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의 방학기간에 다행스럽게 어학원 교사가 고향에 간다고 하길래
같이 가도 괜찮겠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승낙을 했다.
그러면서, 정말이냐고 반복해서 묻었다.(믿기 어려웠던 모양임)
그녀의 고향이 marinduque(마린두케)라는 섬인데 한번 가보고 싶은 섬이었다.
2박3일 일정으로 출발했다.
알라방_버스(3:30)__루세나__지푸니(30)__항구__여객선(3:30)__섬__지푸니(1:10)__집(교사) (약 10시간 소요)
이른 6시에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햄버거를 아침 대용으로 준비하고 버스에 올랐다.
11:40분경 루세나 항구에 도착하여 과일등을 사서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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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객 선)
여객선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바다는 너무나 고요했다.
마치 커다란 호수 같은 그런 느낌!
주위의 많은 섬들로 인하여 파도가 내륙으로 올수록 잔잔해지는 것 같았다.
특이한 것은 우리나라 해안과 달리 갈매기가 한마리도 보이질 않았다.
대천에서 배를 타고 처가에 갈때면 언제나 새우깡을 먹겠다고 쫒아오던 그런 갈매기가
보이질 않았다. 갈매기도 우리나라만의 이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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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에서 바라본 잔잔한 바다)
드디어! “마린두케”라는 섬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많은 지푸니가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는 한 대의 지푸니에 몸을 실었다.
한시간 동안 지푸니를 타고 가면서 섬의 이모저모를 대충 알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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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두케 섬)
얼마를 갔을까? 다 왔다고 내리고, 부모님께 인사하고 자기집이라고 소개하는데
어떻게 이런곳에서 생활할까? 할 정도로 사는 모습이 너무 심했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그런 집이었는데, 첫 느낌이 내일 아침에 바로 떠나야 하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우리가 왔다고 음식을 준비해 줬는데 칼국수 같은 음식이었고
직접 하지 못하니까 가까운 가게에서 사 온 듯 했다.
맛은 그런대로 먹을만했고, 맛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집은 단지 비만 피할 수 있도록 양철로 지붕을 만들었고, 두 개의 방바닥은 대나무로 엮어서 만들었고, 가스렌지나 냉장고는 아예 구경하기 힘들었고, 화덕 하나로 음식을 만들어 생활하는 것 같았다. 그 교사가 자기집에 가기전에 필리핀 음식밖에 없다고 해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필리핀 사람들은 쌀밥에 생선구이 하나로 식사를 한다.
김치같은 반찬은 생각지도 못하고, 야채는 아예 먹지 않는 것 같았다.
일주일만 이렇게 먹으면 5키로 10키로는 쭉~ 빠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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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골 집)
싫은 내색은 할 수도 없었고, 다행히 중전께서도 내색을 하지 않았다.
웃으면서 친해지려 노력했고, “주봐”라는 코코넛 와인을 한잔씩하면서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이나마 친숙해 질 수 있었다.
낯선섬에 이방인이 출연했다.
아무 연고도 없는 곳이라면 위험하기 때문에 가지 못하게 하는데,
역시 주위 사람들의 눈초리는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자기를 고등학교 교장이라고 소개하면서 많은 얘기를 하신 분이 계셨는데
낯선 이방인과 얘기하는 걸 너무나 좋아 했던 것 같았다.
이 근처에 온천이 있으니까 한번 가 보라고 조언까지 해 주었다.
잠 잘 곳은 바로 옆집이 사촌언니 집이었는데 그곳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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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 엌)
필리핀 사람들은 “가족간의 우애가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사이좋게 지내는 것 같았고, 누가 오면 자기의 누구라고 꼭 소개해 줬다.
첫날밤은 그렇게 지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모기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모기가 얼굴이며, 몸에 해딩 하는데 긴밤이 괴로웠다.
이렇게 어떻게 이틀을 지내야 하는 생각만 들었다.
얇은 이불로 온몸을 감싸고 자다가, 보미와 중전을 위해 잠도 못 자고 부채질을 해야 했다.
보미는 이런 나의 지극정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ㅋㅋㅋㅋ
아침에 늦게 일어난 보미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걸어 나왔다.
허걱!!!
팔이며 다리에 모기 물린 자국이 장난이 아니었다.
꼭!! 모기 폭탄을 맞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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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우물)
오전에는 15명 대식구를 데리고 온천엘 갔다.
