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과학자
강우근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과학자가 살고 있는지
착한 과학자, 나쁜 과학자, 엉뚱한 과학자…
과학자를 처음 꿈꾸는 건 얼마나 순수했는지 그러나 폭탄과 공장을 만들며 검은 구름이 하늘을 차지하는 것을 보는
과학자는 얼마나 많은 마음을 스스로 터트려야 했는지
이제 생각조차 나지 않습니다
매일 우리는 차들이 에워싸는
사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걷는 사건의 과학자들이지
우리를 스쳐 지나가며 질주하는 차처럼 우연한 생각들이 무서워질 때가 많다.
생각들이 모두 발명된다면 좋은 세상보다는 나쁜 세상으로 기울어질 거야 생각들을 운반하게 될 우리의
커져가는 손이 미워질 거야
모두 사소한 과학의 영역이다 집안을 작동시키는 기기와 전등을 끄며 내일 아침 못 일어나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 생각을 떨쳐내는 것도…
밤을 발명한 과학자는 보이지 않고, 우리를 모두 검은 색으로 덮으려고 한다 우리를 잠시 마비시키려고 한다
사각의 서랍장 속에서 테두리를 빙빙 돌며 멈출 때까지 춤을 추는 로봇 병정들처럼,
우리의 두 손과 두 발이 멀쩡히 움직인다는 것이 이상하지 두 손과 두 발이 사라질 때까지
우리와 같이 태어난 셰계를 사랑하고
증오한다는 것이
초마다 신호를 주고받는 핸드폰에
우리의 얼굴 조각을 남기며
주파수는 지구의 거대한 띠를 이룬다
새해에 해돋이를 보기 위해 동해안으로 떠나는 우리의 기도는 고속도로를 정체되게 하지, 연기를 피워올
린 채로
해를 발명한 과학자는 그 모습을 어디선가 지켜보고
햇볕을 쬐며 양팔을 벌린 나무가
나무로부터 태어나고
두 손을 모으며 전기톱으로 나무 자르는 사람이
사람으로부터 태어나는 것을
- 계간 《창작과비평》 2023년 봄호
강우근
강릉 출생. 2021년 〈조선일보〉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