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많이 변했어!
오랜만에 찾아 본 중학교 동창이 말을 건넵니다.
지척에 거리를 두고 십 여년 수원땅에 살았음데도
이게 몇 년만인지요. 그야말로
첫 허물을 벗으며 퍽이나 수줍어 하던
우린 애벌레 친구였으니 말입니다.
반가움에 대한 친구의 첫 마디에는
외모의 변함을 안타까워 하고 있음이 느껴지더군요.
그러나 그 말에는 안타까움만이 아닌
서로 찾아 볼 겨를 없이 지내온 시간에 대한 아쉬움까지 담겨 있었겠지요.
얼마 전
라디오 수원방송에서 칠보산 등산로 시설공사에 대한
안내방송이 나오더군요. 그게 어디였더라,
그땐 아마도 숙지산이나 여기산 어디쯤을 말함인가 하고 지나쳤었지요.
잊고 있었는가 싶었는데 단풍도 다 지고 바람도 차가워 지면서
근교의 산행이 불현듯 하고 싶어 지더군요.
지도책을 펼쳐 보니 단번에 찾아 갈수도 있을 듯 하여 시도를 하였으나
몇 차례 제자리 맴돌이를 한 후에야
입구가 서서히 커져 보이더군요.
인근에 사시는 분이야 다들 아시겠지만
간략하게 지리적 설명을 하여 봅니다.
칠보산의 행정구역은
수원시 호매실동과 금곡동 일부 그리고, 화성시 매송면에 걸쳐 있습니다.
방송대 입구 삼거리에서 매송면 방면 오른쪽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정상부분 일부암석이 노출된 야트막한 산이 바로 칠보산입니다.
산행은 용화사 또는 기도원부터 시작하여 정상을 지나 어천 저수지 방면의
사사리 천주교 공동묘지까지 종주코스로 되어 있습니다.
용화사에서 정상을 밟고 다시 하산길을 택하면 1시간 이내로 가능하며
기도원에서 공동묘지까지 종주는 2시간이 소요됩니다.
출발지인 용화사 입구는
수원에서 올 경우 농촌 진흥청을 거쳐 탑동사거리를 지나오면 되며
외지에서 올 경우 과천/ 봉담간 국도에서 호매실동,금곡동 팻말을 따라
LG빌리지 방면으로 들어 오면 자그마한 용화사 입간판이 보입니다.
LG빌리지에서 수원 농생대 연습림을 거쳐 차 한대 지나칠 수 있는 소로를
따라 에듀랜드를 지나면 용화사 주차장이 나타납니다.
흙길을 밟은 지 15분이 지나니 용화사 정상에 팔각정이 홀로 우뚝 서 있습니다.
산 아래를 굽어 내려 보니 어디 임금님이 행차하셨나
숙지산, 여기산, 팔달산이 차례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형상에
그 옆으로 마치 호위하고 있는 듯 백운산, 광교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왼쪽으로 몸을 트니 청계산과 수리산이 스모그층 사이로 희미하게 비치고
뒤로 돌아드니 어천 저수지와 그 위로 한창 공사중인 경부고속철도 교각이 보입니다.
다시 15분 남짓 걸었던가 칠보산 유래가 쓰여 있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 곳이 바로 칠보산 정상이더군요. 하지만 주변이 나무로 뒤덮여 있어 풍광은
용화사 정상에 미치지 못하답니다.
여기 칠보산의 유래를 아래 옮겨 봅니다.
[칠보산은 원래 화성군 매송면에 속해있는 산이었으나,
1987년 1월 1일에 수원시로 편입되었다.(일부)
수원시의 서쪽에 있는 산으로
수원시와 화성군의 경계지점을 이루고 있으며
옛부터 8개의 보물(산삼, 맷돌, 잣나무, 황계수닭, 범절, 장사, 금, 금닭)이
숨겨져 있다는 전설이 전해오는데, 어느때인가 한 개의 보물인 금닭을 누가 가져가
칠보산이란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칠보산 정상을 지나 잠종장 정상, 개심사 정상을 거쳐 하산길로 접어 들었지요.
차량이 용화사에 있기에 넘어갔다가 되돌아 오기는 무리일 듯하여
가진바위, 칠보사, 천주교 공동묘지의 종주코스는 포기하기로 합니다.
등산하는 이의 대부분이 근교 아파트에서 오오삼삼 산책나온 이들입니다.
그야말로 산보의 수준이라 힘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무난한 코스로 여겨집니다.
등산로 곁의 나무에다가 이름표와 함께 특징되는 설명을 잘 달아두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산행도 괜찮으리라 여겨집니다.
세잎 소나무인 리기다 소나무의 잎을 따서 세어보며 씹어봅니다.
청량음료가 어디 따로 있겠습니까! 산행시 갈증해갈에 탁월한 효과가 있더군요.
단풍잎을 태웠더니 노란재가 남아서 노린재 나무라고 칭하였다는 설명에는
낙엽이라도 태워 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모두 아시겠지만 절대 산불조심입니다.
나뭇잎들이 바스락거리며 잘게 부서질 정도로 마른터라
담배불의 불티도 위험하답니다. 작살모양의 가지를 지닌 작살나무와
물오리나무, 상수리나무의 열매를 주워 손에 돌돌 굴려 봅니다.
마주오는 이들을 위해 굽어진 길 한 켠으로 비켜 섰지요.
한무리 어여쁘신 아줌마들이 지나가고 나니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왜냐고요. 당연히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치장에 쏟은 정성 탓일까
코끝이 맹맹합니다. 고개 하나를 넘어가서야 냄새가 가셨답니다.
