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산악회 2023 태백산 신년산행

[學而/이병학]

○ 일자 : 2023. 1. 12.(목)

○ 천제단에 오른 사람 :

김용진, 박병두, 이병학, 이충기

○ 태백산 천제단의 날씨는 :

정오 기온 영상 5도, 바람 한점 없고 하늘은 티끌 하나 없고 햇살은 온화하게 천제단에 퍼졌다.

지구온난화는 태백산 천제단에도 찾아왔다.

며칠 사이 영상으로 오르더니 실시간카메라에서 비쳐주는 태백산 천제단에는 눈이 메말라가고 있었다.

기대했던 설산산행은 물건너 가는 것 같다.

하지만 천제단에 올라야한다.

두리회 회원님들께 설경은 보여드리지 못하겠지만 주목 군락의 장관은 보여드리겠다고 한 약속 때문에..

그리고 산에 잘 오르는 사람들이 정상에 서서 세상 사람들에게 외친 열가지의 말들을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또 염불은 뒷전이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 정상에서 할 헛소리 때문에..

산이라면 내노라 하는 사람들이 정상에 서서 해탈하고 외친 열마디는?

○인간이 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산이 인간을 허락하는 것. -존 무어
○계곡에서는 안 보일지라도, 모든 산에는 길이 있다. -시어도어 로스케
○정상은 내려오고 나서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그 전에는 진정 오른 것이 아니다. -조지 말로리(“왜 에베레스트 산에 오르느냐?”는 우문에 “그것이 거기 있기에”라는 현답을 남긴 영국의 등산가).
○최고 높이의 산을 오를 때에도 한 번 한 걸음에서 시작한다. -바바라 월터스
○문제는 고도(Altitude)가 아니라 태도(Attitude)다. 산행의 본질은 정상을 오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고난과 싸우고 그것을 극복하는 데 있다. -앨버트 머메리
○등산은 인내의 예술이다. – 보이테크 쿠르티카
○굳이 정상에 오를 필요는 없다 –보이테크 쿠르티카(히말라야 가셔브롬 Ⅳ의 위험한 서쪽빙벽을 오르고 눈앞의 평탄한 정상을 오르지 않고 하산하며)
○등산은 길이 끝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알랑 드 샤뗄리우스
○등산가는 산의 법칙에 따라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며, 언제나 배워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헤르만 후버
○우리가 정복하는 것은 산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에드먼드 힐러리

염불은 관심 밖이고 잿밥을 밝히는 사람이 한 헛소리는?

○ 등산의 완성은 뒤풀이에 있다. - 이병학

○ 산에 왜 오르느냐? 정상주가 있기 때문에 - 이병학

○ 올라갔다 내려올 걸 뭣 때문에? 하산주가 있기 때문에 - 이병학

이산 저산 돌아다니며 산행스케줄 짜는 잔머리 굴리는게 많이 늘었다.

안내산악회 쫓아 새벽부터 서둘러 장삼이사 꽉찬 버스에 시달리며 달려가 

시간에 쫓기며 산행해야지..

산악회에 내는 비용도 많지..

하산주 할 시간도 없지..

번쩍 스파크가 일어나는 생각은

청량리역에서 기차 타고 가면

편하게 두발 뻗고 갈 수 있지..

전립선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지..

비용도 엄청 싸지..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내맘대로 산에서 놀 수 있지..

내려와서 뒤풀이도 내맘대로 골라서 할 수 있지..

그러므로 청량리역에서 무궁화를 타고 영월 동강을 거쳐 태백으로 달려갔다.  

청량리역 07:34 출발

태백역 11:15 도착

태백역에서 택시 타고 태백산 유일사 들머리로

태백산으로 들어가는 곳에서 스틱 뽑고 아이젠 장착 11:40

태백산 유일사 들머리에서 천제단을 향한 첫발 11:45

유일사로 오르는 길에 눈카페트가 깔렸다.

눈이 녹아 질퍽거릴줄 알았는데 쌓이고 쌓인 눈이 두텁게 깔려 걷는 발걸음이 플로어에서 지루박 스텝 밟는 기분이랄까..

안내산악회를 쫒아온 미련한 등산객 패거리들과 뒤섞여 유일사 쉼터까지 경쟁을 한다. 

융단 위를 걷는 것 같이 부드러운 발걸음..

날아갈 것 같은 기분..

초입의 태백사를 지나

태백산 차단기를 지나며 서서히 열을 받는다.

