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갈 한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이번 교육감 선거에 관심은 있었지만 후보가 4명씩이나 되고 무슨 차이가 있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마침 제삿밥 먹으러 갔다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촌동생과 교육에 대한 많은 얘기를 주고 받으며 KCTV 교육감 토론회를 봤습니다.
사촌동생은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입니다. 자신의 인생 중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지금 아이들에게도 그런 행복한 추억을 심어주는 선생님이 되는게 꿈이라고 합니다. 두 달에 한번씩 경기도, 서울에 올라가 전국의 선생님들과 공부모임도 하며 끊임없이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동생을 보면서 참 우리교육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을 하곤 했었지요. (사촌동생 방에 가면 교육관련 책 밖에 없어요;; )
그런데 사촌동생이 이번 선거 결과에서 이석문후보가 낙선하면 경기도로 전출을 간다고 했습니다. 너무 놀라서 왜 그런지 물어봤지요. 사실 육지에 있는 선생님들과 공부하며 경기도, 강원도에서 시작된 혁신교육이 너무나 부러웠다고 합니다. 함께 공부한 걸 제주에 가져오면 도저히 실천하기가 힘든 분위기이고.. 업무량이 타시도에 비해 너무 많아 정말 짬짬히 수업을 해야하는 분위기라고.. 무엇보다 자기 자식을 제주도의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제주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아이여서 적잖이 놀랐어요..(어렸을 때부터 삶의 모토가 제주에서 안빈낙도, 안분지족이었거든요.)
그러다 작년에 제주도에도 진보교육감이 후보로 나온다는 걸 알게되었다고 합니다. 그게 이석문 후보였고 후보에 대해서 오랬동안 나름대로 행적을 추적했는데 진정성이 있고, 제주교육을 정말 바꿀 만한 분이라고 생각하고 교육감 선거까지 전출을 1년 미뤘다고 합니다.
교육감 토론회를 보며 동생이 얘기한 제주교육에 대한 비판은 다음과 같습니다.(동생이 설명을 잘해서 이해가 쏙쏙 됐지만..내용이 좀 틀릴 수 있습니다. 현재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님들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전체적 맥락만 설명하겠습니다.)
1. 공부를 심하게 시키는 데 효과는 없다.
-초4~6 3년 제학력갖추기 평가, 중학교 3년 고입선발시험준비, 고3 수능 준비 무려 9년의 시간을 시험준비를 위해 보냅니다. 학부모님들 고3 1년만 해도 진이 빠지지 않던가요? 제주 아이들은 무려 9년을 시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 현재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제학력갖추기 평가를 전도 모든학생이 동시에 실시합니다.(모의고사같은거라는..) 한 해에 두번 치루는 데 그때가 되면 거의 모든 반의 선생님들이 학습지를 나눠주고 소위말해 뺑뺑이를 시킨다고 합니다. 성적이 낮게 나오면 교감, 교장한테 잔소리를 듣고 능력없는 교사로 인식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제학력고사에 맞추어 학원식 강의를 하게 된다고 합니다.(동생이 육지에서 공부한 프로젝트학습, 협동학습을 제주에서 실천하기 힘든 큰 이유라고 했습니다.)
- 중학교에 들어가면 상황은 훨씬 악화됩니다. 제주의 고입인문계 선발 비율은 55%입니다. (전국 평균 75%정도라함). 전국 평균에 한참 밑도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고입을 위한 경쟁은 대학 경쟁보다 훨씬 스트레스가 큽니다. 둘 중에 하나는 탈락이니까요.
- 고등학교 입시는 뭐 전국이 마찬가지인 상황이니까 제주교육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 이석문 후보는 제학력 갖추기 고사 폐지, 고입선발비율을 70%까지 서서히 늘려가겠다는게 핵심공약이라고 합니다. 초, 중학교때는 예체능, 독서교육 등 아이들의 잠재력을 키우는 교육을 우선하면 고등학교때 시험을 대비한 교육을 해도 충분하다는 입장이입니다. 또 오히려 지금 다양화 되는 대입 방식에는 다독, 다양한 경험을 가진 아이들이 훨씬 유리하다고 합니다.
