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 전에 종료된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회담에서 향후 동북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합의가 나왔습니다.
특히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의 정례화와 조기 경보 체제 정보 공유가 그러한데, 이에 대해 북한은 당연히 반발할 것이고, 현재 동맹관계가 아닌 일본과 긴밀한 군사정보를 교환하는 준 군사동맹 관계가 되는 것에 대해 한국 내부에서도 상당한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이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방어라고 하지만 속내는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반도체지요.
그리고 만에 하나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에 대비해 한미일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핵심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즉,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은 겉으로는 군사동맹 강화지만 그 이면에는 반도체 동맹 강화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도 이런 미국의 속내를 모를 리 없으니 상당히 불편해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나올 지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 중 상당량이 아직 중국으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 말에 열리는 대선 레이스에 이미 뛰어든 바이든은 각종 법안을 통해 미국 내 일자리를 만드는 데 주력해왔는데, 한미일 반도체 공급망 공조를 더 강화하여 그것을 대선 카드의 하나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분명합니다.
미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 정세가 아니라 국내 경제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입장에서도 얻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현대, 삼성, SK, 그밖에 자동차, 반도체, 이차전지 부품업체들이 앞다투어 미국 내에 공장을 짓고 있는데, 그 말은 곧 국내 투자는 줄어든다는 얘기입니다.
그 일자리를 어디서 채울 것인가 하는 것이 숙제입니다.
바이든이 윤석열과 기시다를 백악관이 아니라 캠프 데이비드로 초대한 데는 그만큼 한국과 일본을 우대한다는 표시를 한 것인데, 그 말은 그만큼 바이든의 재선에 한국과 일본이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라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정상간 만남은 백악관에서의 만남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백악관에서의 만남이 회사의 회의실에서 갖는 만남이라면,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만남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전용 별장에서 갖는 만남과 비슷합니다.
각종 의전에서 벗어나 좀 더 편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라는 얘기.
그래서 캠프 데이비드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 대부분 노타이에 캐주얼 복장이 많습니다.
건물도 소박한 단층 건물 몇 채가 전부이고, 3홀 짜리 골프 연습장이 있는 정도입니다.
산 중턱에 있기 때문에 사냥을 하거나 계곡에서 낚시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회사의 별장이 아니라 회장 개인의 별장으로 초대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아주 친밀한 관계라는 표시입니다.
부시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가 아니라 텍사스에 있는 개인 목장 크로포드에 초대한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미 대통령의 개인 목장에 초대받은 한국 대통령은 없었고, 캠프 데이비드에 초대받은 한국 대통령은 2008년 이명박이 처음이었고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대통령의 개인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를 본격적인 외교 무대로 활용하기 시작한 사람은 카터 대통령인데 1978년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협정을 여기서 마무리지었습니다.
1967년 6일 전쟁 이후 적대 관계에 있던 두 나라의 화해를 통해 이스라엘과 중동 전체의 평화 무드를 조성하려는 카터의 야심찬 시도였고, 그 결과 이집트의 사다트, 이스라엘의 베긴, 그리고 카터는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이 빠진 이 협상에 대해 유엔도 비판했고, 이스라엘과 이집트 내부에서도 반발이 컸습니다.
3년 후 사다트는 이 협정에 반감을 품고 있던 지하드 세력에 의해 암살되고 중동의 평화는 다시 멀어집니다.
이후 캠프 데이비드에서 의미 있는 외교 협상이 이루어진 적은 없습니다.
2000년에 클린턴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화해를 중재하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정상간의 은밀한 협상의 무대로 활용되던 캠프 데이비드는 이후 더 이상 그런 역할을 하지 못했고, 오바마가 G8회담을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함으로써 그저 평범한 정상간 만남의 장소로 퇴색되었습니다.
캠프 데이비드보다 플로리다의 개인 리조트에 더 자주 갔던 트럼프도 G8 회담을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하여 소원해진 G8 국가들과의 사이를 개선해보려고 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화상회의로 대체함으로써 그런 의도는 결실을 맺지 못했습니다.