유일사로 오르는 길에 첫번째 나타나는 우람한 주목은 맛보기에 불과할 뿐이다.

유일사 쉼터에 도착 12:28

유일사는 천제단 오르는 베이스캠프로 치면 된다. 

유일사 쉼터 벤치에 걸터 앉아 점심 요기를 하고 커피 한잔 하는 사이 어느 놈이 김선생의 스틱을 집어갔다.

태백산 호랑이가 잡아먹을 놈

오늘따라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김선생은 더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속이 많이 쓰려서.. 

눈속에 묻힌 고요한 산사 유일사를 뒤로 하고 천제단으로..

한 고비 올려치고 능선이 고개을 숙일 때 주목의 향연!

쌓였던 눈을 벗어버리고 맨몸을 드러낸 주목의 나신은 더 고상하고 더 품위가 있고 더 아름답고 더 장관이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은 죽어서 더 살고 죽어서 더 이름값을 한다.

태백산 정상 장군봉(1,557m)이 다가온다. 

함백산 사이트가 또렷이 들어온다.

함백산 아래 금을 그은 것 같은 곳은 고개 중 제일 제일 높은 고개 만항재

가지는 만수산 드렁칡이 처럼 엉켜져 틀어졌고 둥치는 굳어져 석고화가 되었다. 

장군봉 가는 길목에 어서오라는 듯 두팔을 벌리고 영접한다. 

햇빛은 더욱 강렬해 지고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공생

태양은 주목 위로 붉게 타오르고...

태백시가 산골에 숨은그림 처럼..

한때는 개도 돈을 물고 다녔었다는 곳이다. 

집안 거덜날까봐 카지노랜드 유치를 반대해서 고한으로 넘어갔는데 지금은 고한에 있는 개들이 돈을 물고 다닌다는 얘기에  배가 아프고 후회막심이라는 소문이다. 

태백산 정상 장군봉 천제단 13:40

천제단에서 두손을 모으고 열가지 소원을 빌었다.

그 중 하나는 두리회 발전을 기원..

나머지는 사적 비밀..

이대 대학생한테 셧터를 부탁했다.

장군봉 천제단을 뒤로 하고..

장군봉 천제단은 장군단이라 한다.

300m 앞에 있는 태백산의 랜드마크 천제단과 정상표지석을 향해.. 

작열하는 태양 아래 숨을 곳 없이 드러난 정상 능선은 눈이 녹아 곤죽이 되어가며 질퍽거린다. 

정상 능선을 걸으며 알게 된다. 

세상 살아가는 길이 꽃길을 걸을 때도 있고 진창길을 걸을 때도 있다는 것을...

태백산 천제단 도착 13:50

태백산 3개의 천제단 중 중앙에 위치한 천왕단

천왕단은 하늘에 제를 올리던 곳이다. 

삼국사기를 비롯한 여러 사료에 제천의식을 치루던 곳으로 부족시대 때부터 천제를 지내던 곳이라 한다. 

욕심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이 천제단 안에 가득 들어차 갖가지 기복을 한다. 

서울대 대학원생들이 제천의식을 마치고 진설한 제수를 거두려는 것을 그대로 놔두라고 하고 거기에 박선생이 사과 하나 막걸리 한잔을 따르고 공으로 젯상을 차렸다. 

열가지 소원을 빌었다.

그중 하나는 두리산악회 산행에 많은 회원이 참여해 달라고...

나머지는 사적인 비밀이라 비공개

하이라이트!

이거 하나 남기려고 올랐던가..

서울대 대학원생들 앞에서 여러가지 포즈를 잡았다. 

그중 하나 건졌다. 

되로 받고 말로 갚았다.

서울대 대학원생을 앞에 세우고 섹시하게 폼을 잡고 셧터를 누르고 있는 저사람은 누구인가..

수십방을 눌러주며 갚았다. 

이제 내려가는 길은 어디로?

망경대로 내려갈 것인가 문수봉을 돌아 내려갈 것인가?

잿밥을 생각한다면 문수봉으로 도는 것보다는 망경사로 내려가는 것이 나을터인데...

하지만 일단 문수봉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천왕단에서 내려서서 문수봉으로 가는 길에 천왕단 아래 또 하나의 제단

천제단 아래 하단이다.

열가지의 소원을 빌었다.