또, 저만치 앞에 부부로 보이는 이들이 한손에 비닐을 한손에 집게를 들고
지나갑니다. 이곳 칠보산 터줏대감들인가 봅니다. 진정코 지킴이의 자격이
있으신 분들로 여겨집니다. 바람에 날린 건전지 포장비닐을 저분들이
줍게 되지 않을까 적잖이 미안함을 느끼며 뒷모습을 돌아 봅니다.
하산길의 개심사에 다다랐을 때 '기도중 조용히'라는 팻말이 있더군요.
그런데 왠 절에 그리 개새끼들은 몇 마리씩이나 키우는지 씨끄러워서
얼른 절을 벋어 났습니다.(절대 욕 아님!)
LG빌리지 단지를 돌아 나오다 보니 상촌초등학교를 지나 청석골 약수터가
눈에 띕니다. 물 한컵을 들이켜 보지만 뭐 별다른 것 있겠습니까.
돌아 나오는데 철망에 걸려 있는 유화 스무점 가량 그림들에 눈길이 갑니다.
그림 수준은 초등학생 같기도 하고 글씨나 철자법은 유치원생 같기도 한
그 그림들은 통일, 자연보호, 어른 공경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유치하다 싶어 쳐다보았다가
LG빌리지 노인회 증정의 글씨를 보고서야
어르신네들이 손수 그리신 작품임을 뒤늦게야 알았지요.
양철판에 물감을 꾹꾹 찍어 당신네들 하고 픈
말씀을 그렇게 담아 내었더군요. 일생일대의 유작이 될 수도 있는
그 작품들을 다시금 되읽어 보며 돌아 나옵니다.
다시 걸어서 20여분 지나 용화사 주차장에 닿았습니다.
속이 출출한 지라 인근의 식당을 살폈지요.
추천식당은 '열구자'입니다.
무엇을 열구 자라는 것인지는 몰라도
된장찌게를 주문하고 보았지요. 이름이야 둘째치고 맛만 좋으면 되지 않겠어요.
반찬이 8가지(된장 고추장조림, 된장 시래기 무침, 콩비지 부침, 두부지짐,
미역무침, 총각김치, 배추김치, 또 하나가 뭐더라 생각 안남)에
구수한 된장찌게가 입맛을 돌게 하더군요.
누가 그랬던가 산 아래 음식점들은 모두 맛집이라고
산행한 것이 일조하였겠지만 된장맛이 깔끔하더군요.
음식점 주인과 친분적 관계는 전혀 없으나
오실 일이 계시면 한번 다녀 가세요.
(참고: 신선로는 화로와 냄비가 붙은 형식의 그릇을 이름 지어 신선로라 하였고,
이 그릇에 갖가지 고기와 채소를 예쁘게 꾸며 담고 장국을 끓여 먹는 음식을
열구자라 한다.)
나오는 길에 다시 과천/ 봉담간 국도의 지하도를 지나치다가
이상야릇한걸 발견합니다.
그러니까 그 곳으로 들어오는 입구의 교차로에 팻말이 이러합니다.
'칠보둘레길',
그런데, LG빌리지의 입구에서 보았던 팻말은 'LG빌리지 둘렛길',
상촌초등학교의 앞길에는 '상촌둘렛길'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같은 시청 입간판인데 어느 것은 'ㅅ'받침을 두고
또 어느 것은 'ㅅ'받침을 떼었을까요.
'둘레길'이 맞는지 '둘렛길'이 맞는지는
확신하진 못하지만 '뱃길'과 같이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발음되기에
'둘렛길'로 표현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군요.
기말시험이 끝나면 가볍게 한 시간가량 시간내어서 다녀오세요.
학교에서 자가용으로 7분 거리에 있답니다.
첫댓글외가댁이 칠보 자리매기라 어려서 부터 다녔던 곳입니다. 어려서는 뱀이 얼마나 많은지(한발짝 건너 한마리씩) 큰 맘먹고 올라가야 했던곳이지요. 중학교때는 그곳 사는 여학생과 손잡고 정상까지 갔었는데 지금은 세파에 시달려 많이 변했더군요. 그 금닭을 왜정시대때 없어졌다고 하는데 사실 무근..오리무중 ㅎㅎ
첫댓글 외가댁이 칠보 자리매기라 어려서 부터 다녔던 곳입니다. 어려서는 뱀이 얼마나 많은지(한발짝 건너 한마리씩) 큰 맘먹고 올라가야 했던곳이지요. 중학교때는 그곳 사는 여학생과 손잡고 정상까지 갔었는데 지금은 세파에 시달려 많이 변했더군요. 그 금닭을 왜정시대때 없어졌다고 하는데 사실 무근..오리무중 ㅎㅎ
새벽 4시에 잠이 안와서 들어와보니 바위님께서 계시더니만 칠보산 기행을 올려 놓으셨네요. 셤보는 꿈에 시달리다 잠에서 깨어 지금까지 있는데 왠 눈이 이리도 많이 왔는가요. 어제 저녁부터 오더니만 밤새 왔나 봅니다. 건강하십시요^^*
선배님 만난지 오래 됐습니다. 여전히 산으로 들로 바쁘신 것 같군요. 건강한 모습으로 국문인의 밤에 뵐 수 있기를...
무공님 여름부터 칠보산으로 놀러가자고 했던 말들이 생각나네요..함 가보고 싶어지네요..저도 말로만 들었지 가보진 않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