너무 비싸다고, 현지인들이 가기 어려운 그런 곳이었기에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고,
동전을 물속에 던져 놓고 서로 빨리 찾기 시합을 하면서 식구들과 사이가 더욱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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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에서 즐거워하는 모습)
오후에는 할로윈데이를 맞이하여 memorial park(공동묘지)를 같이 갔다.
이곳 사람들은 어떻게 조상을 섬기나 보고 싶었기 때문에 따라 나섰다.
묘지가 우리와 다르게 벽돌로 쌓아서 미장을 하거나, 타일을 붙인 곳도 있었다.
빈부의 격차가 여기에도 있었다. 잘 사는 사람들은 묘지를 넓게 사서 지붕까지 만들고 예쁘게 치장한 반면, 못사는 사람들은 미장만 하거나 층층히 쌓아서 조상을 모시고 있었다.
우리와 다른 점은 음식을 차려 놓고, 절을 하거나 기도를 하지 않고, 꽃다발을 올려 놓거나
촛불을 밝혀 두고, 묘지위에 앉아서 얘기를 하거나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눠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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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 앞에서)
이방인이 필리핀 공동묘지를 찾아 온 것이 이상했는지 연신 술을 권했다.
“주봐”라는 코코넛 와인과 브랜디 몇잔을 얻어 먹었고, 음식 종류도 이름까지 얘기하면서
설명해 주는데, 재미있어 했다.
내가 얼굴에 철면피를 깔고 다니지만 내가 봐도 대단한 붙임성이다.
더운 날씨에 가만히 있기만 해도 땀이 주루룩 흘러 내렸다.
집에 내려오니까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어제 만난 사람도 있었고, 오늘 처음 오신 분들도 있었고....
어제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사람들도 말을 붙여오기 시작했고,
마시던 술과 안주를 설명하며 같이 마실 것을 권했다.
이곳 사람들은 타인에게 술잔을 돌리지 않는다.
새로운 잔으로 따라 주거나, 맥주같은 것은 따로 한병을 주는 것이 예의인 것 같았다.
자기들이 마시고 좋아하는 술을 이방인이 마시는 것이 신기했나 봅니다.
“주봐”라는 코코넛 와인은 한병에 8페소인데, 브랜디(32.5%)는 65페소였다.
그들이 브랜디를 한병 사 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직감에 이방인의 행동을 한번 볼려고 그냥 던져보는 것 같았다.
순간 정막감이 감돌았고, 모두들 나의 대답만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녀에게 한병에 얼마냐고 묻었더니 65페소란다.
100페소를 그들에게 주었더니 뜻밖이라는 듯 의아해 했고,
일행중 한명은 벌떡 일어나 거수경계를 하면서 “탱큐”를 연발했다.
우리집에서 일하는 아줌마 하루 일당이 100페소인데, 시골에서 65페소짜리 술을 마시는
놈도 대단한 놈이었고, 한병 사달라는 질문에 이방인이 선뜻 사주는 행동이 놀라왔던 것
같았다. 그 시간 이후로 그들은 나를 부를때 “sir", 선생이라 불렀다.
이곳 사람들은 아침식사를 커피 한잔에 빵 한조각이 고작이었다.
점심은 먹는지 마는지 알 수가 없었고, 저녁도 생선대가리 끓인 것이나 생선 한토막으로 대신하는 것 같았다.
손님이 왔다고 닭다리를 사와서 튀김을 해 주었다.
바람에 날아갈 것 같은 밥에 닭다리 몇 개로 저녁을 해결했다.
그것도 감사했다. 그들이 우리에게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두워지자, 집앞에 촛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집집마다 촛불 개수가 다르길래 물었더니, 조상이 몇명이냐에 따라 개수가 다르단다.
집집마다 촛불이 켜지고, 검은 망토를 입거나 가면을 쓴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사람 몇몇이 집앞에 와서 가볍게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를 부르니까 집주인이 나와서 같이 노래를 부르고, 끝나면 사탕대신 돈을 주었다.
얼마를 주는 거냐고 물었더니 금액은 중요하지 않고 자신 마음대로란다.
그냥 능력껏 주고, 즐기는 것 같았다.
밤8시!
할로윈 축제를 한다고 해변에 있는 레스토랑이라는 곳으로 갔다.
라이브 가수들이 와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가면을 쓰고 써빙을 했다.
