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시술 / 최수일
허벅지까지 쑤욱 쑥 빠지는 갯벌
자동차공장 기초공사가 한창이다
갯벌 아래턱 치조골에 구멍을 뚫는 천공기
끽 끼익 굉음을 내며
울산만, 온몸을 덜덜덜 흔들어댄다
60미터도 더 되는 뻘 속에
긴 말뚝을 심느라
건설장비와 일꾼들로 북적대는 현장
스트레스를 받은 갯벌의 속살이 부르르 떨린다
먼 바다, 성난 파도가 삼킨
죽은 선원들의 피와 뼛가루가 섞인 오염된 바닷물
시커멓게 침전된 죽은 사내들의 흔적
꾸르륵, 꾸르륵 구멍에서 억울함을 쏟아낸다
소음과 진동으로 가축들이 유산했다고
어린 동물 사체를 들것에 싣고
주민들 성난 얼굴이 몰려오고, 밤새
애써 박은 말뚝들이
삐죽삐죽 뻘 위로 솟아오른다
뻘과 사람의 힘겨루기
마침내 천공작업이 끝나고, 하늘도 땅도 잠을 잔다
이젠 기다림의 시간
분주한 현장이 모처럼 지친 한숨을 토해낸다
바람에 실려 온 감국 향기가
몸살을 앓던 갯벌의 속살을 치유한다
새벽 바다가 푸른 별빛을 입안 가득 머금는다
- 『두레문학』 2003년 여름호
* 최수일 시인
경북 김천 출생, 연세대 토목공학과 졸업
2021년 <시사문단> 등단
시집 『감천』
호서대학교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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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 시술 / 최수일
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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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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