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 장 少林劫滅 밤(夜)! 욕망과 음모(陰謀)로 더욱 깊어가는 밤이다. 숭산(嵩山). 중원오악(中原五嶽) 중에 하나인 천고의 영산(靈山)----- 소실봉(少室峯). 태실봉(太室峯)과 더불어 숭산 삼십육봉 중 이대별봉(二大別峯)으로 불린다. 소실봉 기슭, 어둠에 묻혀 소실봉 중턱을 내려보는 한 흑영이 있었다. 공포스런 안광(眼光). 츠..... 츠...... 츠......! 그의 주위에는 가공할 마기(魔氣)가 소용돌이쳤다. 문득, 흑영의 입술이 열리며 소름끼치는 살음이 흘러 나왔다. 흐흐흐... 오늘밤으로서 천년 동안 무림의 태두로 군림해온 소림사도 끝이다! 망언(妄言). 아니 광언(狂言)이었다. 대체 그가 누구인데...... 이토록 광망스러운 소리를 지껄인단 말인가? 흐흐..... 땡땡이 돌중 놈들! 너희들은 본 마중일존(魔中一尊)에 의해 해탈하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야 할 것이다! 마중일존(魔中一尊)이란? 그렇다면.......? 크크......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소림을 무너뜨리고 차례로 구대문파를 제압한다. 그리고 흐흐.... 십천만 제가하면 천하는 천존궁(天尊宮)의 수중에 들어오게 된다! 오오......! 천존궁(天尊宮)---- 이는 또 무엇인가? 흑영, 마중일존이 음산한 괴음을 흘릴 때, 돌연, 휘익! 빛살처럼 네 줄기 인영이 그 앞에 날아내렸다. 실로 가공할 경공이었다. 한데, 네 인영--- 절륜한 경공술에 못지않게 그들은 천향국색(天香國色)의 요염한 여인들이었다. 청(靑), 홍(紅), 백(白), 황(黃). 각기 다른 네 가지 옷색깔과 개성이 뚜렷한 경국지색(傾國之色)! 창백한 피부에 얼음조각같은 백의소녀가 그들의 우두머리인 듯, 앞으로 나서며 냉혹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방주! 차녀문의 준비는 끝났어요. 천인마방(千人魔幇)도 준비했겠지요? 그러자, 방주라고 불린 마중일존은 음침한 괴소를 흘렸다. 크크... 물론이오. 백의나찰(白衣羅刹)! 계흭대로 본 천인마방이 소림의 정면을 칠 것이니, 그대들 사대나찰 휘하 차녀문도들은 배후를 쳐서 장경각(藏經閣)과 조사동(祖師洞)을 점령하시오. 좋아요! 한 가지 유감인 것은 문주께서 이번 소림평정을 친정치 못하시는 점이예요. 문주....? 흐흐.... 소교주께서 이까짓 소림을 치시는데 거동하실 필요는 없소. 마중일존의 음침한 얼굴에 한 줄기 괴이한 미소가 번져갔다. 흐흐흐.... 천룡세가가 쓰러진 지금에 와서 본방과 귀문의 힘으로 상대하기 어려운 세력은 중원천하에 없소. 오만한 그의 말에 백의나찰은 차가운 냉소를 터뜨렸다. 흥! 적을 경시하는 것은 큰 화근의 시초예요. 함께 천룡세가를 치던 수라문(修羅門)과 마웅방(魔雄幇)이 천룡세가와 동귀어진한 사실을 잊었나요? 소림의 천년기업에서 나오는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어요! 크흐흐... 소림사의 힘은 천룡세가의 그것의 반도 못미치오. 천룡세가와의 일전으로 천마사패(天魔四覇)가 이패로 변하기는 했으나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오! 마중일존이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백의나찰은 냉기를 사그러뜨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어쨌든 좋아요. 천인마방(千人魔幇)의 공격이 시작된 후 정확히 반각 후에 본문의 정예가 소림의 배후를 치겠어요! 냉랭한 음성을 끝내는 순간, 휘----- 익! 네 소녀의 모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홀로 남은 마중일존은 음탕한 눈길로 그녀들이 있던 곳을 더듬었다. 크크크... 사대나찰! 네년들도 언젠가는 본좌 밑에 깔려 발버둥칠 날이 있을 것이다. 음침하게 중얼거리고는 그의 모습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한데, 오오.....! 천마사패.... 천마사패는 또 무엇인가? 음모! 음모의 밤은 소리없이 깊어갔다. × × × 소림사(少林寺)----- 이 이름을 모르는 무림인이 있겠는가? 아니, 세 살 먹은 어린아이를 붙들고 물어보라. 소림(少林)이 무엇이냐고........! 