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90의 부분 변경 모델을 시승했다. 차명을 통일하고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채용했으며 커넥티비티와 ADAS기능의 진화, 인테리어의 고급화 등 풀 체인지에 가까운 변화가 포인트다. 무엇보다 한국산, 더 구체적으로는 강남 태생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 눈길을 끈다. 제네시스 G90 3.8 HTRAC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한국 가수 싸이는 ‘강남 스타일’이라는 노래로 전 세계에 한국을 알렸다. 전 세계 어디를 가나 강남 스타일의 리듬과 춤이 통한다. 한국 가수 방탄소년단이 유엔에서 연설했다. 우리 사회의 기형적인 현실을 꼬집으면서 이 시대 젊은 층들의 보편적인 고민을 한국의 가수가 세계 정치 무대를 통해 토로했다는 것은 상징성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
여론조사, 마케팅, 광고, 그리고 전략 전문가인 마크 펜은 최근 그의 저서 마이크로 트렌드X에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50가지의 트랜드 중 32번째로 코리안 뷰티의 예를 들었다. K-Beauty 가 미국 내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내용이다. 한국산 마스크팩과 립 틴트팩, 달팽이 크림 등 한국산 화장품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물광 피부가 핫 이슈라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프랑스 화장품을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마크 펜의 설명이다. 2013년 13억 달러였던 한국 화장품 수출액이 2017년에 그 10배인 130억 달러로 증가한 배경일 수도 있다. 그는 한국 화장품의 미국 수출이 이제 본격화됐다며 앞으로는 한국식 성형 수출 열풍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류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고 K-Pop열풍에 대한 뉴스는 넘쳐 나지만 이런 구체적인 트렌드를 지적한 예는 드물었다. 마크 펜은 한국인들은 예전부터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세계 시장과 미국시장을 간파했다고 말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대학졸업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그럼에도 2015년 세계 혁신지수에서는 14위에 머물렀다. 혁신성은 독창성과 함께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헤리티지까지 내 세울 수 있는 유럽 메이커들과 세계적인 생산기술로 무장한 일본은 그 힘을 바탕으로 세계 자동차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외적인 평가와는 달리 우리 내부는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은 것 같다. 특정 사안에 대해 온라인에서 매크로 기법을 악용해 여론을 좌우하려 하는 예가 많은 것도 한 몫을 한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전혀 다른 예를 우리는 수시로 접하고 있다.
제네시스를 타면서 아쉬웠던 것이 있었다. G90이나 G80, G70 모두 동급 모델들과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하는 것이었다. 기아 K9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의외의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자동차 전문 기자들의 시승기를 보면 주행성에 대해, 혹은 ‘현대’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20세기 말 한국차에 대해 ‘이동 수단’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던 미국 자동차 전문기자의 평가가 떠 오른다. 현 시점에서 쉐보레나 포드, 크라이슬러와 현대 기아를 어떻게 비교할 지 궁금해진다.
제네시스는 20세기의 한국차는 물론이고 지금의 현대 기아 브랜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높은 질감과 주행성, 그리고 편의 장비를 갖추고 있다. 시승을 할 때마다 그런 진보를 실감하면서도 막상 마지막에 떠 올리는 질문은 ‘독창성’에 관한 것이었다. 스타일링 디자인도 글로벌 시장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엔진과 변속기도 자체 기술에 의해 개발하고 있으며 하체의 숙성도도 독일차와는 차이가 있지만 그 외 업체들과 비교하면 결코 뒤지지 않는다. 굳이 하드웨어 차원에서 구분하면 컨버터블을 만들 수 있는 메이커와 그렇지 못하는 메이커로 나뉜다.
그것을 제외한다면 제네시스에게 부족한 것은 독창성이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제품을 형상화할 수 있는 배경이 없었다는 것이다. 독일차는 German Engineering, 일본차는 ‘장인정신’ 스웨덴차는 ‘스칸디나비안 팩트’를 브랜드 가치의 근원으로 삼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독립을 발표했을 때 기자는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고 그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했었다. 그 과정에서 독창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