실제 제학력평가를 위해 시험지 교육을 하면 아이들 성적이 급등하긴 하지만..그건 그때분 아이들의 내공은 전혀 생기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 타후보는 고입제도를 서서히 개선해나가겠다고 했습니다. 동생은 분명 거짓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10년동안 바꿀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는데..바꾸기는 커녕 더 강화시켰다고..(현직 교사들이 많이 비판했다고 합니다.) 또 토론회를 보면 알다시피 교육관이 80년대 학력고사 방식인 분들인데 무얼 기대하느냐고 했습니다.
- 문제는 지금 대학교에서 수능시험 즉 정시로 뽑는 비율은 30% 수시가 70%입니다. 더 이상 낡은 학력고사, 시험지 교육 마인드로는 대입을 준비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 제주도에서 주요대학 진학비율은 인구대비로는 1.2%가 되어야 하는데 현재 0.7%에 머물러 있다고 합니다. (이부분은 토론회때 이석문 후보가 중점적으로 설명했습니다.)
- 항상 수능 평균 1등을 외치지만..생각해보면 이미 고등학교 입학할 때 50%를 걸러낸 지역이랑 70%를 걸러낸 지역이랑 경쟁시키는데..제주도가 1등을 안하는게 이상한 것이었습니다. 경쟁은 경쟁대로 시켜 탈락자를 양산하지만 효과는 별로 없는..
2. 아이들 정신건강도 전국 꼴등, 비만도 1등의 불명예
- 당연한 결과라고 합니다. 공부시키느라 음악, 미술, 체육은 소외되는 과목입니다. 학교 끝나면 놀지 않고 학원에 갑니다. (제주도 사교육비 지출 전국 5위권).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 비만도 1등입니다. (저는 이부분에서 참 놀랐습니다.) 정신건강도 전국 꼴등. 자살률 1등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교육청에서 그런 결과는 절대로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국 학력 1등만 외쳐되고 있는 꼴이지요.
3. 사촌동생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교육은 경기도의 혁신학교였습니다.
예로..남한산 초등학교랑 보평초인가..? (관심 있으신 학부모님은 검색을..경기도의 많은 학부모님들의 후기가 있습니다.) 암튼 협력하는 핀란드식 교육을 하는 학교인데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모든 지역에 이 혁신학교가 생겼다고 합니다. 경기도의 성공적인 혁신학교는 주변 아파트 값이 두배로 오를 정도로 학부모님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합니다. 이석문 후보도 제주 읍면지역에 이 혁신학교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4. 무엇보다 교육감 선거가 괸당 선거로 흘러가는데 분노했습니다.
아이들은 조금씩 죽어가고 있는데 어른들은 정치놀음, 선거놀음을 하고 있다고 했고. 학부모님은 아이 학원정보는 관심 있어도 교육감에는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정말 반성 많이 했고, 이틀 남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 있을까 고민하다 제주에서 학부모님이 제일 많이 계시다는 맘스까페에 제가 들은 정보를 올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교육공무원이라 선거운동을 전혀 하지 못하는 사촌동생의 답답함에 제가 손과 발이 되어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교육감 후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교육감 선거에 지면 자기가 사는 지역을 떠나 교육을 하겠다는 사촌동생을 보며 교육감이 제주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학부모님들.. 이석문 후보를 지지하라고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선거가 이틀 남았습니다.
그냥 대충 지나가는 얘기로..누구 아는 사람이라고 교육감을 뽑진 않으셨으면 합니다. 아이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한표 행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긴 글 정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에 공감하시는 학부모님이 계시다면 주변 분들에게 알려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0A4B3C538DA1C82A)
제 글을 믿지 못할까봐 사촌동생 집에서 동생이 읽던 책을 사진 찍어왔습니다.
