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유선철-
달안개 가득한 날
달뜬 맘 갈앉히고
달맞이꽃 손을 잡고
달마중 나서 볼까
달무리 그늘에 앉아
달도 나도 숨죽이고
달빛에 구워내는
달룽한 실루엣들
달마다 허기지는
달항아리 채워가면
달님도 어쩌지 못할
달보드레한 우리 사이
<감상>
이 한 편의 시 속에 한 달이 들어 있다. 이울고 차는 달의 변화가 담겨 있다. 누군가를 반가워하고 때로는 격정적이고 때로는 잠잠한
우리 마음의 체적(體積)이 시행에 녹아 있다. ‘달’을 한가운데에 세워놓고 거기서 나뭇가지처럼 파생되는 어휘들의 활용도 멋지다. ‘달
룽하다’는 두근거리는 것을 일컫고, ‘달보드레하다’는 단맛이 있다는 뜻이다. 순우리말의 어감을 참 잘 살렸다. 그렇고 보면 시심이라는
것도 달빛 같아서 깨끗하고 환함을 계량할 수 없다.
-최형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