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은 이제 45일간 나비천지다. ‘2008 함평 세계나비·곤충 엑스포’가 함평군 함평읍 109만㎡의 드넓은 엑스포공원에서 4월 18일부터 6월 1일까지 개최된다. 올해 광주·전남 방문의 해와 나비축제 10회째를 맞아 ‘세계 속의 함평’이란 말이 어울리는 규모를 갖췄다. 함평천 주변 33만㎡의 습지공원에 둘러싸여 있는 행사장. 곳곳에 만개한 자운영과 유채꽃, 100여종의 꽃창포와 30여종의 초화류, 나름의 특색을 지닌 건물들로 인해 행사장은 봄날을 더욱 화려하게 빛내고 있다. 특히 나비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본 떠 만든 주제관에는 3D 입체 애니메이션인 ‘아하! 나비구조대’가 상영되면서 어린이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각각의 테마관마다 전시하는 나비와 곤충의 종류와 수도 놀랍고 특이종 또한 관심을 모은다. 우선 24종 35만 마리의 국내 나비와 9종 2만 마리의 국외 나비가 함께 나풀거리는 국제나비생태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몰포나비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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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관람객 어린이들_한국관광공사
나비관 반대쪽 끝에 있는 국제곤충관에서는 단연 헤라클레스 왕장수풍뎅이가 돋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큰 풍뎅이다. 곤충관에는 이밖에 국내외 87종 3만4천 마리의 곤충들이 있어 이번 행사가 세계 최초로 살아있는 나비와 곤충을 소재로 한 친환경 엑스포라는 점을 각인시켜 준다.
물론 행사장에는 ‘살아있는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나비·곤충표본관에는 국내외 450종 7천여 마리의 나비와 곤충이 표본으로 전시돼 있으며 화석전시관에서는 곤충의 출현과 진화 과정을 화석을 통해 볼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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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박쥐 조형물_한국관광공사 |
하지만 이번 행사는 나비와 곤충의 범주를 넘어섰다. 우선 관심을 끄는 것이 황금박쥐테마관이다. 황금박쥐는 우리나라 멸종위기 동물 1호로 지정됐으나 함평에 집단 서식하고 있어 나비에 이어 또 다른 아이템이 되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장에는 순금 162kg(시가 50여억 원)으로 제작된 황금박쥐 조형물이 전시되고 있어 커다란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밖에 111종의 한국 고유 물고기와 수서곤충이 함께하고 있는 한국토종민물고기 전시관도 있다. 게다가 6개국 33명의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버드 하우스(Bird House) 작품 전시관’은 사람과 자연의 공생, 사람과 새의 공생을 통해 미래의 지구를 창조한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이번 엑스포 주제인 ‘미래를 만드는 작은 세계’와 일맥상통하는 셈이다.
이번 행사가 더욱 의미 있는 것은 국제곤충학회로부터 나비·곤충산업발전을 위한 세계 최초의 국제행사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프란티섹 세날 국제곤충학회장, 멘델상 수상자인 토마스 밀러 교수 등 곤충 분야의 세계적 석학들과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모라하나에 씨를 엑스포 고문과 명예이사장 등으로 위촉해 국제적 위상을 확립했다. 또한 중국 유명 여배우인 천하오를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국제적 홍보전에도 나서고 있어 유료관광객 200만 명 달성이 무난하다는 기대다. 이는 함평 인구 3만9천 명의 50배가 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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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궈진 유황들_한국관광공사 |
하지만 함평에 왔다면 엑스포만을 보고 가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엑스포에 가려진 함평만의 재미도 쏠쏠하다.
함평은 ‘함평천지 늙은 몸이 광주 고향 바라보니’로 시작하는 <호남가>의 첫대목을 장식하고 있다. 함평은 그 말 그대로 ‘모든 것이 가득 차고 원숙하면서(咸) 거듭 풍년이 드는(平) 지역(天地)’이기에 맨 먼저 노래됐을 법하다. ‘함평 쌀밥만 먹은 사람은 상여도 더 무겁다’라는 속담이 그저 나왔겠는가.
이런 함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해수찜이다. 돌머리해수욕장 근처의 함평군 손불면 궁산리 일대에 있는 해수찜은 그 확인된 역사만도 100여년이 넘는다.
도시의 번듯한 찜질방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에게는 함평 해수찜 시설은 참으로 시골스럽다. 하지만 그러기에 정겹다. 또 그만큼 전통 그대로 이어져 오는 것 같아 믿음이 가기도 한다. 함평 해수찜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가장 큰 이유는 함평에서만 난다는 유황돌에 있다. 소나무 장작으로 벌겋게 데운 이 유황돌을 탕 안에 넣으면 순식간에 수증기가 가득 찬다. 그리고 탕 안에는 쑥, 국화, 솔잎이 든 자루가 들어있어 바다 내음, 유황 냄새와 섞여 특유의 향을 낸다.
처음에는 물 온도가 70~80도나 되기에 탕에 들어가지는 않고 수건에 적셔서 온몸에 두른다. 이 유황돌과 바닷물이 만드는 신비한 효능은 관절염, 신경통, 산후통, 피부염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광주에서 오셨다는 한 할머니는 “중풍에 걸린 사람도 걸어서 나가”라며 너스레를 떠신다. 찜질 후에 민물로 닦아내지 말고 그냥 말리면 더 효과가 좋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 대중탕에 익숙한 사람들로서는 조금은 어색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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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생태공원_한국관광공사 |
정크아트_한국관광공사 | |
해수찜을 하고 나서는 함평군 대동면 운교리에 있는 자연생태공원(에코파크)을 둘러봐도 좋다. 나비축제와 같은 맥락이기는 하지만 여기는 가볍게 산책하며 돌아보기에 알맞은 장소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폐품 등을 활용해 만든 정크아트(Junk Art) 작품들이 눈에 띈다. 병사개미, 베짱이, 사마귀, 잠자리 등의 곤충들이 작게는 1m에서 크게는 5m에 이르는 크기로 놓여 있어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할 듯 하다. 공원 안에는 각종 난과 식물, 곤충들이 전시돼 있으나 오히려 ‘후토스’라는 어린이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된 뒤에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분수와 호수가 어울리는 공원 안에는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잠시 다리를 쉬기에 부족하지 않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함평 해수찜 인근의 민예학당을 들러도 좋다. 민예학당은 ‘꽃반지 끼고’를 부른 가수 은희 씨와 그 남편분이 폐교 초등학교를 개조해 운영하고 있는 천연염색 체험장이다. 천연염색 옷이 전시돼 있고 넓은 운동장엔 염색천이 널려져 있기도 하다. 운이 좋다면 차 한 잔 얻어 마시며 따뜻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여행정보♣
▷ 맛집 함평에는 선지국비빔밥, 함평천지 한우고기, 육회비빔밥, 보리새우, 세발낙지, 석화, 생선회 등이 유명하다. 그 중 함평읍 대흥식당(061)322-3953)의 한우와 손불면 바다이야기(061)322-4478)의 낙지가 맛있다.
▷ 숙박 자수와매듭 민박(061)324-1104), 영화황토 민박(061)323-0300),돌담에 속삭이는 햇살(061)322-3515), 국사재의 집(061)322-8906), 호텔샹델리제(061)324-3702)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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