그럼 아이는 두 눈에 하나가득 경외심을 담은 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대소림사(大少林寺). 그 역사 삼천 년(三千年). 후위(後魏) 효명제(孝明帝) 태화년(太和年)에 양(梁)에서 건너온 탁발승 달마(達磨)! 그가 면벽 구년(九年) 끝에 세수경(洗隨經)과 역근경(易筋經)을 남김으로서 소림무학 (少林武學)의 찬란한 역사는 시작되었다. 그 이후---- 이천 년 동안 소림은 중원무학의 본류(本流)로 군림해 왔으며, 기라성같은 고승(高僧) 선승(禪僧)들을 배출해냈다. 소실봉 중턱의 대사찰(大寺刹)---- 아직도 무림의 태산(泰山)이요, 북두(北斗)였다. 밤은 깊어갔다. 언제부터인가? 소실봉 중턱으로 야조(夜鳥)처럼 날아오르는 흑영들이 있었다. 수천을 헤아리는 엄청난 숫자, 하나같이 절정고수들인 듯 미세한 소음조차 들리지 않았다. 한 순간, 휘리리리....! 백여 장이 넘는 단단한 산문을 소리없이 넘어 들었다. 황지충(黃地沖), 그는 다섯 살 때 출가한 소년이었다. 아직 법명조차 없는 동자승(童子僧). 그는 지금 생리적인 욕구를 느끼고 뒷간에 가는 중이었다. 한데, 그는 괴이한 느낌이 들어 전면을 살폈다. .......! 순간 그의 눈에 시커먼 괴영의 모습이 비치는 것이 아닌가? 헉! 시주들께서 야밤에 본사를.... 크악! 그것으로 끝이었다. 처절한 비명성은 그가 이승에서 마지막 발한 음성이었다. 승복과 함께 흔적도 없이 짓이겨진 그의 육신! 하나, 그것은 곧이어 닥칠 대혈풍(大血風)의 서곡에 불과했으니.... 크하하.. 쳐랏! 소림의 땡중들을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추살하랏!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대갈과 함께, 쇄---- 애----- 액----! 콰콰콰---- 쾅-----! 와---- 아-----! 와------ 죽여랏-----! 한꺼번에 일만 근의 폭약이 터지듯 엄청난 함성이 일었다. 슈슈슉----! 꽈르릉----- 쾅-----! 으---- 악! 크아악! 산문을 지키던 초승(哨僧)들..... 허겁지겁 승방(僧房)을 뛰쳐나오던 승려들.... 그들은 무자비한 살수에 처절한 혈육덩이로 나동그라졌다. 불시에 밀어닥친 흑의인들의 기습에 그들은 미쳐 정신을 차릴 여유가 없었다. 크악! 으---- 헉! 목이 달아나고... 사지가 잘려지고..... 불문의 성지인 소림사는 때아닌 도살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죽여랏! 콰----- 콰------ 콰----- 쾅----! 흑의인들의 기세는 엄청난 해일을 방불케했다. 검(劍)이 날고, 도(刀)가 춤추고.... 편(鞭), 창(槍), 필(筆), 부(斧), 권(圈) 등등....... 무수한 병장기가 승려들의 육신을 짓이겼다. 아아악----! 이때, 돌연 우렁찬 불호성이 지객당(知客堂)에서 터져 나왔다. 아미타불---- 소림의 제자들이여! 대오를 정비해 악도들을 막아랏---! 지객당주 혜정(慧定). 그는 노갈을 터뜨리며 혈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콰--- 콰---- 콰--- 쾅! 소림 칠십이절예(七十二絶藝) 중 그가 연성한 천불군무(千佛群舞)는 가공할 강기신공이었다. 아미타불---- 살계(殺戒)를 두려워 말라! 그는 좌충우돌하며 극강한 강기를 마구 떨쳤다. 하나, 흑의인들의 수효는 너무도 엄청났다.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덮쳐드는 흑의인들의 공세에 그는 치를 떨었다. 더군다나, 이미 지옥의 아수라장(阿修羅場)으로 변한 혈전장에서 그의 외침이 다른 승려들에게 들릴 리 만무했다. 한 순간, 크핫핫핫! 돌중아! 네놈은 노부가 상대해 주마! 회의인 하나가 대갈을 내지르며 시커먼 기류를 발출했다. 우르릉---- 쾅----! 혜정의 등판에 정통으로 격중되었다. 우--- 욱! 그의 입에서 피보라가 뿜어졌다. 지치기도 했으려니와 회포인의 무공은 다른 흑의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강한 것이었다. 아미타불.. 불존(佛尊)이시여.... 자비를...... 처절하게 중얼거리며 그의 육신은 한줌 혈수(血水)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그가 죽자, 회포인은 득의의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핫! 