그중 하나는 청량리역에 내려서 순대국 골목에서 뒤풀이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나머지는 사적비밀이라 비공개

작은 천제단 앞에 자리를 펼치고 음복을 했다. 14:10 ~ 15:20

쏟아지는 햇빛 바람없는 잔잔한 날씨

졸음이 올 것 같은 나른한 기운

천제단 앞에 하나의 묘소가 있다.

박선생이 형이 자세히 살펴보고 오라는 말을 듣고 자세히 살펴봤다.

박선생의 직계 조상 묘소

＂통정대부 병조참판 밀양박공지묘＂

통정대부는 정3품

병조참판 종이품이고 병조의 버금 벼슬

지금으로 치면 국방장관?

박선생이 비석을 보며 머리를 조아렸다.

마음이 변했다.

문수봉으로 가려다 망경사로 빠지는 샛길을 택했다.

문수봉은 내년에 다시 돌기로 하고..

그렇다면 태백역에서 청량리로 갈 기차시간은 남아돌 것이고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문수봉 가는 길 부쇠봉 갈림길에서 옛일을 떠올렸다.

2018년 1월 11일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두리산악회 8명이 모여서 태백산 등반을 했다.

그때 태백산 기온이 영하 20도 시베리아 날씨였다.

이곳 갈림길 공터에서 앉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서 술잔을 돌렸다.

소주가 살얼음으로 얼어붙어서 제대로 따라지지 않았고 술잔이 입에 쩍쩍 달라붙어 새부리가 되어 쭉 늘어지는 것을 떼어내었었다.

지독히도 추운 날씨였다.

그래서 그때도 문수봉으로 돌려다가 망경사로 빠졌었다.

망경사로 가는 길에 주목 군락이 환상적이다.

천년을 사는 주목 둥치 안으로 들어가 천년을 살게 해달라고 했다.

돌고 돌아 천제단 아래 망경사 앞에서

망경사 아래 저 벤치를 보며 또 추억이 떠올랐다.

1년 전 오늘 2022년 1월 12일 박자매 포함 8명이 태백산 등반을 했다.

저곳 벤치에 앉아 오뎅국물도 들이키고 술도 들이키고 했었지..

스님들이 목탁 두들기는 망경사 대웅전 아래에서...

자작나무 군락지 

반재 갈림길 16:05

반재안전쉼터에서 심박수를 진정시키고..

문수봉으로 오르는 갈림길에 내려섰다. 16:20

망경사 코스로 하산해 1시간 세이브

당골광장까지 2km는 탄탄대로

지표식물 이끼는 눈이불을 덮고 있었다.

돌무더기가 동결 융해 반복으로 부서져 내려와 냇물이 흐르는 모양과 같았다.

당골광장에는 1월 17부터 개장하기 위한 눈꽃축제행사장 준비에 한창이었다.

당골광장 하산 완료 17:00

5시간 남짓의 태백산 한바퀴

택시 타고 태백역 앞으로

태백역 앞에서 어느 집을 골라잡을까.. 17:15

영빈식당으로 들어갈까

가마솥돼지국밥집으로 들어갈까

가마솥돼지국밥집으로 결정

왜?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2020년 2월 10일 청량리역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밤새 달려와 이집에서 술한잔 하는 조건으로 밤새우고 새벽에 택시타고 유일사로 올라 태백산 장군봉에서 일출을 감상했었다.

그래서 이집으로 정할 수밖에..

시작은 좋았는데...

서서히 맛이 가기 시작하더니..

김정은 핵폭탄이 어쩌니 저쩌니..

젤렌스키 푸틴이 어쩌니 저쩌니..

이재명이 어쩌니 저쩌니..

주인이 뽕짝을 맞추는 바람에 늘어진다.

헷소리 그만하고 빨리 일어나라 청량리행 열차가 다가온다.

19:23발 청량리행 열차가 플랫폼으로 다가온다. 

달리고 달려..

청량리역 하차 22:48

아쉽다. 청량리 먹거리골목 순대국집은 다음에...

내년에는 꼭 문수봉을 돌아 내려올 것이다.

[산울림]

눈이 많이쌓이지않아
좀 아쉬웠지만 날씨도좋고춥지않아 산행하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함께해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또가야지~~~

[잘난사람(구본흥)]

태백산 눈산행길 미끄럽고 한대 장군봉 천재단까지 오르시고 대중교통으로 고생들 하시였습니다
대단하신 두리회 산악인분들 응원 합니다