물론 정상들을 실제로 초대했더라도 트럼프가 미국 독단으로 나가는 자신의 기조를 바꾸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미국 우선주의에 있어서는 바이든도 트럼프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막무가내로 나가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동맹국들을 끌어들여 진영을 짜려고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번에 한일 정상을 백악관이 아니라 캠프 데이비드로 불러 뭔가 업적을 남기고자 한 것은 분명한데 과연 바이든의 의도대로 될 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윤석열도 기시다도 국내에서는 지지율이 거의 바닥이기 때문에 바이든의 제안에 적극 응한 면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지지율이 회복될런지도 두고 봐야 합니다.
한국 입장에서만 보면, 한국처럼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는 여러 나라와 골고루 친하게 지내야 좋고, 적어도 적은 없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을 강요당하는 시기에는 입지가 점점 좁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럴 수록 적어도 적대적인 발언은 삼가고, 상대방이 어쩔 수 없이 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나의 강점을 어필해야 합니다.
멕시코의 예를 들 수 있습니다.
멕시코는 미국에 바로 붙어 있는 데다가 저렴한 인건비로 인해 미국의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기업도 멕시코에 공장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멕시코는 중국의 투자도 상당히 많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멕시코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중국보다 높은 인건비를 감안해도 이익입니다.
한국은 멕시코와 지리적 위치도 다르고 산업적 위치도 다르지만 미국도 중국도 한국을 필요로 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은 자체 개발 능력이 부족하여 한국의 소부장 업체를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미국은 설계 능력은 독점하고 있지만 생산 공장이 거의 없기 때문에 두 나라 모두 한국을 필요로 합니다.
그렇기에 어느 한 나라에 밀착하기보다 탁월한 외교능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국가 차원에서 좀 더 이기적이 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
뭐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 .
첫댓글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이난세를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을.....
탁월한 외교능력이 필요한 지금의 상황이 걱정반, 두려움반입니다~~
주말 잘보내십시오.
저 같은 일개 시민은 그런 능력은 없으니 걱정하며 지켜볼 뿐입니다...
정부는 뭐 같아도 우리 기업은 잘 하지 않을까요? 저도 잘 몰라서 ;;
약소국가인 한국은 등거리 외교로 살 수 밖에 없는데.. 한쪽으로 치우친 외교는 반드시 댓가를 치르게 됩니다.
"도랑을 걷는 소"
김대중대통령식 외교전략.. 소가 도랑을 걸으면서 우측에난 풀 도 뜯고
좌측 도랑에 난 풀도 먹으면서 걸어야 한다는 쉬운 풀이가 있었는데...
일반인인 우리도 알아듣기 쉬운 걸...
현 국가지도자는 알기나 할까? 걱정만...
걱정하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켜보는 것 말고 다른 걸 할 수 없어 답답하네요
만일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우리나라는 주기만 하고 받는 것은 없는 형국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 이미 짓고 있는 공장은 그대로 지어야 하고, 보조금은 대폭 깎이는 상황.
미국에서도 기소 중인 트럼프가 당선되면 어떻게 되느냐에 대해 논란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 대한 선례가 없고 그에 대한 판례도 없기 때문에 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일단 헌법상으로는 옥중 출마도 가능하기 때문에 출마 자체는 막을 수 없고, 트럼프가 당선되면 기소 중지가 될 거라는 의견이 대세입니다.
무엇보다 현재 대법원에 트럼프가 임명한 판사들이 대세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대법원에 간다 해도 트럼프에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또다시 골치아픈 계산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일본이 전범국인건 이제 중요치 않은 모양이네요
그렇잖아도 호시탐탐 대한민국 영토를 노리고 있는데
훈련이라며 당당하게 전범기 달고 들어오나요?
하기는 일본이 여태 눈치 본 적도 없었죠.. 하고 싶은데로 했으니
요즘은 ...이민생각이 간절합니다 벌써 한미일공조 기사뜨는것 봐서는 답답함을 넘어섯어요. ..
대부분 동감입니다.
외교는 '주고받기' 가 기본인데,
요사이는 주기만 하고 받는 게 보이질 않네요.
한쪽에는 들러리나 서면서
다른 한쪽에는 척을 지고...
편먹기 하는 어린아이들 하는 짓이나 하고 있으니...
도대체 '외교'라는 게 있기나 한지...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