방도들이여---- 죽여랏!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주살하랏! 콰르르릉---- 콰--- 쾅---! 와--- 아----! 민대머리를 부셔버려라----! 흑의인들은 마치 피에 굶주린 이리떼처럼 참혹한 살수를 뿌렸다. 피(血)! 피(血)! 피(血)! 솟구치는 피보라! 시산혈해(屍山血海)! 피아를 구분할 수 없이 죽어자빠진 혈육들이 야산을 이루며 쌓여갔다. 얼마동안 대혈투(大血鬪)가 계속되었을까? 어느덧 소림 전원(前圓)의 절반이 흑의인들의 마수에 점령되었다. 백여 개의 무수한 전각들이 무너지고.. 지객당, 장내원(丈內院)이 불타고... 공양당(供養堂)은 쌀이 아닌 시체로 가득찼다. 이때, 음사한 자안(紫眼)으로 쓸어보던 마중일존은 득의의 광소를 터뜨렸다. 크흐흐... 소림이라고 별 것이냐? 천하는 천존궁의 발아래 무릎을 꿇을 것이다! 한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아--- 미---- 타---- 불-----! 돌연 수천 개의 거종(巨鍾)이 한꺼번에 울리는 듯한 엄청난 불호성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그와 동시에, 휘리릭-----! 수십 줄기 인영이 전원으로 날아 내렸다. 은은한 서기(瑞氣)가 감도는 홍안의 노승들, 일견(一見)에도 그들은 수십 년 참선을 거친 고승(高僧)들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맨앞에 서서 나직이 불호성을 되뇌이는 히포노승과 삼인의 백염고승은 감히 범접키 어려운 기도를 발산했다. 너무도 끔찍한 장내의 광경에 그들의 안색은 납덩이처럼 굳어 있었다. 일순, 아미타불---- 멈추시오---- 홍포노인은 우렁차게 소리쳤다. 사자후(獅子吼)! 가공할 불문의 범창(梵唱)은 주위의 무수한 전각들을 들썩이게 했다. 순간, 그 소리에 고막이 찢겨지고 기혈이 뒤틀리는 고통을 느끼며 대혈투는 일시에 뚝 가라앉았다. 주춤주춤 양쪽으로 갈라서는 승려들과 흑의인들, 그들 사이에는 오직 처참한 시신들만이 엄청나게 쌓여 있었다. 너무도 끔찍한 참상이었다. 문득, 묵묵히 장내를 쓸어보던 회포노승의 홍안에 은은한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 아미타불! 시주들은 뉘신데 함부러 본 사에 난입하여 살상을 벌이는 것이요? 득도한 고승답게, 그가 분노를 억누르며 무거운 어조로 묻자, 흑영들 사이에서 마중일존이 느릿하게 걸어나왔다. 그의 입가에는 사악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흐흐.... 나이만 처먹은 늙은 땡중아! 그대가 법혜라는 천하의 돌중인가? 조롱섞인 오만한 음성, 순간, 회포노승의 뒤에 시립해있던 세 노승 중 하나가 노갈을 터뜨렸다. 네 이놈! 감히 뉘 안전이라고 함부로 주둥아리를 놀리느냐? 그의 분노성은 장내를 쩌렁쩌렁 울렸다. 그가 눈을 부릅뜨며 뛰어나오려 하자, 아미타불, 사숙께서는 고정하십시오. 제자 법혜가 저 시주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하며 그의 앞을 막는 회포노승, 그가 누구인가? 법혜선사(法慧禪師)-- 당금 소림의 장문인, 무공보다는 심오한 불력(佛力)으로 더 유명한 천하인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고승이었다. 이때, 세 명의 백염노승들을 주시하던 마중일존은 내심 크게 놀랐다. (소림장문인이 사숙이라 부르다니.. 그렇다면 항마천불과 동배의 인물이 아닌가? 으음..... 소림삼불(少林三佛)이 아직까지 살아 있었다니.... ) 소림삼불(少林三佛)--- 소림사 내에서 뿐아니라 전 무림을 통틀어 가장 배분이 높은 세 고승을 일컫는 말이다. 현인(玄仁), 현영(玄英), 현뢰(玄雷), 그들은 배분이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무공 또한 소림의 최강고수들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미 수십 년 전에 강호와 인연을 끊어 죽었다고 소문이 났었으며, 마중일존(魔中一尊)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잼 납니다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