첫댓글 어제 새벽에 작성해 오늘 아침에 올렸던 글입니다.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투표에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야생마님 고생하셧습니다...좋은 말씀이였습니다 ...동감합니다..
후보이름을이렇게 노출해도되나요? 그리고 이건 선거법위반안되요? 너무 후보가노출되어있고 괜히찜찜하네요
글 올리기 전에 위반여부 알아보았습니다. 특정후보의 지지를 표방하는 글 올릴 수 있습니다. 허위사실이 없다는 전제하에요... 잘못된 내용 있으면 지적해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불쾌하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교육감 선거가 교육적 고민없이 흘러가는 것 같아서 남긴 글입니다.
오늘당일만아니면 누구든지 실명거론하며 지지할수있습니다~
찜찜할거하나두없어요
교학사 책에대한 답변에응답한 사람도
이석문후보 혼자입니다.
다들 무응답하셨다네요.
교육감이나 나오셨다는분이..
그런데 중학교 선생분들은
고창근후보를 지지하드라구요.
새롭게 안 사실이네요. 이번 선거의 문제점은 정보를 알아낼 길이 없다는 거에요. 공약도 비슷비슷한 것 같고..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것 만큼..후보자에 대해서 잘 알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제주야생마 토론회들 보셨으면 도움이 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간 행보라든가 공약,역량 등 짧게라도 본거랑 소문으로 듣기만 한거랑은 또 다르더라구요~각자들 생각하신 후보들 있으실테니 낼 소중한 한표들 꼭 행사하시고 좀 더 밝은 세상을 기대해보자구요~
좋은 의견 주셔서 감사해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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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글이네요. 울 언니도 기존 학교에 대항해서 공동육아로 키우더니 초등학교 일반학교로 보내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대안초등학교도 학부모들끼라 연합해서 운영하더라구요.
이젠 학력고사같은 수능은 지양해야 하는데 학교들은 시험성적에만 매달립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이번 선거로 저역시 교육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아는 중학교교사도 이석문후보 훌륭한 분이라고 지지하더군요..이미 저는 이석문후보로 맘 정했지만 가까이서 느낄수 있는 교사 입장은 어떨까 해서 물어봤는데...흐믓했어요..
이석문후보 지지합니다.
이석문 후보 고등학교 제자 입니다~ 다른건 몰라도 단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후보의 말 진심으로 믿습니다 늘 학생의 편에서 이야기하고 오히려 사고치고 학교에 부적응하는 친구들 상담도 지속적으로하고 끝까지 졸업 할 수 있도록 관심 가져 주셨어요 지금도 전 아니지만 그때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 했던 친구들 카스보면 간혹 선생님 댓글 있더라구요 저도 꼭 선생님이 교육감 되길 바랍니다~^^
고등학교 선생님이 교육감 후보라니.. 신기하시겠어요. 저도 이후보의 진정성을 믿습니다.
저도 고민중에 이석문후보에 대해 좋은평이 많아 결정하였네요.
여러분들도 현명한선택하시길 바래요.
고등학교때는 길동쌤~하면서 놀렸었는데!!! 이석문후보교직에 계실때 별명이 둘리에 고길동 이였거든요~ㅎ
길동쌤!화이팅!!!
ㅎㅎ 그러고보니 닮은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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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괸당문화 제주도 공감 또 공감합니다
제일 진정성이 보이는 후보인데ㅠ지지율들이 모두 박빙이네요 속으로 살짝 응원합니다 글을 올려서가 아닌 시골학교 진정성있게 말씀들어주시고 귀기울여 주시는 모습에 감동을 느꼈습니다 피부로 와닿게하신 분이셨습니다
시골학교를 살리려고 의원시절 많은 노력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글이었군요^^제가 교육감 후보분들에 대한 정보가 무지해서 찾아봤어요^^좋은글 잘 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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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6.04 0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