레들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28년간(1989-2016) 날벌레의 76%가 사라졌다고 보고되었으며, 영국에서는 2년(2012-2013) 사이에 꿀벌의 35%가 감소하였고, 미국에서는 2년간(2014-2015) 42%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수입한 꿀벌을 농작물 개화 시기에 맞추어 싣고 다니면서 농사를 짓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가 4년 안에 멸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꿀벌이 식량 생산의 약 80%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곤충들이 사라지는 주요 원인으로 농약이 지목되고 있다.
또한 바다 생물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70%에 달하는 바다 생물종의 개체수가 90% 이상 줄었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2050년에는 모든 바다 생물의 수가 90% 이상 줄어들 것이다.
바다 생태계 파괴의 중요한 원인으로는 기후 변화, 연안습지의 파괴, 오염, 남획 등이 언급된다. 이는 ”둘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바다의 삼분의 일이 피가 되고 바다 가운데 생명을 가진 피조물들의 삼분의 일이 죽고...“(계 8:8-9) 라고 하는 성경 구절을 연상시킨다.(30-31)
인류가 현재와 같은 생활 방식을 유지한다면 머지않아 지구의 자원이 고갈되고 말 것이다. 현재 77억에 달하는 세계 인구는 21세기 말에 100억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의 경제 규모는 지난 100년 동안 50배로 커졌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반세기 만에 지구 경제 규모는 15배 성장했고, 이 과정에서 화석 연료의 사용은 25배, 공업 생산량은 40배나 늘었다. 그러나 지구상에는 이처럼 무한정 커지는 경제를 뒷받침할 만한 에너지와 자원이 없다. 현재 우리는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와 광물자원, 삼림, 흙, 바다 등을 이용하여 생산물을 산출하고 있는데, 이런 자원은 언젠가 고갈되고 말 것이다. 끝없이 계속 공급될 것이라고 여긴 물과 흙과 깨끗한 공기가 무한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고서야 비로소 우리는 자원의 한계를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또한 지구는 지속되는 환경 파괴 행위를 무한정 감당할 수 없다.
현재 사용 속도를 고려하면 석유는 2050년대에 석탄은 2100년대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어떤 사람들은 탐색 기술이 발달하면 석유를 더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석유 1L를 캐는 데 석유 1L가 필요한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면 그 석유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세계 모든 나라가 미국을 이상적인 국가로 여기고 미국인처럼 살고자 노력해왔다. 그런데 현재 한 명의 미국인은 자기 몸무게의 1,000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평생 자기 몸무게의 수천 배에 달하는 자원을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 지구는 이런 생활방식을 감당할 수 없다. 글로벌 생태 발자국 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에 의하면 인류의 활동은 1970년 이후 지구의 용량을 초과하기 시작했으며, 2020년 현재 지구 용량의 1.6배를 소모하고 있다. 또한 평균적인 한국인의 생활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3.5개의 지구가 필요하다. 이를 종합해보면 지구 생태계가 파괴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인류가 지구의 용량을 초과하여 자원을 소모하고 있기 때문이다.(34-35)
기독교 환경 운동 연대의 어떤 목사님은 평소 화장실에서 두루마리 휴지를 세 칸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교수는 지금까지 샴푸를 한 번도 쓰지 않고 비누로만 머리를 감았다고 한다. 어떤 주부는 일주일 동안 가장 작은 쓰레기봉투 하나만 배출한다고 한다.
어떤 음식점 주인은 폐식용유를 모아 가성소다 0.152kg : 물 0.28L: 폐식용유 1L 의 비율로 비누를 만들어 쓴다고 한다. 어떤 단체에서는 생명 밥상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운동은 건강한 먹거리로 생명을 밥상을 차려 공손히 먹은 뒤 음식을 남기지 않음으로써 내 몸과 마음과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살리는 운동이다. 우리도 이런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환경 청지기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서약
우리는 새 하늘과 새 땅을 완성해야 할 사명을 부여받은 청지기들로서 이 사명을 다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결단해야 한다.
첫째, 우리는 인간의 생명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 관심을 두고 존중하는 가치관을 지닌다.
둘째, 검소하고 나눠 쓰는 생활 방식을 귀한 믿음의 덕목으로 여기고 이를 널리 확장해나가는 운동을 펼친다.
셋째, 일회용식 편의주의적 삶의 문화에서 벗어나 장기적 안목으로 환경을 재창조하고 보전하는 일에 투자한다.
넷째, 오염된 물과 공기와 땅을 회복시키는 생활 지침을 정해 신앙 실천으로 지킨다.
다섯째, 하나님의 창조세계가 아름답게 회복되어 온 생명이 기쁜 날(희년)을 맞이한다는 말을 간직하고 환경 보전 운동에 참여한다.
11. 결단의 기도
창조주 하나님, 생명의 푸르름이 더해가는 계절에 아름다운 이 세계를 창조하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주님이 만드신 뭇 생명들이 한데 어우러져 한껏 뽐내며 꽃을 피우는 가운데 나무에선 연두색 잎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 생명들이 숨을 유지하고 자랄 수 있도록 각각에 맞는 적절한 먹거리를 허락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생명의 떡이 되신 주님, 우리는 하나님께서 은혜로 주시는 음식을 소홀히 대할 때가 많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밥이 상에 올라올 수 있도록 수고한 손길들을 기억하고 특별히 농부의 수고와 곡물이 자라도록 터를 내어준 땅과 성장에 꼭 필요한 햇빛, 비, 바람, 공기를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게 하옵소서. 슬프게도 습관처럼 남긴 음식이 쓰레기가 되어 환경을 해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웃의 밥을 버리는 꼴입니다. 지구 곳곳에, 그리고 우리와 국경을 맞댄 바로 위 북쪽 땅에는 먹을 밥이 없어 굶어 죽어가고 있는 사람이 허다합니다. 그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음식을 쓰레기로 버리는 것은 나눠 먹어야 할 이웃의 밥을 빼앗는 것과 같음을 깨닫게 하여주옵소서. 주님, 우리가 음식을 대할 때 하나님의 은혜와 우리 이웃의 아픔을 기억하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음식을 남기지 않게 차리고 여분의 음식을 기아에 허덕이는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그리할 때 우리의 삶이 더 풍성해짐을 깨닫게 하옵소서. 생명의 은총으로 우리의 삶을 이끄시고 하나님 나라로 초대해주심을 감사드리며 하나님 나라를 위해 더욱 힘쓰는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옵소서.
창조주 하나님, 하나님의 사랑이 하늘에 두루 미치며 주의 신실하심이 끝이 없으니 세세에 영광을 받으시옵소서. 하나님은 이전 세대들과 피조물들에게 주신 언약을 지키시는 분이시며, 그들을 위해 독생자를 보내기까지 하신 분입니다. 우리가 그 위대하신 사랑을 깨달아 알게 하시옵고 우리의 눈을 밝히사 이 세상 만물을 향한 오묘하신 사랑의 은총을 알게 하옵소서. 우리는 이 세상이 하나님께 속해 있음을 확신하고, 창조세계가 하나님의 선물이며 생명의 약속임을 믿습니다. 주여, 이제는 하나님이 아름답게 만드신 창조세계를 보전하는 일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지상 명령임을 고백합니다. 또한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고통 받는 이웃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랑을 나누지 않는다면 자연을 보호할 수 없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므로 주여, 우리가 고통 받는 이웃과 피조물들을 사랑하게 하시고, 이 땅에 있는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세력을 거부하며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475-478)
출처
기후 위기 시대의 도전과 교회의 응답
고재백 김오성 김신영 김정욱 외, 새물결플러스,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