입장료가 일인당 20페소, 한테이블당 200~500페소였는데, 그 선생님 고향친구들까지
한 테이블에 가득했다. 마치 그 선생님의 생일 파티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
우리는 일찍 돌아왔지만 밤새도록 음악소리가 들린 것으로 봐서 특별한 날에는 그렇게 밤새도록
즐겁게 논다고 하니 가히 놀이 문화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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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축제 장소)
필리핀에서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금물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혼자서 올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아주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밑바닥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것이 밑바닥이 아니라고 믿고 살아가고 있고,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있는 모습!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고, 교육이나 자아발전을 위한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하는 사람들!
하루 하루 생활 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들!!
그런 생활속에서 대학까지 다닐 수 있었다는 것이 꿈이 아닐 수 없었다.
정말 그 선생님은 그 동네에서 출세한 사람중의 한명에 속했다.
무엇보다 더 놀라운 것은
알라방에서 생활하는 우리에게 아무 꺼리낌없이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자신있게 보여 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필리핀 사람들은 그런 것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튼 , 겉으로만 보고 듣기만 했던 필리핀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직접 보고 경험한 이번 여행이
우리 가족들에겐 작은 불편함이 있었지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 필리핀에서 Gilbert ***
ps : 디지탈 카메라가 고정이 나서 핸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화질이 좋지 않습니다.
많은 이해 바랍니다.
첫댓글 우리나라 짚신밟기? 암튼 추석에 이집 저집 돌며 풍요와 건강을 비는 풍습과 비슷한거겠죠? ㅋ 필리핀이야기(21)이 젤루 가슴에 와 닳네요ㅎㅎ
우리같이 조상께 감사하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였슴
내가 실제 경험하는것 같네.
실제 경험하는 사람은 마음을 비워야 했슴.
색다른 문화에 많은것을 배우네... 거기 방학이 4월이라했지....(우리 계획 잡아보려구)
여기오면 원주민처럼 살아야 하니까 각오는 하고 오삼.ㅋㅋㅋㅋ
전기도 없는거 보니까. 우리나라 60년도와 비슷한가봐. 좋은 추억도 만들고 좋네요...
전기는 들어오는데 전자제품 살 돈이 없어서 냉장고등은 엄두를 못내고, 가스값이 없어서 화덕으로 끓여 먹고 있었슴.
핵교다닐때 이랗게 그럴듯하게 글좀쓰지 그럼 지금 피리핀 안인 미국에서 이름석자 날리는건데ㅋㅋㅋㅋㅋ
그러게 말이우~~~. 진작에 글쓰는 연습좀 할껄 그랬나 보우 ㅋㅋㅋㅋ
필리핀도 경제가 좋아져서 우리처럼 잘살게 되면 아마 그때가 무척이나 그리울겁니다. 소중한 경험 하셨네요. 하지만 모기가 많다니 저는 갈데가 못되는군요.
우리나라 새마을 운동 같은 개혁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것 같고, 외지인의 왕래가 없기 때문에 세상과 동 떨어진 듯한 생활이었슴.
이거 엮어서 책한권 만들어도 될듯싶은데.. 잘있죠. 항상 건강. 모두의 건강이 최고입니다. 노준환 화이팅!!!!!!!!!!!
선물로 책한권 만들어 주세요. ㅎㅎㅎㅎ
노박사님 얼굴은 정맘 뚜거우신것 같네.. 얼마되지 않았는데.. 그렇게 많은 경험을 하시다니...행동하라.. 이루어 질 것이다!!!
피하지 말고, 다가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그들도 친구로 대하거든요
난 용인 바닥만 떠나도 세상이 신기해보이던데 , 참 알 수 없네요. 형님!! 넉살은 그'글로벌'깜이네요.
가진것을 버리면 가벼워지느니라 --주나니 말씀--
저 11월28일경 푸켓가는데요....푸켓이 준환성 계신데서 가까운가요.... 가까우면 만나고 오게요.... 계신곳 하고 다른나라인가.....암튼 몰라서 묻는거니깐....
태국에서 다시 뱅기 타고 오삼.
너무좋다. 좋은 정보 많이 올려주세요. 늘 건강하시구요...
보고 느낀것이 있으면 소개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바랍니다.
안봐도 비디오?자세한 설명에 마치 직접 보는 것과 같은 착각에....좋은 경험 많이 하세요.
디카로 많은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재미있게 지내시길..너무 좋아 보려요...좋다..
재미있는게 아니라 고생하고 있는겨!
오마인을 넘어서 대한민국을 빛내는 사람이네요.. 항상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저는 그저 필리핀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과 마음을 터 놓고 얘기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너무 길었던 여행이야...언니랑 엄마랑 아빠랑 다 힘들었겠다 ㅜㅜ 아구
엄마가 기회있으면 또 가자고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