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원했다. 극히 평범한 일상을. 그러나..지금은 나의 기대를 망치로 부수고도 모자라 아예 가루로 만들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나의 일상은 그 저주할 인물때문에 절.대 평범이 아닌 그렇다고 특별하지도 않은 엽기의 수준에 도달한 경지였다.
"어-이.준규, 뭐하니?"
"시끄러.드래곤 자료 수집중이시다."
난 어느새 서니가 드래곤이란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서니는 '드래곤은 위대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나의 생각을 철처히 부서뜨려 놓았으니 말이다.
"호호호-. 니가 나를 이렇게 까지 존경하는줄은..엥?"
"왜?"
"뭐야!!"
갑자기 있는 자랑없는 자랑 다할것 같던 서니는 갑자기 내가 가지고 있는 드래곤의 그림을 힐끗 보더니 말을 멈췄다.
"왜?!"
"재수없는 블랙드래곤 이잖아?!!"
"그래서?"
순진한듯 눈까지 빛내며 태연스레 묻자 서니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나서 이어지는 응징아닌 응징이 있었으니...
딱!!
"아야!! 우씨~ 왜때려?!"
'왜때려? 이자식아, 레드드래곤이랑 블랙이랑 천적인거 몰라?!'
서니는 엄마에게 들키기가 무서운듯-사실은 무서운게 아니라 들키면 귀찮아서 였다-전음으로 소리 쳤다. 전음으로 소리쳐서그런지 내머리가 웅웅거리며 울렸음은 당연지사고.
"몰라. 상극도 아닌데 왜 그래?"
"모른다고? 이 바부 팅아 넌 드럽게 성질 착한 놈이랑 성질 드러운 놈이랑 싸우면 싸움이 날것같아?"
"아니."
이때 서니는 깨닫지 못했지만 '드럽게 성질 착한 놈'과 '성질 드러운 놈' 둘다 드럽기는 마찬가지란걸 난 알고 있었기에
'어쨌든 둘다 드럽네.'
하고 생각했다.
"그럼 당연하잖아, 음침하고 성질 드러운 블랙드래곤이랑 자존심이 강하고 위대한 우리 레드드래곤이 만나면 싸우게 된다는건!!"
"참, 나. 어째서? 책에는 블랙드래곤이 참을성이 많고 인내심이 강해서 흥분하는 레드드래곤은 무시했다고 하던데?"
"...그,그거 무슨책이야?! 당장 내놔봐!"
서니가 흥분해서 손가락질까지 하며 소리치자 난 하는수 없이 내가 애독하는 책을 건네주었다.
"뭐야..위대한 전설의 블랙드래곤.."
서니는 한동안 넋이 나간듯 책을 훑어 보았다.그러다가..
"어둠의 상징이자 암흑의 왕인 블랙드래곤..이,이런 썩을...이딴거 당장 버려!!!"
"왜?!"
"순 거짓말이잖아!! 어둠의 상징 좋아하네! 음침하고 칙칙하다! 왕이라고? 그럼 마왕은 뭐란말야!"
"거짓말이라도 좋아. 개인적으로 블랙드래곤을 좋아하거든."
"으~"
서니는 화가난듯 살기를 살.짝 날렸다. 그로인해 돋아나는 피부들의 움직임을 느낀난 드디어 드래곤의 위력을 느꼈다.-후에 안거지만 서니는 어디까지나 내가 불쌍해서 살기를 아주 살.짝만 날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
"얘들아, 밥먹어..뭐,뭐니?!"
"어,어머..어머님, 아무것도 아녜요. 준규가 약간 심.한 장난을 쳐서 말이죠. 아주 약.간.말이예요.호호호."
어이,그렇게 말하면 약간이라고 들리지 않는 다구. 내가 중얼거리고 있자 이미 상황파악(?)을 혼자서 다하신 우리 어머님께서 나를 노려보았다. 저눈빛은...'약한여자를 괴롭히다니'였다.역시 우리엄마가 아냐. 난 누구의 아들일까? 한번쯤 심각히 고려해보지 않을수 없었다.
"준규야!!"
"예,예?!"
친엄마의 직업이 뭘까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에게 날아온것은 서니의 가증스럽고 건방진 눈빛과 화가 난 듯한 엄마의 눈이었다. 엄마의 눈은 드래곤의 눈 보다 더 무서웠다. 조금다른 의미로.
"너 서니 왜괴롭히니? 약한 여자는 괴롭히면 안됀다고 했잖니!!"
'서니는 절.대!! 저~얼대! 약하지 않아요!!'
나는 어머니의 말씀에 이의를 제기했다. 물론 마음속으로. 약하다고 하지 말아주길바란다. 나중에 서니에게 들들 볶일걸 생각하면 다시생각해도 이건 현명한 선택이다.
내가 아무말없이 가만히 있자 엄마는 물만난 물고기처럼 뒤집개를 탁탁튀기며 잔소리를 시작했다. 엄마, 밀가루 튀어.
내가 서니에게 무언의 눈빛을 보내자 서니는 이번엔 봐준다는 듯이 요조숙녀를 흉내내며 말했다. 가증스러운것. 넌 드래곤이 아닐꺼야. 이렇게 드래곤에 대한 나의 환상을 깨부술수는 없어!
"어머님. 저..음식이 타지않을 까요? 맛있는 음식이 타면 골란하죠."
엄마는 몰랐겠지만 '맛있는'이라고 할때 서니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 진것을 난 볼수있었다. 어쨌든 살게해줘서 고맙다.
"어마!!음식탄다~"
엄마는 이말만을 남겨두고 횡하니 사라졌다. 그리고 언급하지 않은 사실이 있는데 나의 학교는 지금 방학중이다. 개학은..아마 다음주일거야. 얼마 남지 않았군.
"난 아군이 있어."
"잘났어."
"이몸이 좀 잘났니? 오호호-옷!!!"
또다시 마녀처럼 웃는 서니를 보며 난 서니가 마녀는 아닐까하고 생각해보았다. 서니를 만나고 나서 심각하게 생각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런데,너 학교가니?"
"어?응. 근데 그건 어떻게 안거야?"
"저기 책상옆 달력에 써있네. 3월5일 학교가는날."
"응그래."
"나도가자."
"그래...뭐,뭐?!!!"
"학교 가자구! 지금 내나이에 학교를 안 간다는 게 더 이상해."
"으~"
"곤란한 일이라도 있어?"
"당연하지!!"
현재 서니의 외모를 봐선 절대 늑대같은 남자애들이 가만히 있을리 없다. 난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아아- 내눈앞에 '평범'이란 글자가 멀어지고 있구나...
"괜찮아. 니가 곤란한거지 내가 곤란한건 아니니까."
"그건 또 무슨 이론이냐!!"
'내이론."
"으~"
하긴 뭐. 내가 드래곤 한테 뭐라 하겠어?
'니뜻대로 하시되 제말 날 끌어들이지는 말아주오-.'
이렇게 생각했지만 서니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했다. 벌써부터 재미있겠다는 표정이 얼굴한가득 자리잡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1층에서 '밥먹어라-'고 하는 엄마의 소리가 들렸고 그걸 들은 서니는 침대에 들어가 이불을 푹 덮고는 아파서 안먹는다고 전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말을 전한 나는 또다시 엄마에게 '너때문이지'라는 눈빛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밥먹다 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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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모자란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